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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

   EP.63

     

   성좌와 플레이어.

     

   성좌들이 플레이어에게 코인을 지급하고 그들을 성장시키는 이유는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고 세력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그런 이유로 성좌들은 잘 성장한 플레이어를 화신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본격적으로 힘을 나눠주기 시작하는데, 일반적으로 낮은 층수의 플레이어를 화신으로 받지 않는다.

     

   자신의 힘을 나눠준 대상이 어이없게 죽음에 이르거나 알고 보니 너무 약해 빠져서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손해 보는 장사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현재 탑의 3층.

   경쟁전에 이르기 직전 한 성좌의 선택을 받은 플레이어가 딱 한 명 존재했다.

     

   – 재밌네요… 재밌어…… 이런 썅.

     

   뱀머리 도우미 에키온이 개인전의 동태를 살피던 중, 그의 좌표에 속한 그 한 명의 플레이어를 발견했다.

     

   암살자로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던 플레이어.

   튜토리얼이 진행된 직후 주변에 있던 모든 플레이어를 죽이고 그들의 코인을 빼앗아 급속도로 강해진 남자.

     

   같은 세계의 다른 지역 좌표와 함께 입탑했으니 망정이지, 그들마저 없었다면 사실상 다음에 있을 단체전은 개박살이 날 뻔했다.

     

   하지만 문제는 나중에 있을 단체전이 아니었다.

     

   단체전을 수월하게 이끌기 위한 보상을 얻는 개인전.

   더 나아가 탑을 오르는데 도움이 될 만한 아이템을 수집하는 과정이기도 했기에 개인전은 화려하게 압도를 했어야 했다.

     

   – 건방진 새끼가……!

     

   데스가 신성국 좌표의 플레이어들에게 한기의 심장을 강탈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성좌의 비호를 받고 있는 플레이어라도 단신으로 Lv.5의 몬스터를 사냥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데스가 보물을 얻지 못했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보물이다.

   그렇기에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았고 그가 향하는 방향에 열화의 호흡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에키온은 그저 그가 공략 루트를 변경했다고만 생각했었다.

     

   열화의 호흡을 얻는다면 한기의 심장을 가진 몬스터를 사냥하기가 수월해진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열화의 호흡을 잡는 순간 발생했다.

     

   – 왜! 그냥 저주를 받아들인 거야?!

     

   분명 데스는 ‘열화의 호흡’이 뿜는 저주를 걷어낼 능력이 충분했다.

   그의 정신력으로 충분히 감당이 가능한 영역이었고 그것이 아니었더라도 본격적으로 화신의 격을 얻은 그가 고작 3층에서 진행되는 저주를 떨쳐 내지 못했을 리가 없다.

     

   – 너무 빨리 강해진 게 독이 됐나?

     

   튜토리얼에서 코인을 쓸어 담은 데스에게 1층, 2층에서의 시련 따위는 그저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

   그저 달려들어서 상대의 목을 따버리면 임무가 완료되니 굳이 번거로운 클리어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녀석은 오만해졌다.

   아니… 죽음의 숲 입구에서 얼쩡거리던 플레이어들을 도륙하고 숨 한 번 헐떡이지 않았으니 오만할 자격은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쳤다.

     

   그래서 열화의 호흡을 발견한 놈은 기분 나쁜 웃음을 터트렸다.

     

   뭔가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듯이.

   그저 이번 유흥은 이것으로 정했다는 듯이.

     

   그렇게 놈이 모든 조언을 깡그리 무시한 채, 저지른 행동은 지금……

     

   「크아악!」

   「사, 살려 줘!!!」

     

   그는 눈에 보이는 모든 플레이어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 같은 좌표 출신인 플레이어의 머리통이 불타오른다.

     

   – ……어쩔 수 없군. 데스가 그냥 모조리 죽이도록 기대하는 수밖에.

     

   아직 귀환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죽음의 숲을 발견하고 중앙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현재 데스는 몬스터화가 진행된 상태.

   보물은 5개 이상을 이미 모아놨으니, 제한시간 동안 그가 죽지만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임무를 완료하게 되리라.

