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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

   EP.30

     

   내가 2층에 진입했을 때, 나는 의외로 딱딱한 나무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이어 나를 맞이한 것은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쓰디쓴 약 냄새.

   주변에 다른 침상과 함께 한방병원에나 있을 법한 다양한 약재가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니 이곳이 현대의 병원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띠링.

     

   [2층 – ‘정무학관’에 입장하셨습니다.]

   [플레이어에게 임무를 부여합니다.]

     

   —

   『2층 – 청출어람靑出於藍』

     

   주제 : 성장

   난이도 : 개인 C~A

     

   설명 : 당신은 어떤 무기를 선호하십니까? 어떤 전투방식을 즐거워하며 어떤 상대와 마주하기를 원하십니까?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이곳에는 있습니다! 약육강식 강자존! 이곳은 정무학관입니다. 수련에 정진하십시오. 깨달음을 얻으십시오. 당신의 성장은 당신의 손에 달렸습니다.

     

   임무 : 이름난 고수 세 명 이상에게 인정받기 (0/3)

   제한 : 30일 (단, 정무학관에서 쫓겨날 시 임무 실패로 간주됩니다.)

     

   보상 : 업적에 비례한 보상

   실패 페널티 : 제한 시간 안에 성공하지 못할 시, 모든 성장치를 반납하고 3층으로 강제 이송됩니다.

   —

     

   아아.

     

   임무 창을 읽어 내려갈수록 지금 내가 있는 장소가 어떤 곳인지 나름대로 짐작할 수 있었다.

     

   무림武林

   학관學館

     

   이번에는 학교를 배경으로 무언가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주변을 정찰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활동을 개시하려는 순간 문밖에서 미세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끼익.

     

   잠시 후, 흑색 나무문이 열리며 굉장히 무협스러운 의복을 입은 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왔다.

     

   하얀 간신배 수염이 도드라지는 빼빼마른 중년과 흰색 무복을 입은 꼬마아이 하나.

   그리고 아이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활짝 웃음을 지으며 중년인의 옷가지를 툭툭 당겼다.

     

   “어? 일어났다! 스승님! 이 사람 일어났어!”

   “나도 보고 있으니까 호들갑 좀 떨지 마라.”

     

   드르륵. 드르륵.

     

   중년인은 한 손에 작은 절구를 들고 있었다. 그의 행색으로 보아 의원인 듯싶었는데 길게 처진 다크서클을 보고 있자니 꽤 업무가 많은 것으로 추정이 된다.

     

   “와! 눈 떴다. 눈! 이야아! 숨도 쉬어!”

   “원래 사람은 숨을 쉬어.”

   “와! 신기하다!”

     

   아니면 옆에서 쉴 새 없이 꺄르륵거리는 꼬마 때문일지도 모르고.

     

   정신 사납게 뛰어다니던 여자아이가 약재를 갈고 있는 남자의 다리에 착 달라붙었다.

   그리고 아이가 다리에 붙은 것은 신경 쓰이지도 않는지, 남자는 나무의자를 하나 끌고 와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그러고는.

     

   “음…… 뭐지? 아까랑 상태가 좀 다른데?”

     

   의원이 내 팔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며 내 상태를 체크했다.

     

   “자네 혹시 꾀병이었나?”

   “아, 아닙니다… 그런데 혹시 저한테 혹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는 않으셨는지…”

     

   나는 솔직히 말해 내 복장이 지금 이 배경에 충분히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무림에 와이셔츠라니… 아무리 봐도 어색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게 무슨 탑의 장난인지 힘인지 의원은 나의 의상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제가 지금 정신이 없어서 그러는데 여기가 어디죠?”

     

   나는 의원의 반응을 살피고는 나름 장단을 맞춰 보기로 했다.

   나도 지금 나의 상황을 잘 모를뿐더러 상대도 딱히 나에 대한 적개심이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니 정보를 조금 얻어 볼 심산이었다.

     

   “어디긴 어디야. 학관 의약당이지. 농담을 할 거면 좀 정성스럽게 하게. 수련이 싫어서 도망친 모양인데 어림도 없어!”

     

   나의 말에 의원이 인상을 쓰며 나에게 호통쳤다.

   하지만 잠시 후, 찡그렸던 의원의 표정이 천천히 풀어지더니 ‘아!’하고 감탄사를 한 번 터트렸다.

