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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1

   EP.121

     

   띠링.

     

   [업적 달성!]

   [몬스터 ‘100’ 마리를 사냥하셨습니다.]

     

   [업적 달성!]

   [몬스터 ‘300’ 마리를 사냥하셨습니다.]

     

   [업적 달성!]

   [몬스터 ‘500’ 마리를 사냥하셨습니다.]

     

   [업적 달성!]

   [몬스터 ‘1,000’ 마리를 사냥……

     

   단 세 번의 검으로 잡아낸 몬스터의 수가 약 이천 마리.

     

   나의 검이 움직인 길에 남은 것은 몬스터였던 잿더미뿐이었고 그것을 육안으로 확인한 사람들의 시선은 갈 곳을 잃은 채, 들판 곳곳을 방황하고 있었다.

     

   “……”

   “……”

     

   뒤늦게 상황을 알아본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나를 돌아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몬스터를 잡아낸 것이 아니라는 것.

     

   아직 살아 있는 땅 위의 몬스터들이 슬금슬금 몸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니 아직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띠링.

     

   [몬스터가 절반 이상 사망했습니다.]

   [필드에 남은 몬스터들이 죽은 사념을 통해 힘을 얻습니다.]

     

   플레이어들을 쫓지 않던 몬스터들이나 후방에 배치되어 염화를 버텨 낸 몬스터들.

     

   -크워어어!!!

   -크하아아아아!

     

   힘을 얻은 몬스터들이 점점 그 덩치를 키워가기 시작했다.

   약 1.5배는 거대해진 몬스터들. 마왕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몬스터들이 강해지는 시스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만약 그렇다면 조금 임무가 까다로워진 것이 아닐까 싶었다.

     

   “윽…!”

     

   짧은 시간 너무 급격하게 마력을 쏟아 낸 탓인지 순간적으로 두통이 몰려왔다.

   힘이 빠지고 맥이 풀리는 느낌. 머리가 띵한 것이 마지막에 분위기에 취해서 너무 무리를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인 씨 괜찮으십니까?”

   “아저씨 어디 안 좋아요?”

     

   걱정이 가득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순간적인 고통에 내가 바닥에 주저앉았던 모양인지 사람들이 몰리자 수많은 그림자가 나의 머리 위를 가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화악!

     

   어느 순간부터 머리는 물론 온몸에 편안함이 느껴졌고 이상함을 감지한 나는 고개를 들어 나에게 손을 뻗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니, 마력을 그렇게 남용하면 어떡해요? 어휴! 이 인간 코피 나는 것 좀 봐!”

     

   나를 향해 신성력과 마력을 쏟아내고 있는 성녀와 토끼.

     

   “감사합니다.”

     

   나의 감사 인사에도 성녀는 내색하지 않으며 가만히 치료에 전념했다.

   물론 토끼가 옆에서 계속해서 조잘거리기는 했지만 그 능력은 무시할 수 없었던지 효과 하나는 끝내줬다.

     

   “시인 씨, 고생하셨습니다.”

   “잠시만 쉬고 계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처리해 보겠습니다.”

     

   남궁천호와 박조철의 말에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말을 끝으로 나의 뒤로 물러나 있던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무기를 뽑아 들며 앞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그런데 저기 날아오는 놈은 조금 위험해 보이는군.”

   “확실히…… 저놈이 대장인가?”

     

   랜든과 청린의 말에 사람들이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에 떠 있던 하나의 점.

   그것은 점차 크기를 키워가며 플레이어들에게로 다가오고 있었고 그 형태가 또렷해지자 그들은 그것이 비정상적으로 덩치가 큰 와이번 한 마리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긴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녀석의 정체를 알고 있던 나는 조심스럽게 한가민을 불렀다.

     

   “가민아.”

   “네?”

   “저거 우리 편이야.”

     

   파닥! 파닥!

     

   푸른 비늘이 인상적인 비만 와이번.

   덩치가 큰 놈들은 녀석에게 맡기면 될 것 같았다.

