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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

   EP.33

     

   —

   『스승과 제자 – 월광月光』

     

   주제 : 연계

   난이도 : B

     

   설명 : 화영의 무공은 천월문天月門의 독문무공입니다. 천월문의 무공은 환幻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자유와 해방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화영은 무공의 진가를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깨달음을 얻도록 돕는다면 그녀 또한 당신을 도울 것입니다.

     

   임무 : 화영의 검을 보며 열흘간 수련하십시오. (단, 수련 성과에 따라 보상이 달라질 것입니다.)

   제한 : 화영에게 2회 이상의 깨달음을 준 자 (단, 화영이 수련 도중 당신에게 실망할 시, 수련은 실패로 간주됩니다.)

     

   보상 : 화영의 인정 / 천월문의 독문무공(B~?) 습득

   실패 페널티 : 화영이 적대적이 됩니다.

   —

     

   꼬박 하루를 싸돌아다니고 받은 첫 B랭크 임무였다.

   게다가 설명도 지금까지 받은 임무들과는 달리 상당히 독특한 편.

     

   ‘천월문이 어떤 문파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들이 떠올랐다.

     

   [‘빠른 납득(C-)’]

   [‘전심전력(C+)’]

     

   이 두 가지 스킬만 해도 가히 사기적이라 말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능력이었다.

   물론 이 두 가지는 잠재력이라는 베이스가 있었기에 성장의 여지가 있다는 특징이 있기는 했지만,

   그걸 제외하고도 최소 B랭크에 해당하는 독문무공을 습득할 수 있다는 건 나에게 구미가 당기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내일도 이곳에 올 것이냐 말한 화영이 우물쭈물하며 내 눈치를 보고 있다.

     

   솔직히 말해 마음 한편으론 찝찝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화영이라는 이 여자가 자신의 무공을 완벽히 소화해 내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도 그렇고 무공을 배우는 입장이 아닌 함께 수련을 하는 입장이라는 것도 그렇다.

     

   괜히 ‘월광月光’ 이라는 임무가 B랭크의 임무는 아닐 것이다.

   그만큼 어려운 과정을 겪게 될 것이고 내 능력이 부족하다면 임무를 이행하다가도 허물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네 내일도 올 예정입니다.”

     

   [임무를 수락했습니다.]

   [ ‘월광月光’ – 0/10 ]

     

   나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임무를 수락했다.

     

   실패? 그런 건 일단 부딪치고 나서 생각하는 게 오히려 정신 건강에 이롭다.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고 나중에 후회할 바에 어려워 보이는 일이라도 일단 도전은 해 보고 후련하게 털어내는 게 좋지 않겠는가.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화영은 그렇게 말을 남기고는 자기 검을 갈무리했다.

     

   내일부터 있을 수련.

   제대로 된 검술을 처음 배우게 될 기회였기에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왜 없어?”

     

   만 하루가 지나고 나는 당연히 수련관에 있을 화영을 만나기 위해 밤이 되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왔다.

     

   하지만 웬걸 수련관에는 낮에 수련을 마치고 돌아간 사람들의 흔적만 남아 있을 뿐, 어제 만났던 화영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거 독문무공이라더니 설마……?’

     

   나는 어이가 털리는 기분을 느끼며 어제 있었던 대화를 천천히 되짚었다.

     

   「혹시 내일 또 오실 건가요?」

   「네, 내일도 올 예정입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녀는 나에게 ‘내일 함께 수련을 하자’ 말하지 않았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내일 또 올 거냐’ 라고 물었을 뿐.

     

   생각해 보면 다른 것도 아닌 독문무공獨門武功이었다.

   다른 문파와 달리 자신의 문파에만 있는 고유한 무술을 그렇게 선뜻 내어줄 리가 없는 게 당연할지도 몰랐다.

     

   “귀찮게 됐네.”

     

   하지만 아주 기회가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임무는 사라지지 않았고 그 말인 즉, 현재 이 상황은 갑작스러운 변수가 아니라 임무를 진행하는 정확한 루트라는 것일 테니까.

     

   나는 수련관을 빠져나와 사람이 혼자 검을 휘두를 만한 으슥한 장소를 찾아 학관 전체를 헤매기 시작했다.

     

   텅 빈 교실을 찾아다녔다.

   이곳 외에도 크고 작은 수련관을 찾아다녔고 인적이 드물다 싶은 장소라면 일단 발부터 들이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까?

