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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EP.139

     

   그렇게 시작된 사람 찾기.

     

   배신자에 대한 복수와 사라진 길드장의 부재로 고통받고 있던 모든 길드원들은 순순히 두 사람을 찾는 것에 협조했다.

     

   “그래서 그 배신자의 이름이 뭐라고?”

   “진 하트입니다. 그런데 아마 가명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서 본명을 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겁니다.”

   “아닐걸?”

   “……네?”

   “내 눈은 못 속이거든.”

     

   내가 처음으로 했던 것은 정보를 모으는 일.

   하지만 나는 배신자와 길드장 둘 중, 배신자를 찾는 것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애초에 나의 목적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찾아 화신으로 만드는 일이었고 지금까지 들었던 것을 토대로 생각하면 길드장보다 배신자가 더 능력이 출중한 느낌이 있었으니까.

     

   “음…… 일단 너희들 역할부터 좀 바꿔야겠는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희들이 본인들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야.”

   “그럼……?”

   “우선 너부터.”

     

   나의 부름에 길드장의 비서 겸, 조언자로 일하고 있던 그레이스 펠튼이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꿰뚫어 보는 눈(EX)’를 사용합니다.]

   [대상의 정보를 확인합니다.]

     

   —

   이름 : 그레이스 펠튼

   나이 : 28세

   능력치 : [근력 Lv.21], [민첩 Lv.25], [체력 Lv.30], [마력 Lv.16]

   스킬 : [속임수(B+)], [은신(B)], [강철 심장(B-)], [중급 단검술(B)], [고급 변장술(A)]

   특성 : [정보수집가(B)], [전설적인 협잡꾼(A+)], [우둔한 사무가(E-)]

     

   현재 상태 : 의문, 긴장, 당황, 기대

     

   종합 평가

   – 도둑 길드의 길드장의 비서로 일하는 A급 조직원이다. 하지만 왜 그가 비서로 일하고 있는지는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

   – 장점을 잘 갈고닦는다면 세계가 인정하는 희대의 프로파일러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채 꾸역꾸역 살아간다면 약자들을 괴롭히는 전대미문의 개새끼가 될 것이다.

   —

     

   비서로만 사용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스킬들.

   그리고 그냥 넘기기에는 종합적인 평가가 상당히 살벌한 캐릭터였다.

     

   물론 이전의 길드장이 어떤 이유가 있어서 그를 비서로 붙여둔 것일지도 몰랐으나 그런 전후 사정 따위는 ‘그래서 어쩌라고?’였다.

     

   “넌 현장 업무가 어울려 첩보원이나 공작원 같은 거 말이야. 고작 비서 일로 썩기에는 능력이 너무 아깝다.”

   “……”

   “일단 네가 여기에서 제일 높으니까 오늘까지만 좀 안내해주고 내일부터는 직접 발로 뛰어.”

     

   그는 하루 종일 나를 따라다니며 도둑 길드의 길드원들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음, 너는 왜 정보 수집원이야? 대충 보니까 신입들 훈련 교관 같은 거 하면 잘 어울리겠구만.”

     

   나의 뒷목에 단검을 던졌던 녀석.

     

   “너는 전투 병력으로 가는 게 맞겠다. 목소리도 크고 인상도 험악한 게 돌격 대장이 딱 어울려.”

     

   나에게 처음으로 몸을 날렸던 녀석.

     

   “셀러 로드니? 아, 그 친구는 2급 정보원으로 승진시켜 주는 게 좋을 걸? 능력은 충분한데 직급이 안 되니까 잡일만 하고 있는 거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야.”

     

   카운터에서 처음 나를 맞이했던 그 여자 직원까지.

     

   처음에는 도둑 길드의 모두가 나를 향해 ‘두려움’과 ‘불안’의 감정을 보이며 어쩔 수 없이 나의 말을 억지로 듣는 눈치였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부정적인 감정들은 사라졌고 오히려 존경의 눈빛을 가지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야, 넌 어디로 갔냐?”

   “나? 정보 관리팀. 너는?”

     

   길드원들은 그들이 이적하게 된 부서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허나 기존에 하던 업무가 아닌 새로운 업무를 받은 입장이긴 했지만 100명에 육박하는 인원 중에 불만을 표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아, 내가 있던 곳이네. 나는 전투 쪽으로 빠졌다. 전방 전투 요원인데 은신 능력만 조금 키우면 될 거라고 일단 길드 하우스 경비부터 다시 연습하래.”

   “……너 예전부터 은신만 되면 현장 전투가고 싶다고 했지 않았냐?”

   “맞아. 수당이 쎄니까 계속 가고 싶었는데 이전에는 계속 무시당했지.”

   “나는 정보 등급 보는 눈이 있다고 정보 수집 쪽에 있다가 오늘 하루 정보 관리 해봤는데 개꿀이더라. 일은 훨씬 쉬운데 수당은 똑같이 줘.”

   “……도대체 저 남자 뭘까?”

   “……신?”

     

   점점 쌓여 가는 신뢰.

   그리고 다 무너져가는 도둑 길드의 분위기가 다시금 반전되자 나를 따라다니던 그레이스 펠턴의 눈빛이 바뀌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뭘 봐?”