     

   ***

     

   그렇게 이어진 전투는 나의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내가 보여 준 무위에 감명을 받은 보랏빛 피부의 전사들이 몸을 사리지 않은 이유도 있었겠지만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강해진 것이 그 이유가 아닌가 싶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박조철의 경우였다.

   자신보다 강한 마왕과 한참을 치고받으며 얻게 된 깨달음이 있었던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압도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확실히 전투가 화려해졌네.’

     

   성좌와 계약을 마친 사람들의 움직임은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몸놀림 자체가 빨라지거나 강한 힘을 가진 경우도 있었고 마력의 운용으로 갖가지 마법을 구사하는 그룹도 있었다.

     

   불과 얼음. 독이나 어둠 따위의 특이한 속성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들의 전투력을 보니 성좌 계약이라는 것이 플레이어에게 얼마나 중요한 과정인지 알 것 같았다.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나의 말에 토끼가 슬그머니 손을 뗀다.

   하지만 성녀는 아직 걱정이 남아 있었던 것인지 여전히 나의 등에 대고 신성력을 퍼붓고 있었다.

     

   “내상이 심해요. 아직 치료가 필요합니다.”

     

   토끼가 눈치를 보며 다시 나의 등에 손을 올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그저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팟!

     

   나는 곧바로 전투에 참여했다.

     

   죽이면 죽일수록 강해지는 괴물들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기 때문.

   처음에는 그렇게 큰 변화가 보이지는 않았다. 놈들이 조금씩 강해지기는 해도 머릿수를 줄이는 만큼 그 부담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괴물의 수가 100마리 아래로 내려간 이후로 발생했다.

     

   오크를 죽이니 그 뒤로 머리가 세 개 달린 오우거가 나타나 사람들 틈을 헤집고 다닌다.

   사람들이 힘을 합쳐 오우거를 제압하니, 오우거보다 덩치가 큰 고블린이 나타나 플레이어들 틈을 종횡무진하며 칼춤을 추기도 했다.

     

   처음과는 달리 확실히 플레이어들의 협력과 레이드가 필요해진 몬스터들.

   그리고 놈들의 수가 10마리 이하로 내려갔을 때, 놈들은 비정상적으로 강한 힘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들…… 마왕의 하수인이라는 놈들보다 더 강한 거 같군.”

   “동감이다.”

     

   마왕의 하수인과 부딪쳐 봤던 랜든과 청린이 조심스럽게 속삭이자 남궁천호가 동의를 하듯 은은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오크, 늑대인간, 트롤, 이름을 알 수 없는 난쟁이 몬스터 등등.

     

   사람들은 투쟁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피를 흘리고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끝까지 갔다는 것. 결국 마지막에 승리를 거머쥔 것이 플레이어들이라는 사실이었다.

     

   “후우…”

     

   비대해진 늑대인간의 목을 친 것을 마지막으로 싸움은 종결됐다.

     

   띠링.

     

   [스테이지 퍼펙트 클리어.]

     

   어쩌다 보니 온몸을 몬스터의 피로 피칠갑한 나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조심스럽게 뺨을 닦아냈다.

     

   [소수의 성좌가 당신의 기록에 무위에 감탄합니다.]

   [‘전쟁과 싸움밖에 모르는 자’가 당신의 전투방식을 흥미로워 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눈앞에 익숙한 메시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떠오르는 성좌들의 보상.

     

   하지만 나의 눈앞에 보상과 관련된 메시지는 단 한 가지만 확인이 됐다.

     

   [임무를 완수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성좌 ‘전쟁과 싸움밖에 모르는 자’의 권능의 일부를 획득합니다.]

     

   당장에는 내가 받은 보상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

   ‘전쟁과 싸움밖에 모르는 자’가 그렇게 친절한 성격도 아니었거니와 지금 그 임무를 일일이 읽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여기! 치료가 필요합니다!”

   “젠장…… 팔이 안 움직이는군.”

   “우웩!”

   “괜찮습니까?”

     

   분명 승리를 했지만 주변의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각한 중상의 경우에는 도저히 회생이 불가능할 것 같은 플레이어들도 있었으니까.

     

   [다수의 성좌들이 당신을 화신의 재목으로 눈여겨봅니다.]

