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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

   EP.57

     

   개인전에 있는 지형 중, 가장 공략이 까다로운 지형을 고르라면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사막을 꼽을 것이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그저 모래.

   그나마 하늘을 보면 푸른색이 있긴 했지만 눈뽕을 논스톱으로 꽂아 버리는 강렬한 햇빛 탓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물론 밀림이나 설산 등이 탐험하기 쉬운 지형이라는 말이 아니다.

   사막보다는 뭔가 있을 것이라는 묘한 기대감이 있으니 기분이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사막 지형이 어렵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도, 지루함도 아닌 바로 사막 특유의 ‘몬스터’ 때문이었다.

     

   “아니, 도대체 계속 어디서 기어 나오는 거야 이 벌레 새끼들은!”

     

   사막에서 개인전을 시작한 박조철이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사막의 몬스터들에 의해 울분을 터트리자 옆에서 입에 들어간 모래를 뱉어내던 남궁천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그러게 말입니다. 눈도 따갑고 모래도 씹히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몬스터 자체가 벌레인 탓에 개체 하나하나가 그렇게 강한 느낌이 아니었다.

   칼로 푹하고 찌르면 아무리 외골격의 키틴질이 단단하다 해도 금방 잘라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놈들의 형상이 지네, 거미, 전갈 따위의 독을 가지고 있을 법한 생물들이라는 것.

   게다가 벌레들의 사냥 습성도 그대로 가지고 있는지 대부분 기척도 없이 땅속에 숨어 있다가 빰! 하고 튀어나와 플레이어들을 습격했다.

     

   안 그래도 더워서 체력도 급격하게 깎여나가는데 쉬지 않고 달려드니 정신력 소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조철 씨, 그래도 아까보다 달려드는 물량이 좀 줄어든 것 같지 않습니까?”

   “후우… 그만큼 많이 잡았으니까요.”

   “그놈들이 모두 보물을 가진 게 아니라는 사실이 비통하군요.”

     

   두 사람이 지금까지 잡은 벌레만 해도 최소 백 마리.

   하지만 Lv.1이나 Lv.2의 몬스터는 잡몹 취급을 하는 것인지 사냥에 성공해도 보물이 거의 드랍되지 않았다.

     

   그나마 얻은 건, 처음 달려든 Lv.3의 돌지네를 잡았을 때 획득한 ‘신속의 반지’라는 이름으로 민첩성을 1씩 올려주는 반지 2개 정도.

     

   이런 식이라면 보물 5개를 모두 모아 개인전을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 같았다.

     

   “이런 식이면 끝도 없을 거 같은데 뭔가 방법 없습니까?!”

     

   박조철이 남궁천호를 향해 소리치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나마 잠잠해졌다 싶었는데 다시 땅속에서 아까와 비슷한 진동이 느껴졌기 때문.

   이 진동이 느껴진 다음에 벌레들이 많이 튀어나왔으니 이 지루한 싸움의 원인이 이것에 있을지도 몰랐다.

     

   “땅속에 큰 놈이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놈을 조져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럼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재수 없으면 모래를 꽤 많이 드실 겁니다. 한 번 해볼까요?”

     

   서걱!

     

   남궁천호가 마침 땅에서 튀어나온 거미의 배를 찌르며 말하자 박조철이 화색을 띤 채, 그를 돌아봤다.

     

   그도 2층을 클리어한 사람.

   자신이 3층으로 올라오며 몰라보게 달라졌듯, 그도 분명 초인적인 능력을 얻었을 것이 분명했다.

     

   “뭐가 됐든 시원하게 가시죠!”

   “그러시다면야! 조철 씨, 조금만 뒤로!”

     

   박조철을 향해 웃어 보인 남궁천호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인을 맺기 시작하자 뜨거운 바람이 서서히 그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주변 공기가 묵직해졌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선풍旋風!”

     

   그가 땅을 내려쳤고 그곳을 중심으로 돌풍이 불어닥치며 모래를 하늘 높이 끌어올렸다.

     

   그가 2층에서 배워왔다는 도술.

   이미 초인이 되어 버린 플레이어에게 쏜다고 큰 피해를 입힐 것 같지는 않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땅속에 숨은 벌레를 찾기 딱 좋은 기술이었다.

     

   “들어갑시다!”

   “모래 많이 먹겠네!”

     

   남궁천호의 신호에 맞춰 박조철이 구덩이 안으로 뛰어들었다.

