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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4

   EP.54

     

   띠링.

     

   [Lv.4 보물 몬스터를 발견하셨습니다.]

     

   —

   [백수원숭이 Lv.4]

   : 온갖 짐승의 능력이 뒤섞인 거대 원숭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반짝이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완력이 강해 돌지네 정도는 맨손으로 찢을 수 있다.

   – 사냥에 성공할 시, 보석이나 팔찌를 드랍합니다.

   —

     

   검은 털이 덥수룩한 이족보행을 하는 괴물.

     

   외형만 봤을 때는 원숭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기괴한 괴물이었지만, 설명이 그렇다 보니 원숭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헐크 같은 느낌이네.’

     

   덩치나 털에 가려진 우람한 근육이 확실히 여느 만화 회사의 초록 괴물을 닮은 것 같기도 했다.

   걱정되는 점이라면 그 능력도 내가 떠올린 그것과 매우 흡사하지 않을까 싶다는 것.

     

   만약 내가 영화에서 봤던 그것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아니, 그런 끔찍한 생각은 하지 말자. 무작정 공격하지 않는 걸 보면 생각보다 약한 놈일지도 모르니까.

     

   ‘어쨌든 보물을 모으긴 해야 하니까.’

     

   지금 저 Lv.4 라는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아도 싸우긴 해야 했다.

   그나마 있는 정보라면 놈이 사람의 팔정도는 치킨 다리 뜯듯 순살을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저 괴물이 나의 월광검법을 보고 이곳까지 찾아왔다는 것.

     

   “금린, 내가 지금 하려는 건 보증되지 않은 공략법이니까 혹시나 눈먼 공격이 날아오면 알아서 피해. 알겠지?”

   “……네? 그게 무슨.”

     

   그렇다면 공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몰랐다.

     

   스스슷.

     

   나는 최대한 천천히 월광검법의 초식들을 펼쳤다.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하는 마력. 검의 주위로 흩어지는 얇은 빛줄기로 인해 유일하게 털이 덮이지 않은 놈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나는 것도 같다.

     

   – 크워……

     

   제일식 신월

   제이식 황홀경

     

   내가 무림에서 경험한 초식 중에서는 이 두 가지가 가장 번쩍이고 화려했다.

   물론 마력을 담아 해남의 검을 비슷하게 펼칠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대충 봐도 ‘와 저건 맞으면 아플 것 같은데?’ 싶은 위압감이 있어 지금 상황에 쓰기에는 적절치 않다.

     

   ‘꽤 똑똑한 놈이다.’

     

   반짝이는 것을 좋아한다는 특징은 그 짐승이 은근히 지능이 높은 놈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보통 짐승은 허기와 생존 본능으로 살아가지,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사치를 위해 무언가를 수집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니까.

     

   그렇기에 이 검무劍舞도 너무 오래 지속되어서는 안 됐다.

   놈이 아직 월광검법이 자기 목을 베어낼 흉기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 그때 놈을 사냥해야 했다.

     

   그런데 그때.

     

   – 크워워웍! 우! 우! 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도약하려던 순간, 괴물이 함성을 지르며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귀에 때려 박히는 걸걸한 괴성이 아닌 기분이 좋을 때나 낼 법한 흥이 오른 소리.

     

   띠링.

     

   [백수원숭이 Lv.4가 반짝이는 당신의 검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놈이 춤을 추듯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마치 회식 자리에 나온 부장님이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과 흡사한 모습이다.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진 하나의 알림은 나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백수원숭이가 자신의 보물을 내려놓고 사라집니다.]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보물을 흙바닥에 내려놓은 백수원숭이가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한다.

     

   정말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

   그리고 더 갑작스러웠던 것은 그 황당한 장면을 바로 옆에서 직관하고부터 바뀐 금린의 눈빛이었다.

     

   “어, 어떻게 아신 거죠?”

   “……뭘?”

   “보증되지 않은 공략법이라더니, 완벽하게 해내셨잖아요!”

     

   녀석은 나를 마치 대단한 선각자나 선견자를 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에 적이 일곱 명이라는 걸 알고 계셨던 것도 그렇고 아까 그 원숭이도 그렇고요!”

   “……”

   “그리고 그거, 마법이에요? 검에서 빛이 막 나오는 거 같던데 검기인가요?”

     

   목소리도 미세하게 떨리는 게 조금 전의 상황을 정말 감명 깊게 봤나보다.

   그저 원숭이의 정신이 팔린 사이 크게 한 방 먹일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얼떨결에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대인배가 되어 버린 상황.

     

   완벽한 오해. 이게 바로 소 뒷걸음에 쥐 잡는 격이 아닌가 싶다.

     

   ‘뭐, 굳이 정정해 줄 필요는 없겠지.’

     

   언젠가 이 녀석도 적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에 대한 오해가 깊어질수록, 그리고 대외적인 이미지가 잘 꾸며질수록 불리한 건 내가 아닌 적들이었다.

     

   ***

     

   띠링.

     

   [보물을 획득하셨습니다.]

     

   —

   [백수원숭이의 완력 팔찌]

   종류 : 보물

   랭크 : B

   설명 : 착용자의 근력을 증가시킨다.

   효과

   – 근력 Lv.1 증가

     

   ※ 단, ‘3층 – 경쟁전’에서만 효과가 발동됩니다.

   —

     

   보물이라고 불리기에는 다소 투박한 흑색 가죽 팔찌가 나의 손에 들어왔다.

     

   착용하는 순간부터 능력치를 올려주는 장비.

   아쉬운 점이라면 이 능력이 3층에서만 적용이 된다는 것이었지만, 그게 어디냐 싶다.

     

   [근력이 증가합니다.]

