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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4

   E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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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층 – 배신과 구원』

     

   주제 : 구원

   난이도 : A+

     

   설명 : 12층을 담당하던 성좌 ‘이세계의 대부’는 자신의 화신에게 봉인 당해 주기적으로 마력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마력은 12층의 원주민들에게 편리함과 안락함을 선사하고 있고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성좌의 화신 ‘엔리코’의 안녕을 바라고 있습니다. 배신자 ‘엔리코’를 제압하고 12층의 성좌를 구하십시오. 선택은 당신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임무 : 12층 성좌 구출

   제한 : ‘엔리카’가 사망해서는 안 됩니다.

     

   보상 : 13층으로 가는 포탈 / 성좌가 준비한 추가 보상

   실패 페널티 : 없음

   —

     

   성좌가 아닌 탑이 나에게 직접 보낸 임무를 읽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화신에게 배신을 당해 마력을 빼앗기고 있는 성좌. 그리고 그 마력을 공공의 이익으로 사용하고 있는 그의 화신.

     

   ‘뭔가 좀 이상한데.’

     

   하지만 임무의 내용을 읽어보니 탑이 나에게 바라는 것이 성좌를 구하는 게 맞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12층의 주민들을 위해 성좌를 봉인시킨 화신의 이야기는 마치 신들을 속여 인간들에게 불을 훔쳐다 준 프로메테우스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엔리코라는 화신의 행위는 명백한 반역이 맞다. 하지만 원초적인 목적이 무엇이었든 간에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그 힘을 쓴다면 과연 그게 진짜 ‘반역’인가는 깊게 고민해 볼 문제였다.

     

   ‘게다가……’

     

   탑 또한 ‘선택은 나의 손에 달렸다’고 말을 한 상황.

     

   상황이 이렇다 보니 12층으로 넘어오기 직전 ‘장막 뒤의 감시자’가 나에게 했던 설명이 문득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사실 다음 층으로 가는 포탈을 여는 방법에는 3가지 방법이 있네.」

     

   탑의 다음 층을 향하는 다양한 방법. 그리고 그때 나의 귀에 들어온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해당 층을 관리하는 성좌를 죽이는 것’이었다.

     

   탑이 말한 것처럼 나는 도전자로서 내가 갈 길을 선택할 수가 있었다.

     

   모든 화신과 싸운 뒤, 성좌를 구출하고 임무의 완수 보상으로 포탈을 제공받을 것인가.

   이미 봉인되어 힘이 빠진 성좌를 죽이고 다음 층으로 향하는 포탈을 강탈할 것인가.

     

   둘 중 뭐가 더 수월하고 합리적일지 생각한다면 나의 선택은 솔직히 말해 ‘후자’에 가까웠다.

     

   “혹시 너희 성좌가 어디에 갇혀 있는지 알아?”

     

   나의 물음에 엔리카의 얼굴이 밝아진다. 성좌의 편을 지켰다는 이유만으로 마녀라 불리며 수배가 된 여자.

     

   “수도의 중심에 있는 연금술사의 탑 꼭대기에 봉인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어.”

     

   그녀의 답변에 나는 얕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임무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든 다른 이유가 됐든 성좌의 위치를 파악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아 참, 깜빡하고 안 알려 준 게 있다.”

     

   하지만 내가 문을 나서기 직전, 엔리카가 손뼉을 작게 치더니 설명을 덧붙였다.

     

   “네 얼굴도 이미 모든 화신들에게 뿌려졌을 거야. 헤라클레스에는 녹화 기능도 있거든.”

   “……”

   “혹시 골렘 본 적 있어?”

   “골렘이라……”

     

   13층에서 전쟁과 싸움밖에 모르는 자가 세운 무의 정원을 오르며 돌덩어리 괴물들을 보기는 했었다.

     

   확실히 사람들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는 것인지 게임 같은 오락 매체로 접했던 것과 비슷했던 기억.

