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48

   EP.148

     

   나의 최종 목표는 진 하트가 왕위를 계승할 상황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녀가 왕위를 넘겨받을 수 있는 합당한 명분이 필요했다.

     

   “……”

   “왜? 뭐?”

     

   하지만 명분이란 그저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흔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명분을 찾든지 만들든지 어떤 방법이라도 사용하기 위해 6층에서 얻은 사람들을 소집했다.

     

   “……지금, 이 상황이 맞는 건가 해서요.”

     

   진 하트의 집으로.

     

   “반갑습니다. 진.”

   “오랜만이군. 아, 로그 길드장님도 오랜만입니다.”

   “허허허, 도둑 길드가 흥신소도 아니고 우리가 이 사람을 찾겠다고 했던 개고생들을 생각하면……”

     

   그녀를 찾기 위해 현장에서 발에 물집이 잡히도록 뛰어다녔던 간부들의 이마에 억척스러운 핏대가 세워져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성장도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가 원해서 이룬 성장과 어쩔 수 없이 성장을 당한 것에는 확실히 기분 차이가 있을 수 있었으니 진 하트도 어련히 그들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후우, 그래서 진 하트…… 아니, 이분이 아르테나 왕국의 귀족이시라고요?”

   “정확히는 공작가의 영애니까 왕족이지.”

   “왕족… 왕족이라…… 허허허허.”

     

   진 하트의 거처에 모인 길드원은 총 40명.

   간부 셋을 포함해 아르테나로 온 모든 길드원들을 소집하니 그들의 잡담만으로 진 하트의 좁은 방은 시장판과 흡사한 상태가 되었다.

     

   ‘뭐, 그래도 꽤 쓸 만한 사람들이니까.’

     

   길드를 관리하며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했었다.

   그들에게 어울리는 무기를 추천하고 적재적소에 그들을 배치하며 모든 길드원들의 장점이 두드러질 만한 임무들을 맡겼다.

     

   조금 전에 성장을 당했다고 우스갯소리로 설명했지만 결국에는 모든 길드원이 앞으로의 일정에 도움이 될 만한 인재로 성장한 상태였다.

     

   “잡담은 여기까지만 하지. 다들 집중해 봐.”

     

   나의 말에 로그 브리트만이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시인 님, 제가 길드를 좀 운영해 봐서 아는데 이놈들이 그렇게 얌전하게 말씀하신다고 들을 놈들이 아닌……‘

     

   “……”

   “……”

     

   순식간에 좌중에 찾아온 침묵.

     

   “……너희들 내가 길드에 있을 때 이랬던 적 없잖아?”

     

   그들의 집중력에 당황한 로그가 그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약간의 비난과 그의 심장을 후벼 파는 다소 과격한 꼽이었다.

     

   “그건 길드장님이 카리스마가 없으니까 그랬죠.”

   “비교할 걸 비교하십쇼.”

   “길드장님 뭐 됨?”

     

   길드장의 위엄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는 듯한 말투.

   나는 표정으로 충격과 공포를 한껏 드러내고 있는 로그 브리트만을 무시한 채, 설명을 이어갔다.

     

   “앞으로 너희들이 해 줘야 할 일이 있다.”

   “하명하십쇼.”

     

   내가 크레센도를 부리는 것을 본 이후로 눈빛이 훨씬 좋아진 녀석들.

   나는 그들을 돌아보며 머릿속에 있던 계획의 최종 목표를 그들에게 일러줬다.

     

   “지금부터 우리들은 진 하트를 아르테나의 왕으로 만들 거야.”

     

   이어진 나의 말에 그렇게 표정이 좋던 놈들이 모두 돌처럼 굳어 버렸다.

     

   “임무는 간단해. 늘 하던 걸 하면 되는 거니까.”

   “……뭘 말씀이십니까?”

     

   애꾸눈 간부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바라봤다.

     

   늘 하던 거.

   지금까지 해왔던 거.

     

   “정보 수집, 사람 찾기, 도둑질”

     

   “설마……”

     

   “왕족들의 모든 정보, 특히 하트 공작가와 관련된 모든 정보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아와. 아 참, 조금 전에 진 하트가 이야기했던 왕에 대한 정보도 싹 다.”

     

   나의 말이 길어질수록 길드원들의 얼굴이 빠르게 창백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왕실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중죄 중의 중죄.

   만약 그 과정에서 정체를 들키기라도 한다면 일가족을 포함한 모든 친인척의 목이 달아날 가능성이 있으니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너무 위험합니다. 제 길드원들의 능력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하나라도 걸리는 날엔 흑영 길드도 없었던 게 될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로그 브리트만의 말에 길드원들이 처음으로 동조하며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설명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사실 제가 이미 조금 조사해 본 게 있긴 합니다. 그때 편지를 보낸 발신자를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가 있었거든요.”

     

   그는 우리 밖에 없는 진 하트의 거처에서 괜히 목소리를 낮추며 주위를 돌아봤다.

     

   그의 설레발에 자연스럽게 길드원들의 이목이 집중됐고 이어진 그의 설명은 성좌의 자리에 앉은 나도 살짝 거슬릴 만한 왕실에 대한 정보였다.

     

   “진 하트, 혹시 유령이라는 말을 아나?”

   “……귀신? 그 유령 말인가요?”

   “반응을 보니 모르는군.”

     

   생소한 말인 동시에 너무나도 익숙한 유령이라는 단어.

