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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6

   EP.136

     

   아이는 당황하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는 순간 헛바람을 들이키며 뒤로 물러서는 모습이 애초에 뒤를 잡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왜소한 몸집에 짧은 스포츠머리, 피가 덕지덕지 눌어붙기는 했지만 수수한 교복은 굉장히 익숙한 향수를 불러 온다.

     

   “너, 너 뭐야?! 왜 거기에서 나와?”

     

   하지만 나와는 달리 녀석은 나에게 반가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당연하게도 지금의 나는 튜토리얼 때 입었던 정장은 온데간데없고 천잠보의를 걸치고 무명검을 들고 있는 무림인의 모습이었으니, 경계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녀석이 살기를 풍기기 시작한다.

   떠돌이 길고양이가 사람을 보며 하악질을 하는 듯한 모습에 잠깐 미간이 좁혀졌지만 솔직히 말해, 나에게는 그렇게 큰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저벅.

     

   “씨, 씨발! 가까이 오지 마!!!”

     

   내가 녀석에게 한 걸음 다가가니 기겁하며 욕을 했다.

   처음에는 낯익은 복장에 반가운 마음이 컸지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맹이가 반말에 쌍욕을 찍찍 내뱉으니 아무래도 기분이 나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가까이 오지 말라니까! 죽인다?!”

     

   스릉!

     

   녀석이 소매에서 단검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하게 기다란 검을 꺼냈다.

   복장만 봐서는 적당히 납치당한 중학생 꼬맹이 정도로 보였지만 그 기세를 보니 절대 평범한 학생은 아닐 것 같았다.

     

   그래서.

   진짜 가볍게 한 대 때렸다.

     

   빠악!

     

   “꾸엑!”

     

   순식간에 코앞으로 접근한 내가 뒤통수를 후려갈기니 녀석이 웃기지도 않은 비명과 함께 앞으로 고꾸라진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보이는 당황한 놈의 눈빛.

   그러나 당황한 것은 녀석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진심으로 주먹을 휘두른 건 아니라고 해도 바닥에 엎어지던 녀석이 앞으로 넘어가며 뒷발질을 할 줄은 몰랐으니까.

     

   “읏차.”

     

   나는 녀석의 반격을 가볍게 피하며 그나마 땅을 지지하며 균형 잡고 있던 다리를 걷어찼다.

     

   그제야 대굴대굴 구르며 온몸에 흙을 묻히는 녀석.

   꽤 강하게 다리를 차인 탓인지 잠시 후 몸을 일으킨 녀석은 눈에 쌍심지를 켠 채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이런 씨……”

     

   하지만 처음 나에게 쌍욕을 했던 때와는 달리 녀석도 슬슬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것 같았다.

   뭐, 이런 반사 신경을 가진 녀석이 내 움직임을 보며 전투력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리가 없긴 하……

     

   “비겁한 새끼가 기습을 해?!”

     

   아닌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듯한 녀석.

   처음 만났을 때보다 기세가 날카로워지는 녀석을 보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에게 적의를 보이는 상대를 고분고분 상대해줄 정도로 나의 마음이 여유롭지는 않았다.

     

   스릉.

     

   나는 나의 흑색 검을 뽑아 들었다.

   13층의 무의 정원을 오르며 여기저기 상처가 생기고 칼날이 상하기 시작한 검.

   튜토리얼부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역사였지만 수도 없이 나의 목숨을 맡겼던 검이 태양 빛을 반사하며 검은 칼날을 드러낸다.

     

   “어어……?”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녀석의 눈빛이 나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정말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검에 마력을 흘려보냈다.

     

   우웅 우웅

     

   손에 익은 검의 날과 마력이 공명하며 옅은 공명을 만들어 냈다.

   무의 정원에서 한 층 더 갈고 닦은 나의 마력이 서서히 빛을 발하자 녀석의 낯빛이 사색이 된다.

     

   “아, 아저씨 우리 말로 합…!”

   “늦었어 새끼야.”

     

   츠츠츳.

     

   나는 미끄러지듯 놈에게로 다가갔다.

   하지만 예의 그 반사 신경만큼은 살아 있었던지 급하게 검을 들어 나에게도 휘두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채애애앵!!!

     

   검과 검의 격돌.

   녀석의 검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검을 구성하는 재료는 마력의 전달을 거들 뿐, 그 검의 강도를 결정하는 것은 응축된 마력의 양이었다.

     

   녀석의 손에 들려 있던 검이 산산조각 나며 흩어진다.

   동그랗게 떠진 눈. 그리고 이어진 것은 아직까지는 자비가 듬뿍 담긴 나의 어퍼컷이었다.

     

   ***

     

   녀석이 정신을 잃은 이후, 나는 잠시 주변을 탐색했다.

   혹시나 녀석 같은 존재들이 이곳에 수두룩하다면 싸울 수는 할 수 있을지언정 귀찮은 상황이 발생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으니까.

     

   허나 다행히도 그런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하긴, 이런 녀석이 조약돌처럼 굴러다니면 좀 오버 밸런스긴 하지.”

     

   5층의 마왕과 비슷한 수준의 괴물.

   지금이야 내가 13층을 미리 경험하고 온 선행 학습자였기에 어렵지 않게 제압한 것이지, 5층 최종 보스급인 녀석을 가볍게 상대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없지 않을까 싶었다.

