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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

   EP.28

     

   사람이 저축을 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큰맘 먹고 어떤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모을 수도 있고 비상금의 개념으로 언젠가 필요한 순간 그 돈을 사용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은 전자보다 후자에서 나오는 결과물이었다.

     

   [능력치 ‘근력 Lv.16’에 ‘3,000 코인’을 사용합니다.]

   [능력치 ‘민첩 Lv.19’에 ‘3,000 코인’을 사용합니다.]

   [능력치 ‘체력 Lv.16’에 ‘3,000 코인’을 사용합니다.]

     

   [‘근력 Lv.16′ -> ‘근력 Lv.20’]

   [‘민첩 Lv.19′ -> ‘민첩 Lv.22’]

   [‘체력 Lv.16′ -> ‘체력 Lv.20’]

     

   —

   이름 : 김시인

   성좌 : 없음

   능력치 : [근력 Lv.20], [민첩 Lv.22], [체력 Lv.20], [마력 Lv.6]

   스킬 : [빠른 납득(C-)], [전심전력(C+)]

   특성 : [잠재 고유 스킬]

     

   잔여 코인 : 1,000 C

   —

     

   튜토리얼을 끝마치며 사람들이 보상으로 받은 코인은 아무리 많아야 5,000 코인 정도의 수준에 불과했다.

     

   그리고 탑의 1층이 그런 사람들이 클리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계가 되어 있다면 지금 내가 가진 힘은 감히 1층의 주민들이 흉내조차 내지 못할 수준이 아닐까 예측해 볼 수 있었다.

     

   “후우우……”

     

   나는 신체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을 느끼며 깊게 심호흡했다.

   팔다리의 근육이 꿈틀거린다. 들고 있던 ‘무명검’이 깃털처럼 가벼워진다는 착각이 들었고 지금 이 순간이라면 불가능 따위는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솟구쳤다.

     

   그리고 그런 변화를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 어찌 이제 고작 1층에 올라온 플레이어 따위가…!

     

   “네 생각보다 내가 개고생을 좀 많이 했거든.”

     

   일본의 드래X볼 이라는 제목의 만화의 한 외계 종족이 강해지는 메커니즘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죽을 위기를 겪거나 죽음을 경험하고 부활하면 파워업을 한다고 했던가.

     

   어릴 때는 그게 뭔 개소린가 싶었는데 나랑 비슷한 고생을 겪은 상황이라면 그 정도의 파워업은 개연성으로 취급해 줘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핏…!

     

   나의 검을 맨손으로 막고 있던 짝퉁 성좌의 손에 서서히 피가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놈도 나의 힘이 자신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인지 점차 얼굴이 일그러졌다.

     

   – 이익!

     

   나의 검과 대치 중이던 녀석의 반대손이 당장이라도 출수할 듯 뒤로 젖혀졌다.

   왼팔을 휘둘러 들어오는 공격. 물론 놈의 몸이 검을 막아 낼 정도로 튼튼하다는 것은 지금도 느끼고 있지만 당연하게도 맨손을 휘두르는 것이 검보다 공격 거리가 길지는 않았다.

     

   쐐애액!

     

   놈의 손이 나의 앞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놈과의 거리가 조금 멀어진 나에게 놈이 다시 한 번 온몸으로 달려든다.

     

   왼팔을 이용한 할퀴기. 이어진 오른팔의 할퀴기.

     

   놈이 나에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나는 한 걸음을 뒤로 물러섰고 놈의 공격 거리에서 천천히 벗어나던 나는 나의 공격 거리가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피핏!

     

   나의 검이 놈의 가슴 부근을 스치며 지나갔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이었을 뿐.

   초근접이 아닌 적당한 거리로 나의 영역까지 물러난 녀석은 이제부터 방어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챙!

     

   짧게 치고 빠진 나의 검을 놈이 잡으려다 실패했다.

     

   채채챙!

     

   놈의 자세가 흔들리자 나는 검을 휘둘러 손이 닿기 까다로운 위치를 공격했다.

     

   채채채챙!

     

   나의 검이 허공을 꿰뚫는다.

     

   검을 배워 보지 않은 나. 하지만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옆구리를 공격하면 놈이 곤란할 것이고 옆구리의 공격을 억지로 막았다면 자세가 흐트러져 다음에는 더 큰 빈틈이 생긴다는 것을.

     

   [‘빠른 납득(C-)’이 발동됩니다.]

   [일시적으로 스킬이 성장한 상태입니다.]

   [‘빠른 납득(C-)’ -> ‘빠른 납득(B+)’]

     

   스킬의 힘이었는지 그냥 다 알 수 있었다.

   현재 놈의 허점이 어디인지, 지금 놈의 감정 상태가 어떤지, 그리고 지금 이 전투의 승기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위기가 고조된다.

   나의 검은 점점 더 그 속도를 높여갔고 처음에는 모든 공격을 무리 없이 막아 내던 놈의 몸에 자잘한 상처들이 늘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푸욱! 후두둑.

     

   나의 검이 놈의 어깨를 관통하며 치명상을 남겼다.

     

   [‘전쟁과 싸움밖에 모르는 자’가 쾌재를 부릅니다.]

   [소수의 성좌가 이건 조금 밸런스 파괴가 아니냐며 투덜거립니다.]

     

   하늘 위의 놈들이 보기에도 이건 그들이 상상하던 장면이 아닌 듯싶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를 이렇게까지 만든 건 결국 너희들인데.

     

   “와아……”

   “이, 이건……”

     

   나의 뒤에서 전투를 지켜보던 한가민과 남궁천호가 입을 다물지도 못한 채 계속해서 탄성을 뱉는다.

   하지만 아직이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 키킥…

     

   “뭐가 웃기지?”

