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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

   EP.67

     

   촤르릉.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화려한 장신구들이 자잘하게 부딪치며 청아한 소리를 낸다.

     

   개인전에서 얻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장신구.

   같은 부위의 장신구는 효과가 중복 적용되지는 않지만 내가 이렇게 장신구를 겹겹이 장비하고 나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 토끼 자식이… 저런 플레이어를 키워냈다고?

   – 재수 튼 거지. 젠장… 저게 다 몇 개야?

   – 쯧……

     

   나를 향해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보내던 도우미들이 이내 혀를 차고는 각 좌표의 플레이어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아, 모여 계셨군요.”

     

   멀지 않은 곳에 박조철을 포함해 튜토리얼부터 함께 했던 동료들이 보였다.

   그들은 나와 헤어진 이후로 안정적으로 개인전을 마쳤는지 나름 괜찮아 보이는 착용한 상태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다가갔고 착용하고 있던 팔찌 하나를 벗어서 박조철에게 내밀었다.

     

   “받아요.”

   “네? 시인 씨, 이건…”

   “보니까 팔찌는 없으신 것 같아서.”

   “아, 예.”

     

   어리둥절해 하며 내가 건넨 팔찌를 받아든 박조철.

   그를 선두로 서세영, 남궁천호, 한가민에게도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부위의 장신구를 따로 챙겨 주자 도우미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흘겨봤다.

     

   ‘이 정도면 되려나?’

     

   이것은 도우미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

     

   개인전 다음은 단체전이 준비되어 있다.

   채점 기준이 어떤 방식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우리와 경쟁을 하는 것이 본인의 좌표에게 이득이 될지 손해가 될지 잘 판단하라는 의미였다.

     

   – 쯧. 영악하긴…

     

   물론 우리가 강해질수록 연합을 만들어서 위협적인 그룹을 먼저 치자는 말이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개인전에서 그들의 단합에 대해 이미 대부분을 파악했다.

     

   연합? 그런 게 될 것 같았으면 이미 개인전에서부터 꽤 많은 연합이 생겨났을 거다.

   본인들의 전력을 쏟아 부어서 우리를 공격했다가 뒤통수를 맞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굳이 먼저 우리를 선공할 그룹은 없으리라.

     

   “어어, 아저씨, 저 반지는 이미 가진 게 있는데요?”

   “반지랑 팔찌는 양쪽에 하나씩 총 2개 착용 가능하니까 하나 더 받아.”

     

   한가민이 은은한 은색 반지를 받으며 눈을 빛낸다. 나름 여자애라고 디자인도 신경 써서 줬는데 꽤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

     

   “어디서 계속 나오는 거야?”

   “저렇게 나눠줘도 남는다고? 부럽다…”

     

   – 뭣들 하십니까? 따라오라니까요.

     

   나는 적당히 보물이 떨어졌다는 티가 나지 않는 선에서 나눔을 마무리했다.

   아직 남은 게 있기는 했지만 구태여 전력을 싹 다 노출할 필요는 없으리라.

     

   혹시나 콩고물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나를 힐끗거리던 플레이어들을 도우미들이 제지한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나를 알아보는 몇몇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저 새끼… 그 새끼 아니야?”

   “맞네 맞아.”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소수 인원.

   개인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밀림에서 나와 전투를 벌였던 살인귀 집단이었다.

     

   “이야. 이거 너무 반가운데?”

     

   그들 중에 마지막에 백수원숭이에게 목숨을 잃은 그 플레이어가 나를 보며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분노, 경멸, 시기와 질투가 어우러져 있는 날카로운 눈빛.

   하지만 나는 그의 눈빛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 반가워하고 있네?’

     

   왜 놈이 나를 반가워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저 호전적인 성격들로 미루어 보아 밀림에서 나에게 패배한 이후로 계속해서 이를 갈고 있었을 테니, 내가 좀 그리웠을 수도 있겠거니 싶다.

     

   그런데 나에게 목숨을 잃은 놈들 치고는 나를 두려워하는 눈빛은 아니었다.

   뭐랄까… 원카드를 하는데 조커를 쥐고 설레는 표정을 감추려 애쓰는 초등학생 같은 느낌.

     

   “시인 씨,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저씨 개인전에서 친구 많이 사귀셨나보네.”

     

   아무리 봐도 위험해 보이는 놈들이 나에게 다가오자 동료들이 내 옆으로 붙으며 몇 마디를 거들었다.

     

   내 옆으로 와서 검에 차분히 손을 올리는 박조철과 한껏 사나운 표정으로 으르렁대는 한가민.

   우리 그룹에서 가장 덩치가 큰 사람과 가장 작은 사람이 이러고 있으니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나름 기대되는 매치업이 아닐까 싶다.

     

   “아아, 같은 좌표 놈들이구나? 그 지구라는 비능력자 집단이지?”

   “……?”

     

   놈들은 자연스럽게 우리에 대해 뭔가를 안다는 듯 떠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다른 그룹에 비해 전투 자체에 그렇게 뛰어난 센스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과 우리 다섯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전력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까지.

     

   “크큭. 얼빠진 거 봐라.”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애초에 우리가 살던 현대는 무기를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처벌을 받고 어떤 방식으로든 합법적인 스포츠가 아니면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에 대해 강한 제재를 가하는 곳이었다.

     

   검도를 배우는 게 아닌 이상, 검을 사용한 전투 센스를 가진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세상.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장소가 현대가 아닌 탑의 3층이라는 사실이다.

     

   ‘뭔가 있다.’

     

   놈들의 표정이 너무나도 여유만만하다.