     

   – 그나저나 한기의 심장은 어떻게 됐지?

     

   신성국의 성녀와 기사의 몬스터화가 진행되어 이제는 공략 불가가 되어 버린 던전.

   당연히 그 둘을 상대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없을 것이기에 관심을 꺼두긴 했지만, 데스가 몬스터가 되어 버리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 한기의 기사는 동굴을 벗어나지 않으니 열화의 기사와 만날 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르……

     

   하지만 그 순간 에키온의 눈이 번쩍 떠졌다.

     

   – 이게 왜 밖에 있어!!!

     

   동굴 안에 처박혀서 보물을 사수하고 있어야 할 한기의 기사가 죽음의 숲을 뛰어다니고 있던 것.

   게다가 이 경로라면 둘이 만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 도대체 누가? 아니, 그 전에 어떻게?

     

   지금까지 에키온이 도우미로 살아온 세월은 감히 셀 수조차 없을 만큼 긴 시간이었다.

   한기의 마녀도 몇 번 봤고 한기의 기사와 마녀가 동시에 등장하는 것도 흔하지는 않지만 가끔 봤다.

     

   하지만.

     

   한기의 기사가 동굴을 뛰쳐나와 죽음의 숲을 개박살 내는 것을 본 역사는 단 한 번도 없었다.

     

   ***

     

   한가민이 알려 준 방향으로 한참을 달린 우리들은 그곳에서 랜든과 흡사한 모습을 가진 화염 몬스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열화의 기사(데스) Lv.5]

     

   “이제 어떡합니까?!”

     

   박철호의 외침에 나는 한가민을 바라봤다.

   그녀가 이곳으로 우리를 안내를 한 이유는 저 화염 기사를 이용해 랜든을 붙잡아 보자는 것.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랜든과의 거리가 이제는 얼굴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기에 이제 와서 숨자는 선택지 따위는 고를 수 없었으니까.

     

   ‘방법이…!’

     

   게다가 최악의 상황은 두 몬스터가 우리에게 협공을 가하는 것.

   하지만 다행인 점은 우리 뒤로 솟아오르는 얼음의 향연을 본 놈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천호 씨!”

   “네?”

   “혹시 하늘을 나는 도술은 없습니까?”

   “아…?”

     

   나는 남궁천호에게 한 번 걸어보기로 했다.

   물론 추뢰신법이나 일섬의 보법을 이용해 후다닥 사라져 버리는 방법도 있기는 했지만, 혼자 도망쳐 버리기에는 괜히 찝찝했기에 다른 방법을 확인해 본 것이다

     

   “비행은 아닌데 하나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바로 가시죠!”

     

   나의 말에 남궁천호가 급하게 수인을 맺기 시작한다.

   우리 뒤를 바짝 쫓아온 랜든. 그리고 그가 손을 뻗기 직전, 남궁천호가 손바닥으로 바닥을 내려치며 스킬을 외쳤다.

     

   “선풍旋風!”

     

   쿠화아아악!

     

   우리의 발아래로 생성되는 회오리바람.

   그에 맞춰 몸이 급격하게 떠오르기 시작했고 찰나의 순간 우리는 하늘을 날았다.

     

   “으,”

     

   순간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기 시작하는 사람들.

     

   “으아아악!”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

   한가민이 1층에서 있었던 창문 다이빙이 떠올랐는지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얼굴을 굳혔다.

     

   덥썩.

     

   나는 겁먹은 한가민의 어깨를 조심스레 감쌌고 우리는 이어진 남궁천호의 도술로 안전하게 반대편에 착지할 수 있었다.

     

   화염 기사가 지키고 있던 공터를 한 번의 점프로 뛰어넘었다.

   그리고 나는 곧장 몸을 돌려 마침내 랜든과 격돌하는 열화의 기사를 볼 수 있었다.

     

   챠아아앙!

