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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7

   EP.137

     

   탑을 오르기를 포기한 자들은 도우미가 되거나 탑의 층에 있는 세계 중 하나를 관리하며 탑을 위해 일한다.

     

   10층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탑으로부터 재능을 인정받은 자들은 도우미가 되고,

   10층을 통과한 후, 성좌가 되었지만 스스로 탑을 오르기를 포기하면 하나의 세계를 배정받아 플레이어들을 인도하는 것.

     

   그리고 김시인이 도착한 6층을 담당하고 있던 성좌인 ‘종자를 판별하는 자’는 놀랍게도 김시인과는 다른 차원의 지구에서 멸망을 경험한 뒤, 탑을 오르게 된 플레이어였다.

     

   외모는 어려 보여도 나이는 백을 넘긴 나름대로의 노괴.

   하지만 그 노괴는 김시인을 만난 후, 실의에 빠진 상태였다.

     

   ‘이 괴물은 도대체 뭐지?’

     

   그는 탑에게 자신의 삶을 빼앗겨 복수라는 이름으로 플레이어들이 탑을 오르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탑의 목적이 뭔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탑을 오르는 걸 막는 것만큼 탑에게 엿을 먹이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한마디로 꼬장을 부리던 중이라는 말.

     

   ‘…도대체 왜 성좌인 건데?’

     

   그러나 이번에는 상대를 잘못 골랐다.

     

   성좌는 그 남자에게 준비도 없이 덤빈 결과로 아구창이 반 바퀴 돌아가는 형벌을 받았다.

   어디선가 강하고 낯선 마력이 느껴지기에 처음에는 어느 시간 많은 성좌가 자신을 가로막으려 잠시 방문한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웬걸, 그의 앞에 등장한 성좌는 이제 막 6층을 오르기 시작한 따끈따끈한 도전자였다.

     

   ‘일단 말을 듣는 척하자. 그리고 내 성으로 데려가서…… 후후, 완벽해.’

     

   김시인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전력을 다 할 필요가 있었다.

   ‘종자를 판별하는 자’의 마력이 봉인되어 있는 장소. 6층 세계의 서쪽 끝, 사람들이 마왕성이라 불리는 성좌의 영역으로 그를 유인할 생각이었다.

     

   ***

     

   “……‘종판이’ 무슨 뜻입니까?”

   “‘종자를 판별하는 자’라며? 아무튼 중요한 거 아니니까 내가 종판이라 부르면 넌 줄 알아.”

   “……”

   “그래서 정보 길드가 대표적으로 두 개라고?”

     

   모험과 길드와 도둑 길드는 돈을 받고 특정한 의뢰를 수행한다거나 다양한 정보를 취급하고 있다는 데에서 통하는 점이 많았다.

     

   하지만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모험가 길드는 모험과 탐험이라는 희망찬 활기가 있는 기관인 반면, 도둑 길드는 음침하고 불법적인 느낌을 풀풀 풍기는 조직에 가까웠다.

     

   마치 건실한 대기업과 불법 점조직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실제로 모험가 길드는 각 성에서 서로 교류를 하며 화합을 장려했지만 도둑 길드는 뭔가 빼먹을 건 없을까 호시탐탐 서로를 견제하기 바빴으니 확실히 신뢰가 갈 만한 장소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 도둑 길드로 안내해.”

     

   지금 상황에 뒤통수를 맞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주워 먹을 건 모험가 길드보다 도둑 길드가 훨씬 많을 것 같았다.

     

   “……어? 형님, 혹시 제가 조금 전에 설명을 반대로 했던가요?”

   “아니 똑바로 했는데?”

   “잠깐잠깐. 그럴 리가 없는데? 제대로 설명했으면 당연히 모험가 길드가 정배……”

     

   언제부턴가 나를 형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녀석이 뭔가 불안한 듯 나는 말리는 뉘앙스로 말했다.

     

   “아니 도둑 길드로 안내해. 거기가 맞아.”

     

   대기업은 출신이 불분명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외부인에게 일을 함부로 맡기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외부인이기 이전에 완벽한 이방인. 나 같아도 일을 안 줄 거 같은데 굳이 차근차근 절차를 밟을 생각은 없었다.

     

   “나는 이 세계의 법을 몰라.”

