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35

   EP.135

     

   플레이어들은 잘 모르는 정보지만 탑의 층은 크게 3가지로 구성됐다.

     

   첫 번째는 탑에 적응을 하기 시작하는 1층에서 5층.

   그곳은 플레이어가 화신이 될 재목인지 ‘선별하는 층’이었고 보통 탑의 역량에 따라 기존에 있던 세계가 평행세계처럼 변형되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는 6층에서부터 10층까지.

   성좌와 계약을 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계약한 성좌가 내리는 시련들을 통과해야 했고 그 대가로 보호와 성장을 보장받는다.

     

   그리고 11층부터 그 이후의 층은 ‘성좌들이 탑의 시험을 받게 되는 장소’로.

   성좌들이 그 이전의 층에서 플레이어들과 계약을 하고 화신을 성장시키는 이유는 이곳에 있었다.

     

   띠링.

     

   [6층에 도전자가 도착했습니다.]

   [임무가 발생합니다.]

     

   “오오…! 오랜만의 손님이네!”

     

   그리고 6층에서 성좌와 계약을 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을 시험하도록 임명받은 성좌.

   ‘종자를 판별하는 자’는 어두컴컴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오랜만에 떠오른 임무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가 오랜만에 나타난 임무를 자세히 보기 위해 몸을 기울이자 인간의 유골로 만든 뼈의 왕좌가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먼지를 일으킨다.

     

   앞서 말했듯 6층부터는 성좌와 계약을 한 플레이어의 경우 해당 성좌의 시험을 받는다.

   하지만 계약을 진행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은 그들을 보호하며 성장시켜줄 성좌가 없었고 그런 자들을 위한 안배로 마련된 것이 탑이 지명한 특정한 성좌들이었다.

     

   “이번에는 어떻게 놀아야 하지?!”

     

   문제라면 모든 선별관이 플레이어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

   이곳에 있는 자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탑을 오르다 말고 스스로 격을 버린 성좌들이었다.

     

   낮은 곳에 머물며 성장하고 싶어서,

   혹은 죽음이 두려워서,

     

   이를테면 반쪽짜리 성좌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중,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등천(登天)을 포기한 자들.

   목표가 없는 삶을 살며 성좌와 계약하지 않은 채, 층을 오르는 미계약자들을 괴롭히는 쾌락에 절여져 살아가는 성좌가 이곳에 있었다.

     

   “건방진 게! 성좌 계약도 없이 탑을 오르겠다고? 히힛!”

     

   김시인이 도착한 6층 성좌의 이명은 ‘종자를 판별하는 자’.

   격을 잃고 좌천되기 전에 ‘단편 이야기의 설계자’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던 그는 오랜만에 나타난 장난감에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탑을 오르기를 포기했다.

     

   두려움에 잡아먹혀 도전 의식을 상실한자.

   그리고 그런 존재들은 자신의 비참한 말로에서 눈을 돌리기 위해 주변의 모든 것들을 끌어내리기 위해 안달이 나있는 상태였다.

     

   “어떻게 해 줄까?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서 목걸이를 만들까? 일단 혀부터 뽑아서 맛부터 볼까? 그것도 아니면……”

     

   그는 미쳐도 단단히 미쳐 있었다.

   기존에 그가 배정받은 탑의 6층은 지금처럼 비정상적으로 삭막한 장소가 아니었다.

     

   애초에 6층에서 10층은 성좌가 적합한 시련을 받을 상황을 만들고 그들을 성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장소.

   그리고 지금 그가 받은 6층은 성좌의 기본적인 덕목 중 하나인 화신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장소였다.

   거대한 국가와 크고 작은 마을.

   그리고 그곳을 다스리는 왕들과 그를 따르는 기사들.

     

   6층에 존배하는 모든 존재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몇몇을 구해 그들을 자신의 권속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을 경험해 보는 것이 6층의 취지였다.

     

   “여기에 있는 놈들은 다 재미없었어.”

     

   하지만 지금은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누군가는 차가운 바닥에 주검이 되어 썩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의 의자가 되었고 누군가는 그가 머물고 있는 성의 기둥이 되었다.

     

   “복수…… 그래, 이건 정당한 행동이야! 난 잘못한 게 없어!”

     

   그가 자신이 밟고 있던 작은 두개골에서 눈을 돌리며 중얼거린다.

     

   튜토리얼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무차별적인 학살의 피해자.

   그는 세상을 멸망시킨 튜토리얼을 증오했다. 성좌들을 혐오하고 자신을 끌어들인 탑을 저주했다.

     

   그래서 그는 6층을 배정받자 이곳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가 당했던 것처럼. 그가 잃었던 모든 것을 떠올리며 탑이 하고자 하는 모든 것에 훼방을 놓고자 최선을 다했다.

     

   탑에 거주하던 인간들의 시체로 산을 쌓는다.

   성좌와 계약을 하지 않은 채, 성좌가 되려는 모든 인간들을 처단한다.

     

   그렇게 행패를 부린 결과, 그는 탑으로부터 도전자가 나타나기 전에는 자신이 만든 성을 벗어나지 못 하는 제약이 걸렸다.

     

   “히히힛!”

     

   하지만 그 도전자가 나타났다.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성좌와 계약을 하지 않은 뒷배도 힘도 없는 미개한 존재가.

     

   그의 시선이 자신의 앞에 떠오른 임무를 향한다.

   처음에는 플레이어에게 힌트를 주며 그들이 6층의 인재들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임무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뒤바뀐 내용에 그의 얼굴이 구겨진다.