     

   랜든이 손을 휘두르자 그의 발아래가 모조리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기가 가득 실린 마력이 사방이 불타고 있는 공터로 직격했고 그 순간 그의 기운을 맞받아친 열화의 기사가 화염으로 만든 검을 뽑아 든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 하아아…!

     

   레벨의 격차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분명 저 데스라는 플레이어도 보물로 인해 몬스터가 된 인물일 텐데, 마녀를 잃고 한 단계 진화한 랜든에게는 역부족인 모양이었다.

     

   화르르……

     

   랜든이 그의 손에 기다란 얼음 검을 생성한다.

   그가 걸음을 옮기며 숨을 쉴 때마다 주변의 불꽃이 픽하고 꺼져 버린다. 그것을 본 열화의 기사 또한 당황한 듯,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 크하아아!

     

   열화의 기사가 검을 치켜들자 땅을 지배하던 불꽃이 일렁거리며 랜든을 일제히 덮쳤다.

   그렇게 시작된 괴물들의 싸움.

     

   “이렇게 말하기는 좀 이상할지 모르겠는데…… 장관이네요.”

   “동감이군.”

     

   남궁천호의 말에 옆에 있던 의외로 청린이 공감을 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겠어.”

     

   죽을 줄 알았는데 살았다.

   여기에서 저 두 괴물이 가지고 있을 보물까지 노리는 것은 욕심이었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각자가 필요한 만큼의 보물을 획득했으니,

   이제는 귀환이 가능한 장소로 벗어나 로비로 돌아가면 충분히 개인전은 성공적이었다 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서 만족하는 게 맞겠군요.”

     

   나는 최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내렸다.

   어차피 저 괴물들 사이에 끼어들어 봤자 할 수 있는 건 없다.

     

   게다가 조금만 더 구경하고 있다가는 열화의 기사가 쓰러지고 다시 놈이 따라올 것이 분명한데 여기에서 버티고 있는 것도 멍청한 짓거리다.

     

   그렇기에 우리는 후퇴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갑작스러운 메시지만 아니었더라면 말이다.

     

   띠링.

     

   [다수의 성좌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전쟁과 싸움밖에 모르는 자’가 당신에게 개인 임무를 내립니다.]

   [‘살아 있는 무공서’가 슬쩍 보상을 끼워 넣습니다.]

   [‘모험하기를 좋아하는 별’이 슬쩍 손을 듭니다.]

     

   [‘전쟁과 싸움밖에 모르는 자’가 끼어들지 말라며 화를 냅니다.]

   [‘모험하기를 좋아하는 별’이 후다닥 손을 내립니다.]

   [‘살아 있는 무공서’가 보상을 뺍니다.]

     

   최근에는 잠잠하다가 갑작스럽게 등장한 성좌들.

   그리고 그 이후 떠오른 임무에 나는 계획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사냥꾼은 사냥감을 앞에 두고 도망치지 않는다.』

     

   주제 : 이벤트

   난이도 : ?

   내용 : 해당 상황에 흥미를 느낀 성좌 ‘전쟁과 싸움밖에 모르는 자’가 당신의 힘을 시험하고자 한다. 당신은 현재 얼마나 강한가? 고작 3층에서 성좌들의 화신이 되기에 적합한 인재인가? 당신은 당신의 가치를 증명할 자격이 있다. 당신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라.

     

   임무 : 기사들과 싸워라.

     

   성공 조건 : 일단 싸워라. 보고 판단하겠다.

     

   보상 : 싸우는 거 보고 주겠다.

   실패 페널티 : 없음

   (단, 해당 임무 도중 사망 시, 개인전의 사망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

     

   [해당 임무에 소수의 성좌가 항의합니다.]

   [‘전쟁과 싸움밖에 모르는 자’가 꼬우면 앞으로 나오라 말합니다.]

     

   아무리 봐도 하나의 성좌가 억지를 부린 듯한 내용의 임무.

   하지만 임무의 내용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페널티에 관한 것이었다.

     

   싸워서 이기면 이득.

   져도 본전… 아니, 죽어도 본전이다.

     

   안 싸우는 게 손해가 아닐까 싶은 임무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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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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