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45

   EP.145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그저 무언가가 번쩍였고 눈을 뜨니 눈에 보였던 모든 몬스터들이 사라져 있었다.

     

   남은 것이라고는 몬스터들이 사라진 곳에서부터 풍겨 오는 매캐한 냄새와 정확히 일자로 갈라진 숲뿐.

     

   그리고 그 기적을 펼쳐낸 남자는 땅에서 몇 차례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한 번의 도약으로 성벽 위로 다시 모습을 비췄다.

     

   “……”

   “……”

     

   성벽을 사수하고 있던 모든 이가 할 말을 잃었다.

     

   도저히 그 남자가 그들과 같은 인간이라고 느껴지지 않았기에 뭔가 입을 여는 것 자체가 불경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을 스쳤다.

     

   남자가 그들 앞에 선다.

   그리고 그가 입을 열어 뭐라 말을 하고 자리를 벗어났지만 그들은 그가 뱉은 말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산 너머에 드래곤이 있으니 한 대 쥐어박고 돌아오겠습니다. 그 자식이 원흉인 거 같거든요.」

     

   그는 신일까?

     

   지상 최강의 종족이라는 드래곤을 마치 철없는 꼬마를 대하는 언사에 사람들은 서로의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온몸에 붉은 피를 뒤집어쓴 상태로 수도로 돌아왔고 그와 함께 나타났던 여인을 무슨 밀가루 포대 마냥 옆구리에 끼고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인간들에게 나타난 말도 안 되는 기적.

   인간의 편에 선 절대적 존재의 등장은 순식간에 수많은 전설과 소문을 만들어냈고 그 사건은 성좌 김시인의 격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었다.

     

   ***

     

   진 하트의 거처.

     

   도둑 길드에서 팔아넘긴 정보를 생각하면 꽤 여유로운 삶을 살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녀의 집은 한없이 볼품없고 초라한 어둠 속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게 첫 번째 부탁이야?”

   “네.”

     

   내가 세 가지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했을 때 그녀가 처음으로 나에게 했던 부탁.

   그것은 도둑 길드의 그 누구도 자신을 찾지 않도록 만들어 달리는 것이었다.

     

   “안에 누가 있네.”

   “……그걸 안 들어가고도 알 수 있어요?”

   “너도 알고 있었잖아. 그러니까 여기로 날 데려온 거 아니야?”

     

   몬스터들을 쓸어버린 것을 목격한 이후로 존댓말을 사용 중이던 그녀가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그냥 봐서는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집 내부에서 들리는 소리도 없고 응당 사람이 하는 집이라면 있을 법한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마 느껴지는 것은 사람이 오랫동안 씻지 않았을 때 몸에 밴 퀴퀴한 냄새 정도.

   그것마저도 웬만큼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알아채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꽤 기술이 좋은 놈이네. 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아마 도둑 길드의 길드장이 아닐까 싶어요. 성격은 이상해도 실력은 진짜였거든요…… 시간이 좀 지났으니 집안에 함정을 설치했을 가능성도 배재할 순 없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가볍게 턱을 쓸었다.

     

   함정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지금 집 앞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도 집을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철저하게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이 높았다.

     

   “뭐, 상관은 없어.”

     

   덥썩.

     

   내가 과감하게 문고리를 잡자 진 하트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나를 만류하려고 했다.

     

   “걱정 말고 내가 들어가고 정확히 10초 후에 따라 들어와.”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그렇기에 직접 본 것을 믿고 그 정보를 통해 자신만의 결과를 도출하며 때로는 다른 사람의 피나는 노력을 폄하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다시 말해 진 하트가 나의 화신이 되기를 자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강한 신뢰와 함께 더 신선한 충격을 선사할 필요가 있었다.

     

   끼익-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발을 들였다.

     

   불이 켜지지 않아 어두컴컴한 건물 내부.

   외부는 좀 음침한 느낌이 강했지만 내부는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 강했다.

     

   “3초 안에 튀어나와라. 그럼 살려는 드릴게.”

     

   현관에서 침입자를 호출하자 어디선가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가 나며 무언가가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화살과 단검, 그 뒤로 독침으로 추측되는 작은 바늘과 쇠구슬을 보니 오랜만에 사천당문이 떠올라 반갑기도 했다.

     

   “환영 인사가 화끈하네. 후회하지 마라.”

     

   나는 나에게 날아드는 암기를 피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쳐냈다.

   나에게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뒤따라올 진 하트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었기에 나름의 배려를 한 것이었다.

     

   하지만 기습이 불발되는 순간 어둠 속에 숨어 있던 그림자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녀석의 판단이 좋았던 것인지 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도주를 선택한 것이다.

     

   “어딜!”

     

   타앙!

     

   나는 곧장 집안으로 뛰어들었다.

   그 순간 나에게 날아드는 수십 개의 암기들.

   애초에 진 하트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던지 건물의 내부에는 살의가 가득한 함정들이 가득 채워진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잘 가라 오지랖 넓은 새끼야.”

     

   커다란 몸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신속한 움직임.

     

   놈이 도망을 치려고 한 것은 놀랍게도 페이크였다.

   내가 놈을 잡기 위해 달려들 것을 예상했다는 듯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던 놈.

     

   하지만.

     

   “웃지 마. 정들어.”

     

   카가가가강!!!