     

   “혹시나 해서 살려 두긴 했는데……”

     

   사실 처음에는 그냥 교복을 입고 있든 뭐든 그냥 죽여 버릴까 싶기도 했다.

   나에게 적의를 드러낸 것은 물론이고 1층의 주 무대가 정신계 공격이었던 만큼, 6층 또한 환상을 보여주는 층 일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먹이 닿는 순간 느꼈다.

     

   이 녀석은 도움이 된다.

   6층의 임무는 나의 화신이 될 만한 인재를 찾는 것.

     

   나의 예상이 빗나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건 그때가 되어서 걱정하면 될 일이었고 그때 걱정을 한다고 해서 이 정도의 수준으로는 나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 후, 녀석이 정신을 차렸다.

     

   “으음……”

     

   아직도 조금 전에 얻어맞은 턱주가리가 아픈지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뜨는 녀석.

   처음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이윽고 눈이 커진 녀석은 높은 곳에서 떨어진 공처럼 순식간에 튀어 오르며 주변을 살폈다.

     

   “일어났네?”

   “……이런 씨…”

   “너 한 번만 더 욕하면 혀부터 뽑아버린다.”

   “……앗”

     

   나의 위협에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자신의 품을 뒤적거리는 녀석.

   아마도 자신의 무기를 찾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이미 박살한 무기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였다.

     

   “……당신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그렇게 녀석은 나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 판단했는지 이제야 조금 숙이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질문은 내가 해.”

     

   하지만 궁금한 것은 오히려 내가 더 많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 대화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도 나였고 기분이 들어지면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건 내가 아니라 녀석이었다.

     

   “그리고 난 그런 눈빛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말이지.”

     

   눈을 내리깔았지만 슬쩍 올려다보는 각도.

   누가 봐도 중2병에 걸린 반항아가 떠올랐기에 나는 가르침을 주었고 녀석은 흔쾌히 나의 마음을 이해해줬다.

     

   “이제야 청중의 자세가 나오네. 좋아 그거야 그대로 대답만 잘해.”

   “……”

   “대답.”

   “……네.”

   “이리 와봐.”

     

   녀석이 이제야 저자세로 나오자 나는 슬그머니 주변에 있는 나무둥치에 걸터앉으며 녀석을 앞으로 불렀다.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녀석이 내 앞으로 쪼르르 달려온다.

   대충 모양새만 보면 까까머리의 중학생을 삥뜯는 양아치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기도 했지만 전후 사정을 따졌을 때, 잘못은 저쪽에 있었으니 나는 당당하게 질문부터 던졌다.

     

   “너 나 알아?”

   “……아뇨?”

   “근데 왜 반말했어?”

     

   물론 인성교육부터 들어갔다.

   녀석의 나이 같은 건 둘째치더라도 사나운 녀석을 다루기 위해서는 힘으로 누르는 것만큼 확실한 게 또 없었으니까.

     

   그렇게 이어진 몇 번의 갈굼.

   전역한지 한참이 지났지만 몸과 마음으로 익힌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흐흑……!‘

     

   그리고 눈물을 찔끔 보이는 녀석의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싶을 쯤에 나는 이야기의 본론으로 들어갔다.

     

   “너 6층의 세계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

   “다, 다 알아요! 처음 여기 왔을 때부터 안 가 본 곳은 하나도 없어요! 여기 말고도 성도 많고 다른 나라도 있고 마을도 있고 또 던전도…!”

     

   녀석이 손짓발짓을 하며 시뻘게진 얼굴로 말을 잇는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보는 없는 상황. 나는 장황한 말을 쏟아 내는 녀석을 제지하며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졌다.

     

   “6층에 여기 있는 성 정도의 규모가 되는 성이 얼마나 있는데?”

   “일단 여기랑 북쪽으로 가면 하나 더 있고 남쪽으로 가도 두 개 있고요! 아, 남쪽이랑 남동쪽 말이에요! 그리고 서쪽에도…!”

     

   도움이 안 된다.

   어린 녀석이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지리에 대한 개념을 배우기도 전에 탑에 끌려온 건지 녀석은 정말 설명을 못 하는 녀석이었다.

     

   “그냥 됐다. 정보는 내가 모아야겠어. 이 근방 지도는 어디에서 구할 수 있지?”

     

   좋은 화신을 찾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 보는 것이 좋았다.

   까고 말해서 제대로 된 화신을 찾기 위해서 넓은 땅 덩어리를 전부 뒤져볼 생각이기는 했지만, 그 전에 가까운 장소부터 차근차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성에 있는 아무 길드를 찾아가면 구할 수 있긴 합니다! 모험가 길드나 도둑 길드가 정보는 제일 확실합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

   유일하게 쓸 만한 정보를 던진 녀석을 보며 나는 장하다는 듯이 녀석의 어깨를 툭 쳤다.

     

   하지만 그때.

     

   “근데 문제가 좀 있는데……”

   “뭔데?”

     

   녀석이 정말 곤란하다는 얼굴을 하며 눈치를 슬슬 본다.

   그리고 이어진 녀석의 말은.

     

   “제가 좀 유명하거든요……?”

   “오, 그럼 좋은 거 아니냐?”

   “그…… 음. 현상수배라고 아시…나?”

   “……”

   “……좀 비싸요.”

   “자랑이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

   녀석은 6층에 있는 모든 존재들의 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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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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