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8

   EP.58

     

   넓디넓은 사막에서 박조철과 남궁천호는 발견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였다.

     

   “어? 혹시 이 소리 들리세요?”

   “무슨 소리?”

     

   사막에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걸음을 멈춘 금린.

   녀석이 잠시 눈을 감으며 지느러미를 닮은 귀를 쫑긋거리기 시작했다.

     

   “음… 지금 이 근처가 조금 요란해요. 싸움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건 땅속인 것 같은데요?”

     

   소리도 결국에는 공기의 진동을 고막을 통해 느끼는 것.

   물속에서 생활하는 어인족들이니, 진동을 사람보다 더 예민하게 느낀다 해도 딱히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래? 몬스터들이 영역 싸움이라도 붙었나?”

     

   지금까지 겪어 본 바로는 Lv.3 이상의 몬스터들은 지능이 꽤 높아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그 일대를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몬스터들이 안 그래도 사냥감이 부족한 사막에서 영역 싸움을 한다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하지만 내가 금린의 설명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녀석은 눈을 조금 더 깊게 찡그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냥 제 감이지만 스케일이 좀 커요……”

   “여기에서 멀어?”

   “아뇨 가까워요. 저도 그렇게 먼 거리를 탐지하지는 못하거든요.”

     

   녀석의 말에 나는 씩 웃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럼 가자.”

     

   몬스터들의 싸움이든 사람과 몬스터의 싸움이든 중요한 건 그곳에 꽤 괜찮은 몬스터가 있다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밀림을 헤쳐 나오며 사냥한 몬스터만 해도 상당히 많은 수를 차지했다.

     

   Lv.1부터 Lv.3까지.

   물론 Lv.4의 백수원숭이를 만나기도 했지만 녀석은 내 월광검법에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보물을 놓고 떠났으니 사냥했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어폐가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많은 몬스터를 잡고도 내가 수집한 보물이 고작 3개뿐이라는 것.

   Lv1, Lv2의 몬스터는 그냥 보물을 드랍하지 않는 것 같았고 Lv.3 부터가 진짜 사냥 대상인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내가 전투 장소로 가보려는 이유.

     

   “위험할지도 몰라요.”

   “그래서 가는 거야.”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잡아야 보물을 얻는다.

   그것만으로 위험지역을 찾아갈 이유는 충분했다.

     

   ***

     

   그렇게 나는 금린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굉장히 인위적인 모래 구덩이를 발견했다.

     

   마치 ‘여기가 던전이오!’라고 대놓고 광고를 하는 듯한 비주얼.

   아래에서 불빛이 번쩍이고 굉음이 들려오니 금린이 말한 전투지역이 여기가 맞는 것 같았다.

     

   나는 곧장 구덩이 아래로 뛰어들었다.

   미끄럼틀을 타듯 부드럽게 입장한 정체불명의 던전. 어두컴컴한 구덩이의 끝에 도달하자 나는 눈에 들어온 광경에 곧장 월광검법의 초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월광검법 제일식 月光劍法 第一式

   신월 新月

     

   츠츠츳!

     

   나의 검 끝의 마력이 일렁거리며 은은한 광채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광선을 쏘아낼 듯 번뜩이는 검.

     

   정면의 거대 거미와 함께 월광에 비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의 시야에 들어온다.

     

   바닥에 쓰러진 남궁천호와 거미에게 먹히기 직전의 박조철.

     

   그들이 어쩌다가 이곳에 들어왔는지, 그리고 무슨 전투를 펼쳤기에 집채만 한 거미를 숯검댕이로 만들어 버렸는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박조철부터 살려야 한다는 것.

     

   나는 하늘을 향하고 있던 검을 그대로 그어 거미의 배를 갈랐다.

     

   띠링.

     

   [‘사막 지주왕 Lv.4’ 사냥에 성공하셨습니다.]

   [보물을 획득하셨습니다.]

     

   괴물의 사망을 알리는 메시지와 함께 공중에 떠오르는 거미를 닮은 황금빛 목걸이.

     

   —

   [사막 지주왕의 마력 목걸이]

   종류 : 보물

   랭크 : B

   설명 : 착용자의 마력을 증가시킨다.

   효과

   – 마력 Lv.2 증가

     

   ※ 단, ‘3층 – 경쟁전’에서만 효과가 발동됩니다.

   —

     

   그리고 그 뒤로 낯설지 않은 황금색 보석이 하나 나타났다.

     

   —

   [사막 지주왕의 돌]

   종류 : 보물

   랭크 : Lv.4

   설명 : 사막 지주왕이 그려진 돌이다.