     

   하지만 성좌들은 냉정했다.

   플레이어들의 부상이 어떻든지 간에, 그저 그들이 이뤄놓은 업적만을 지켜볼 뿐.

   그리고 그 결과로 떠오른 것은 보상 뒤로 떠오르고 있는 흐릿한 포탈이었다.

     

   화르륵.

     

   예의 보던 그 푸른 포탈이 사람들의 앞에 떠올랐다.

   각 플레이어들마다 개인적인 시련을 준비해 둔 성좌들. 그리고 그 포탈 너머에는 우리를 그토록 고통스럽게 하던 새로운 임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시인 씨……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의 옆으로 다가온 박조철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 고민을 해결해 주기 위함이었던지 사람들의 앞에는 그 엿 같은 임무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띠링.

     

   [새로운 임무가 도착했습니다.]

     

   —

   『다음 층으로』

     

   주제 : 증명

   난이도 : A+

     

   설명 : 성좌들은 플레이어들이 격을 쌓아 그들의 화신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 층을 향해 걸음을 옮기십시오. 계속해서 성장하십시오. 선택은 당신 손에 달려 있습니다.

     

   임무 : 다음 층으로의 진입

     

   보상 : 화신의 자격

   실패 페널티 : 사망

   (※ 단, 임무를 거절할 시, 실패로 간주됩니다.)

   —

     

   “하아…”

     

   한숨이 나왔다.

     

   격이고 나발이고 아직 우리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든 우리의 역할이 시련을 받아야 하는, 탑을 올라야 하는 도전자이자 플레이어였기에 당해야 하는 모순이었다.

     

   “아저씨… 일단 들어가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다수의 성좌들이 플레이어들을 재촉합니다.]

   [임무 『다음 층으로』 에 제한 시간이 추가됩니다.]

     

   [남은 시간 : 00:01:00]

     

   6층으로 가야 하는 운명.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순순히 그들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아졌다.

     

   뒷목을 쓸었다. 지금까지 탑을 오르며 겪었던 모든 일이 주마등처럼 나의 머릿속을 스쳐 간다.

     

   나의 시선이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는 몇몇 사람들을 훑었다.

   중상을 입은 자들, 이미 지쳐서 바닥에 주저앉은 자들.

     

   그곳에는 크리티아스의 어인도, 신성국의 기사도, 헬리온의 전사도, 그리고 지구의 사람들도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스윽.

     

   나는 검을 들었다.

   그리고 그 검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당당하게 외쳤다.

     

   “어이 거기!”

     

   나의 갑작스러운 외침에 사람들이 나를 돌아본다.

     

   “이거 치우지?”

     

   그 무엇보다 당당한 나의 모습.

   누가 봐도 당장 목숨이 걸린 누군가가 할 만한 행위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언행이었다.

     

   “내가 재밌는 거 보여줄게”

     

   그간 많은 시련에 도전했다.

   싸웠고 살아남았고 배웠고 활용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저 강한 정신이나 강한 육체가 전부가 아니었다.

     

   [고유 스킬 ‘업데이트’를 사용합니다.]

     

   과거 튜토리얼에서 얻었고 그 이후로 한참이나 시간이 지나 5층에서 개화하게 된 나의 고유 스킬.

   그리고 그 능력은 내가 가지고 있는 그 어떤 스킬보다 사기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

   【업데이트】 – 고유 스킬

   보유 성좌 : 모험하기를 좋아하는 별

   경험치 : 활성화 (100%)

     

   설명 : 당신의 성향으로 개화한 고유 스킬입니다. 당신은 타인의 성장을 돕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선의 결과를 위해 최악을 고의로 선택하는 도전 정신이 있으며 그 결과는 언제나 기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합당한 고유 능력은 ‘진화’와 ‘발전’입니다.

     

   효과 : 희생을 통해 같은 가치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음.

   – 희생이 가능한 재화 예시 : 능력, 수명, 기억, 신체, 코인 등

   —

     

   성좌로부터 받은 고유 능력.

   하지만 그 능력을 통해 기적을 일으킬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디어 프롤로그까지 왔습니다.
여기까지 달려와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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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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