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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

   EP.60

     

   띠링.

     

   [‘죽음의 숲’에 입장하셨습니다.]

     

   사위가 고요했다. 죽음의 숲이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을 가라앉은 침묵.

   서세영은 다른 장소에 비해 너무나도 조용한 분위기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끼며 괜히 팔을 쓸어내렸다.

     

   “언니… 이거 발자국인 것 같죠?”

     

   하지만 이곳에 사람이 없다는 말은 아니었다.

   지도를 얻은 것이 그들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어두컴컴한 숲길에는 묵직한 부츠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으니.

     

   상당히 깊게 파인 흔적들.

   자세히 보지 않아도 수십 명은 되어 보이는 인원이 이곳을 지나간 것 같은 모습에 한가민이 인상을 썼다.

     

   “지도는 여기에서 끝인 것 같군.”

     

   옆에서 주변을 살피던 청린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도에는 중앙에 어두운 가시덤불을 얽은 듯한 숲만 그림으로 남아 있었다. 숲 내부에 대한 자세한 지리는 그려지지 않았으니 이것의 쓸모는 다한 셈이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찾아봐야겠네.”

   “보물이면… 중심부에 있겠죠?”

     

   두 여인의 말에 청린이 어두컴컴한 숲 너머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보물이 아니고 다른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보물이 아닌 다른 것.

   그것이 괴물을 뜻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까지 만나왔던 몬스터의 최고 레벨은 4.

   어쩌면 그 레벨을 아득히 뛰어넘는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이 튀어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일단 발자국부터 따라가 보지.”

     

   발자국이 있다는 것은 경쟁자가 있다는 말이었지만 그만큼 그 길이 안전하게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는 의미로 생각해도 좋았다.

     

   개인전에 참여한 사람들 중, 죽음의 숲에 도달한 사람이라면 Lv.4의 몬스터를 사냥한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니까.

     

   ‘물론 상대에게 지도를 훔쳤거나 다른 경로로 얻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뭐가 됐든 경계 태세는 유지하는 것이 옳았다.

   개인전에서의 사망으로 목숨을 잃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이곳에서 허무하게 죽어서 능력치를 잃는다면 훗날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앞장은 내가 서도록 하지. 후방 경계를 부탁하네.”

     

   청린이 등에 걸치고 있던 창을 꺼내 양손으로 말아 쥐었고 그 뒤를 따라 서세영과 한가민이 각자 옆구리에 차고 있던 검을 꺼내 들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

     

   성녀를 포함한 신성국의 기사들과 사제들.

   그들은 죽음의 숲에 진입해 굉장히 의심스러운 동굴을 하나 발견한 상태였다.

     

   “확실히 뭔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긴 하군요.”

   “음습한 것이…… 기분 나쁜 장소입니다.”

     

   지나가듯 흘린 한 기사의 말에 사람들이 공감되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이 죽음의 숲에 들어온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렇게 기괴하게 생긴 동굴을 발견한 것은 처음이었다.

     

   띠링.

     

   [‘던전 : 영겁의 메아리 굴’을 발견하셨습니다.]

   [클리어 시, 합당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죽음의 숲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것인지 그 동굴 이름도 참 으스스하게 잘 지어 놨다.

   하지만 이름이 으스스하다는 말이 곧, 그곳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미가 되지는 않았다.

     

   “랜든.”

     

   성녀의 부름에 적색 갑옷을 입은 기사가 나타나 무리의 선두에 자리를 잡았다.

     

   그의 몸에서 나온 황금빛 오라가 스멀스멀 그가 빼어든 검을 감싸기 시작한다.

   명실상부 신성국 최강의 검사다운 모습. 신성력과 마력을 활용해 만들어낸 검기를 본 몇몇 기사들이 성호를 그으며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진입하겠습니다.”

   “사제들은 라이트 마법을 준비해 주세요.”

     

   그들은 랜든의 말에 사람들이 그의 뒤를 조심스레 따른다.

     

   사제들의 마법으로 밝혀진 동굴 내부는 그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어둡고 스산했다.

   바닥은 미끌거리는 이끼로 덮여 있었고 벽은 외부에서 온 것인지 내부에서 나온 것인지 모를 습기로 축축하게 젖어 있다.

