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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3

   EP.83

     

   [소수의 성좌들이 필멸자의 성장에 감탄합니다.]

   [소수의 성좌들이 대장전에 참가한 플레이어를 눈여겨봅니다.]

     

   내 주변에 흐릿하게 잔류해 있던 마력의 잔상이 선명해진다.

   차가운 서리와 뜨거운 열기를 동시에 뿜어지며 내 발아래의 호수를 증발 시켰다 얼리기를 반복한다.

     

   순식간에 자욱하게 끼는 물안개.

   하지만 눈앞의 물안개보다 더 강하게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으니.

     

   우우우웅!

     

   적색 기사 랜든이 끌어올린 마력의 덩어리가 검에 압축되며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그의 붉은 오러가 하나의 칼날이 된다.

   주변에 남아 있던 붉은 기운은 점차 사나운 기세로 그의 주위를 맴돌았고 그 기운은 결국 공기와 강하게 마찰하며 선명한 황금빛을 띄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이어진 랜든의 목소리. 그의 눈에서 황금빛 안광이 터져 나왔다.

   작게 열린 입을 통해 흘려진 작은 한마디가 공기를 울리고 호수에 거대한 파문을 일으킨다.

     

   “후우…”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지금 신경 써야 하는 것은 하나가 아닌 두 사람.

     

   랜든 좌측에서 언젠가 물 밖으로 빠져나온 청린의 주변으로 거대한 소용돌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창대를 양손으로 붙잡은 채, 물에 꽂아 넣은 청린.

   그의 발아래에 있던 물이 서서히 차오르며 마치 용의 승천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호수의 밑바닥에서 끌어올려진 물이 청린이 쥐고 있던 창을 감싸기 시작한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를 보는 듯한 기괴함. 하지만 그 흐름은 자유로웠고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웅장함이 있었다.

     

   쏴아아아!!!

     

   강렬한 물의 흐름이 나의 귓가를 간지럽힌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강하게 휘몰아치는 회오리. 그리고 나는 그 두 사람의 최후의 일격을 보며 나의 검을 양손으로 강하게 쥐었다.

     

   화르륵!

   채애앵!

     

   두 사람을 한꺼번에 제압하기 위해 사용한 두 개의 보물.

   하지만 과거에 비해 압도적으로 성장한 능력치로도 두 가지를 동시에 다루는 것은 무리였던지 정신이 몽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전심전력(C+)’을 사용합니다.]

   [전심전력(C+)이 적용될 능력치를 선택하십시오.]

     

   ‘체력.’

     

   정신력과 함께 몸이 버텨주어야 했다.

     

   [체력 Lv.40을 선택합니다.]

     

   띠링.

     

   [보유한 능력치를 확인합니다.]

   [근력 Lv.42]

   [민첩 Lv.42]

   [마력 Lv.46]

     

   [경험치 합의 결과 값을 계산합니다…]

     

   [체력 Lv.40 -> 체력 Lv.77]

   [현재의 상태가 1분 30초간 지속됩니다.]

     

   [마력 Lv.46의 영향으로 효과가 증폭됩니다.]

     

   [체력 Lv.77 -> 체력 Lv.81]

   [현재의 상태가 2분 30초간 지속됩니다.]

     

   체력의 압도적인 증가에 울렁거리던 속이 가라앉고 흐릿해지려던 정신이 또렷해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마력을 올려야 하나 싶었지만 체력을 올린 것이 옳은 판단.

   강인한 육체에 강인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체력이 상승하니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컨디션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띠링!

     

   [‘전심전력(C+)’을 통해 능력치가 한계를 초월했습니다.]

   [스킬 랭크가 상승합니다.]

     

   [‘전심전력(C+)’ -> ‘전심전력(B)’]

     

   [랭크 상승 1회 특전이 적용됩니다.]

   [‘전심전력(B)’을 사용한 반동을 받지 않습니다.]

     

   —

   이름 : 김시인

   성좌 : 없음

   능력치 : [근력 Lv.42], [민첩 Lv.42], [체력 Lv.81(40)], [마력 Lv.46]

   스킬 : [빠른 납득(C-)], [전심전력(B)], [천월신공(B+)], [투지(A)]

   특성 : [잠재 고유 스킬]

     

   잔여 코인 : 69,000 C

   —

     

   랭크 상승 특전.

   고작 이번 한 번만 적용되는 특전이었지만 전심전력을 사용한 이후의 반동이 오지 않는 것은 지금 이 순간 그 어떤 것보다 필요한 효과였다.

     

   츠츠츳!

     

   어느새 숲의 나무 정도의 크기로 압축된 물의 창이 나의 시야에 잡힌다.

