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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7

   EP.157

     

   이게 도대체 무슨 영문일까.

     

   나는 어리둥절하게 서 있는 두 사람을 내버려둔 채, 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읽어 내려갔다.

     

   —

   『7층 – 계속해서 나아가(연계)』

     

   설명 : 성좌가 되기 위해 화신을 얻은 당신은 그들을 성장시킬 책임이 있습니다. 해당 화신들이 새로운 스킬을 획득하거나 능력치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우십시오. 그들이 자신의 성장에 만족하는 그때가 더 나아갈 때입니다.

     

   임무 : 화신들을 성장시키십시오. (2/2 완료)

   제한 : 30일

     

   보상 : 격의 상승 / 8층 임무

   실패 페널티 : 화신들이 당신을 떠납니다.

   —

     

   7층의 임무였을 내용들이 순식간에 떴다가 사라진다.

     

   화신이 된 두 사람이 이미 각자의 성장에 큰 만족을 느끼고 있었던지 해당 임무는 자연스럽게 클리어가 된 모양이었다.

     

   —

   『8층 – 부와 명예(연계)』

     

   설명 : 화신들이 충분히 쓸 만한 인재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화신이 있어도 한 세계를 다스릴 존재는 결국 당신입니다. 해당 세계에서 화신들과 함께 이름을 날리고 일정량의 재화를 모으십시오.

     

   임무 : 10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존재를 각인시키십시오. (완료) / 화신들과 30만 코인 이상의 부를 축적하십시오. (완료)

   제한 : 30일

     

   보상 : 격의 상승 / 9층 임무

   실패 페널티 : 격을 잃고 임무를 재도전……

   —

     

   그 뒤로 나타났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8층 임무.

     

   까다롭다면 상당히 까다로울 수 있는 임무였지만 도둑 길드 흑영을 장악하고 한 나라의 왕을 화신으로 두는 순간부터 임무의 난이도는 논외의 것이 되었다.

     

   9층 임무의 이름은 ‘군단’

     

   병력을 모으는 임무였다.

   화신을 만드는 것이 아닌 코인을 사용해 사람들을 구해도 되고 화신을 따르는 모든 인물들이 나의 군단에 속했다.

     

   그렇게 모아야 했던 인원은 총 500명.

   하지만 이 또한 두 사람을 내 산하에 두는 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됐다.

     

   그저 운이 좋아서 한 번에 모든 것이 이뤄진 상황이다.

   하지만 마지막 10층의 임무는 예상 밖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

   『10층 – 성좌의 자질(마지막)』

     

   설명 : 당신에게는 화신이 있습니다. 당신이 이끌어야 할 나약한 존재들이 있고 그들의 성장과 미래를 위해 부와 명예도 준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이미 주인이 있는 땅입니다. 탑이 준비한 이 세계의 주인을 꺾으십시오. 그가 당신에게 굴복하는 그 순간 당신은 진정한 성좌로 거듭날 것입니다.

     

   임무 : 10층의 주인을 찾아 항복을 받아 내십시오.

   제한 : 30일

     

   보상 : 격의 상승 / 성좌로 거듭남 / 이 세계가 당신의 층이 됩니다.

   실패 페널티 : 격을 빼앗깁니다.

   —

     

   처음 내가 6층에 도착했을 때 나를 직접 찾아온 반쪽짜리 성좌.

     

   지금쯤 왕궁 식당 어딘가에 죽치고 앉아 고기를 뜯고 있을 녀석이 떠오르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때 녀석이 당황했던 이유가 이거였나?’

     

   지금은 종판이라며 반쯤 놀리듯 부르고 있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녀석은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5층에서 만났던 오류로 성장한 마왕보다 강한 힘.

   뭔가 한 끗 부족한 격을 지니고 있었지만 성좌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존재감.

     

   그리고 나에게 당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나에게 기어오르던 집념과 야망을 생각하면 확실히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이룬 모든 것을 걸고 해결해야 했을 마지막 단계였다니 조금 김이 새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끝나는 게 조금 허무하긴 하지만 나는 결국 떠나게 될 테니까.’

     

   나는 탑을 올라야 했다.

   성좌고 나발이고 나는 이 탑의 끝을 보고 싶었고 이 끝에 있는 존재에게 이 탑이 생긴 이유에 대해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내가 이곳을 떠나려고 마음먹는 순간, 나의 눈앞에 떠오른 새로운 메시지가 있었다.

     

   띠링!

     

   [축하합니다! 모든 임무를 완수하고 좌표 ‘아우트라나’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해당 좌표는 당신의 관할로 귀속됩니다.]

     

   “어?”

     

   갑작스런 외마디 탄성에 앞에 있던 두 사람의 고개가 기울어진다.

   허공을 보던 내가 중얼거리는 모습에 의문이 들 수 있었지만 지금 가장 당황한 것은 내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의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는 내가 정말로 성좌가 되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하지만 메시지가 떠오를수록 나는 이해할 수 없는 괴리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아우트라나’의 존재들이 당신을 잊지 않도록 꾸준히 보살피십시오.]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그들에게도 성좌가 될 기회를 허락하십시오.]

     

   성좌가 되었다는 메시지 뒤로 함께 성좌의 역할에 대한 정보들이 나열되기 시작했다.

     

   나에게 속한 사람들을 돌보아야 한다는 말.

