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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4

   EP.84

     

   개인전, 단체전, 그리고 아직 겪지 못한 한 번의 남은 경쟁.

   우리는 3층이 이렇게 총 3개의 라운드로 진행이 된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토끼의 입을 통해 플레이어들은 3층의 계획이 통째로 변경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팔랑.

     

   -이것은 성좌 님들의 의견을 취합해서 도달한 결론입니다. 에… 그니까… 아, 여기 있네요!

     

   어디서 꺼냈는지 알 수 없는 서류를 든 토끼가 페이지를 가볍게 넘기며 말을 이었다.

     

   -3층은 여기에서 마무리. 플레이어들은 다음 층으로 곧장 이동 바람.

     

   토끼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복잡미묘해진다.

   녀석의 말인 즉, 개인전과 단체전을 끝으로 3층을 마무리하겠다는 말.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딱히 좋은 상황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었다.

     

   “그럼 이대로 다음 층으로 가라고요? 남은 보상은 어떡하고?”

     

   누군가의 외침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개인전이고 단체전이고 결국에 탑의 층은 사람들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게다가 현재의 3층은 ‘사망하지 않는다’라는 특혜를 모두가 누리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놓치기 아쉬운 귀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엥? 그걸 왜 당신들이 걱정해요? 보상은 저기 있는 저 괴물 같은 플레이어들이나 신경 쓸 일이지 않나요?

     

   토끼가 손을 들어 나를 가리킨다.

     

   -정신들 차려요. 이건 당신들에게 기회를 준 거나 다름없으니까. 원래 3층은 부익부빈익빈이에요. 당신들이 개인전에서 날려 먹은 능력치가 얼마인지는 알아요?

     

   움찔.

     

   -물론 중간 순위까지만 어떻게든 치고 올라가면 성장할 수 있다지만 바닥에 깔린 30% 정도는 지금 마음속으로 아주 피를 토하고 있을걸요?

     

   듣고 보니 맞는 말.

   어차피 경쟁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3층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빨리 3층을 벗어나는 게 그들에게 더 좋은 일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중요한 건.

     

   “왜지?”

     

   내가 토끼에게 물었다.

     

   성좌들은 여러 가지 목적으로 우리를 이 탑으로 끌어들였다.

   우리를 성장 시켜 그들의 화신으로 부르기 위해, 플레이어들이 목숨을 걸고 살아남는 것을 순수하게 즐기기 위해.

     

   그 외의 다양한 이유도 각자의 사정에 따라 있을 것이고 그 목적을 생각했을 때, 3층의 조기 종료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음… 성좌 님들의 생각을 함부로 말하면 안 되지만 김시인 플레이어의 질문이라면 대답을 조금……

     

   토끼가 잠시 그 몽실몽실한 턱을 손으로 괴고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뭔가를 결심한 듯 녀석은 입을 열었고 그것은 짧은 단어들의 나열이었다.

     

   -이후 경쟁, 대장전, 미리보기, 노잼. 시청료 아깝.

     

   ‘하.’

     

   짧게 나온 단어들이었지만 나는 녀석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개인전과 단체전에 이어서 나올 3라운드는 각 좌표의 대장전.

   하지만 이미 단체전의 막바지에 나와 청린, 랜든의 싸움을 봐버렸고, 그 때문에 이후에 있을 대장전이 기대가 되지 않는 성좌들이 3층의 조기 종료를 언급한 것이 분명했다.

     

   ‘시청료라는 건 코인을 말하는 것 같군.’

     

   이것은 중요한 정보였다.

   그들이 튜토리얼을 포함해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보기 위해서는 소정의 코인을 주기적으로 지불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도 코인은 꽤 소중한 자원이라는 것과 그 소중한 자원을 쓰면서까지 화신을 찾아야 할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뭔가 놓친 게 있을지도…’

     

   내가 코인의 가치를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계의 존재라고 하지만 사실상 성좌들은 신과 흡사한 능력을 지닌 초월적인 존재들.

   그들이 인간들에게 허락하고 우리가 화폐로 사용하는 코인이 결코 단순한 재화가 아닐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드는 때, 나의 뒤에 있던 누군가가 손을 들며 토끼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혹시 우리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따로 없을까……요?”

     

   지구 좌표의 인원들.

     

   순간 토끼의 눈매에 잠시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 스쳐갔지만,

   아무래도 3층이 빨리 마무리되면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될 사람들이 우리였기에 녀석은 우리의 아쉬운 소리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성좌님들이 따로 주시지 않을까 싶군요. 슬슬 눈여겨 본 플레이어들과 계약을 할 때도 된 것 같고…

     

   하지만 토끼는 슬쩍 말을 얼버무렸다.

   그도 그럴 것이 토끼는 도우미였지 이 이야기의 주최자가 아닌 상황. 녀석도 조기종료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지, 더 이상의 할 말이 없는 듯했다.

     

   -아무튼, 슬슬 보상 정산을 시작하겠습니다! 성좌님들!

     

   띠링!

     

   [3층을 클리어하셨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날아온 메시지에 우리는 3층의 임무가 정말 이렇게 끝났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3층의 클리어 보상을 지급합니다.]

   [10,000 코인을 획득합니다. ]

   [모든 능력치가 Lv.3 만큼 증가합니다.]

     

   [개인전의 보상을 지급합니다.]

   [가지고 있는 보물 3가지를 가지고 다음 층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눈앞에 떠오른 개인전의 보상.

   나는 지체 없이 한기의 심장과 열화의 호흡을 선택했다.

     

   ‘이것도 챙겨야 할까?’

     

   나의 손에 끼워져 있는 반지 하나.