     

   – 그야 그렇지. 안 그런척해도 너는 사람을 죽이겠다는 마음이 없잖아?

     

   놈이 얼굴에 조소를 띄우며 내가 쭉 신경 쓰고 있던 부분을 은근슬쩍 건드렸다.

     

   “그래서?”

     

   – 너는 사람을 해치지 못해.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소름 끼치는 놈의 목소리가 나의 귓가를 간질였다.

   괜히 찜찜한 기분이 든다. 똑같이 붉은 피를 흘리고 상처를 입으면 똑같이 고통을 느끼고 비명을 지르는 존재의 목숨을 빼앗겠다는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었고 평범한 지성인이라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을 기질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서걱.

     

   – 꺄악!

     

   “그건 탑에 들어오기 전이나 통용되는 말이지. 새끼가 어디서 약을 팔아.”

     

   나의 일 검에 놈의 오른팔이 공중으로 떠오르며 붉은 피를 수놓는다.

     

   [‘빠른 납득(B+)’이 발동됩니다.]

   [상태이상 ‘세뇌(C)’가 무력화됩니다.]

     

   “내가 모를 줄 알았냐?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도 계속 내 눈 보면서 세뇌 걸었잖아.”

     

   내가 이곳이 편안하다 느끼며 이곳까지 오게 된 이유.

   놈의 목소리와 눈빛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력이 담겨져 있었다.

     

   “뭐… 자칭 성좌라 하니 너도 로랑 사가르 같은 것 말고 다른 이름 정도는 있겠지. ‘사람을 놀려 먹기 좋아하는 자’ 같은 거 말이야.”

     

   [소수의 성좌가 당신의 말에 호기심을 보입니다.]

   [‘철 왕좌의 주인’이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칩니다.]

     

   – 크윽… 감히 너 따위가 성좌인 나를…!

     

   놈이 남은 왼팔을 들어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을 하려는 듯 나에게 겨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놈이 어떤 액션을 취하기도 전에 곧장 달려들어 놈의 심장에 나의 검을 깊숙이 박아 넣었다.

     

   푸욱!

     

   – 꺼……어어……

     

   놈이 뭘 하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의 스킬 ‘빠른 납득’이 놈에게 기회를 주지 말라 소리쳤고 나는 그 본능에 따라 나의 검을 놈의 가슴에 찔렀을 뿐이다.

     

   – 여…역병…! 역병을……!

     

   뜨드득!

     

   나는 쥐고 있던 검을 비틀어 놈의 속을 헤집었다. 환상의 시간 속에서 나는 탑의 1층의 과거를 볼 수 있었다.

     

   1층의 이야기가 진행된 건 어느 순간 퍼진 전염병 때문.

   그리고 지금 나의 눈앞에 있는 이 가짜 성좌가 그 문제의 근원이라면 병과 관련된 페이즈가 따로 존재할지도 몰랐다.

     

   물론 그걸 볼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 ……

     

   뚝.

     

   놈의 발버둥이 어느 순간 멈췄다.

     

   띠링!

     

   [적을 섬멸하셨습니다!]

     

   [메인 임무 ‘1층 – 성좌가 만든 세계’를 클리어하셨습니다.]

     

   [1층의 클리어 보상을 지급합니다.]

   [ 3,000 코인을 획득합니다. ]

   [당신의 모든 능력치가 Lv.1 만큼 증가합니다.]

     

   [1층에서 경이로운 업적을 이뤘습니다.]

   [당신의 모든 능력치가 Lv.3 만큼 추가 증가합니다.]

     

   튜토리얼을 클리어했을 때보다는 작아 보이는 보상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이미 코인을 사용해 능력치를 어마어마하게 올려놨다는 것.

     

   ‘이 상태에서 Lv.4 씩 오른 거면 많이 오른 거긴 하지.’

     

   3,000 코인을 투자했을 때, Lv.19 였던 능력치가 Lv.22 가 됐다.

   그 기준으로 생각해 보자면 지금 성장한 나의 능력치를 코인으로 환산했을 때, 최소 10,000 코인은 가뿐히 넘기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전쟁과 싸움밖에 모르는 자’가 마지막 싸움에 시원함을 느낍니다.]

   [ 2,000 코인을 후원받았습니다. ]

     

   [‘장막 뒤의 감시자’가 당신의 정신력에 감탄합니다.]

   [ 2,000 코인을 후원받았습니다. ]

     

   [‘철 왕좌의 주인’이 간만에 재밌는 좌표를 찾았다며 웃습니다.]

   [ 1,000 코인을 후원받았……

     

   그 외에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후원 세례에 나는 더 이상의 계산은 포기하기로 했다.

     

   “끝난 겁니까…?”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남궁천호와 한가민이 쓰러진 가짜 성좌를 힐끗거렸다.

   그리고 그때 연구실의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함께 탑에 들어온 생존자들.

   그런데 그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뭔가에 깊게 감명을 받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시인 씨!”

     

   그중에서 나를 발견한 박조철이 나에게 손을 흔들었고 그 뒤를 따라 대부분의 생존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뭐, 뭡니까?”

     

   다들 표정이 이상했다.

   깊은 눈동자로 나에게 경외심을 표현하는 사람도 있었고 감동을 받은 듯 눈시울이 붉어진 사람도 간간이 보인다.

     

   “오오! 이곳에 계셨군요!”

   “역시 해내실 줄 알았습니다!”

   “우리의 영웅! 그 이름은 김시인!”

     

   오오오!

     

   ‘세뇌가 아직 덜 풀렸나?’

     

   끊어질 생각이 없는 환호와 격려 속에서 나는 그저 가만히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나는 모르고 있었던 그들의 상황.

   이 모든 것이 나의 계획이고 희생이라 착각한 그들 사이에서 나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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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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