     

   나는 팔찌를 손목에 두른 후, 백수원숭이가 남기고 간 다른 보물을 하나 더 확인했다.

   백수원숭이가 남기고 간 흑색 돌.

     

   —

   [백수원숭이의 돌]

   종류 : 보물

   랭크 : Lv.4

   설명 : 백수원숭이가 그려진 돌이다.

   효과

   – ■■■

   —

     

   설명은 돌이라 적혀 있었지만 검은색 보석에 가깝다.

   흑진주와 흡사한 둥근 돌에는 자그마한 백수원숭이가 그려져 있었다.

     

   “오오, 이게 그 보물인가요?”

   “그런 것 같네. 이 팔찌도 보물에 포함되는 것 같고.”

     

   임무가 떠오른 시스템 창을 확인해 보니 보물의 개수가 [0/5]에서 [2/5]로 올라 있었다.

     

   앞으로 남은 보물은 3개.

   하지만 개인전의 핵심은 ‘5개 이상’의 보물을 찾아 ‘더 좋은 보상’을 노리는 것이었기에 이것으로 만족을 해서는 안 됐다.

     

   앞으로 있을 다른 경쟁전을 위해서나, 탑을 오르기 위한 기반을 마련함에 있어서나.

   이번 개인전에서 최대한 많은 보물을 모으는 것이 3층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인 것 같았다.

     

   그러려면.

     

   “이제 숨어서 이동은 그만두자.”

   “네?”

     

   나는 사냥을 할 테니, 너는 어그로를 끌어라.

     

   지금부터 보이는 괴물들은 감당이 되는 선에서 모조리 잡으면서 이동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

     

   서세영은 어릴 때부터 눈을 좋아했다.

     

   새하얀 눈이 새록새록 내리는 날이면 밖에 나가 눈사람을 만들고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아파트 옥상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하늘을 나는 듯한 착각에 빠져 감상에 젖을 수도 있으니 그녀에게 눈은 입시 스트레스를 날릴 자유를 상징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가지.

     

   폭설 경보가 떨어진 날이면 눈을 그렇게 좋아하던 서세영도 집안에 보일러를 켜고 앉아 코코아를 마셨다.

     

   “언니! 저 얼어 죽을 것 같아요!”

   “나…! 나도…!”

     

   그리고 그 말인 즉, 온실 속 화초로 자랐던 서세영이 이런 눈폭풍 속에서 설산을 오를 경험은 당연히 없었다는 말.

     

   설산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

   서세영과 한가민은 살을 에는 칼바람을 등진 채, 몸을 녹일만한 장소를 찾아 설산을 헤매고 있는 중이었다.

     

   “저희 지금 제대로 가는 거 맞아요?!”

   “아마도…!”

     

   한가민의 물음에 서세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산 중턱에서 봤던 동굴이 이 근방에 있었다.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이 칼바람에 무작정 맞서는 것보다야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바람이 향하는 길로 움직여야 해.’

     

   바람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향한다.

   눈이 내려 땅이 얼어붙으면 공기가 가라앉아 대기의 기압이 올라가고 사막 같은 뜨거운 지역의 경우 땅이 달아올라 공기가 상승하니 저기압이 되는 것이다.

     

   그런즉, 개인전으로 설정된 이 땅이 수백 킬로미터가 되는 게 아니라면, 충분히 걸어서 따뜻한 지역으로 갈 수 있음을 의미했다.

     

   ‘결국 추측이긴 하지만……’

     

   밑져야 본전. 보물을 찾으라는 미션인데 그냥 동사한 채, 경쟁전을 마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저런 동굴을 찾아 들어가면 혹시 모를 보물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고.

     

   휘이이…잉……

     

   서서히 동굴이 있는 바위산에 가까워지자 주변이 막힌 탓인지 바람이 잦아들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거리.

   가시거리에 동굴의 입구가 들어오자 서세영과 한가민은 걸음 속도를 높였고 그곳에 다다르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언니 누가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게.”

     

   선객이 있었다.

     

   동굴 초입에 들어서자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 그리고 동굴 내부로 연결되는 통로에 자그마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 같았다.

     

   매서운 눈보라가 기억나지 않을 만큼 따뜻한 기운이 마중을 나오자 얼어붙은 몸이 녹아내린다는 착각마저 든다.

     

   지금부터는 선택의 시간.

   동굴 안으로 진입해 불을 피운 사람을 대면할 것인가, 동굴 입구에 죽치고 있다가 몸이 좀 풀리면 다시 저 한랭지옥으로 뛰어들 것인가.

     

   물론 당장 이곳을 떠나 보물을 찾으러 진격하자는 선택지가 있었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 이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없었다.

     

   “…들어가 볼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밖에 비해 상대적으로 따뜻하다고 느꼈을 뿐이지, 동굴 입구도 마냥 따뜻한 공간은 아니었다.

     

   그녀들은 그렇게 동굴 내부로 걸음을 옮겼다.

   물론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무장을 단단히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벅저벅.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동굴 내부를 가리고 있던 코너를 돌아서는 순간 두 사람은 동굴의 넓은 동공 구석에 쪼그려 앉아 휴식을 취하는 한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

     

   그 사람은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벽에 기대어 있었다.

   인사를 한 번 나눠본 적도 없었지만 익숙한 외형.

     

   “언니, 저거 그때 로비에서 그 어인…”

   “쉿.”

     

   한가민의 작은 속삭임에 서세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인들의 리더 격으로 보이던 ‘청린’이라는 이름의 어인.

   김시인이 언급한 3층에 있던 강자 중, 가장 피했으면 했던 하나를 만나 버린 상황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누탑협에서 거의 처음으로 쓰는 작가의 말이네요 ㅋㅋㅋㅋ

늘 제 작품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추석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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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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