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1

   EP.41

     

   사천당문 四川唐門

     

   약방의 감초처럼 무협지에는 결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무림의 명가로서 대게 타 문파와는 다른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암기제일 暗器第一」

     

   그들도 물론 다른 문파에서 그렇듯 기본적인 검, 도, 창을 사용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들의 주력 무기는 특이하게도 암기였고 그 특성은 당문을 사천 제일의 가문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은밀하게 이동하고 소리소문없이 상대를 제거하는 비술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위협적인 그들의 무공은 사파나 마교 따위와의 전쟁에서 막대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의 강점에서부터 시작됐다.

     

   대상을 암살한다는 것.

   물론 그것만으로도 정파의 고지식한 장로들의 마음에 거부감을 일으켰지만 더욱 큰 요소는 다름 아닌 그들의 또 다른 무공이었다.

     

   「용독제이 用毒第二」

     

   그들은 상대의 목숨을 취하는데 독을 사용했다.

   상대가 어떤 자들이든 상관없이 당문은 적들에게 독을 먹였다.

     

   그들이 마실 술과 고기에 독을 섞었고 위기가 닥치면 우물에 독을 풀어 체계 자체를 무너뜨리는 일도 서슴없이 저질렀다.

     

   그들의 무자비한 행보는 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완전히 배척될 수밖에 없었다.

   당당히 정파에 이름을 올리고도 정무학관에는 당문의 학생이 없었던 이유.

     

   당휘소는 그런 사천당문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정무학관에 의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

     

   ‘그런데……’

     

   저기 저 사람들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 정마전쟁을 승리로 이끈 일등공신이 당문이었거늘…

   – 은혜는 두 배로, 원수는 열 배로 갚는 것이 우리 사천당문 아니겠습니까. 이번 계획만 성공적으로 마치면…

   – 크흠, 목소리를 조금만 줄이시게.

     

   어두운 녹빛 무복을 입은 세 사람의 무인.

   그들의 의미심장한 대화를 듣고 있자니 의약당에서 단약을 빚고 있을 당휘소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의 일. 내가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 나의 눈앞에 새로운 알림창 하나가 떠올랐다.

     

   띠링.

     

   [새로운 임무가 도착했습니다.]

     

   —

   『사천당문의 강경파』

     

   주제 : 선택

   난이도 : B+

     

   설명 : 사천당문은 정파에 소속되어 있지만 정파의 무인들에게 은근한 경시를 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들은 정파에게 힘을 보여주자는 ‘강경파’와 그들과 하나가 되어 평화를 유지하자는 ‘온건파’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당휘소의 제자로서 사천당문의 계획에 훈수를 놓을 명분이 있습니다.

     

   임무 : 1) 강경파의 계획에 합류 / 2) 강경파의 계획을 제지

   제한 : 당휘소의 제자 / 사천당문의 무공을 익힌 자

     

   보상 : 당신의 선택에 따라 보상이 달라집니다.

   실패 페널티 : 사천당문의 모든 무인이 당신을 적대하게 됩니다.

   —

     

   강경파와 온건파.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정확히 알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들의 행동이 사천당문의 명예에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나는 당휘소의 제자로서 그들의 행동에 훈수를 둘 자격을 얻은 상태였다.

     

   “저기… 화영 소저.”

   “네?”

   “저 잠시 저분들이랑 대화를 좀 하고 오겠습니다.”

   “……네?”

     

   나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어쩌면 사형제가 될지도 모를 사람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내가 다가올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탓이었을까.

   그들은 내가 식탁 바로 옆에 설 때까지 나를 신경 쓰지 않았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식탁 위의 만두를 하나 집어 먹었다.

     

   “냠.”

   “???”

   “……?”

     

   그제야 나를 돌아보며 당황하는 당문의 무인들.

   나는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자연스럽게 합석했다.

     

   스슷.

     

   나의 뻔뻔한 모습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 그들은 자신의 품 안에 손을 집어넣으며 얼굴을 굳혔다.

     

   소매에서 반짝이는 암기들.

   독침과 단검 등 다양한 날붙이들이 언제든 나를 찌를 수 있다는 듯 흉흉하게 빛을 발한다.

     

   하지만 나는 당휘소의 제자였다. 나름 같은 문파의 문하생이며 연을 중요시한다는 당가의 사람들에게 굳이 쫄 필요는 없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정무학관 당휘소 님의 제자 김시인이라고 합니다. 사천당문의 제자 분들 맞으시지요?”

     

   나의 인사에 사람들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든다.

   갑자기 남의 음식을 집어 먹는 또라이를 본 것도 처음일뿐더러 그놈이 너무 뻔뻔하게 행동하니 도저히 반응을 할 타이밍을 놓친 모양.

     

   세 명의 무인이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무인 하나가 나를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천당문의 사람들이 맞긴 맞소만… 자네… 아니, 당신이 당휘소 그분의 제자라고?”

     

   삼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무인의 말에 나는 의외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금까지 그들은 굉장히 위험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원수니 계획이니 비무대회니 하는 것들.

   그리고 그 대화로 미루어 보아 나는 그들이 대화를 엿들은 나를 굉장히 경계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그들의 대화를 듣든 말든 크게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그들에게 중요한 건.

     

   “우리가 그걸 어떻게 믿소?”

   “당휘소 님의 제자? 그분이 제자를 들였다고?”

   “개가 똥을 끊지. 그분의 제자? 헛소리 마쇼.”

     

   내가 당휘소의 제자라는 사실인 모양이었다.

     

   “자네는 당휘소가 어떤 분인지 아나?”