   청린이 만든 마력의 결정체. 그리고 그 우측에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기운을 검 끝에 담아낸 랜든이 천천히 검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월광검법 月光劍法

     

   나 또한 검을 들었다.

     

   얼음과 불의 향연.

   나의 주변으로 휘몰아치던 두 기운이 검을 따라 흐르며 허공에 잔잔한 그림을 수놓았다.

     

   하늘을 가리키고 있던 랜든의 검이 호수를 향해 떨어진다.

   호수를 가리키고 있던 청린의 창이 나를 향해 내던져진다.

     

   나는 둘의 공격을 가만히 지켜봤다. 나에게로 날아오는 그것은 죽음 그 자체라 봐도 무방할 지경.

   호수에서 우리의 전투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았으나 나의 눈에 담긴 것은 오직 두 사람이 펼친 장관밖에 없었다.

     

   하지만.

     

   “질 것 같지가 않네.”

     

   나는 검을 내리그었다.

   한 번의 내려치기.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섬광.

   나의 검기가 두 마력 덩어리와 충돌하자 마치 흘러가던 시간이 멈추듯, 일대에 침묵이 찾아왔다.

     

   피이이잉!

     

   [소수의 성좌들이 상상을 초월한 힘에 당황합니다.]

   [‘전쟁과 싸움밖에 모르는 자’가 대장전의 영역을 봉쇄합니다.]

     

   폭발은 그렇게 시작됐다.

     

   핵이 폭발하듯 처음에 이어진 침묵과 그것을 압살하는 소닉붐이 굉음을 만들었다.

   청린이 끌어올린 호수의 물은 수증기조차 남기지 못한 채, 소멸했고 랜든이 쏘아낸 검기는 나의 검기에 삼켜져 흔적을 잃었다.

     

   “하…!”

   “애초에 상대가 안 됐군…”

     

   마력의 빛 너머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 두 실루엣은 그렇게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로비로 돌아갔다.

     

   ***

     

   [축하합니다!]

   [대장전의 승자는 ‘플레이어 김시인’입니다.]

     

   [임무 ‘대장전’을 완료하셨습니다.]

   [당신의 좌표가 단체전의 승리를 가져갑니다.]

     

   눈이 멀어 버릴 정도의 찬란한 빛을 뒤로한 채, 우리는 자연스럽게 원래 우리가 있던 로비로 이전됐다.

     

   웅성웅성.

     

   “으아아…! 응? 끄, 끝났나요?”

   “어…어……?”

     

   거대한 폭발에 얼굴이 창백해진 사람들이 말을 더듬으며 자신의 몸을 살폈다.

     

   마지막에 ‘전쟁과 싸움밖에 모르는 자’라는 성좌가 대장전과 그것을 구경하던 플레이어들 사이에 경계를 만들어줬기에 망정이지,

   까딱했으면 모조리 한 번 마력에 압사되는 죽음을 한 번 경험할 뻔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주변이 조용해도 너무나 조용했다.

   사람들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동안 수많은 플레이어들은 가만히 침묵한 채, 어느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

     

   나는 그들의 시선을 따라 로비의 끝자락, 2층에서 내려오는 도우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 흐헤헤헷!

     

   그들의 선두에서 이제는 웃음을 참을 생각도 없이 걸어 내려오는 토끼가 있었다.

     

   ‘저 모습은 오랜만이네… 그나저나.’

     

   처음 튜토리얼에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거대한 덩치의 모습.

   그런 토끼의 뒤로 몇몇 도우미들이 쫄래쫄래 줄을 서서 따라오고 있었다.

     

   근육질의 거대한 검은 소부터 시작해서 아마도 상어로 추정되는 물고기, 뱀 머리를 가진 익숙한 도우미까지.

     

   그리고 그중 뱀 머리 도우미의 얼굴이 썩어가는 것을 보니, 토끼의 얼굴이 저렇게 활짝 핀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랭킹이 바뀐 건가?’

     

   토끼의 말에 따르자면 저 에키온이라는 뱀 대가리는 종합 랭킹 3위였던 성좌 후보생이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몇 차례나 상대해왔던 ‘데스’라는 이름의 검은 로브를 입은 플레이어가 속한 집단의 도우미이기도 했고…

     

   -플레이어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토끼가 우리를 보며 반갑게 손을 들어 올렸다.

   꼭 어느 선거에 치열한 경쟁 끝에 당선된 정치인이 만족스러운 웃음과 함께 승전보를 울리듯 말이다.

     

   -단체전 치르느라 고생이 아주 많으셨습니다! 암! 그렇고말고요!

     

   녀석은 휴식을 취하고 있던 사람들을 향해 천천히 자신이 도우미들을 이끌고 나타난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공지 사항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여기 ‘데스’라는 플레이어 있으십니까? 반트라나 좌표의 데스…… 아! 저기 있군요!