   그들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

     

   시련을 내릴 수도 있고 그들을 플레이어로 만들 수도 있었다.

   마치 신이 세상을 창조하고 그들을 보살폈다는 어느 전설 속 이야기처럼 나는 필멸자들의 조력자 같은 존재가 되어있었다.

     

   “하하……”

     

   이것은 성좌가 되기 위해 치러진 모의시험 따위가 아니었다.

   이 세계는 누군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세상도 아니었고 잠시 스치고 지나갈 방문지가 아니었다.

     

   나의 세상.

   성좌가 되어 다스려야 할 나의 세상이 이곳에 있었다.

     

   하지만 나의 뇌리에 박히는 메시지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앞으로의 등천(登天)은 성좌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조금 전부터 계속해서 거슬리던 한 줄의 메시지.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고 살아남기 위해 싸웠고 성장했다.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임무들을 헤쳐 나간 결과, 탑의 10층을 클리어할 수 있었고 그렇게도 두려워했던 성좌라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앞에 떠오른 메시지는 나에게 이제 그만 달려도 괜찮다는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고 있었다.

     

   [성좌 ‘멸망한 세계의 정복자’가 천좌(天座)에 기록됩니다.]

   [앞으로의 일은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우웅…!

     

   “어엇.”

   “이, 이게 뭐죠? 마법?”

     

   허공에 포탈 하나가 나타나자 그것을 보고 있던 두 사람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나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광경이었다.

   타오르는 불꽃이 연상되는 보랏빛 포탈과 그곳에서 느껴지는 방대한 마력.

     

   띠링.

     

   [새로운 임무가 도착합니다.]

     

   —

   『선택의 기로』

     

   설명 : 당신은 한 좌표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탑을 오를지 아니면 이곳에 머물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계속 나아가겠다는 선택을 하는 경우 당신은 당신의 좌표와 함께 11층에 도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곳에 머물며 좌표를 다스리겠다는 선택을 하는 경우 향후 3000년간 탑을 오를 수가 없게 됩니다.

     

   * 단, 3000년이 지나고 해당 좌표에 탑을 세우게 된다면 다시 탑을 오를 수 있게 됩니다.

   —

     

   ‘이런 방식이었나?’

     

   지구에 탑이 생겨났던 이유가 이곳에 있었다.

     

   탑을 오르기를 포기한 누군가가 방치한 세계.

   안 그래도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로 튜토리얼을 시작하면 밸런스가 개판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내 앞에 있는 로그 브리트만이 탑을 오르게 될 경우, 5층까지는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탑 오르기를 포기하는 성좌에게는 3000년이라는 제약이 있었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존재하겠지만 결국 30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명이 다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을 테니까.

     

   ‘기술의 발전도 무시할 수 없고’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칼을 든 사람은 탱크를 이길 수 없다.

   물론 성좌 위에 앉을 정도로 격을 쌓아올린 사람이라면 현대식 무기가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겠지만 탑의 시련이 없는 경우 그렇게까지 강해질 수는 없었다.

     

   그러니 전쟁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수억의 인구는 기술이 좋아질수록 약해질 수밖에.

     

   띠링!

     

   [당신에게 하루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24시간 내로 포탈을 통과하지 않으면 이곳에 머물게 됩니다.]

   [포탈을 통과하게 된다면 ‘등천’이 시작됩니다.]

     

   스윽.

     

   나는 포탈을 바라봤다.

   지금부터 저 포탈을 통과하지 않으면 3000년을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

     

   사람들의 전쟁을 보게 될 것이고 지금 이곳에 있는 나의 화신들과 수하들이 늙어 죽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결국 지구가 그랬던 것처럼 탑을 만들고 튜토리얼을 열게 되겠지’

     

   죽을 걱정을 덜고 한 세상의 신으로 3000년을 군림한다.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이 안정적인 선택일지도 몰랐다.

   어쩌다 보니 13층을 잠깐 경험하긴 했지만 ‘전쟁과 싸움밖에 모르는 자’가 진심을 다 했다면 나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테니까.

     

   3000년간 힘을 길러 탑을 오른다면 확실히 안정적인 상태가 될 것이다.

   어쩌면 탑의 정상까지 한 번의 위기도 없이 파죽지세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삶의 의미는 혼자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다.

     

   박조철, 서세영, 남궁천호 그리고 한가민.

   함께 탑을 오르기 시작했었던 사람들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강해지는 것.

   부유해지는 것.

   그 밖에도 탑을 오르거나 특정한 목적을 이루는 것 모두.

     

   결국 정상에 도달하게 되더라도 함께 기쁨을 나눌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살아 있는 시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저벅.

     

   나는 일렁거리는 포탈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이곳에 있는 나의 화신들과, 그리고 그동안 함께 했던 동료들과 탑을 오른다.

     

   감당할 수 없는 강자를 만나면 잠시 쉬어가며 버텨 내면 된다.

     

   만약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면 어쩔 수 없는 것.

   그때 죽게 되더라도 지금의 나는 나아가고 싶었다.

     

   띠링.

     

   [당신은 ‘나아가기’를 선택하셨습니다.]

   [당신의 좌표가 ‘천좌’에 등록됩니다.]

     

   [용기 있는 당신의 선택을 탑이 응원합니다.]

     

   앞으로 가게 될 11층.

   탑의 정상을 향한 가장 중요한 기로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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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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