   효과

   – ■■■

   —

     

   백수원숭이를 잡고 얻었던 것과 같은 종류의 보석.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잘 나오지도 않는 Lv.4 짜리 몬스터를 잡고 나온 물건이니 어딘가 쓸모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감상도 잠시.

   나는 거미줄에 뒤엉킨 채, 기절한 박조철을 들쳐업고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궁천호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

     

   “박조철 씨 몸은 좀 괜찮으세요?”

   “끄응, 좀 뻐근하긴 한데 그럭저럭 움직일만하네요. 근데 팔이 좀 아프긴 합니다만…… 너무 굴렀나?”

     

   한참을 거미줄과 씨름한 끝에 힘겹게 빠져나온 박조철이 어깨를 이리저리 돌리며 몸을 푼다.

   빠진 팔은 기절한 사이에 남궁천호가 다시 끼워 맞춰놨는데 이번에도 다행히 아귀가 맞아 잘 조립된 모양이었다.

     

   “시인 씨 덕분에 살았습니다. 저도 탈진하고 박조철 씨도 전투 불능이었는데…… 그나저나 이 꼬마 친구는 누굽니까?”

     

   남궁천호가 내 옆에서 멀뚱히 두 사람을 보고 있는 금린에 대해 물었고 나는 녀석과 만난 상황에 대해 간단하게 경쟁전 초입의 상황을 설명했다.

     

   “아, 그럼 임시동맹이군요.”

   “뭐 그런 느낌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흐음……”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남궁천호가 뭔가 고민이 되는 듯, 금린을 힐끗거리더니 입을 달싹거린다.

     

   “어? 뭔가 중요한 말을 하시려는 거면 제가 좀 비켜 있을까요?”

     

   나름 눈치가 있는 것인지 자리를 피해주려던 금린.

   하지만 그 모습을 본 남궁천호는 짧게 콧바람을 불고는 그냥 앉아 있으라며 손을 까딱거렸다.

     

   “뭐, 들어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조금 전에 저 거미가 죽으면서 물건을 하나 건져서요.”

   “물건이요?”

     

   땅속의 몬스터가 떨어뜨릴 만한 물건이 뭐가 있을까.

   아니, 그 전에 보물 말고도 다른 물건이 나오기도 하는 건가?

     

   남궁천호의 말에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가 재밌는 장난감을 소개하기 직전의 꼬마처럼 가볍게 웃기 시작했다.

     

   “이겁니다.”

     

   스윽.

     

   “이건……?”

     

   낡은 갈색 종이.

   파피루스인지 가죽으로 만든 무엇인지 조금 두꺼워 보이는 감이 있는 물건이었지만 확실한 건, 이게 예사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거 설마 지돕니까?”

     

   개인전의 지형이 속속들이 그려진 그림.

   북쪽의 설산부터 그 경계에 닿은 밀림과 사막, 그 외의 바위산 지형이나 화산 따위의 모든 지형들이 그려진 지도를 보자 금린의 눈이 반짝인다.

     

   “여기 이거 백수원숭이 아닌가요?”

   “그런 것 같은데……?”

     

   금린의 손끝을 따라가자 밀림 끝자락에 그려진 온갖 짐승을 섞은 원숭이의 얼굴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단순한 그림이었지만 확실히 나에게 팔찌와 보석을 주고 자리를 비킨 그 녀석이 맞는 것 같았다.

     

   지도에는 별의별 기호들이 많이도 표시되어 있었다.

   각 지형의 날씨와 특징부터 그곳에 사는 몬스터나 레벨까지… 마치 게임 속 미니맵을 보는 것 같은 미묘한 느낌이 들자 지금 우리가 얼마나 횡재를 한 것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걸 가장 강렬하게 느낀 게 남궁천호인 것 같았고.

     

   “여러분 반응이 너무 시원찮은 것 아닙니까? 지금 이거 거의 맵핵이라고요.”

     

   그의 말이 맞았다.

   지도를 보니 각 지역마다 Lv.4의 몬스터가 표시된 곳은 5개 남짓.

   개인전이 진행되는 며칠 동안 Lv.4짜리 몬스터만 꼬박꼬박 사냥해도 30개에 가까운 보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동하는 길에 Lv.3 짜리 몬스터까지 차곡차곡 정리한다 치면…… 1등도 어렵지 않겠는데?’

     

   게다가 말은 안 했지만 지도에 [?]로 표시된 지역도 있었다.