   “……?”

   “근데 내 오른손은 이세계의 법을 아주 잘 알지.”

     

   중세 판타지의 범죄 집단이라면 힘이 곧 법.

   불법적인 일을 하는 자들이라면 불편할 것도, 거리낄 것도 없었으니 도둑 길드만큼 확실한 곳도 없었다.

     

   “그리고 너 현상수배범이라며? 그럼 뭔가 커넥션이라도 있을 거 아니야?”

   “……그런 거 없는데요?”

   “쯧, 현상금 값 못하네. 뭐 해 빨리 안내 안 하고?”

   “쯧, 알겠습니다.”

     

   우리는 곧장 성문을 통과했다.

   물론 현상수배지에 떡하니 몽타주가 걸려 있는 종판이 때문에 성벽은 아무도 안 볼 때, 몰래 뛰어넘긴 했지만 중요한 건 아니었다.

     

   그나저나.

     

   “……?”

   “……흠흠, 혹시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너 변장 안 해?”

   “아. 너무 오랜만이라 까먹었다.”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녀석이 어디선가 흑색 로브를 꺼내 들었다.

   누가 봐도 ‘나는 수상한 사람입니다.’ 싶은 느낌의 옷. 차라리 얼굴을 까고 다니면 다녔지 저걸 얼굴을 가리면 오히려 경비들에게 길거리 캐스팅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았다.

     

   “그걸로 얼굴은 가리지 마. 그냥 옷만 가리는 게 훨씬 자연스러워.”

     

   이곳 주민에 동화되어 자연스럽게 지나가자는 전략.

   그리고 그 허접한 작전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효과가 괜찮았다.

     

   웅성웅성-

     

   “기사 수련 생도를 위한 검 팔아요!”

   “오늘 아침에 구운 빵 있습니다!”

   “쌉니다! 싸요!”

     

   장사꾼들이 호객 행위를 하고 물건을 보던 사람들이 흥정하는 모습이 보인다.

   거리를 뛰노는 아이들과 흐뭇하게 그들을 지켜보는 부모님들.

     

   그런데 그들을 보는 와중에 나의 눈앞에 하나의 알림이 떠올랐다.

     

   띠링.

     

   [6층은 화신 탐색을 익히기 위한 모의의 장입니다.]

   [6층에서 사용 가능한 특수 스킬을 획득합니다.]

     

   —

   [꿰뚫어 보는 눈]

     

   랭크 : EX

   분류 : 액티브

     

   설명 : 예비 성좌들을 위해 마련된 연습용 스킬입니다. 뛰어난 화신을 구별하기 어렵다면 스킬을 활용하십시오. 스킬을 발동 시, 특정 정보가 떠오를 것입니다.

     

   ※ ‘6층 – 성좌로서의 첫 걸음’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스킬입니다.

   ※ 사용 시, 대상의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오오?”

   “뭐, 뭡니까?”

     

   갑작스럽게 나타난 스킬에 짧게 감탄하자 옆에 있던 종판이가 움찔거리며 나를 돌아본다.

   하지만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내 앞을 뛰어가는 아이에게 곧장 스킬을 테스트 해봤다.

     

   [‘꿰뚫어 보는 눈(EX)’를 사용합니다.]

     

   [대상의 정보를 확인합니다.]

     

   —

   이름 : 빈

   나이 : 7세

   능력치 : [근력 Lv.1], [민첩 Lv.1], [체력 Lv.2]

   스킬 : 없음

   특성 : [범재 검사(E)], [평범한 농부(E)]

     

   현재 상태 : 즐거움, 장난, 숨참

     

   종합 평가

   – 작은 마을에서도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다.

   —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떠오르는 새로운 정보.

   내가 가지고 있는 상태창과는 조금 모양이 다른 것을 느낌이 들었고 내가 그 정보를 치우는 순간 새로운 알림이 하나 더 떠올랐다.

     

   [범재 검사 ‘빈’을 화신으로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아니오]

     

   나는 고민하지 않고 바로 ‘아니오’를 눌렀다.

     

   [경고]

   [당신은 해당 임무에서 단 5명의 화신을 휘하에 둘 수 있습니다.]

   [화신을 해임하기 위해서는 해당 화신이 사망해야 합니다.]