     

   마지막 길드원에게 배신자를 추적하라는 핵심 임무를 맡긴 나는, 멍하니 나를 보고 있던 남자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뇨. 그냥 이게 가능한 건가 싶어서 봤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처음에 당신이 길드원들을 만나면서 직무를 변경할 때는 이게 무슨 미친 짓을 하는 건가 싶었거든요.”

     

   이해가 되지 않는 바는 아니었다.

   사실상 회사에서도 인사이동이라는 개념은 있었지만 이 정도로 모든 사람들의 역할을 변동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었으니까.

     

   게다가 나는 이 길드의 높은 사람도 아니고 이들과 같이 일을 해 본 식구도 아니다.

     

   그저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외부인.

   그런 사람이 힘으로 사람들을 몰아 놓고 마음대로 자신들의 미래를 마음대로 그려보겠다는데 좋게 생각할 사람은 당연히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미친 건 맞습니다. 근데 그 통찰력이 미쳤어요. 길드원들이 웃는 얼굴을 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내 미래를 가지고 낙서를 하는 줄 알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거장이었다.

     

   대충 휘갈긴 곡선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더없이 아름다운 길이 그려져 있다.

   무채색이라 생각했던 그들의 시간이 생각보다 아름다운 선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 줬고 그런 선들이 모여 개인이 볼 수 있는 최대의 이상향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희에게도 입장이 있기에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당신을 돕겠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뜻이 배신자와 길드장님을 찾는 것이라면 저희는 기꺼이 당신을 돕겠습니다.”

     

   나는 그의 말에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컨닝한 건데…… 좀 찔리네.’

     

   어차피 써먹을 거 제대로 써먹어야 빨리 일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욕심에서 시작된 일.

   하지만 결과는 좋으니 나는 이 우연을 그저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

     

   그로부터 일주일.

     

   역할이 바뀐 도둑 길드의 길드원들은 어색해 하던 초반과는 달리, 그들의 새로운 업무에 완벽히 적응을 끝낸 상태였다.

     

   지금까지 성과가 지지부진했던 그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신들의 일을 차례차례 처리하기 시작했다.

     

   발이 빠른 자들은 정보를 날랐고 두뇌 회전이 빠른 자들은 정보를 분석했다.

   그 와중에 타 길드와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전투 병력을 보내거나 공작에 능한 자를 보내 문제를 해결하니,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았습니다!!!”

     

   최근 모험가 길드에 공작원으로 보냈던 길드원 하나가 제대로 된 정보를 물고 돌아왔다.

     

   “보고해.”

     

   정보원이 숨을 헐떡이자 잠시 기다린 도둑 길드의 간부 하나가 입을 열었다.

   빠르게 숨을 고른 채, 나를 올려다보는 정보원. 언제부턴가 길드장의 전용 좌석에 앉아서 보고만 받고 있던 나는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배신자 진 하트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지점은 수도 아르테나의 모험가 길드! 그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마법 상점 입니다!”

     

   드디어 꼬리를 밟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언제 올라온 보고지?”

     

   우측에 앉아 있던 애꾸눈 간부의 물음에 정보원이 고개를 돌렸다.

   확신에 찬 눈빛, 그리고 당당한 목소리가 장내를 울려 퍼졌다.

     

   “발견 시간은 5분 전! 이곳에서 수도까지 마법진을 통해 이동한다면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니 추적에 능한 1급 추적자들을 대동한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그의 말에 간부들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뒷세계에서 배신이라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죄.

   게다가 정보를 다루는 기관에서 조직원의 정보를 다른 조직에 팔아넘겼다는 사실은 그들의 목숨을 넘겼다는 사실과 다를 것이 없는 중죄였다.

     

   “지금 도둑 길드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원과 전투원을 소집해라!”

     

   애꾸눈 간부의 외침에 처음 내가 도둑 길드에 들어왔을 때 만났던 것과 비슷한 병력이 순식간에 길드장실로 모였다.

     

   “마침내 복수를 할 수 있겠군요!”

   “당장 놈을 추적합시다!”

   “가즈아아아!!!”

     

   눈에 화재가 발생한 듯,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모인 길드원들.

   배신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을 뻔했던 길드원들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각오를 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

   “……”

     

   길드장실에서 모여 있던 모든 간부들과 길드원들이 언제부턴가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뭘 봐?”

   “저기, 음……”

     

   당장에라도 길드 하우스를 뛰쳐나가 거리를 점령할 것 같았던 그들.

   내가 그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자 가장 짬이 높았던 간부 하나가 나를 향해 예상하지 못한 한마디를 던졌다.

     

   “……명령 안 내리십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도둑놈들의 신뢰를 받아 버린 나.

   언제부턴가 길드장의 대행자가 된 나는 기대에 부풀어 오른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손짓했다.

     

   “가자.”

     

   입이 귀에 걸리기 시작하는 길드원들.

     

   “진짜 가즈아아아아!!!”

   “끼얏호우!!!”

   “우! 우! 우! 우!”

     

   최근 침묵만이 감돌았던 도둑 길드의 건물에 한껏 고조된 함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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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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