     

   한 번의 기습으로 승리를 확신하기에는 내가 너무 강해졌다.

     

   [체력 Lv.93]

     

   “오, 오러실드?!”

   “그게 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한 대만 맞자.”

     

   압도적인 체력으로 다져진 맷집.

   이쯤 되니 굳이 마력을 몸에 두르지 않아도 어지간한 철은 박히지 않는 괴물 같은 몸이 되어 버린 나였다.

     

   ***

     

   “이놈이 그 길드장 맞지?”

   “……아마도요?”

     

   얼굴이 퉁퉁 부은 인간 비스무리한 무언가를 본 진 하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돌아봤다.

     

   “숨을 안 쉬는데…… 이거 죽었어요?”

   “살아는 있을걸?”

     

   그렇게 세게 때린 것도 아니었다. 물론 근력이 너무 오른 탓에 딱밤만 때려도 두개골이 박살나긴 하겠지만 아무튼 나는 세게 때리지 않았다.

     

   “뭐,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나는 무릎을 살짝 굽혀 바닥에서 죽은 척을 하고 있던 길드장에게 조용히 다가갔다.

   녀석을 제압했으니 이제는 놈을 적당히 구슬릴 차례.

     

   “기절 안 한 거 다 알고 있으니까. 이제 그만 일어나자.”

   “……”

   “지금 안 일어나면 말로 안 끝날 텐데.”

     

   스윽.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놈이 꾸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나의 손을 보고 있는 것을 보니 조금 전에 휘두른 주먹이 트라우마로 남은 모양이었다.

     

   “너 도둑 길드 길드장 맞지?”

   “네. 맞습니다.”

   “여긴 왜 왔어?”

   “진 하트를 찾으려고 왔습니다.”

     

   놈은 나의 모든 물음에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빠릿빠릿하게 답변했다.

     

   조금 전에 나에게 오지랖 넓은 어쩌고 떠들며 시비를 걸었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 상반되는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 왜 웃으십니까?”

   “궁금해?”

   “아뇨. 안 궁금해졌습니다.”

   “아니 그냥. 아까는 그렇게 당당하더니 지금은 왜 이렇게 저자세야?”

   “맞기 싫어서요.”

   “솔직해서 좋네.”

     

   이제 보니 놈은 뚱뚱하다고 하기에는 꽤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2미터는 될 것 같은 거대한 키와 떡 벌어진 어깨. 아마도 이런 도시가 아닌 숲에서 녀석을 만났다면 곰을 만난 게 아닐까 싶었을 정도로 녀석은 골격이 좋았다.

     

   ‘어쩌면?’

     

   [‘꿰뚫어 보는 눈(EX)’를 사용합니다.]

   [대상의 정보를 확인합니다.]

     

   —

   이름 : 로그 브리트만

   나이 : 34세

   능력치 : [근력 Lv.46], [민첩 Lv.39], [체력 Lv.42], [마력 Lv.11]

   스킬 : [함정 설치(B+)] [고급 단검술(A)], [암기 투척(B+)], [맨손 격투(A)], [그림자 은신(A)]

   특성 : [강철 체력(A)], [빠른 눈치(A)], [매력(E)], [전설적인 어쌔신(A+)], [생존 본능(B)], [무적자(S)]

     

   현재 상태 : 긴장

     

   종합 평가

   – 한 때 도둑 길드 흑영(黑影)의 주인이었던 남자.

   – 이 세상 눈치가 아닐 정도로 눈치가 빠르다.

   – 단순하지만 의리가 있고 열혈적인 성격이 있었기에 그를 따르는 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 마법에 재능이 없다. 하지만 체술에 어마어마한 재능을 보이며 신체적인 성장에는 한계가 없는 몸을 가지고 있다.

   —

     

   진 하트와는 달리 완벽히 전투에만 치중된 특성과 능력치.

   놈은 지금까지 내가 6층에서 만난 모든 사람을 통틀어 가장 높은 신체 스펙을 지닌 인간이었다.

     

   “로그 브리트만.”

   “네.”

     

   뜬금없이 이름을 불렸음에도 놈은 이상하다고 여겨지는 게 없는 건지, 눈치가 빠른 건지 나에게 반문하지 않았다.

     

   “진 하트를 쫓은 진짜 이유가 뭐야?”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많았다.

     

   진 하트는 그의 길드에서 자료를 빼돌려 도망친 배신자다.

   하지만 내가 잠시 관리를 해 본 결과, 길드의 이해관계는 돈으로부터 시작해 돈으로 끝난다.

     

   만약 내가 길드장이었고 어떤 간부가 나의 돈을 먹고 야반도주를 했다면 내가 취할 행동은 그녀를 암살하는 것이 아닌 빼돌려진 정보와 돈을 먼저 돌려받는 것이었다.

     

   “복수를 위해……”

     

   녀석이 대답하며 슬쩍 말끝을 흐린다.

   나와 대화를 하며 처음으로 뜸을 들이는 표정. 그리고 놈의 눈이 진 하트를 향했고 나는 이어진 녀석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말해 봐.”

   “혹시 진 하트의 진짜 정체를 알고 계십니까?”

     

   진 하트에 이어 두 번째 화신으로 점찍은 인물.

   로그의 말에 진 하트의 낯빛이 순식간에 회색빛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나는 이어진 설명에 오랜만에 팝콘이 그리워졌다.

   

다음화 보기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