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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2

   EP.122

     

   [고유 스킬 ‘업데이트’를 사용합니다.]

   [스킬 사용에 필요한 재화를 선택하십시오.]

     

   ‘코인을 사용한다.’

     

   [고유 스킬 ‘업데이트’에 필요한 코인을 확인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코인의 양이 측정되기 시작한다.

     

   [……]

   [……]

   [……]

     

   얼마나 많은 양의 코인이 필요한지 따위는 고민하지 않았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코인을 사용해서 ‘성좌의 격’을 얻을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뿐.

     

   띠링!

     

   [조건이 확인되었습니다.]

   [권능이 사용됩니다.]

     

   격은 부족하지 않았다.

   애초에 5층까지 올라오며 내가 보였던 수많은 기적과 업적들이 나의 위치를 나타내고 있었고 마왕을 잡아내며 그 높이는 나의 생각보다 훨씬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나에게 부족한 것이 있었다.

     

   ‘성좌가 될 자격……’

     

   힘은 이미 충분하다. 허나 성좌가 되기 위한 조건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성좌로부터 받은 고유 스킬을 통해 성좌가 될 ‘자격’을 구입한 것이다.

     

   [성좌가 되기 위해 필요한 스킬을 확인합니다.]

   [코인이 추가적으로 사용됩니다.]

     

   [성좌가 되기 위해 필요한 능력치를 확인합니다.]

   [코인이 추가적으로 사용됩니다.]

     

   성좌가 되기 위한 조건들이 하나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성장을 위해 계속해서 얻고자 노력했던 것들…… 그리고 탑에 오르며 우리가 채워나가고 있던 모든 것들이 그 조건에 해당됐다.

     

   [성좌로서 가져야 할 당신의 정신력을 확인합니다.]

     

   띠링!

     

   [특정한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인이 추가적으로 사용되지 않습니다.]

     

   신체적인 힘과 정신적인 힘.

   스킬과 코인 등 다양한 조건들이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했고 나는 나의 눈앞에 떠오르는 무수한 메시지 끝에 나의 머리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짐을 인지할 수 있었다.

     

   [모든 자격 요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스킬‘성좌 – 星座’를 획득합니다.]

     

   —

   [성좌 – 星座]

   랭크 : EX

   설명 : 탑에 당신의 이름이 기록됩니다.

   —

     

   [당신의 성향을 확인합니다.]

   [이명, ‘멸망한 세계의 정복자’가 추가됩니다.]

     

   —

   [멸망한 세계의 정복자]

   랭크 : EX

   설명 : 당신은 고난과 역경 끝에 당신의 뜻과 목적을 이룬 성좌입니다.

   —

     

   [당신의 격이 압도적으로 상승합니다.]

   [탑의 의지에 따라 플레이어 ‘김시인’은 성좌가 되었습니다.]

     

   [성좌들이 내린 ‘모든 임무’ 가 사라집니다.]

     

   ***

     

   나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당연하게도 도우미의 경험이 길었던 토끼였다.

     

   “아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녀석의 갑작스런 외침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목소리가 하도 커서 무기로 손을 뻗은 사람도 있을 지경.

     

   “잠깐…!”

     

   순간적으로 당황한 나는 손을 뻗어 토끼를 제지했다.

   갑작스럽게 치솟은 나의 격에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누구도 쓰러지거나 거품을 무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나는 그때쯤 어쩌면 당연했을 비밀 하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모든 성좌들이 일부러 존재감을 드러냈던 건가?’

     

   살기를 흩뿌리거나 기운을 상대에게 쏟아 내는 방식으로.

   내가 이곳에 있는 그 누구에게도 적의가 없었으니 나의 격에 의해 압박을 느끼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 내 말 듣고 있어요?!”

     

   바로 나의 지척으로 다가온 토끼가 삿대질을 하며 나를 가리킨다.

   녀석의 눈동자가 가깝게 보였다. 하지만 언성을 높이는 것과는 별개로 녀석의 눈은 걱정과 두려움을 가득 담은 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뭐가 너를 그렇게까지 불안하게 만드는 거야?”

     

   나의 물음에 토끼가 잠시 얼빠진 표정을 짓는다.

   허나 그것도 잠시, 녀석이 미간을 좁히며 나의 팔을 붙잡았다.

     

   “뭐긴 뭐예요! 성좌가 되면……! 성좌가 되면 좋든 싫든 다른 성좌들이랑 같은 선상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요! 이해가 안 돼요?!”

     

   녀석이 얼굴을 붉히며 성좌들의 관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일반적으로 화신들은 성좌의 화신으로 시작해 자신의 소속을 가진다.

   성좌 계약은 플레이어를 구속하는 굴레인 동시에 그들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는 것.

     

   그렇게 플레이어들은 계약한 성좌들의 시련을 받아 탑을 추가적으로 오르고 그 성장을 통해 성좌와 상부상조를 이룬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자신의 세력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 그때가 되어서야 엄연한 성좌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한 행동은.

     

   “힘도 없으면서 그 괴물들한테 전쟁을 선포한 거라고요!”

     

   성좌와 계약을 하지 않은 플레이어는 언제든 그들의 산하로 들어올 수 있기에 성좌들이 건드리지 않는다.

   그것은 탑이 만들어진 이래로 깨지지 않은 불문율이었고 모두가 인정하는 그들만의 규칙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화신의 격을 완전히 버리고 성좌의 자리에 앉았다.

     

   “김시인, 당신이 약하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하지만 이곳에는 당신보다 강한 존재들이 많고 그들을 따르는 세력이 있어요. 그 모든 걸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나는 녀석의 말을 듣다가 조심스럽게 하늘을 바라봤다.