     

   토끼는 그렇게 말하며 멀찍이 있던 검은 로브의 무리 앞으로 뒷짐을 진 채,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러고는.

     

   -당신, 성좌 ‘칼날을 쥔 광대’님의 화신이죠?

   “……”

   -아니, 화신이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네.

     

   대뜸 던져진 질문에 데스가 가만히 토끼를 응시한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토끼는 에키온을 한 번 돌아본 뒤, 씨익 웃으며 데스에게 말을 이었다.

     

   -진짜 ‘칼날을 쥔 광대’님께서 본인은 하지도 않았던 화신 계약을 파기하시겠답니다.

     

   토끼의 말에 데스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다.

   뭔가가 수틀렸을 때 나오는 표정. 그리고 이어진 데스의 말에 토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마.”

     

   데스가 뭔가를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것을 들은 사람은 극소수.

   그나마도 플레이어 중에는 없었고 바로 앞에서 놈의 말을 들은 도우미들만 표정이 오묘해질 뿐이었다.

     

   -호오…?

   -자, 잠깐만!

     

   토끼가 흥미롭다는 듯 콧소리를 내자 에키온이 사색이 되며 소리를 쳤다.

   뭔가가 캥기는 급박한 에키온의 언행에 토끼가 가만히 손을 들어올린다.

     

   -아, 에키온 씨 당신은 잠깐만 닥치고 있어 줄래요? 여기 있는 플레이어님께서 할 말이 있으시다잖아요.

     

   -아, 아니 내 좌표의 플레이어니 내가 이야기를 해보…

   -쉿. 조용.

     

   단호한 말투.

   하지만 토끼의 얼굴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적 없었던 통쾌함과 장난기가 그득그득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가 종료되는 시점에 기다렸다는 듯이 데스가 하지 못했던 말을 전했다.

     

   “다, 당신! 계약 내용과는 다르잖아!”

   -오! 자세히! 조금만 더 자세히!

     

   데스를 부추기는 토끼와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에키온.

   그리고 데스의 말은 어딘가에 있을 성좌가 아닌, 에키온을 향해 있었다.

     

   “당신이 말했잖아! 힘을 빌려줄 거라며, 훨씬 강해질 거라며!”

     

   그의 발악은 시작부터 강한 어조를 띄고 있었고 지금까지의 잔인한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급기야 목소리를 벌벌 떨며 공포에 질린 듯한 음성으로 이어졌다.

     

   “수명도 바쳤잖아! 그래서 3층이 끝날 때까지는……! 왜 계약 내용이 바뀌는데!”

   -오케이 거기까지!

     

   토끼가 손을 들어 데스를 제지한다.

   들을 말은 다 들었으니 더 이상 설명은 필요가 없다는 뉘앙스.

     

   그리고 토끼가 무슨 수를 쓴 것인지 손을 뻗자 데스의 몸이 흐려지며 소멸하기 시작한다.

     

   “아아…! 사,살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데스의 신형. 그리고 토끼는 싱글싱글 웃으며 에키온을 바라봤다.

     

   -조금 전에 저 플레이어가 당신을 보면서 말했던 것 같은데. 제가 잘못 본 게 아니겠죠?

   -……

   -에키온 씨, 왜 말이 없어요?

     

   장난기 가득한 표정과 그에 상반된 완전히 굳어 버린 표정.

     

   -왜요? 성좌의 격을 얻은 것도 아니면서 성좌 노릇을 해보니 말할 힘도 잃어버리셨나? 아, 랭킹이 떨어지면서 능력이 유지가 안 된 거죠? 그럴 수 있지!

     

   토끼의 시선이 에키온을 향했다.

     

   -성좌 후보생으로서 명합니다. 규정 위반자 에키온은 향후 100년간, 근신할 것과 성좌의 격에 도전할 자격을 박탈합니다.

   -그, 그건!

   -훠이! 이제 가요. 꼴도 보기 싫으니까아! 하핫!!!

     

   토끼의 말이 끝나자 몇몇 하위의 격을 가진 도우미들이 나타나 뱀 머리의 도우미를 끌고 갔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 그리고 토끼는 나머지 플레이어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아! 여러분은 쫄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도우미들끼리의 작은 해프닝이니까요!

     

   작은 해프닝이라……

     

   한바탕 거사를 치른 토끼의 모습을 보니 괜히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순식간에 지나가긴 했지만 플레이어 하나가 사라지고 도우미 하나가 끌려간 상황. 보통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순간에는 그 뒤끝이 좋지만은 않았던 기억이었다.

     

   -아 참! 3층 진행에도 작은 변경 사항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토끼의 말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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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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