     

   “보통 골렘들은 마력을 충전하는 식으로 사용돼. 내부에 핵이라는 배터리가 있고 주기적으로 마력을 충전해서 특정 지역을 지키는 가디언으로 활용되지.”

     

   생각해 보니 13층의 그 골렘들도 비슷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전원이 꺼진 듯이 가만히 있다가 내가 층에 올라온 것을 인식하자마자 삐걱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그런데 헤라클레스는 작동 방식이 조금 달라. 마력을 에너지로 움직이긴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만든 건지 내부에 있는 핵이 공기 중에 있는 마력을 끌어다가 에너지로 치환하거든.”

     

   그녀가 하는 말을 정확히 이해한 것이 맞다면 헤라클레스라는 마법병기 하나하나에 무한동력 장치 따위가 들어 있다는 말.

     

   “외부는 마력 전도율이 좋은 미스릴로 만들어져서 무게도 가볍고 이음새를 마력으로 연결한 거라 움직임도 유연해. 그렇다 보니까 마력을 방출하는 걸로 하늘을 날 수도 있는 거지.”

     

   어쩐지 접근하는 속도가 장난이 없다 싶었다.

     

   탑에 마법이나 비과학적인 요소가 많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물리력은 당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들은 마치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한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였었는데 그게 그 이유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쯤 되니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겼는데.

     

   “나 질문이 있는데.”

   “뭔데?”

   “헤라클레스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거 같던데 그거 혹시 살아 있는 거냐?”

     

   미국 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고성능 AI가 떠올랐다. 빨간색과 금색이 조화로운 투박한 강철 로봇을 서포트하던 그거 말이다.

     

   하지만 내 질문에 그녀가 고개를 가로젓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니. 아마도 그걸 조종하는 화신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걸 본 걸 거야.”

   “아까 골렘 같은 거라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그 중갑옷 내부는 텅 비어 있었어.”

   “골렘 같은 거 맞아.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일반적인 골렘이랑은 달리 성좌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물건이야. 그리고 보통 성좌를 따르기로 맹세한 화신들은 그 성좌의 마력을 조금씩 닮아가지.”

     

   과거에 토끼가 설명했듯 성좌들이 화신을 두는 근본적인 이유는 화신들이 성장하는 만큼 성좌도 격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좌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화신들이 성좌를 따르는 이유 또한 성좌가 강해질수록 그들의 격도 함께 오르기 때문이었으니까.

     

   마력을 닮아간다는 것.

   그렇게 생각해 보니 엔리카가 나에게 말한 ‘닮아간다’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성좌와 마력의 결이 비슷한 화신들이니까 그걸 원거리에서 조종할 수 있는 거군.”

   “맞아. 물론 화신이 아니라도 직접 그 갑옷을 착용하면 어느 정도 활용은 할 수 있겠지만 화신들이 낼 수 있는 효율에 비하면 조금 성능 좋은 갑옷 정도의 수준에 그치겠지.”

     

   엔리카는 거기에 헤라클레스가 계속해서 양산되고 있다는 말을 더했다.

     

   내가 쓰러뜨린 수도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직 수백 기, 많으면 천 대가 넘는 물량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에 조금 질린다는 기분이 든다.

     

   ‘차라리 잘 된 건가?’

     

   아직 나의 검은 물렀다. 물론 명백한 ‘적’이라는 판단이 떨어지면 검에 망설임 따위는 없어지겠지만 사람을 상대할 때의 불쾌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결국 내가 싸워야 할 대상은 화신들. 하지만 가장 선봉에 나설 것들은 그 병기들이었으니 마음 놓고 검을 휘두를 수 있을 것 같았다.

     

   ***

     

   나는 협곡을 빠져나와 인적이 남아 있는 장소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놀라웠던 점은 이 세상은 지금까지 탑을 오르며 봤던 다른 세상들과 달리 가장 ‘현대’에 가까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도로를 깔아놨네…?”

