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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

   EP.70

     

   [Lv.1 깃발을 탈취했습니다.]

   [Lv.1 깃발 -> Lv.2 깃발]

     

   [Lv.1 깃발을 탈취했습니다.]

   [Lv.2 깃발 -> Lv.3 깃발]

     

   [Lv.1 깃발을 탈취……

     

   빈틈을 보였던 좌표가 많았던 탓에 우리는 예상보다 빨리 깃발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

   Lv.5 깃발

   – 모든 능력치를 Lv.5 만큼 상승시킵니다.

   —

     

   간혹 전투가 길어지거나 위험할 것 같은 상황은 피하다 보니 늦어진 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전력을 보전한 상태로 하루를 마무리했다는 게 의미가 컸다.

     

   “이제 야영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숨을 고르며 장비를 점검하던 사람들이 나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몰아치듯 빈집을 찾아다니다 보니 쉬지도 못했던 상황.

   단체전의 필드가 산지가 있던 탓인지 해가 떨어지는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고 우리는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안전한 곳을 찾아 필드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 : 4일 14:57:11]

     

   “이 정도면 무난하게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남궁천호의 지나가는 말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총 5일로 주어졌던 시간.

   지구 좌표의 인원들이 생각보다 잘해준 탓인지, 처음 있었던 걱정과 달리 단체전이 그렇게 치열하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물론 예상치 못한 변수에 당한 다른 좌표의 플레이어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그렇다는 말.

     

   “여기 정도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는 사람들을 이끌고 절벽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습격을 당한다면 탈출로가 없을 수는 있지만 그 말은 곧, 경계를 해야 할 방향이 정해져 있다는 뜻.

     

   ‘어차피, 지금 같은 상황에 연합으로 우리를 칠 사람은 없을 테니까.’

     

   대규모 전쟁이 아닌 좌표끼리의 개인 경쟁.

   초반에 몰아쳐서 능력치를 끌어올린 우리를 일대일로 싸워 이길 좌표는 없을 것 같았으니, 양각이 잡히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었다.

     

   “휴우… 오늘 힘들었다.”

   “근데 우리, 피해도 거의 없고, 성장도 제일 빠를 거 같은데. 아닌가?”

   “이대로 우리가 1등할 수도 있을 것 같지 않아요?”

     

   바닥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심심찮게 보였다.

   이번 단체전이 부익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구조였기에 그들의 말이 더 실감된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애초에 이건 섬멸전이 아니었다.

   초반에 우리가 데스라는 플레이어를 잡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능력치가 강해졌다고 깃발을 빼앗기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었다.

     

   ‘깃발을 가진 사람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야.’

     

   나는 고개를 들어 야영을 준비하고 있는 자그마한 여자아이를 바라봤다.

   단체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눈앞에 떠오른 알림이 기억난다.

     

   「좌표, 지구의 깃발의 주인은 ‘한가민’입니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깃발을 나에게 건네주려 했던 그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 깃발은 한가민에게 귀속됐고 그녀는 한참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한가민에게 깃발이 귀속된 것을 그리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나나 박조철이 깃발을 들게 됐다면 더없이 든든하긴 했겠지만, 만약 그랬다면 낮 시간 동안 그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지도 못했을 테니까.

     

   “무슨 생각하고 계십니까?”

   “아, 별거 아닙니다.”

     

   내가 생각에 잠겨 있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남궁천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시인 씨가 부탁하신 불침번 조를 조금 생각해 봤는데 이건 어떻습니까?”

     

   남궁천호가 손을 들어 구석구석 서 있는 사람들을 하나둘 가리켰다.

     

   2인 1조로 이루어진 경계조.

   가장 숲이 우거진 좌우측을 기점으로 총 4명의 인원이 불침번을 서는 방식이었다.

     

   “나쁘지 않군요. 제 파트너는 누굽니까?”

   “일단 생각 중이긴 한데 아마 가민이와 함께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민이요?”

     

   남궁천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되물었다.

     

   “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뭐… 저도 딱히 내키지는 않지만 본인 의사가 그렇습니다. 가민이 말로는 그렇게라도 신경을 세울 시간이 없으면 방심하게 될 것 같다더군요. 참 특이한 아이예요.”

   “흐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목책을 세우고 있는 한가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의 강행군이 피곤했는지 눈에 피로감이 가득했지만, 나름 1인분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는 것인지 요령을 피우는 모습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다.