     

   “아아… 비무를 하다가 머리를 부딪쳐 기억에 손실이 온 거군! 뭐, 그럴 수도 있지.”

     

   의미심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의원.

   표정을 보니 뭔가 바라는 게 있어보였다.

     

   “크흠! 그래서 말인데 이참에 이거 하나 드셔보시게. 내가 최근에 개발 중인 단약이거든? 효과는 직방일 거야.”

     

   의원의 말에 옆에 있던 아이가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것 같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의원은 경단 하나를 나에게 내밀었는데 고약한 냄새와 색도 누리끼리한 것이 흡사…….

     

   “와! 똥이다 똥! 스승님이 몸에 좋은 똥을 만들었어!”

   “어허! 조용히 하거라!”

     

   옆에 있던 아이는 말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는 재주가 있었다.

     

   나는 의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도저히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는 보이지 않는 비주얼.

     

   “이거… 먹을 수 있는 겁니까?”

   “음, 먹어야 될 걸세.”

   “네? 그게 무슨…”

     

   내가 가만히 충격적인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자 남자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자네 사정은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네. 학관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지? 그래서 여기도 도망치듯 온 걸 테고.”

     

   그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어쩌면 이건 2층의 정보를 얻을 절호의 기회.

     

   “이건 내가 최근에 개발한 단약이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아무도 시음을 안 해줘. 그래서 말인데……”

     

   의원이 말에 뜸을 들이며 내 눈치를 슬금슬금 살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것만 하나 먹어 주면 자네가 의약당에 얼마나 죽치고 있든 내가 눈감아주지! 그리고 심심하면 말동무도 좀 해주겠네. 어떤가? 이 깔끔한 거래!”

     

   의원의 말에 나는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호기롭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2층에 관한 정보다. 상황을 보니 애초에 내가 이곳에 존재했다는 설정인 것 같은데……

     

   움찔.

     

   “으윽!”

   “후후… 결정했군. 아- 하게.”

     

   나는 직접 경단을 받으려다 온몸이 저것을 거부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 새마냥 가만히 입을 벌렸다.

     

   “옳지!”

   “쓰으으으읍!”

   “어떤가? 효과가 좀 있나?”

     

   내가 단약을 입에 넣자 의원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반짝이는 눈망울로 나를 바라본다.

     

   쨥쨥.

     

   나는 억지로 턱을 움직여 이 빌어먹을 경단을 꼭꼭 씹었다.

   쓴맛과 비린맛이 동시에 후각을 마비시킨다. 얼굴이 절로 찡그려지고 온몸이 쪼그라드는 기분이다. 하지만.

     

   “굳이 그걸 왜 씹나? 그냥 삼켜야지. 일부러 크기도 작게 만들어줬구먼.”

   “우워어억.”

     

   삼키는 약이었다. 이런 약을 먹어 본 적이 있어야 알지. 그리고 삼켜야 하는 약이면 물도 같이 줘!

     

   “무, 무.”

     

   입에 찬 경단에 혀가 최대한 닿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니 물을 달라는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그 모습을 깔깔거리며 보고 있던 아이가 손뼉을 짝 치며 소리친다.

     

   “와! 더 달래요!”

     

   닥쳐 내가 언제.

     

   정보를 얻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그렇게 얻은 첫 번째 정보는 다행히도 이 의원이 거짓말쟁이는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쾌청단’을 섭취했습니다.]

   [피로가 회복됩니다.]

   [신체 능력이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아주 번쩍번쩍하지?!”

     

   의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솟아오르는 기운.

   기분이 전혀 안 쾌청했기에 이름값을 못 하긴 했지만 효과 하나는 정말 끝내줬다.

     

   ***

     

   나는 그 약을 삼키자마자 눈물콧물을 쏙 빼며 연거푸 물을 들이켰다.

     

   이걸 감사해야 하는지 화를 내야하는지 모르는 사이 의원은 그런 내게 미안한 감정을 느낀 건지 이후에 있었던 내 모든 질문에 고분고분 답변을 다 해줬다.

     

   “그러니까… 여기가 정무학관이라는 무림의 학교고 여긴 보건실……이 아니고 의약당?”

   “그렇다네.”