     

   [탑이 당신을 지켜봅니다.]

     

   성좌가 보낸 메시지가 아닌 탑이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

     

   [당신은 앞으로 시련을 받는 것이 아닌 도전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완벽하게 깨달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탑이 나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는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탑이 당신에게 임무를 건넵니다.]

     

   —

   『등천登天을 위한 첫걸음』

     

   설명 : 당신은 일반적이지 않은 다른 길을 걷겠다고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당신의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는 앞으로 있을 당신의 선택에 달린 것. 하지만 탑은 당신이 아무 준비도 없이 불길에 뛰어들기를 원치 않습니다. 탑을 오르십시오. 탑이 당신의 길을 인도할 것입니다.

     

   보상 : ?

   —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적혀 있지 않았다.

   그 어떤 보상도 페널티도 기록되지 않은 순수한 문구. 하지만 그것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나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는커녕 오히려 개운해지고 있었다.

     

   “변하는 건 없어.”

   “……네?”

     

   언제부턴가 나의 주변으로 토끼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걱정 어린 시선.

   존경심이 가득한 눈빛.

   성좌들에 대한 분노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복잡 미묘한 다양한 감정들을 가진 그들.

     

   “여러분들은 계속해서 탑을 오르세요.”

     

   6층 이후로 그들은 각 성좌가 내린 시련을 통해 성장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그들은 새로운 어려움을 직면하고 해결하며 탑을 오를 것이고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수의 성좌들이 이유 모를 불안을 느낍니다.]

   [다수의 성좌들이 그들과 계약한 플레이어들을 재촉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만납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을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전사여, 우리는 먼저 가겠다. 시간이 없군.”

     

   플레이어 중, 보랏빛 피부를 가진 헬리온의 플레이어들이 허겁지겁 포탈을 통과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포탈을 통과하라는 시간제한 임무를 받은 모양.

     

   “저희도 가 보겠습니다.”

   “행운을 빌지. 다음에 다시 보세.”

     

   통성명도 하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신성국의 성기사들과 성녀가 포탈을 통과한다.

     

   “시인 님. 크리티아스의 어인들은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많이 배웠다.”

     

   금린과 청린.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어인들도 포탈을 통과했다.

     

   [당신을 위한 포탈이 열립니다.]

     

   나의 앞에도 포탈이 생성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통과해왔던 것과는 그 격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는 포탈.

   그리고 흉흉한 기세의 포탈을 본 지구 좌표의 사람들이 나에게 짧은 인사를 건네며 포탈을 통과했다.

     

   그리고 모두가 사라진 마왕의 들판에 남은 마지막 인원들.

   토끼를 포함한 첫 튜토리얼 멤버 네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우미였던 너한테 부탁이란 걸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잘 부탁해.”

   “당신 걱정이나 하세요. 저는 네 사람 끌고 잘 올라가 볼 거니깐.”

     

   그 뒤로 박조철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은 남은 세 사람도 마찬가지. 한가민은 반쯤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것을 보니 괜히 마음이 짠하기도 하다.

     

   “시인 씨, 먼저 들어가셔도 됩니다. 저희는 이분이랑 성좌 계약을 맺은 상태라 시간제한은 안 걸렸거든요.”

     

   남궁천호의 말에 나는 슬쩍 웃음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원래 떠나는 사람보다 남는 사람이 힘든 법. 그가 배려를 선택했고 나는 그것을 감사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아저씨!”

     

   나를 부르는 한가민의 목소리에 나는 잠시 고개를 돌렸다.

     

   포옥.

     

   “……”

   “……”

     

   나를 등 뒤에서 껴안은 한가민의 체온이 느껴진다.

   훌쩍거리는 것은 그만뒀지만 눈물은 참지 못했던지 슬쩍 가려진 한가민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흐르는 것이 어렴풋이 보인다.

     

   “……꼭 살아서 봐요.”

   “그래그래 울지 마.”

     

   나는 작은 머리에 살며시 손을 올려 그녀를 잠시 달랬다.

   부모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아이를 보는 느낌. 이 아이가 나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 길은 없었지만 나는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갈 길이 멀었다.

     

   그 길이 가시밭길일 수도 있었고 예상외로 양지바른 비단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길을 걷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살아서 보자.”

     

   나는 한가민의 어깨를 잡아 나에게서 살짝 떼어낸 뒤, 포탈로 걸음을 옮겼다.

     

   [성좌의 길을 걷는 자들을 위한 ‘탑의 6층’으로 이동합니다.]

   [당신이 가는 길에 행운이 함께 하길.]

     

   익숙하게 흐려지는 시야. 나의 행운을 빌어 주는 탑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츠츠츳.

     

   ‘……음?’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지금까지는 포탈을 통과하면 특별한 시간차가 없이 곧장 다음 층에서 눈을 뜨게 됐던 기억인데, 지금 이동은 알 수 없는 힘에 가로 막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치지직……

     

   [성좌 ■■■■ ‘6층’으로 ■동 합■■.]

     

   메시지에 노이즈가 생겨났다.

   알 수 없는 오류가 눈앞의 메시지를 집어삼키기 시작했고 그 이후 변화된 내용에 나는 무언가 일이 크게 틀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불규칙적인 이동이 발생합니다.]

   [성좌 ‘멸망한 세계의 정복자’가 탑의 ‘13층’으로 이동합니다.]

     

   갑작스럽게 건너뛰게 된 탑의 경계.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이름에 나의 등에 소름이 돋아났다.

     

   [13층의 주인 : 전쟁과 싸움밖에 모르는 자]

     

   6층으로 이동하고 있던 나를 13층의 주인이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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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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