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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

   EP.65

     

   열기와 냉기가 공존하는 죽음의 숲.

     

   열화의 기사에 의해 불타던 땅이 서서히 식어가며 그 영역을 잃어갔다.

   하지만 반대로 냉기는 나무와 풀들을 콘크리트에 떨어진 유리처럼 깨뜨려가며 빠른 속도로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 우오오오!!!

     

   그리고 그 어지러운 환경의 중심에 일렁거리는 빛을 쫓아 미친 듯이 질주를 하고 있는 원숭이 한 마리가 있었다.

     

   “가랏! 몸통 박치기!”

     

   백수원숭이가 나의 명령을 들을 거라는 생각 따위는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놈이 월광검법을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나의 외침을 들은 백수원숭이가 레이저 포인터를 뒤쫓는 고양이마냥 덩실거리며 랜든에게 뛰어든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랜든이 눈을 부릅뜨며 검을 들어 올렸고 백수원숭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온몸을 날려 랜든을 들이박았다.

     

   터어엉!

     

   힘은 질량과 가속도에 비례한다.

   뉴턴의 두 번째 운동법칙은 탑에서도 당연히 적용됐고 어마어마한 질량을 감당해야 했던 랜든은 뒤로 튕겨 나갈 수밖에 없었다.

     

   “잘했어! 이어서 전광석… 아니, 내가 미쳤나?”

   

   순간적으로 포켓몬 배틀에 빙의한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은 나는 몸을 날려 불이 서서히 꺼져가는 데스에게로 달려갔다.

     

   – 크아아… 하아…

     

   다행히 아직 죽지는 않은 듯, 숨을 쉬고 있는 모양새.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품에 손을 넣어 무림에서 얻었던 영약 하나를 꺼내 들었다.

     

   —

   [쾌청단]

   종류 : 소모품

   랭크 : C+

   설명 : 소량의 열양지기를 품은 단약이다. 맛이 없고 냄새가 고약하다. 음한지기를 품은 사람이 섭취할 시, 양의 기운을 증폭시켜 독을 중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효과

   – 양의 기운을 증대시킨다.

   – 짧은 시간 신체를 강화시킨다.

   – 소량의 독을 중화시킨다. (단, 음한지기를 지닌 무인이어야 합니다.)

   —

     

   “야, 너.”

     

   나의 부름에도 데스의 눈빛은 튕겨져 날아간 랜든을 향한다.

   아직까지 투지가 꺾이지 않은 눈빛. 그리고 그 눈빛을 본 나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저놈 네 손으로 잡고 싶지? 내가 도와줄까?”

     

   나의 말에 드디에 놈의 고개가 이쪽으로 돌아왔다.

   처음부터 두 괴물의 전투를 지켜보면서 계속해서 마음 언저리에 맴돌던 이질감.

     

   이놈은 분명 전략을 세우고 전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처음 한기의 기사가 된 랜든을 봤을 때, 녀석은 본능에 충실한 한 마리의 짐승을 보는 것만 같았다. 무작정 달려들고 위험하다 싶으면 피하고 치고받는 정도.

     

   하지만 지금 이놈은 전투를 하며 상대의 전투 능력을 파악하고 상황의 득실을 따져 전력을 다하거나 체력을 아끼는 등, 아주 이성적인 전투를 했다.

     

   그 말인 즉.

     

   “이성이 남아 있으면 내 제안을 거절하진 않을 테지.”

     

   나의 말에 놈의 눈빛이 흔들린다.

     

   “이렇게 죽어서야 남는 것도 없는데 제대로 발악이라도 해 보고 싶지 않나? 저 아이스맨한테 복수해야지. 안 그래?”

     

   – 그하아아……

     

   놈이 제대로 말은 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것이 긍정의 의미임을 알아차리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절실함. 그것이야말로 탑에 오르기 시작한 내가 가장 자주 느끼고 가장 깊게 느낀 감정이었으니.

     

   “자, 입 벌려 영약 들어간다.”

     

   나의 말에 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내 손에서 떨어지자마자 놈의 입에 들어가 까맣게 타기 시작하는 쾌청단.

   아직도 온몸이 불타는 탓인지 맛을 느낄 틈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화르륵!

     

   아주 극적인 변화는 아니었지만 놈의 몸에 꺼져가던 열양기가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것은 랜든 또한 마찬가지였다.