   개인전부터 단체전까지 상당히 유용하게 활용했던 소환의 반지가 눈에 들어오자 나는 고민에 빠졌다.

     

   ‘매개체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는 반지……’

     

   가져갈 수 있는 보물은 3가지였다. 다시 말해 사막 지주왕의 돌이나 백수원숭이의 돌 같은 보물은 챙기고 싶어도 챙길 수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스윽.

     

   나는 조심스레 소환의 반지를 빼서 선택 목록에 추가했다.

   이유는 나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언젠가 이 반지를 다시 한 번 사용하게 될 일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

     

   [단체전의 보상을 지급합니다.]

   [깃발의 능력치 중, 일부를 흡수합니다.]

     

   이어진 단체전에 대한 보상이 울리자 사람들이 너도나도 감탄하며 능력치를 확인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사람들에게는 뜨지 않은 특별한 메시지가 추가됐다.

     

   [당신은 단체전 1위를 기록했습니다.]

   [능력치를 추가 획득합니다.]

     

   삑!

     

   [능력치가 3층의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여분의 경험치를 코인으로 치환합니다.]

     

   [162,000 코인이 지급됩니다.]

     

   ‘응?’

     

   나는 급하게 상태창을 열어 나의 능력치를 확인했다.

     

   어느새 [Lv.40]으로 맞춰진 모든 능력치.

   기존의 능력치가 얼마였고 상승한 능력치가 얼마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말도 안 되게 두둑해진 코인을 보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됐다.

     

   ‘대충 20만 코인을 조금 넘겼네.’

     

   다음 층으로 갔을 때도 플레이어들 중, 가장 높은 능력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 양.

   하지만 나는 우선 능력치를 올리는 것은 보류하기로 했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 쓰더라도 무리는 없을 뿐더러, 왠지 코인의 사용처가 어딘가 더 있을 것 같았기 때문.

     

   -다들 어느 정도 보상 정리가 되셨나요?

     

   사람들이 보상을 확인한 것을 본 토끼가 입을 열었다.

     

   -이제 4층으로 올라갈 문을 열어 드릴 겁니다. 물론 4층의 임무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몇 가지만 당부하자면…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소중한 정보.

   하지만 이어진 토끼의 말은 애매모호했고 우리의 머리 위에는 늘 그래 왔듯 의문 가득한 물음표만 잔뜩 생길 뿐이었다.

     

   -자신을 찾되 스스로를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계속해서 생각하고 쉬지 말고 행동하세요. 그곳은 탑의 4층입니다.

     

   따악!

     

   녀석이 손가락을 튕기기가 무섭게 눈앞에 익숙한 포탈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진 또 하나의 임무.

     

   띠링.

     

   [새로운 임무가 도착했습니다.]

     

   —

   『4층으로』

     

   주제 : 없음

   난이도 : 없음

     

   설명 : 4층으로 가십시오.

     

   임무 : 포탈을 통해 4층으로 진입

     

   보상 : 4층으로 진입

   실패 페널티 : 포기를 선택할 시, 사망합니다.

   —

     

   매번 우리의 목숨을 쥐락펴락하는 존재들이 내린 또 한 번의 임무.

   그리고 내가 임무를 무심히 보고 있자니,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김시인 플레이어.

     

   고막이 아닌 머릿속을 울리는 듯한 음성.

   텔레파시나 무협의 전음과 흡사한 그 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고 손을 든 자세 그대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토끼의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성좌들이 당신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

     

   지금껏 단 한 번도 본적 없었던 표정이었다.

   표정을 알아볼 수 없을 분명한 짐승의 얼굴이었지만 나는 토끼의 눈에서 깊고 진한 긴장을 찾을 수 있었다.

     

   -5층에서 뵙겠습니다. 그럼 행운을.

     

   그렇게 말한 토끼는 스스로 포탈을 열고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나는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바라봤다.

   모든 이들이 앞에 나타난 포탈에 들어가기를 꺼렸지만, 그 누구도 결국에는 저항하지 못한 채 자신을 집어삼키는 포탈로 발을 들이민다.

     

   “시인 씨.”

   “네.”

   “이번에도 단체전일까요?”

   “…모르겠습니다.”

     

   나의 옆에 있던 서세영이 긴장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괜히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긴장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나도 불분명한 미래에 긴장을 떨칠 수가 없는데 ‘빠른 납득’ 같은 정신계 스킬도 없는 그들이 정신이 온전할 리가 없었다.

     

   “살아서 봅시다.”

     

   어차피 벌어질 일. 괜히 긴장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잘할 수 있는 것도 실수할 수 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긴장하지 말라는 것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포탈로 발을 들였다.

   자신을 잃지 말라는 토끼의 말을 되새기며.

     

   ***

     

   츠츠츳……

     

   포탈을 타고 이동하며 생기는 울렁거리는 감각이 나의 몸을 자극했다.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이질적인 감각. 하지만 처음 나를 신경 쓰이게 만든 것은 나의 뒤로 사라지는 포탈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몸의 이질감도 아니었다.

     

   그저.

     

   “……여긴?”

     

   익숙한 향수를 불러오는 하얀 벽지와 그 아래 구석에 곱게 개져 있는 이불뭉치.

     

   너무나도 익숙했다.

   하지만 익숙한 만큼 낯선 환경에 나의 시선은 햇볕이 쨍하게 내리쬐는 창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미친.”

     

   창밖에 세워진 거대한 건물이 그나마 들어오는 작은 빛을 미묘하게 가리는 작은 단칸방.

     

   이곳은 내가 스카이 게임즈를 입사하기 이전에 살던 나의 자취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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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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