     

   그 아래로 떠오르는 경고 문구를 읽으니 더 이상 마구잡이로 테스트를 진행할 수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

     

   게다가 기존 임무의 목표는 화신이 될 재목을 발견해서 [0/100]이라 적혀 있는 격을 채우는 것이니,

   뭔가를 더 알아보겠다고 함부로 화신을 받는 것보다는 불편한 변수는 사전에 차단하는 게 옳다는 판단이었다.

     

   “뭐 하고 계십니까?”

     

   가만히 허공을 바라보고 있자 그것을 이상하게 보던 종판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꿰뚫어 보는 눈(EX)’를 사용합니다.]

     

   삐-

     

   [화신이 될 수 없는 대상입니다.]

   [스킬 사용을 취소합니다.]

     

   녀석이 성좌라 그런 건지, 아니면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지 녀석에 대한 정보는 떠오르지 않았다.

     

   “날먹은 안 되는 것 같군. 아쉽네.”

   “……예?”

     

   모든 존재를 화신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 같았다.

   이 주변에서 느껴지는 가장 높은 격을 가진 존재가 이 녀석인 것 같은데 받아들일 수가 없다니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근데 도둑 길드 안 찾아? 나는 종판이 네가 스스로의 업무에 충실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아니, 형님이 먼저 멈췄으면서……”

   “……”

   “아, 아닙니다!”

     

   나의 덕담에 녀석이 다시 꿍얼거리며 앞장을 선다.

   일단 중요한 것은 이 주변에서 강한 존재가 있을 법한 장소를 먼저 물색하는 것.

     

   이 세상의 정보를 통해 강한 화신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지도부터 구해야 했다.

     

   ***

     

   “생각보다 건물이 멀쩡하게 생겼네. 굳이 거짓말하는 건 아니지?”

   “본인이 도둑이라고 티를 팍팍 내면 그게 도둑 길드겠습니까?”

   “……”

   “죄송합니다.”

     

   이제 보니 이 녀석은 침묵을 조금 무서워하는 것 같다.

   가만히 쳐다보기만 하는데도 사과가 자동으로 나오는 걸 보니 눈치도 꽤 빠른 느낌도 있었고.

     

   “뭐라고 말하라고?”

   “카운터를 두 번 두드리고 ‘체리 향이 좋군요.’ 라고 말하시면 한 점원이 뒤를 돌아볼 겁니다. 그러면 눈을 보고 ‘매주 먹던 걸로 한 잔.’이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틀리면 공격받을 거니까 잊지 마세요.”

   “뭐가 그렇게 복잡해.”

   “원래 암호라는 게 복잡한 게 정상인데……”

   “왠지 신뢰가 안 가서 말이지.”

     

   나의 말에 종판이가 뭔가를 쫑알거리며 삐걱거리는 나무문을 열어젖힌다.

   그렇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도둑 길드의 로비.

     

   웅성웅성-

     

   문 너머로 보이는 공간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1층과 2층으로 분리된 중소 규모의 술집과 그곳에서 대화를 나누는 소수의 사람들.

   하지만 특이한 점은 평범한 술집보다는 바(Bar)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장소에 있는 사람들이 누가 봐도 거칠기 그지없는 인상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저벅저벅.

     

   나는 적당히 카운터까지 걸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살폈다.

     

   누가 봐도 손님인데 우리가 들어온 순간부터 이곳을 자꾸만 힐끔거리는 사람들.

   물론 노골적인 시선은 아니었지만 탑을 오르며 생긴 감각이 있기에 저 인간들이 이쪽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확신할 수 있었다.

     

   카운터에는 여러 점원들이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정확히 종판이가 지목한 ‘뒤를 돌아 잔을 닦고 있던 여자’를 바라봤고 카운터를 두 번 두드렸다.

     

   똑똑.

     

   “체리 향이 좋군요.”

     

   잔을 닦고 있던 여자가 뒤를 돌았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눈을 보며 준비했던 멘트를 던졌다.

     

   “여기 대가리 나오라 그래.”

     

   암호와는 전혀 무관한 일방적인 통보.

   범죄자 소굴에 들어와서 조용하게 정보만 얻어갈 생각은 애초부터 해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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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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