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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1

   EP.141

     

   “죄송합니다!”

     

   아르테나의 위치를 알고 있다며 방향을 지시했던 길드원.

   그레이스 펠튼은 단단한 돌바닥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박은 채 김시인을 향해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너 때문에 대공마법에 집중포화 당해서 다 죽을 뻔했잖아!!!”

   “도대체 생각이라는 게 있긴 한 겁니까?!”

     

   펠튼에게 죽어라 면박을 주는 도둑 길드 식구들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찔렀다.

     

   화를 내는 사람들의 계급에는 귀천이 없었다.

   악담, 욕설, 인신공격. 그 밖의 무수한 맹비난이 그에게 쏟아졌고 그는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감정을 억누르며 조금 전의 일을 상기했다.

     

   ‘억울해……!’

     

   서럽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욕을 먹을 짓을 했는가?

     

   그가 잘못한 것은 맞았다.

   만약 조금이라도 운이 없었다면 이 중에 몇 명은 추락했을 것이 분명하고 거기에서 더 재수가 없었으면 대공 마법에 격추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머리털이 난 이후로 이렇게 높은 상공에서 땅을 내려다본 적이 없는데 수도까지 한 번에 날아왔다는 건 칭찬받을 일이 아닐까 싶었다.

     

   “힝…”

   “뭘 잘했다고 울어?”

     

   그가 눈물을 찔끔 흘리자 그새를 못 참고 날카로운 한마디가 날아든다.

   허나 이곳의 모두가 그에게 악의가 있어서 악담을 퍼붓는 것은 아니었다.

     

   ‘미안하다. 조금만 참아라.’

   ‘어휴, 이 미련한 놈이……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데 말이지.’

     

   몇몇 간부들이 그를 평소보다 더 심하게 갈구는 이유.

     

   그들이 타고 온 드래곤의 주인이자, 현재 길드장 대신 도둑 길드를 이끌고 있는 김시인으로부터 그들의 길드원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화났다.’

   ‘저건 진짜 빡친 거야…!’

   ‘더, 더 갈궈! 아니면 진짜 처맞는다!’

     

   드래곤에서 하차한 뒤로 김시인은 은근히 찌푸려진 인상을 펴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충분히 화가 날만 했다. 자신 있게 길을 안내하겠다고 설치던 놈이 경치 감상이나 하다가 모두를 죽일 뻔했으니까.

     

   ‘아찔하네……’

   ‘진짜 뒤질 뻔……’

     

   아직도 그들의 기억 속에는 드래곤의 날개를 스쳐 갔던 불기둥과 번갯불이 생생했다.

   멀미가 날 정도로 휘청거리던 드래곤의 몸체와 그들에게 쏘아진 거대한 마력포를 오직 검기를 하나만으로 소멸시킨 김시인의 활약.

     

   사실 김시인 덕분에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큰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괘, 괜찮으십니까? 그 드래곤은 어디 상한 곳이 없는……지요?”

     

   애꾸눈 간부가 김시인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더니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

   “저기…”

     

   애꾸눈의 접근에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그.

   자세히 보니 화가 났다는 느낌보다는 뭔가 깊은 생각에 빠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혹시 무슨 문제가 생겼습니까?”

     

   무심한 그의 반응에 눈치를 보기 시작한 길드원들이 하나둘 그의 주변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작전을 바꾼다.”

     

   김시인이 입을 열었고 길드원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기존의 작전은 수도에 잠입해서 진 하트를 찾는 거였어.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일일이 찾아다니는 게 번거롭단 말이야.”

     

   그의 말에 길드원들의 머릿속에는 공통적인 의문이 떠올랐다.

     

   애초에 그들의 목적은 진 하트가 꼬리를 밟혔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전에 그녀를 사로잡는 것.

   다시 말해 최대한 은밀하고 신속히 진 하트의 거처를 알아내는 것이 최우선적인 목표라는 말이었다.

     

   그러니 잠입하지 않겠다는 듯한 김시인의 발언에 호기심이 발동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하려고 그러십니까?”

   “저희 도둑 길드입니다.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잠입, 추적보다 확실한 방법은 없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걱정이 담긴 몇몇 길드원들의 말에 김시인이 입을 연다.

     

   “너희들 중에 그 배신자보다 능력 좋은 사람 있어?”

   “……”

   “……”

     

   자연스럽게 닫히는 그들의 입.

   사실이 그랬다. 진 하트가 길드를 버리고 떠났을 때, 길드가 크게 휘청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물론 그녀 인망이 두터웠기에 그녀를 따르겠다며 길드원들이 대거 이탈한 탓도 있었지만 가장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한순간에 잃은 것도 분명히 한몫을 크게 차지하고 있었다.

     

   “단순하게 추적한다고 추적이 쉽게 되는 사람이었으면 벌써 찾아서 잡아왔겠지.”

     

   그렇게까지 말한 김시인이 손가락을 들어 수도 방향을 가리켰다.

     

   “저걸 이용한다.”

     

   전쟁이나 몬스터의 침입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게 되는 종탑.

     

   사냥감을 쫓을 자신이 없다면 그 사냥감을 함정에 빠트리면 된다.

   그리고 상대를 함정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들어 상대를 목으로 몰아넣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었다.