   개인전 필드의 한가운데. 검은색 가시덤불 같은 것이 그려진 이상한 지형 중앙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괴한 그림도 하나 그려져 있었다.

     

   “이게 보스 같죠?”

   “아무리 봐도 그러네요.”

     

   지금 우리가 사냥한 것이 필드 보스라고 치면 중앙에 있는 시커먼 물음표는 던전의 라스트 보스.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저 보스를 잡는 사람이 다음 모든 경쟁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다분해 보였다.

     

   “우선 중심을 최종 목적지로 두고 루트를 짜보죠. 자잘한 몬스터는 피하면서 필드 보스를 사냥하는 식으로요.”

     

   나의 말에 두 사람을 포함한 꼬마 어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대화에 몰입하고 있던 금린. 이제 보니 청린을 찾을 때까지만 합류하겠다는 말은 이미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

     

   그 시각 화산 지형.

     

   [Lv.4 보물 몬스터를 발견하셨습니다.]

     

   —

   [화산 정령 Lv.4]

   : 화산에서 불의 기운으로 태어난 화염 골렘이다. 금속을 먹고 살며 섭취한 금속을 이용해 신체를 구성한다. 몸이 과하게 무겁기에 움직임이 둔하다. 비가 오지 않는 화산 지형을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 사냥에 성공할 시, 보석이나 브로치를 드랍합니다.

   —

     

   – 크워어어어!

     

   “산개…! 산개하라!”

     

   쿠콰과광!

     

   화산 정령이 던진 불덩어리를 미처 피하지 못한 플레이어 하나가 리타이어 되며 신성국 그룹의 인원이 또 하나 줄어들었다.

     

   시작과 동시에 성녀를 찾기 위해 움직인 사람들.

   무리한 강행군을 한 탓인지 오는 길에 몇몇 신성국 플레이어들이 죽어나갔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중요한 것은 성녀를 지키는 것이다.

   멸망해 버린 세상을 구원할 유일한 희망이 그녀뿐이라 믿었기에 모두가 극단적이라 말해도 그들은 꿋꿋이 그들의 신념을 위해 움직였다.

     

   “랜든!”

     

   그리고 그들의 중심.

   손을 뻗은 성녀가 화산 정령에게 달려드는 적색 기사를 향해 신성력을 쏘아 보냈고 그 일렁거리는 빛을 맞은 기사가 자신의 검을 정면으로 내질렀다.

     

   피이잉!

     

   공기를 찢어발기는 날카로운 소음이 일어나며 빛줄기가 정령의 가슴을 관통하자 정령의 몸이 급격하게 팽창하며 이내 폭발했다.

     

   “성녀님을 보호하라!”

     

   정령의 파편이 이리저리 튕겨 나가자 방패를 든 성기사 몇몇이 성녀의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몸을 가렸다.

     

   띠링.

     

   [‘화산 정령 Lv.4’ 사냥에 성공하셨습니다.]

   [보물을 획득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화산 정령의 목숨을 취한 적색 기사 랜든의 앞에 붉은 빛깔의 브로치가 떨어진다.

   체력을 올려주는 보물. 랜든은 화산 정령으로부터 획득한 전리품을 성녀에게 보이기 위해 곧장 걸음을 옮겼다.

     

   이것으로 성녀를 위한 보물 5개가 모였다.

   이제 그녀를 먼저 경쟁전 밖으로 보내고 각자도생하여 보물을 모으는 일만 남은 상태.

     

   “마지막 브로치입니다.”

     

   랜든은 고개를 숙이며 성녀에게 전리품을 건넸다.

   하지만 그녀는 한참을 그가 내민 브로치를 받지 않았고 의문이 든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는 이제까지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낡은 종이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지도인 것 같습니다. 랜든 경.”

     

   그녀의 시야에 낡은 지도의 중심에 그려진 흑색 지역이 보였다.

   가시덤불이 얼기설기 꼬여 길을 막은 듯한 모양새.

     

   “다음 목적지는 이곳으로 하죠.”

   “충!”

   “충!”

     

   그녀가 손으로 지도의 중심을 찍자, 주변에 있던 기사들이 검례를 올렸다.

   원래의 계획은 그녀를 로비로 돌려보내고 남은 신성국의 기사들끼리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었지만 그녀의 선택이 그러하다면 따르는 것이 신하의 도리다.

     

   모든 기사들이 자신의 병장기를 갈무리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다음 목적지는 개인전 필드의 중심지. 누가 봐도 최종 보스가 있을 법한 그곳이 그들의 종착점이었다.

   

다음화 보기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