     

   “전방에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빛을 켠 이후, 전위前衛를 맡은 기사 중 하나가 입을 열자 후방을 제외한 플레이어들의 시선이 일제히 돌아간다.

     

   그곳에는 주먹만 한 구슬 하나가 제단 위에 고이 올려져 있었다.

     

   대놓고 ‘이것은 보물입니다.’라며 자랑하는 듯한 모습.

   너무 자연스럽게 그곳에 존재하다 보니 오히려 어색하다는 느낌이 물씬 드는 구슬의 모습에 사람들이 경계를 강화하기 시작한다.

     

   띠링.

     

   [S급 보물 ‘한기의 심장’을 발견하셨습니다.]

     

   그때 모두에게 떠오르는 메시지 하나. 그리고 그 메시지를 읽은 대부분의 기사들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S급은 처음이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본 보물 중에서 가장 랭크가 높은 것이 B+였던 것 같은데…”

   “게다가 이 효과는 대체……?”

     

   —

   [한기의 심장]

   종류 : 보물

   랭크 : S

   설명 : 설산의 한기를 응축한 구슬이다.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기초적인 냉기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효과

   – 소지자의 마력 Lv.3 증가

   – ‘칠링 실드(B)’ 사용 가능

   – ‘아이스 스피어(B+)’ 사용 가능

   – 냉기를 가진 존재의 친화력 증가

   – 화기를 가진 존재의 적대감 증가

   —

     

   Lv.20이 넘기 시작하는 몇몇 플레이어들은 능력치의 레벨 하나를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코인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B+의 보물만 해도 목숨만큼 중요한 능력치를 Lv.2에서 많으면 Lv.3 가량 올려주는 진귀한 물건.

   그런데 지금 그들의 앞에 나타난 보물은 탑에 들어온 뒤, 봤던 모든 물건을 압살할 정도로 사기적인 성능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것만 있다면 다른 경쟁전은 문제가 없겠습니다.”

   “주신께서 저희를 굽어 살피시나 봅니다.”

     

   사제들이 ‘한기의 심장’을 보며 눈을 빛낸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성녀는 오히려 이 말도 안 되는 보물을 보며 마음이 불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보물들 중에서 이렇게 까지 ‘가지고 싶다’는 마음을 이끌어낸 물건은 이것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정신 훈련과 계시를 통해 성녀라는 자리에 오른 그녀였기에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사람의 추악한 어둠을 이끌어내는 욕망임을 잘 알 수 있었다.

     

   “……”

     

   하지만 그녀가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자 몇몇 사제들이 뭔가에 홀린 듯이 구슬에 천천히 손을 뻗는다.

   그 모습을 본 다른 기사들도 서서히 눈빛이 돌변하기 시작했고 분위기가 격앙되기 시작하니 성녀가 그들을 꾸짖지 않을 수 없었다.

     

   “다들 멈추세요!”

     

   그녀의 외침에 사람들이 움찔거리며 고개를 털어낸다. 본인들이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은 듯.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기사가 하나 있었다.

     

   “랜든! 버나드를 막도록…!”

     

   하지만 그녀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지지 못했다.

     

   쐐애액!

     

   동굴의 입구 방향에서 들려오는 파공음.

   화살이 날아들었다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묵직했고 사람이 뛰어들었다 말하기에는 과하게 날카로운 소리였다.

     

   서걱.

     

   “어?”

     

   모두의 시선이 허공에 기다란 곡선 그리며 날아가는 성기사 버나드의 팔로 향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 그리고 그 상황을 가장 빠르게 직시한 것은 순식간에 성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긴 랜든이었다.

     

   “적습이다!”

     

   랜든의 호통에 신성국의 성기사와 사제들이 각자의 병장기를 집어 들며 주위를 경계했다.

     

   피슉!

   챙그랑!

     

   뭔가가 날아든다.

   도저히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소리가 날 때마다 주위가 어두워지는 것을 보니 적은 라이트 마법을 노려 무언가를 투척하는 것 같았다.

     

   덥썩!

     

   랜든은 망설이지 않고 옆에 있던 한기의 심장을 집어 들었다.

   라이트 마법은 깨지고 있다. 시야가 어두워지고 있지만 적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을 꺼트린다.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기 전까지 방어에 집중하는 것.