   “저는 비무 도중에 갑자기 쓰러져서 여기로 온 상태고요.”

   “……그렇긴 한데. 그… 미안하지만 조금만 뒤로 가주게 입 냄새가 너무, 우욱.”

     

   그의 말에 따르자면 이 정무학관은 꽤 이름 높은 문파의 제자들이 무공을 배우기 위해 다니는 하나의 교육 기관인 것 같았다.

     

   학생 수는 어림잡아 600명 정도.

   한 학년에 200명씩 끊어서 3학년까지 있는 것을 보니 고등학교와 비슷한 교육시설이 아닌가 싶었지만,

   재학생들의 나이가 15살부터 30살까지라는 말을 듣고는 참 무림은 개방적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네만 정말 기억이 안 나는 겐가?”

   “그렇다고 몇 번을 말합니까.”

   “아니, 그래도 말이 안 되지 않는가. 갑자기 기억 상실이라니… 방금 내 이름이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나?”

   “당휘소요. 아무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업이 있었던 것 같아서.”

     

   그의 말에 나는 대충 이해하라는 식으로 고개를 까딱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탑의 1층에서 순식간에 6일이 지나 버린 것을 생각하면 여유가 있을 때, 활동을 개시하는 게 현명한 판단일 것 같았다.

     

   나는 의약당을 벗어나 으리으리하게 지어진 건물 복도를 천천히 거닐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정갈한 풍경.

   분명 건물 내부를 걷고 있는데 고요한 숲속을 걷는다는 착각이 드는 장소였다.

     

   ‘무협지라…’

     

   2층의 배경이 무림이라면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었다.

     

   우선 첫째는 내가 다양한 무협지를 읽어 본 경험이 있는 독자라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현재 내가 있는 이곳이 다른 장소도 아닌 바로 ‘학관’이라는 부분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임무는 ‘이름난 고수 세 명’에게 인정받는 것.

     

   그리고 무림은 임무의 설명 그대로 약육강식의 강자존이었다.

   다시 말해 ‘학관’에 있는 고수라면 이곳의 교수진들이 포함될 것이고 무슨 수를 쓰든 셋을 골라 나의 힘을 인정받으면 아무런 탈 없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생각보다 쉬울지도 모르겠네.”

     

   나는 내 옆구리에 채워진 내 검을 만지작거리며 차가운 감촉을 느꼈다. 검을 쓸 일이 많을 것 같은 장소다.

     

   계획은 확실했다. 앞으로 30일간 수업을 들으며 좋은 성적을 내고 강한 모습을 보여 그들의 눈에 제대로 각인되면 된다.

     

   ‘이곳이 정파의 기관이라면 태도 점수도 크게 작용하겠지.’

     

   나쁜 모습은 모이면 안 된다.

   그저 모범생…… 그 누구도 딴죽을 걸 수 없는 완벽한 모범생이 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고 하던가. 처맞기 전까진.

     

   내가 그런 감상에 빠져있을 때, 복도 끝에서 나를 발견한 세 명의 청년 무리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아주 뻔한 클리셰가 나를 때리려한다. 젠장.

     

   “우리 시인이 여기 있었네?”

     

   이것도 무슨 탑의 조화인지 놈들은 곧바로 나를 안다는 듯 이름을 불렀다. 나를 괴롭힌다던 그 학생 놈들인가?

     

   “하하, 시인아 나는 네가 그렇게 똑똑한 줄은 몰랐다? 비무하다가 맞기 싫어서 기절한 척을 하다니 아주 천재야 천재!”

     

   중간에 있는 가장 귀공자 같이 생긴 놈이 말을 하자 좌우로 양익을 지키던 두 놈이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트린다.

     

   사실 놈들을 보며 썩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상황을 파악하느라 기분이 상할 틈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게다가 지금 내 느낌상…

     

   “너 이름이 뭐냐?”

   “……뭐?”

   “이름이 뭐냐고.”

   “이 새끼가 미쳤나…”

     

   우측에 있던 한 놈이 주먹을 치켜들며 나에게 한 걸음 다가온다.

     

   멀리서부터 오던 놈들을 보며 계속해서 들던 생각.

     

   부웅!

     

   “어쭈? 피해?”

     

   눈을 부라리는 똘마니1이 눈에 들어온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입만 살아 있는 쭉정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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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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