     

   [‘초감각’이 발동됩니다.]

     

   [Lv.2 보물 몬스터를 발견하셨습니다.]

   [Lv.1 보물 몬스터를 발견하셨습니다.]

   [Lv.1 보물 몬스터를 발견하셨습니다.]

   [Lv.2 보물 몬스터를 발견하셨……

     

   생각보다 깊게 파인 구덩이에서 수십 마리의 크고 작은 벌레들이 박조철의 감각센서에 걸렸다.

     

   생각보다 넓고 어두운 지하. 이 위가 모래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단단한 바위로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명화明花!”

     

   박조철 보다 한 박자 늦게 들어온 남궁천호가 바닥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외치자 작은 꽃이 주변에 쏙쏙 피어나며 주변을 밝히기 시작한다.

     

   – 키릭?

   – 끼이이익?

     

   사냥감이 구덩이 안으로 들어올 줄은 생각도 못 하고 있던 벌레들.

   놈들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가자 박조철의 등줄기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난다.

     

   “징그러운 새끼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Lv.4 보물 몬스터를 발견하셨습니다.]

     

   —

   [사막 지주왕 Lv.4]

   : 땅속에 사는 거대한 거미다. 뜨고 있는 눈만큼 다른 벌레를 조종할 수 있지만 본체의 힘은 그리 강하지 않다. 벌레를 조종할 수 있기에 웬만하면 자신의 둥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 사냥에 성공할 시, 보석이나 목걸이를 드랍합니다.

   —

     

   벌레들의 뒤에 숨어 있던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크기의 거미.

   또륵또륵 굴러가는 수십 개의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없던 환공포증이 생길 것 같았다.

     

   “지주왕이라……”

     

   철컥.

     

   그 모습을 본 박조철이 검을 고쳐 잡으며 앞으로 달려 나갈 준비를 마쳤다.

   지금부터는 사냥을 성공하기 전까지 칼춤을 춰야할 뿐.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박조철 씨.”

   “네?”

     

   하지만 그때, 그의 뒤에 서 있던 남궁천호가 조심스레 그를 불러 세웠다.

     

   “혹시 저기 거미 앞까지만 길 좀 뚫어 줄 수 있겠습니까?”

   “무슨 좋은 수가 있습니까?”

   “사실 조금 개인적인 욕심이긴 한데……”

     

   하지만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능력이 없는 일반인이 아니었다.

   신체적인 초인인 것을 넘어서 판타지 소설에서나 접하던 초능력자가 된 것. 물론 그 능력에 한계는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만들어 낼 수준에는 도달했다.

     

   “혹시 박조철 씨는 거미줄에 불 붙여 보신 적 있습니까?”

   “없습니다만…… 설마 불도 쏠 줄 아십니까?”

   “제 필살기 같은 겁니다.”

     

   남궁천호의 말에 박조철의 눈빛에 생기가 돋아났다.

   거미줄에 불을 붙여 본 적은 없지만 불이 벌레의 약점이라는 사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손으로 불덩이를 쏘는 낭만. 사나이라면 한 번쯤은 꿈꿔 봤을 마법이 아니던가!

     

   서걱-! 촤아악-!

     

   “따라오시죠!”

   “감사합니다! 꼭 한 방 쏴 보고 싶었어요!”

     

   덤비는 벌레들을 베어 넘긴 박조철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지주왕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샤샤샥!

     

   그의 거침없는 돌진에 남궁천호가 그 뒤를 따르며 수인을 맺는다.

     

   신선들의 힘.

   판타지의 개념으로는 마법이나 정령술에 가까운 힘을 다룰 수 있게 된 남궁천호였고 나중에 거대한 벌레 타입의 몬스터를 만나면 이 한 방은 꼭 먹여 보고 싶었다.

     

   화르륵-!

     

   그의 손에서 불줄기가 뿜어졌다.

   소방차의 물 대포와 흡사한 기다란 불줄기가!

     

   – 키에엑!

   – 키르륵…!

     

   주변에 있던 벌레들이 놈의 명령을 받아 화염이 지나는 경로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의 불은 Lv.1이나 2쯤 되는 작은, 그것도 벌레들이 막아 내기는 불가능했다.

     

   둥지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설명 때문인지 요지부동인 지주왕.

   불줄기가 결국 사막 지주왕의 아랫배에 직격하자 순식간에 놈의 배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퍼어어억!