     

   “본인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군요. 일단 제가 옆에서 잘 지켜보겠습니다. 특기도 그쪽이니 별문제는 없을 겁니다.”

     

   이전에 들은 바에 의하면 녀석은 2층에서 잠입이나 암살과 관련된 특기들을 배웠다는 말을 했었다.

     

   허리에 차고 있던 레이피어는 반쯤은 눈속임.

   다른 좌표와 전투에 돌입했을 때, 어딘가에서 나타나 대장의 뒷덜미를 찌른 그녀가 없었다면 아마 지금 보다 더 많은 희생이 있었으리라.

     

   “감사합니다. 당연히 그렇게 하시겠지만 신경 써 주세요.”

     

   말을 마친 남궁천호가 목책으로 다가가 손을 거들기 시작한다.

     

   서서히 완성되어 가는 간이 요새.

   앞으로 큰 이변이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

     

   타닥. 타닥.

     

   야영지 중앙에 피워둔 모닥불 장작이 타들어 가며 자잘한 백색소음을 만들었다.

     

   완전히 깊어진 밤.

   잠이 들기에는 신경 쓰이는 것이 많았기에 나는 내 불침번 차례가 오기 전까지 수면을 취할 수 없었다.

     

   “시인 씨, 일어나실 시간입… 아.”

     

   나의 앞 순서로 불침번을 섰던 박조철.

   내 옆에 쪼그려 앉아 나를 깨우려던 그는, 내가 눈을 뜨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인지 흙이 묻은 무릎을 털며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 계셨습니까? 아니, 주무시질 않은 것 같군요.”

   “잠이 잘 안 오네요.”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불침번이라니 뭔가 군대 생각도 나고 그러네요. 하하…”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검을 주섬주섬 집어 들었다.

     

   모닥불을 제외하고는 낮게 가라앉은 어둠만이 깃든 밤.

   만약 내가 습격을 계획하고 있었더라면 아무리 봐도 지금이 적기가 아닌가 싶을 시간대다.

     

   “조철 씨,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저는 가민이만 깨워서 가 보겠습니다.”

   “너무 멀리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끼리 가시거리에 있어야 사고가 나더라도 파악이 가능하니까요.”

     

   그의 말에 내가 슬쩍 고개를 끄덕이자 박조철은 모닥불에서 살짝 떨어진 자리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뭐 가민이는…’

     

   부스스.

     

   반쯤 눈을 감은 채, 상체만 일으킨 상태.

   한가민은 정신을 차리기 위함인지 몇 차례 머리를 거칠게 휘저었고 이내 뺨을 양손으로 찰싹 때리고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후! 저 일어났어요. 갈까요?”

   “그래.”

     

   박조철 외 1명이 지키고 있었던 우측 큰 나무 옆.

   초소 정도는 아니었지만 평평하고 약간 높은 바위가 있는 덕에 습격을 대비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장소였다.

     

   “……”

   “……”

     

   밤은 고요했다. 낯선 장소에서 익숙한 찬 공기가 폐부로 흘러들어온다.

   이름 모를 벌레가 찌르르거리는 작은 소음이 귓가를 간질였지만 나는 그 소음을 뚫고 들려올 풀을 밟는 잡음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남은 시간 : 4일 5:54:27]

   [남은 시간 : 4일 5:31…

   …

   …

   [남은 시간 : 4일 5:02:58]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우리의 불침번 차례가 끝나갈 무렵.

   나의 옆을 지키며 후방을 바라보고 있던 한가민이 조심스럽게 나를 불렀다.

     

   “아저씨.”

   “응.”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검 손잡이로 손을 가져가며 대꾸했다.

     

   “뭔가 왔어?”

     

   신경이 바짝 곤두선다.

   내가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를 한가민이 발견했다면 그것은 쉽게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닐 테니까.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이어진 그녀의 말에 나는 맥이 풀리는 기분을 느꼈다.

     

   “아뇨. 그냥 심심해서.”

   “…….”

   “아저씨는 안 심심해요? 거의 1시간 동안 한마디도 안 하시네.”

   “난 뭐… 딱히?”

     

   이렇게 말하면 그녀가 마음이 좀 아플지도 모르지만 나는 한가민과 할 말이 딱히 없었다.