     

   멀지 않은 곳에서 어제와 비슷한 파공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소리를 쫓아 결국 정무학관 내에 있는 작은 언덕 공터에서 수련중인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츠팟!

   츠츠츳! 파앙!

     

   그녀가 펼치는 보법에 흙먼지가 일어나며 그 틈으로 아름다운 은빛 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제와 비슷한 움직임이었지만 확실히 내가 일러준 바에 따라 보폭이 조금 더 넓어진 상태였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나는 적당히 그녀와 거리를 두고는 조심스레 검을 뽑아 들었다.

   곰곰이 떠올려보면 내가 받은 임무는 그녀에게 검을 ‘배우라’는 내용이 아니었다.

     

   ‘화영의 검을 보며 열흘간 수련한다.’

     

   그저 검을 보며 수련한다.

   그리고 그녀가 깨달음을 얻도록 돕는다.

   그것이 임무의 주된 내용이었고 임무의 난이도가 높은 이유였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가?’

     

   특별한 지도 편달 없이 검술을 익힌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글쎄다.

     

   휙휙!

     

   나는 잡생각을 털어내기 위해 머리를 가로저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다.

     

   나는 화영의 동작 하나하나를 자세히 바라봤다.

   그녀의 걸음걸이나 검이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 그리고 검이 만들어 내는 파공음을 느끼며 그녀가 보여주는 무위가 어느 수준인지 최선을 다해 가늠했다.

     

   펼쳐지는 초식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녀의 보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고 그녀의 검로가 공격을 위함인지 수비를 위함인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빠른 납득(C-)’이 발동됩니다.]

   [천월문의 독문무공 ‘월광검법’의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나에게는 말이 필요 없는 개사기 패시브 스킬이 하나 있다는 거였다.

     

   ***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났다.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가능한 임무가 맞을까 걱정이 됐었다.

   하지만 내가 의외로 검에 재능이 있었던 것인지 정말 빠른 납득 스킬이 사기였던 덕인지 검을 익히는 데 생각보다 막힘이 없었다.

     

   나의 일정은 보통 이랬다.

     

   매일 해가 지기 직전, 공터에 먼저 자리를 잡고 화영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화영이 수련을 시작하면 최대한 그녀의 검을 눈에 담고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동작으로 그녀를 따라 해 본다.

     

   “휴우…”

     

   시간이 지나면 그녀가 피곤한 얼굴로 자리를 떠난다. 그럼 그때부터는 나의 시간.

   그녀가 밟았던 공터로 나가 발자국을 보고 그녀가 보여줬던 동작을 차근차근 카피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가 뜰 때쯤이 되면 의약당으로 찾아가 당휘소라는 의원의 단약 실험체가 되어 주고 그 거래 조건으로 낮잠을 잔다.

     

   그렇게 아주 보람찬 하루가 마무리되는 것이다.

     

   하지만 화영의 검을 훔쳐 배운지 일곱 째 날.

     

   너무 월광검법에 심취한 탓이었을까? 나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치고야 말았다.

     

   “시인…… 소협?”

     

   등 뒤로 들려온 화영의 목소리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며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화영은 자리를 떠나 자신의 숙소로 향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는 무슨 이유였던지 다시 공터로 돌아왔고 하필이면 그때가 간만에 내가 월광검법에 소소한 깨달음을 얻어 막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것이었다.

     

   “언제부터였죠?”

     

   무림에서 남의 무공을 훔쳐 배운 다는 것은 그저 지식을 도둑질 한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무공서 하나를 얻겠다고 목숨을 거는 싸움광들의 동네인데 오죽하겠는가.

     

   “네? 뭐가요?”

     

   그래서 나는 일단 시치미를 떼보기로 했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내가 무공을 훔치는 것까지는 못 봤을 지도 모른……

     

   “조금 전에 그거 월광검법 아니었나요?”

     

   아니네. 빼박이네. 이건 들킨 거네. 어, 그렇네.

     

   무공을 도둑질당한 그녀의 얼굴이 서서히 구겨지기 시작한다.

   첫날 내가 봤던 귀여운 소저의 얼굴은 어디 가고 뿔 없는 도깨비 하나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다.

     

   “자, 잠시 제 말 좀…!”

     

   스릉.

     

   그녀가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고는 더 이상의 설명 없이 나를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카아앙!

     

   나는 검을 들어 날아드는 화영의 검을 흘려 냈다.