   또는 가장 강한 자신이 조금 무리해서라도 적들을 빠르게 잡아내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하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칠링 실드!”

     

   한기의 심장을 집어 든 랜든이 소리치자 그의 몸에서 뿜어진 마력이 성녀를 중심으로 차가운 장벽을 만들기 시작했다.

     

   쐐애액!

   차아앙!

     

   정체불명의 공격을 막아 내는 얇은 얼음 막.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는 성녀에게 자신이 들고 있던 한기의 심장을 내밀었다.

     

   “성녀 님! 이걸!”

     

   그녀가 가진 신성 보호막은 물리력을 막아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저 공격을 막아 내고 랜든이 적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그녀가 이 보물을 사용해야 했다.

     

   랜든의 행동을 이해한 성녀가 한기의 심장을 들어 보호막을 유지시켰다.

     

   타앙!

     

   랜든이 땅을 박차고 어둠 속으로 진격하자, 그를 본 사제들이 라이트 마법을 랜든이 달리는 방향으로 쏘아냈다.

   그리고 그의 움직임을 알아챘는지 그의 방향으로 조금 전과 같은 공격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쐐애액!

     

   빛을 통해 랜든은 날카롭게 연마된 흑색 화살이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압!”

     

   랜든이 검을 짧게 비틀어 날아드는 화살을 흘려내자 가볍게 튕겨 나간 화살이 벽에 박히며 요란한 소음을 만들어낸다.

     

   순식간에 좁혀든 거리.

   그는 마력을 끌어올려 이제는 흐릿하게나마 보이는 그림자를 향해 자신의 검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서걱!

     

   그림자의 목이 날아가며 랜든의 검이 다음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

     

   랜든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어둠에 숨어 있던 인영들이 당황한 듯, 급하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그의 공격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둠 속에서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다.

   하지만 잠시 후, 랜든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놈들이 반격을 포기하고 동굴 밖으로 몸을 움직인 순간부터였다.

     

   ‘어둡다…’

     

   사방이 어두웠다.

   정신없이 싸우다 보니 자신을 서포트하기 위해 켜졌던 라이트 마법들이 모조리 사라졌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성녀……!”

     

   그가 몸을 틀어 성녀가 있던 곳을 바라보자 그녀의 주변으로 펼쳐진 얼음의 막이 서서히 넓어지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의 찬란했던 금발 머리는 언제부턴가 희게 세었고 그녀에게서 나오던 따뜻한 신성력은 그저 차갑기만 한 냉기로 변해 있다.

     

   성녀와 랜든이 S급 보물을 처음 마주했을 때 느낀 불안감.

   하지만 지금 와서 되돌리기에는 이미 강을 건너 버린 상황이었다.

     

   ***

     

   순식간에 밤이라도 찾아온 듯, 어둑어둑한 숲속.

     

   우리가 서세영과 한가민의 흔적을 발견한 뒤, 죽음의 숲에 들어오고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발견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뭔가 군대에서 야간 순찰을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고라니라도 만날 것 같은 기분입니다.”

     

   주변을 가만히 둘러보던 남궁천호가 어두운 공간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듯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고라니라… 그런 거라도 좋으니까 뭐든 빨리 만나면 좋겠네요.”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는 뭐가 나타날지 몰라 바짝 긴장을 한 채로 주변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웬걸. 이곳에는 괴물은커녕 괴물 그림자조차 없었고 우리는 허탈한 기분을 안은 채, 정처 없는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후우… 서세영 씨와 가민이를 만나면 다시 밖으로 가서 Lv.4 몬스터라도 찾는 걸로 하시…… 음? 조철 씨?”

     

   괜히 시간 낭비를 하던 것은 아닌가 싶던 순간.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박조철이 우리를 제지하며 자세를 낮췄다.

     

   “뭔가…… 주변 온도가 변했습니다.”

     

   박조철의 능력은 초감각.

     

   “어느 방향이죠?”

   “저쪽입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가 뭔가를 느꼈다면 이 숲에 특별한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시작된 이동.

   우리는 박조철을 앞장세워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한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동굴 입구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좀 춥게 잤더니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구차한 변명이긴 하지만 집중이 너무 어려웠네요…

너무 늦게 올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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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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