   싫다거나 무관심하다거나 하는 것이 아닌, 그저 멸망 이전에는 완전히 남이었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소재가 없었던 것.

     

   “아저씨는 저한테 궁금한 거 없으세요?”

   “궁금한 거?”

     

   그녀의 물음에 나는 턱을 쓸며 그녀에 대해 궁금할 만한 무언가가 있는지 짧게 고민했다.

     

   키가 작은 편의 금발 머리 20살 여대생.

   머리가 좋고 당찬 성격인데 성격은 좀 센 편.

   그리고 대학교 과제를 하려고 스카이 게임즈에 왔다가 멸망에 휘말림.

     

   약간의 정보가 머릿속에 떠오르자 나는 당장 생각난 대답을 그녀에게 돌려주었다.

     

   “응. 별로 궁금한 건 없는 것 같아.”

   “어라, 이건 좀 자존심 상하는데?”

     

   나의 심드렁한 대꾸에 그녀가 과한 제스처를 취하며 아프다는 듯, 인상을 찡그린다.

   그러고는 장난기가 발동한 것인지 남은 시간을 확인한 후, 나에게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졌다.

     

   “사실 저는 아저씨한테 좀 궁금한 게 있거든요? 우리 게임 하나 할래요?”

   “갑자기 무슨 게임?”

   “서로 질문을 하나씩 하는 거예요. 그리고 대답 못하면 그 사람이 지는 걸로.”

   “음……”

   “저부터 가볍게 시작할게요.”

     

   갑작스레 시작된 나는 동의하지도 않은 게임.

   그리고 한가민은 그녀의 말마따나 정말 가벼운 질문을 던지면서 “게임”을 시작했다.

     

   “이름이 뭐예요?”

   “알잖아?”

   “대답이나 해요.”

   “…….”

     

   김시인. 나는 나의 이름을 조용히 답했다.

   나의 대답을 들은 한가민은 나에게 질문을 요구했고 나는 한가민에게 비슷한 느낌의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응답했다.

     

   “나이는요?”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 회사에 입사한 거예요?”

     

   “어릴 때 공부 못했죠?”

     

   소소한 대화거리.

   그녀는 질문을 어딘가 적어놓기라도 한 듯, 내 질문이 끝나면 곧장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짧은 시간이지만 처음으로 나눠본 개인적인 대화.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알 수 없는 기시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들어온 질문.

     

   “저 어디선가 본적 있지 않아요?”

   “……? 그게 무슨 질문이야?”

   “어릴 때나 언제 우리 만난 적 있었냐고요.”

   “뭐 어디선가 봤을 수도 있겠지.”

   “흐음……”

     

   나의 애매모호한 응답에 한가민의 미간이 잠시 찌푸려진다.

   하지만 이내 표정이 돌아오며 그녀가 나를 향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됐어요. 아무튼, 시간도 다 된 거 같은데 이만 가죠.”

     

   대답은 했지만 뭔가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몸을 돌려 야영지로 가려는 한가민의 모습.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팔을 살짝 붙잡았고 한가민은 그런 나의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약간 당황하는 눈치를 보였다.

     

   “엥? 뭐 해요?”

   “……나 아직 질문 하나 덜 했는데?”

   “뭐야, 궁금한 거 있었네요.”

     

   한가민의 질문으로 시작된 게임이니 마지막은 내가 질문하는 게 형평성이 맞지.

   그리고 그동안 까먹고 있었지만 궁금‘했었던’ 것도 하나 생각났고.

     

   “그……”

     

   나는 그녀의 왼쪽 어깨를 슬쩍 봤다. 예전에 스쳐지나가며 봤던 그것.

   하지만 내가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려는 그때 나는 어디선가 날아드는 낯선 소리에 그녀를 확 잡아당겼다.

     

   화악!

     

   [‘빠른 납득(C-)’이 발동됩니다.]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한가민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비명에 몸을 일으키는 사람들. 하지만 한눈을 팔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여기 있었네.”

   “더럽게 반갑다. 새끼야.”

   “너 보려고 지옥에서 올라왔어.”

     

   지금 나의 눈앞, 나무 아래 그림자에서 사람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분명 우리에게 깃발을 빼앗겨 로비로 돌아갔어야 할 수많은 플레이어들.

     

   그들이 기분 나쁜 웃음을 터트리며 군데군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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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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