     

   그녀의 검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하지만 다행이었던 점은 내가 지난 일주일간 다른 모든 것을 제쳐두고 오직 그녀의 검 하나만을 보고 또 연구했다는 사실이었다.

     

   카카캉! 카캉!

     

   휘두르고 베고 찌르고 올려치고.

   매일 같이 반복되던 그녀의 검을 떠올리며 나는 검을 마주했다.

     

   ‘더럽게 세네…!’

     

   나의 검이 화영의 검과 맞닿을 때마다 찰나의 불꽃이 일어나며 달빛을 흩트렸다.

   주변 공기가 변덕스러웠다. 어느 순간은 상대를 찢어발길 듯 날카로웠고 어떤 순간은 주변을 묵직하게 누르며 나를 압박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위협적이게만 느껴졌던 공격이 나의 상처가 늘어갈수록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어진 기나긴 공방.

   내가 겨우겨우 따라잡은 월광검법의 1초식이 끝나갈 쯤, 나는 천천히 이 싸움의 이상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왜……’

     

   그녀의 검이 당연하다는 듯이 나의 허리를 찔러 들어온다.

   나는 그것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받아친다.

     

   곧이어 나의 손목을 노려왔고 나는 검을 미세하게 비틀어 검을 흘려 냈다.

   다리를 노리는 수도 그랬고 목을 향한 살수도 똑같았다.

     

   ‘왜 맞춰주는 거 같지?’

     

   내가 모두 아는 검로였다.

   정말 매일 같이 휘둘렀던 그녀의 검이었고 그것을 보고 따라 하던 나의 검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진심으로 나의 목숨을 노리고 있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검을 들어 부족한 나의 검에 합을 맞춰주고 있었다.

     

   그렇게 이어진 공방.

   마침내 첫 번째 초식이 끝에 다다랐을 때, 묵묵히 검을 휘두르던 그녀가 검을 거두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였죠?”

     

   아까와 같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들은 나는 조금 전과는 달리 당당히 그녀의 눈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일주일 됐습니다.”

   “그렇군요.”

     

   그녀가 뭔가 생각이 깊어지는 듯 고개를 숙이고는 침묵을 유지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혹시 제 검에 부족한 점은 없었나요?”

     

   띠링.

     

   [당신의 성취를 놀랍게 여긴 ‘화영’이 자신의 검을 되돌아봅니다.]

     

   [‘화영’에게 알맞은 조언을 하십시오.]

   [‘화영’이 깨달음을 얻는다면 앞으로 당신의 수련을 도울 것입니다.]

     

   화영이 실망하고 실패할 뻔한 임무.

   죽여주는 운빨과 스킬빨로 인해 나는 드디어 무공과 함께 그것을 가르쳐 줄 스승을 얻을 수 있었다.

     

   ***

     

   나름 화영과의 마찰은 잘 해결이 됐다.

     

   상황을 돌아보니 내가 그 싸움에서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 못했다면 그 공터가 내 묫자리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B랭크의 스킬을 얻는데 아무런 대가가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검술을 고작 어깨너머로 숨어서 배워야 한다.

   그리고 고작 20살 남짓한 여성이라지만 무림인을 상대로 그 초식을 ‘실망’시키지 않고 펼쳐 보여야 한다.

     

   사실 이 임무는 내가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을 임무라는 것이다.

     

   “죽겠네 이거…”

     

   임무를 완수한 건 완수한 거고 다친 건 다친 것.

   온몸이 근육통을 호소하며 남겨진 검상의 쓰라림을 느낀 나는 잠도 자고 회복도 할 겸, 의약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끼익.

     

   평소와 같은 상황이었다.

   밤새 수련을 마친 나는 의약당에 들어와 당휘소에게 인사를 하고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본 당휘소는 짧게 혀를 찬 이후에 슬금슬금 나에게 개발 중인 단약을 먹이려고 각을 본다.

     

   “으응? 너 뭐냐? 다쳤냐?”

     

   하지만 평소와 달랐던 점은 화영과의 비무로 나에게는 꽤 눈에 띄는 상처가 생겼다는 것.

   나의 상처를 본 의원의 얼굴이 밝아지며 나의 앞에 시스템의 알림이 떠올랐다.

     

   [정무학관 의원 ‘당휘소’의 당신에 대한 호감도가 ‘반가움’입니다.]

     

   [새로운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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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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