     

   – 하아아……

   – 우! 우! 우! 우!

     

   월광검법의 빛이 사라지자 백수원숭이는 빛이 사라진 이유가 랜든 때문이라 여겼던지 인상을 찌푸리며 가슴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타격이 없었던 듯, 자연스럽게 얼음 검을 만들어 내는 랜든.

   멀쩡한 플레이어를 맨손으로 찢어 버린 백수원숭이의 괴력을 생각하면 저 멀쩡한 모습도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 우오오!!!

     

   몸을 일으킨 랜든을 향해 백수원숭이가 두 손을 번쩍 들며 도약한다.

   평소에는 좀 몸을 웅크리고 있던 놈이 뛰어오르자 화물차가 점프를 한 느낌이라 가슴이 웅장해지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콰가가각!

     

   랜든의 검에서 사출된 냉기가 공기를 얼리며 원숭이에게 직격했다.

   순간 공중에서 정지해 버린 백수원숭이. 비록 원숭이는 패배했지만 다음 라운드가 남았으니 아쉬울 것은 없었다.

     

   아깐 노말 격투타입이었지만 이번에는 불타입이니까.

   얼음을 상대하기에 불만큼 좋은 속성은 없다. 물론 내 기억 속 어느 게임에서 말이다.

     

   – 크아아아!

     

   쾌청단으로 힘을 어느 정도 회복한 데스가 입으로 화기를 뿜으며 거대한 불의 대검을 만들어 낸다.

     

   데스는 일대일 전투에서 패배했다는 것이 자존심 상했는지 사나운 기세를 뿜으며 랜든을 노려보고 있었다.

     

   – 하아아…!

     

   랜든 또한 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내고자 하는지 서서히 힘을 끌어올리는 분위기였고.

     

   ‘이제부터 진짜 집중해야 한다.’

     

   두 괴물 사이에서 틈을 찾아야 했다.

   둘 중 하나의 인간형 괴수를 처치하면서 살아남은 괴수의 체력이 최대한 빠진 그런 틈을!

     

   콰아아아!!!

     

   첫 공격은 데스의 검에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그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던 것이, 애초에 놈은 더 이상 뒤를 생각하지 않고 동귀어진을 선택한 모양이었다.

     

   “윽!”

     

   놈의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불기둥이 공기를 불태우며 사방으로 터져 나간다.

   어마어마한 화력에 불이 닿지 않는 범위의 나무마저 타오르기 시작하자 그 모습을 본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두 괴수 사이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거리를 벌렸다.

     

   사천현무신공 四川玄武神功

   추뢰신법 追雷身法

     

   ‘애초에 협력할 생각 같은 건 아니었나보군… 뭐, 나도 믿고 있지는 않았지만.’

     

   데스의 불의 범위를 보아 애초에 나까지 한꺼번에 싸잡아 죽여 버릴 생각이었던 모양.

   만약 내가 그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더라면 지금쯤 잿더미가 된 채, 저 바닥을 구르고 있지 않았을까.

     

   이윽고 두 괴수가 충돌했다.

   그 충격의 여파로 주위가 초토화되기 시작했고 그나마 멀리 떨어진 나는 월광검법의 초식을 펼쳐 내 쪽으로 날아오는 충격을 최대한 완화시켰다.

     

   그렇게 폭풍 같은 시간이 흐른 후.

     

   나는 드디어 발견한 틈을 쫓아 두 괴수 사이로 몸을 날렸다.

     

   ***

     

   결과는 다시 한 번 열화의 기사의 참패.

   아무리 회복을 했어도 레벨의 차이를 극복하지는 못했던지 쓰러진 것은 불이 꺼져가는 데스였다.

     

   전투에 직접 맞닿아 충격을 고스란히 다 받은 녀석은 저만치 날아가 나무에 처박혀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 크하아아…… 하아아…

     

   놈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조금 전에 먹었던 쾌청단을 한 알만 더 달라는 듯한 애처로운 눈빛.

     

   하지만.

     

   “어림도 없지, 이 상도덕도 없는 놈아.”

     

   이놈이 정말 만에 하나 나를 배려하면서 싸웠다면 한 번 더 기회를 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완벽하게 내 편이라고 생각은 안 했겠지만 놈이 랜든을 쓰러뜨리고자 하는 투지만큼은 내가 알아줬을 테니까.