     

   [6층에 올라온 도전자를 시험하십시오.]

     

   —

   임무1. 몬스터 토벌

   임무2. 던전 탐험 및 클리어

   임무3. 전설의 무구 탐색

   임무4……

   ……

   —

     

   “기분 더럽네.”

     

   약 30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임무들.

   멀리서 그를 지켜보며 띠링거리는 알림만 보낼 수 있는 굉장히 동떨어진 위치.

   마치 자신이 기존의 임무를 이행하지 않으니 새로운 임무를 만들어주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러던 와중, 그의 눈에 낯선 임무 하나가 들어왔다.

     

   “……어? 이게 왜 있지?”

     

   —

   …

   임무20. 플레이어가 화신을 찾을 수 있도록 인도한다.

   …

   —

     

   분명히 옛날 옛적에 사라졌던 임무였다.

   자신이 미계약자 플레이어를 6층에서 처음 만났을 때나 있었던 직접 필드에 참여하는 임무.

     

   그가 6층에 올라온 이후로 가장 크게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있었는데 그것은 홧김에 6층에 올라온 플레이어의 목을 곧장 날려 버린 일이었다.

     

   그 이후로는 직접 필드로 나가 플레이어와 접촉할 수 있는 그 어떤 임무도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이거다… 이거야!”

     

   그의 오랜만에 승리했다는 감정에 취했다.

   기다림의 미학. 결국에는 끝까지 가는 자가 승리한다는 원리.

     

   그는 더 이상의 망설임 없이 임무 20번을 선택했다.

     

   플레이어를 만날 수 있다.

   무슨 객기를 부리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성좌와 계약을 하지 않은 채, 성좌가 되겠다고 꾸역꾸역 탑을 기어오르는 자를 만나기 위해.

     

   ***

     

   띠링.

     

   [임무가 도착했습니다.]

     

   —

   『6층 – 성좌로의 첫걸음』

     

   주제 : 탐색

   난이도 : S

     

   설명 : 기존의 틀을 벗어던지고 어려운 길을 선택한 당신. 당신은 탑의 6층에 올라 성좌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땠습니다. 6층의 모든 장소를 둘러보십시오. 그곳에서 당신의 화신이 될 만한 존재를 찾으십시오. 일정 이상의 격을 모으게 되는 순간, 다음 단계로 가는 문이 열릴 것입니다.

     

   임무 : 화신이 될 재목을 발견하십시오. [남은 격 0/100]

   제한 : 없음

     

   보상 : 7층으로 가는 포탈

   실패 페널티 : 성공하기 전까지 이곳을 떠날 수 없습니다.

   (단, 임무도중 사망 시, 실패로 간주됩니다.)

   —

     

   6층에 도착하고 처음으로 눈을 뜬 장소는 다름 아닌 어느 성의 광장이었다.

     

   “뭔가 익숙한 느낌인데……”

     

   사람이 북적거리는 광장.

   시장에서는 장사꾼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갖가지 물건을 팔고 있었고 그 주변 식당의 주인들은 길거리에 나와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기시감이 든다.

     

   그리고 나는 그 친숙한 감각의 정체를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려서 깨달을 수 있었다.

     

   “……1층이랑 똑같이 생겼네?”

     

   1층의 그 도시였다.

     

   주변에 둘러쳐진 거대한 장벽.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거대한 성.

   그리고 판타지 중세와 흡사한 주변의 분위기까지.

     

   크고 작은 돌로 포장된 돌바닥의 감각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주변을 흐르는 마력이 훨씬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는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성벽이 저렇게 낮았나?”

     

   육안으로 보는 장면은 익숙하다.

   하지만 그 사물을 느끼는 감각이 달랐다.

   원한다면 한두 번의 도약으로 성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

     

   그리고 그 순간 느껴지는 어떤 현상.

   당시에도 있었는데 느끼지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1층과 6층이 다른 공간이라 그런 것인지는 알 겨를이 없었다.

     

   성벽 너머로 느껴지는 진한 마력.

   그저 진한 정도가 아니라 그 마력은 아주 짙은 살기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몬스터인가?”

     

   당시에는 성 밖으로 벗어나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애초에 우리가 떨어진 장소가 성이기도 했고 ‘다음 층으로 향하는 포탈을 찾는 것’이 임무의 목표였기에 가까운 곳부터 탐색해보자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충분히 주변을 살필 여유가 있었다.

   시간이 있었고 힘이 있었으니까.

     

   웅성웅성.

     

   나를 발견한 주변의 주민들이 떠드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복장만 봐도 이곳과 융화가 되지 못하고 있는데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면 오히려 의심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확인부터 해보자.”

     

   짙고 어두운 마력.

   정체는 모른다. 하지만 내가 탑을 오르는데 방해가 되는 무언가가 된다면 가차 없이 처단할 생각이었다.

     

   타아아앙!!!

     

   나는 앞으로 달렸다.

   주변의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진 나의 잔상을 보며 눈을 비비고 비명을 지르기도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도착한 곳은 굳건하게 닫힌 성벽의 정문이었다.

     

   “흐읍!”

     

   나는 곧장 성벽의 벽을 타고 하늘로 도약했다.

   저 문 너머에 마력이 있었다. 5층의 마왕과 흡사한 수준의 격을 가진 존재.

     

   그리고 내가 때마침 벽을 넘었을 때.

     

   “……너 뭐야?”

     

   키가 내 허리 언저리를 겨우 넘는 꼬마.

   심지어 교복을 입고 있는 중학생쯤 되는 남자아이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음화 보기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