     

   “로그, 자세히 설명해 봐.”

   “왕실에는 유령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그 유령 말고 왕실의 앞잡이 같은 걸 말하는 겁니다.”

     

   로그는 유령이라는 존재에 대해 우리에게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변방 귀족의 하인으로 존재하기도 하고 어느 방랑 기사나 꽃을 파는 노파로 존재하기도 한다.

   모든 장소와 모든 시간에 왕실의 눈과 귀가 되는 그들.

     

   다시 말해 정보원이면서 동시에 공작원인 첩자들을 왕실에서 키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심한 경우 귀족가에 아이가 태어나면 왕실에서 찾아가 세뇌 저주를 걸기도 한답니다. 마치 그림자처럼 모든 곳에 스며들어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합니다.”

     

   조금 전에 로그가 말을 할까 말까 고민했던 것도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혹시나 유령이 있을까 싶어서 뜸을 들였던 모양.

     

   “그렇다면 제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가……?”

     

   왕실에 반기를 드는 사람을 잡아내기 위해 키워 낸 그림자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진 하트의 공작가가 하루아침에 멸망한 것도 그들 때문일 가능성이 높았다.

     

   “너희 가문에 유령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지. 하지만 그 유령이 누군지는 찾을 수 없을 거다. 왕실에 광적으로 충성을 맹세한 존재들이라 공작가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자결했을 거거든.”

     

   로그의 설명에 길드원들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이 대화를 누군가가 듣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지금 당장 옆에 있는 동료가 유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유령이 있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아.”

     

   확신에 찬 듯한 나의 말투에 길드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뭐,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방법이 다 있거든.”

     

   허세가 아닌 진심으로 유령을 구분할 방법이 나에게는 있었다.

     

   [‘꿰뚫어 보는 눈(EX)’을 사용합니다.]

     

   6층에서 선물 받은,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절대 이해하지 못할 나만의 방법.

   이 사기적인 스킬이 발동되는 이상, 이곳에서 나를 속일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도 없었다.

     

   ***

     

   현재 수도는 몬스터 무리를 일격으로 쓸어버린 한 영웅에 대한 이야기로 시끄러운 상태였다.

     

   “자네들 그 소문 들었나? 글쎄 수도 남문에 마왕의 군단이 쳐들어왔는데 그때 신의 사자가 나타나 수도를 지켜 주었다고 하더군.”

   “나도 들었네. 드래곤도 일검으로 처치했다던데 사실일까?”

     

   신의 사자.

     

   “나는 그 영웅이 한 병사를 보살폈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신의 축복이 담긴 물약을 한 방울 떨어뜨리니 죽었던 병사가 살아났다더군.”

   “오오…… 그런 일이!”

     

   기적.

     

   “신이 우리 아르테나를 보호하시는 거지.”

   “그분은 어디로 갔을까?”

   “어디로 가긴! 임무를 다하셨으니 신계로 돌아가시지 않았겠는가?”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신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안정감과 함께, 소리 소문 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진 영웅에 대한 어설픈 소문들이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 긍정적인 반응만 있던 소문은 나에 대한 찬양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혹시 그 소식도 들었나?”

   “뭔데?”

   “음, 자네만 알고 있게 나도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라…… 사실 그 몬스터 대군이 수도로 찾아온 이유가 누가 악마와 계약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소문의 밝은 면이 있다면 어두운 면도 있는 법.

   원래 사람은 어떤 소문이 발생하면 그것에 대한 더 크고 넓은 지식을 알고 싶어 하고,

   이 흥미로운 소식은 진위 여부를 떠나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아, 아, 악마?!”

   “조용히 하게! 그리고 말인데 그 근원지가 왕실이라는 소문도 있더군.”

   “자, 자네 미쳤나? 입조심하게!”

   “나는 그냥 들리는 소문을 전했을 뿐이네. 자네도 솔직히 납득하잖나. 윗대가리들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니. 쯧…”

     

   악마와 계약이라는 키워드가 아르테나의 국민들 사이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나와 길드원들은 알고 있었다.

   그 소문 속의 영웅은 신의 사자도 아니고 몬스터의 습격과 악마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사실 그 몬스터들을 부른 놈과 처리한 놈이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뭐… 그래도 소문이 나쁘지는 않네요.”

   “잘 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애들이 나름 노력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원래 정치 싸움은 정보전이야.”

     

   사실 처음에는 소문이 퍼지는 것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었다.

   하지만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하니 이것을 활용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몬스터 습격은 아르테나 왕의 죄로부터 일어난 사태다.」

     

   그래서 우리는 일부러 소문을 더 퍼트렸다.

   몬스터의 습격을 현왕에게 뒤집어씌우고 그 소문의 영웅을 왕실을 비호하던 수호자로 둔갑시켰다.

     

   아르테나의 왕이 악마와 계약을 해서 몬스터들이 수도를 향했다.

   그것을 알게 된 왕실의 선조들이 아르테나의 수호자를 보내 백성들을 지켰다.

     

   자극적인 소재인 만큼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렇게 며칠 뒤.

     

   -크오오오오!!! 감히 누가 드래곤의 단잠을 깨우느…… 이런 시부럴.

     

   소문이 잠잠해질 때쯤, 나는 크레센도를 따라 수도를 공격했던 레드 드래곤을 다시 한 번 찾아갔다.

   

다음화 보기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