     

   ***

     

   웅성웅성-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수도 경비대가 대피하라고 해서 급하게 나오기는 했는데……”

     

   조금 전에 일어났던 짧은 난리에 광장으로 뛰쳐나온 사람들이 저마다 상황을 파악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급하게 대피소로 가기 위해 움직이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안내하던 경비대까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드래곤이 수도에 출몰했다는 것이라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빨리 정리되었다는 것이었다.

     

   “시민 여러분! 저는 아르테나의 수비대장 바실리 보닌이라고 합니다! 출몰했던 드래곤은 대공마력포를 맞고 달아난 상황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허나 아직 경계경보가 사라진 상황은 아니니 모두 집으로 귀가해 혹시 모를 비상 상황을 대비하시길 바랍니다!”

     

   광장 중앙에 선 기사가 사람들에게 현재 상황에 대해 간단하게 브리핑했다.

     

   “드, 드래곤?”

   “아니, 그럼 지금 엄청 위험한 거 아닙니까?”

     

   그의 설명을 들은 시민들의 눈빛이 얕게 떨리기 시작했다.

     

   사실 그게 진짜 드래곤이고 그들에게 강한 적의가 있다면 모두가 안전하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의 역할은 시민들을 진정시키고 수비대장으로서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

     

   “수도의 수비 시스템은 완벽합니다.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실 그 드래곤을 맞췄다는 대공마력포에 대해 이상하게 느껴지는 점이 있기는 했었다.

   갑자기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마력포가 반으로 갈라졌다고 말하는 몇몇 부하들의 증언.

     

   물론 왕궁의 마법사들이 심열을 기울여 만든 마력포가 공중에서 이유도 없이 사라졌을 수도 없을뿐더러, 그 자존심 센 드래곤이 자신에게 날아든 공격을 피하고도 반격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댕!!! 댕!!! 댕!!!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드래곤은 물러갔다고 안 했어?”

   “젠장, 지금 그런 게 중요한가? 일단 피난소로 가야지!”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던 수비대원 하나가 수비대장에게 달려온다.

     

   “대, 대장님! 큰일입니다!”

     

   처음 드래곤이 나타났을 때보다 얼굴빛이 더 사색이 된 채 보고를 올리는 병사.

   그리고 그를 진정시킨 수비대장은 예상치 못한 보고에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지?”

   “드래곤이…! 드래곤이 남문에 몬스터 무리를 이끌고 다시 나타났습니다!”

     

   드래곤 한 마리도 위험한데 놈이 몬스터를 끌고 다시 나타났다는 소식.

   수비대장은 차오르는 긴장감을 억누르며 냉정을 유지하기 위해 짧게 심호흡했다.

     

   “종류와 그 수는?”

   “거대 늑대, 오거, 트롤 등. 숲에 살던 야생 몬스터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마법사들이 추정한 수는 대략 이백 정도로 추정됩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수비대원 두세 명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는 괴물들이었다.

     

   “빌, 걱정하지 마라. 내가 직접 갈 테니.”

     

   하지만 이곳은 수도 아르테나였고 그만큼 수성에는 강한 힘을 보유한 성이었다.

   드래곤이 나타난 상황에서 마법사나 궁수 같은 원거리 병력들을 배치한다는 게 아쉬웠지만 몬스터 이백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단 모든 시민들을 북문에 있는 마법 벙커로 대피시켜라. 혹시나 성문이 부서지거나 벽이 무너지는 경우가 생겨도 시민들에게 피해가 생겨서는 안 된다. 알겠나?”

   “아, 알겠습니다!”

     

   동서남북으로 하나씩 위치한 마법 벙커.

   마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왕궁만큼 안전한 곳은 아니었지만 모든 피난민을 수용하기 위한 장소로 그만한 장소는 또 없었다.

     

   댕! 댕! 댕!

     

   종소리가 쉬지 않고 울린다.

   일사불란하게 시민들을 대피시키는 병사들.

   그리고 그 틈에서 피난을 가는 사람 중에는 어깨까지 오는 붉은 단발머리가 인상적인 전 도둑 길드의 간부가 끼여 있었다.

     

   ***

     

   “잘하고 있으려나.”

   “뭘 말입니까?”

   “아니야.”

     

   나는 크레센도에게 최대한 시끄럽게 남쪽 성문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온 상태였다.

     

   ‘근데 몬스터 웨이브는 예상 못했네.’

     

   물론 지금 이 난리를 만든 ‘그 몬스터’들을 녀석이 조종하거나 하는 건 아닐 것이다.

   녀석에게 그런 능력이 없다는 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싸움을 싫어하는 녀석이 ‘공격’이라는 선택지를 직접 골랐을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백이면……’

     

   오면서 봤던 수도의 기본적인 방어 병력이면 충분히 막고도 남는다.

   성 높이가 얼마나 높은데 짱돌을 쥔 트롤이 자세를 잡고 제대로 투구하거나 크레센도가 진지하게 전투에 임하는 게 아니라면 이곳의 병력이 피해를 입을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즉, 지금부터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진 하트를 찾는 것에만 집중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

     

   “우선 피난민을 따라간다. 그리고 만약 진 하트를 발견한다면 절대 잡을 생각하지 말고 나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길드원들이 움직이는 피난민들을 따라 사방팔방으로 흩어진다.

   병사들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북문 근방의 마법 벙커는 총 3개.

     

   나의 첫 화신이 될지도 모를 배신자를 조만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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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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