   마치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알고 있다는 듯, 우리가 능력이 없는 세상에서 시작해 탑을 오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하나둘 말을 잇는다.

     

   “킥. 그럼 다음 경쟁전에서 보자고!”

   “특히 너. 각오해라.”

     

   그들이 마치 먹잇감 노리듯 시비를 걸고 간 이유.

   그것의 실마리는 우리가 로비를 벗어난 후, 토끼에게 다음 경기에 대한 설명을 듣기 시작하며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

     

   아아.

     

   “뭐라고요?”

   “다, 다시 한 번 설명 가능합니까?

     

   이런 거였구나.

     

   – 에휴…

     

   좌표의 모든 인원이 모인 이후, 단체전에 대해 설명한 토끼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사람들을 돌아봤다.

     

   – 그러게 제가 2층에 갔을 때, 제대로 수련하라고 했어요? 안 했어요?

     

   모든 플레이어가 참여하게 될 단체전.

   우리가 다른 좌표에 비해 불리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기본적인 능력이 없던 우리는 튜토리얼이 시작됐을 때, 가장 많은 인원이 사망한 그룹이라는 것.

     

   이것 하나만으로도 다른 그룹에게 수적으로 우위를 빼앗긴 상황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뒤에 나온 단체전 ‘능력치 조절’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조건이면 우리가 너무 불리하지 않나요?”

   “마, 맞아요! 모든 능력치가 똑같이 고정되면……”

     

   그렇게 말한 사람들이 나를 슬쩍 돌아본다.

     

   이번 단체전은 모든 플레이어의 능력치가 10으로 고정된다는 토끼의 말.

     

   코인을 사용해 소수 인원이 압도적인 무쌍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 족쇄였고 단체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인원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 토끼의 설명이었다.

     

   ‘그래서 개인전이 중요했구나.’

     

   개인전에서 얻었던 장신구는 그 Lv.10이라는 고정 능력치에 추가적인 능력을 부여한다.

   모든 인원이 Lv.10의 근력, 민첩, 체력 등을 가지고 전투를 치를 때, 장신구를 착용해 신체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건 상당한 메리트가 아닐까 싶었다.

     

   “저기… 도우미님.”

     

   – 네 질문하시죠.

     

   “마력도 10으로 고정되나요?”

     

   가장 뒤에 있던 이름 모를 여성이 슬쩍 손을 들며 불안하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아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질문 중 하나일 터.

   몸으로 치고받는 전투를 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이 목숨 줄 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 쯧! 당연한 걸 묻네요!

     

   토끼의 단호한 대답에 사람들의 탄식이 흘러나온다.

   마법으로 2층을 통과하고 이제가 본인의 생존 방식을 터득한 사람들.

     

   하지만 마법 자체가 주력이 아닌 나에게는 중요한 것이 따로 있었다.

     

   “그래서, 단체전은 뭘 하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 단체전의 주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지금부터 세울 계획이 변경된다.

   정말 섬멸전 따위를 하게 된다면 우리가 1등을 할 가능성은 없겠지만 점령이나 몬스터 사냥 같은 게 주라면…… 승산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 오오, 역시 김시인 플레이어! 좋은 질문입니다! 단체전의 주제는 [깃발 뺏기]입니다!

     

   깃발 뺏기?

     

   – 단체전에 들어가게 되면 각 좌표마다 하나의 깃발을 받게 될 겁니다. 그리고 우리의 목표는 우리가 가진 깃발을 지키면서 상대의 깃발을 빼앗는 것이죠!

     

   단순한 룰이다.

   FPS 게임 따위를 많이 하다 보면 한 번쯤은 접해 봤을 그런 종류.

   온라인으로 즐기는 그런 게임보다 탑에 더 다양한 룰이 있겠지만 기본적인 부분은 크게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다.

     

   – 참고로 상대의 깃발을 빼앗으면 그 좌표 플레이어들의 능력치가 전체적으로 Lv.1씩 상승해요! 그러니까 전략을 잘 세워서 마지막까지 깃발을 최대한 많이 손에 넣어야 합니다!

     

   토끼의 말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조금 커졌다.

     

   모두가 고정된 능력치를 얻는 단체전에서 약간의 능력치 상승은 그룹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개인으로는 근소한 차이라지만 백 명이 넘는 인원이 보상을 받는다면 그 Lv.1은 Lv.1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상대를 먼저 공격하기에도 걸리는 점은 많았다.

   상대와 대규모로 전투를 치르다가 입게 될 피해가 그것. 그저 방어만 하다 보면 승리와 멀어질 테지만 급하게 선공을 하다가 수틀리면 그대로 전멸이었다.

     

   “단체전에서는 따로 랭킹 같은 걸 매겨?”

     

   슬슬 복잡해지는 머리에 뒷목을 살짝 쓸어내린 내가 묻자 토끼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사실 단체전 보상이 좀 큰 편이에요. 나중에 여러분들이 탑을 오르다 보면 이번 단체전이 여러분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중위권을 유지하려면 방어를 하고 상위권을 노리려면 공격을 가야 한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이 인원과 이런 전력으로 선공을 치는 게 과연 옳은 판단일까?

     

   하지만 내가 깊은 고민에 빠지려는 찰나, 손을 슬쩍 들어 올리며 조곤조곤 입을 여는 한 남자가 있었다.

     

   “저… 의견이 있는데 말씀을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사람들을 둘러본 남궁천호.

     

   대한민국에서 가장 거대한 게임사의 프로그래머.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그는 게임의 성장 밸런스를 설계하는 밸런스 디자이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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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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