     

   그의 말에 나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천당문의 일원이면서 지금은 정무학관 의약당에서 의원을 하고 계시는 분 아니십니까?”

     

   내가 아는 당휘소에 대한 정보.

   이제 생각하니 당휘소의 제자라 말하면서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나도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나름대로 나를 증명할 방법이 있었으니.

     

   “잠시만…”

     

   나는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당휘소와 함께 있으며 그에게 받은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리고 그중 그를 가장 대표할 만한 무언가를 보여 달라면.

     

   “으윽…! 그건 도대체…!”

   “이 새끼! 미친놈이었군! 주머니에 똥을 넣고 다니다니!”

     

   당휘소의 광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물건.

     

   바로 그가 손수 제작한 단약 쾌청단이었다.

     

   ***

     

   “진짜였군…”

   “그래… 저런 걸 만들 수 있는 분은 그분밖에는 없지…”

     

   당휘소의 광기가 사천당문에서는 이미 유명했던 것인지, 아니면 임무를 받은 상황이라 특별히 넘어가 준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았으나 그들은 생각보다 나의 말을 금방 믿었다.

     

   “그… 이름, 아니 성함이 김시인이라고 했던…… 음…”

   “거참 불편하…… 아니, 흠흠.”

     

   하지만 그 와중에 특이한 상황 하나가 발생했는데, 의외로 당휘소가 사천당문에서 꽤 높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제 사질이란 말이죠?”

     

   나의 말에 세 사람의 어깨가 순간 움찔한다.

     

   사질師姪이라는 단어.

   사형제들의 제자를 뜻하는 나에게는 낯설기만 한 단어였다.

     

   설명을 들어보니 나의 스승 당휘소는 앞에 있는 세 무인의 사부의 사부쯤 되는 배분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그의 제자인 나는 당휘소라는 낙하산을 타고 그들보다 한 단계 높은 배분에 안착한 ‘굴러들어온 돌’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사숙…”

   “후후…”

     

   하지만 사천당문은 혈연, 지연을 아주 중요히 여기고 있었다.

   배분의 차이가 확실해지자 고개를 숙인 그들의 모습. 나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간다.

     

   내가 받은 임무는 강경파인 그들의 계획을 따를지 막아설지 결정하는 것. 임무가 떠올랐을 때, 훈수라는 표현이 나온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았다.

     

   ‘간단하게 보면 간단하긴 한데 말이지……’

     

   앞서 설명했듯 사천당문은 정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가문이었다.

   물론 정파에 소속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소위 말에 왕따를 당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목적은 이번 비무대회를 통해 당문이 정파의 무시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당문의 저력을 정파의 무인들에게 똑똑히 심어주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문제라면 그들의 방식이 조금 극단적이라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비무장에 독을 뿌리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

     

   무향무취의 마비 독.

   도대체 그런 걸 어떻게 구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독을 비무장에 몰래 뿌려 모든 비무의 수준을 깎아 버리는 게 목적이라 했다.

     

   증거는 남지 않는다.

   하지만 세간에서는 정무학관의 수준을 얕잡아 볼 것이고 사천당문은 나중에 그것을 밝혀 당문의 가치를 무림에 퍼트릴 생각이라 말했다.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원수를 열 배로 갚니 어쩌니 했지만 솔직히 말해 생각했던 것과는 결이 다른 소심한 복수다.

   어쩌면 유치하기까지 한 그들의 계획을 듣고 있자니 좀 바보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쓰려는 것이 마비 독이라는 사실이었다.

     

   “사질들?”

   “예, 사숙.”

   “그 계획 일단 보류하시죠.”

     

   마비 독이 퍼져서 비무대회의 수준 자체가 떨어진다면 화영과의 약속을 이룰 수가 없게 된다.

     

   바닥에 처박혀 버린 수준의 비무는 안 된다. 화영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천월신공을 펼쳐 제대로 된 무공을 보여줘야 했으니까.

     

   “사숙. 저희는 무언가를 해야만 합니다. 이미 사천당문에서는 계획이 진행될 것이라 알고 있고 저희에게는 임무가 있으니까요.”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튜토리얼 때부터 수많은 임무를 받고 짜증나는 페널티를 신경 쓰며 반강제로 무언가를 행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임무는 나름대로 방법이 없지 않았다.

     

   “사질들 걱정하지 마시죠. 제가 다 생각이 있으니까.”

     

   애초에 그들이 비무대회를 망치려는 이유는 사천당문의 저력을 보여주기 위함.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임무들은 의외로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2층 – 청출어람]

   고수 세 명의 인정을 받는다.

     

   [스승과 제자 – 비무대회]

   비무대회 준결승에 진출해 화영의 인정을 받는다.

     

   [스승과 제자 – 소중한 연구자료]

   비무대회에서 당휘소가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둬 그의 인정을 받는다.

     

   [사천당문의 강경파]

   사천당문의 저력을 정파의 무인들에게 보여 준다.

     

   씨익.

     

   천월신공이든 사천당문의 무공이든 상관없었다.

   그냥 다 때려 부수고 우승을 차지하면 모두 해결되는 것이었다.

     

   ***

     

   본선 당일 아침.

     

   나는 비무대회장에 도착했고 첫 상대로 아주 반가운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차전

   【종악 – 해남파】

   【김시인 – 문파불명】

     

   “훗… 올라왔구나 김시인. 기다리고 있었다.”

   “어어, 그래 나도 반갑다.”

     

   2층에 도착한 첫날부터 너무나도 자주 보는 얼굴.

   이쯤 되면 악연을 넘어 운명이 아닐까 싶은 기분이었다.

   

다음화 보기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