     

   그런데 놈은 뻔뻔하게도 랜든에게 쏟아 내던 마력을 내가 있던 방향으로도 망설임 없이 날렸다.

   그런 놈에게 더 이상의 자비는 없다.

     

   츠츠츳.

     

   나는 검을 들어 무림에서 익혔던 초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남해삼십육검 南海三十六劍

   제일식 第一式

   격랑수검 激浪水劍

     

   치이익!

     

   – 크아아악!!!

     

   나의 마력이 놈의 마력과 충돌하며 이미 꺼져가던 불을 완전히 죽이기 시작했다.

   놈을 감싸고 있던 불이 꺼지며 화기의 방어막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그 불이 완전히 제압되었을 때.

     

   푸욱.

     

   나의 검이 놈의 심장을 찔렀고 놈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띠링!

     

   [‘열화의 기사(데스) Lv.5’를 처치하셨습니다.]

   [S급 보물 ‘열화의 호흡’을 획득합니다.]

     

   —

   [열화의 호흡]

   종류 : 보물

   랭크 : S

   설명 : 화산의 열기를 응축한 구슬이다.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기초적인 화기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효과

   – 소지자의 마력 Lv.3 증가

   – ‘호신열기(B)’ 사용 가능

   – 화기를 가진 존재의 친화력 증가

   – 냉기를 가진 존재의 적대감 증가

   —

     

   놈이 소지하고 있던 S랭크의 보물.

   하지만 내가 얻은 것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열화의 기사를 영면에 들게 한 플레이어가 기사의 능력치 중 일부를 흡수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소량 상승합니다.]

     

   [스킬 ‘염화炎化 (B)’를 획득합니다.]

     

   —

   [염화 – 炎化]

     

   랭크 : B

   분류 : 액티브 속성 강화

     

   설명 : 열화의 호흡을 가진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고유한 기술입니다. 사용 시, 시전 시간 동안 불을 다룰 수 있게 되며 불에 의한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 힘에 취하면 이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 힘이 이전되며 기운을 잃었기에 불완전한 기술입니다.

   —

     

   데스를 죽이고 얻은 스킬.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바다.

     

   나는 멀리서 휘청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랜든을 바라봤다.

   데스의 공격이 제대로 먹혀들었는지 예전 같지 않은 기운. 하지만 아무리 약해진 상태라도 내가 방심하면서까지 가볍게 제압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그래도 저 정도면 할 만하지.”

     

   처음 놈을 만났을 때는 저런 걸 잡으라고 내놓은 건가 싶을 정도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검을 한 번 휘두르면 빙산이 생긴다니, 이건 사기가 아닌가 싶을 지경.

     

   하지만 그런 괴물을 열심히 굴렸고 싸움을 붙였고 지치게 만들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놈의 힘을 깎을 최선이었고 이제부터는 정면승부 뿐이었다.

     

   뒤적.

     

   [쾌청단]

     

   역시나 먹고 싶지 않은 비주얼.

   하지만 더 이상의 좋은 수는 떠오르지 않았다.

     

   [‘염화炎化(B)’를 사용합니다.]

     

   스킬을 사용하는 순간 눈앞이 붉어지는 착각이 들었다.

   몸속에 피어오르는 열기에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고 호흡이 뜨거워지며 온몸이 불덩이처럼 타오르기 시작한다.

     

   발끝이, 종아리와 허벅지가, 허리가, 가슴이, 머리가.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는 열기는 이윽고 나의 손끝에 닿았고 나는 짧은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염화가 3분간 지속됩니다.]

   [이성을 잃을 시, 염화의 지속시간이 늘어납니다.]

     

   띠링!

     

   [‘주인 없는 무명검’이 염화炎化에 반응합니다.]

   [‘주인 없는 무명검’이 염화가 지속되는 동안 ‘무명 기사의 열화’로 변화합니다.]

     

   튜토리얼에서 특전으로 획득했던 이름 없는 검.

   이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지만 상관없었다.

     

   나를 발견한 랜든이 속성에 대한 반감을 느낀 것인지, 위협을 느낀 것인지 당장에라도 내게 달려들 듯 자세를 낮췄다.

     

   이제부터 진짜 싸움.

   나는 놈이 나에게 달려들기 전, 먼저 선수를 치기 위해 있는 힘껏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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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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