     

   – 끼에에에에에엑-!!!

     

   고통의 몸부림이 시작됐다. 불을 끄기 위해 이리저리 벽에 처박기 시작하는 거미.

     

   “지금!”

     

   그 틈을 놓칠 박조철이 아니었다.

   한눈에 봐도 지친 기색이 역력한 남궁천호를 뒤로한 채, 그가 지주왕에게 달려들었다.

   2층에서 괴물들을 사냥하며 경험했던 레이드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몸이 불타는 와중에도 정신이 남아 있던 것인지 그를 향해 벌레들이 달려든다.

     

   서걱!

     

   순식간에 대가리가 날아가는 저렙의 벌레들.

   주변에 깔려 있던 거미줄마저 남궁천호의 불줄기에 잿더미가 되었으니 박조철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쿵!

     

   불타버린 거미줄이 지주왕의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반쯤 누워 배를 까고 뒤집어진 거미. 그리고 박조철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도약했다.

     

   타앙-!

     

   자신에게 달려드는 박조철을 밀치기 위해 놈의 다리가 꿈틀거린다.

   하지만 불편한 자세로 휘둘러진 놈의 다리보다 박조철의 신형이 빨랐다.

     

   “하압!”

     

   그렇게 박조철이 내지른 검.

   박조철도 남궁천호도 이것으로 짜증나던 사막의 싸움이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촤아악!

     

   놈의 배 끝자락에서 뿜어진 거미줄만 아니었다면.

     

   “커억!”

     

   순간의 충격으로 지주왕의 배에 거의 닿았던 박조철의 검이 그의 손을 떠났다.

   쏘아진 거미줄에 의해 뒤로 멀찍이 튕겨진 박조철.

     

   마지막 한 방을 먹이기 위해 공중에 몸이 떠 있던 그였기에 튕겨지는 몸을 가눌 방법은 없었다.

     

   쿠당탕탕-!

     

   그가 바닥을 몇 바퀴 구르며 피가 거친 기침을 토해냈다.

   바로 앞에서 복부에 거미줄을 정통으로 맞아 장기가 손상된 것인지 그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끄으으……”

     

   갑작스러운 공격에 나가떨어진 박조철을 바라본 남궁천호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모래를 퍼 올리고 동굴을 밝히고 이어진 화염포를 쏘기까지 너무 많은 마력을 사용한 탓.

     

   상대가 벌레인 탓에 무의식적으로 가장 좋은 수라 여긴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았다.

     

   – 끼르륵… 끼이이이…!

     

   쓰러져 있던 지주왕의 불이 꺼지며 놈이 서서히 몸을 일으킨다.

   모래와 흡사한 색이었던 몸체는 까맣게 다 타버렸고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지만 중요한 건, 놈은 움직이는데 두 사람은 움직일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이런 젠장…! 쿨럭…!”

     

   바닥에 쓰러져 있던 박조철이 거미줄을 풀어 보기 위해 악을 썼다.

   하지만 바닥을 몇 차례 구르며 끈끈하게 달라붙어 버린 거미줄을 떼어 내기에는 팔이 부러진 것인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 키에에에!!!

     

   지주왕의 비명에 두 사람은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어두컴컴한 모래 땅굴 속.

   이제는 빛을 내던 꽃도 시들어 버려 시야도 어두웠고 더 이상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조철 씨, 먼저 로비로 돌아가시죠.”

     

   이럴 바에는 개인전 무대 밖으로 탈출해 저 징그러운 거미의 밥이 되지 않는 방법 뿐.

   물론 개인전에서 얻은 물품을 챙길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산 채로 벌레한테 으적으적 씹히는 경험을 하기 전에 탈출하는 게 맞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그때.

     

   츠츠츳.

     

   “어?”

     

   이미 어두워진 시야의 끝.

   거미가 다가오고 있어야 할 장소에 작은 빛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츠츠츠츳!

     

   처음에는 잔잔했던 빛줄기가 점점 더 밝고 아름다운 광채를 뿜는다.

   마치 새벽의 산책길을 밝히는 한 줄기의 월광처럼, 그것은 땅을 비추며 거미가 있을 동굴 안쪽을 향해 늘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남궁천호가 보게 된 광경.

     

   그 빛의 길에는 검 끝에서 뿜어낸 수십 갈래의 빛줄기를 거미에게 쏟아내는 김시인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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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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