     

   경공으로 협곡을 빠르게 벗어난 내가 처음으로 발견한 것은 아스팔트 따위로 늘어선 기다란 도로였다.

     

   나는 도로를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도로를 깔았다는 것은 그 길 끝에 마을이나 도시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

     

   처음에는 나무나 풀 따위가 눈에 들어왔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길가를 따라 설치된 가로등 따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직 낮이라 작동하진 않았지만 꽤 세련된 모습을 뽐내고 있는 가로등. 그리고 내가 나무가 있는 지형을 벗어나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꽤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허.”

     

   [연금술의 성지 ‘미스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손님들을 환영하는 거대한 팻말이 나를 맞이한다.

   저 멀리에는 거대하고 세련된 건축물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었고 그 아래로 ‘자동차’로 추정되는 기계들이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위이이잉……

     

   심지어 소음도 배기가스도 없는 친환경 차량. 마력으로 운행되는 물건이라 그런지 전기차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뭔가……”

     

   뭔가 너무 평화로웠다.

     

   성좌를 배신한 화신이 그 성좌의 마력을 뽑아 세상을 운영하고 있다기에 조금 더 강압적이고 살벌한 분위기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웬걸.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은 아름다운 대도시의 모습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일단 들어가 볼까?”

     

   나는 평소에 입던 천잠보의를 벗어 아공간 주머니에 넣은 후, 엔리카가 나에게 준 로브로 옷을 갈아입었다.

     

   조금 더 이 세상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과연 이 세상에서 일어난 것이 누군가의 욕망으로 일어난 모반이었을까 아니면 필요에 의해 일어난 혁명이었을까.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게 내려진 임무와 함께 다음 층으로 이동할 열쇠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

     

   ♬♩-

     

   도시에 진입하자 나의 귀에 현악기로 연주된 클래식 음악이 들려왔다.

     

   길거리의 구석에서 바이올린과 비슷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부드러운 선율 뒤로 이어지는 강렬한 기교가 드러나는 곡.

     

   길을 걷는 사람들이 그들의 연주를 들으며 잠깐의 여유와 낭만을 즐기고 있었고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들과 동화되어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사계?”

     

   내가 음악에 뜻이 없는 사람이라 아는 클래식 곡이 거의 없다지만 이건 아무리 들어도 비발디의 사계가 아닌가 싶었다.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비발디의 음악. 이제 보니 성좌가 이탈리아 출신이라는 것 때문인지 도시 여기저기에 이탈리아가 묻어 있는 것 같았다.

     

   ‘건축물들도 그렇고…… 이거 진짜 같은 세상이 맞나?’

     

   사람들의 얼굴에 부정적인 감정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반란이 일어나고 성좌를 따르는 화신과 언제 다시 전쟁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압박감 따위가 그들의 표정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휙.

     

   그리고 그들의 평화가 마음에 스며들기 전, 나는 엔리카가 말했던 연금술사의 탑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내가 성좌를 구하거나 성좌를 죽이게 되면 어떤 변화가 발생할지 알 수 없었다. 쓸데없이 사람들과 장소에 감정이 동화되어 봐야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다 보니 서서히 그녀가 말한 ‘연금술사의 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피사의 사탑’과 비슷한 디자인. 하지만 기울어지지 않았으니 사탑(斜塔)이라고 부르기에는 어폐가 있는 듯하다.

     

   “으음……”

     

   해외여행을 온 기분이다.

     

   물론 가이드 같은 것도 없었고 언제 전투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묘한 긴장감이 머릿속에 있었지만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에 비하자면 새 발의 피였다.

     

   하지만 그 순간 나를 향해 다가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이탈리아의 인사 문화에서 악수가 기본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기에 손을 내미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시죠?”

     

   말은 통했다. 탑의 영향인지 자동으로 모든 말이 번역된 덕분에 언어로 차이로 인한 문제는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의 인사에 돌아온 응답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다.

     

   “멸망한 세계의 정복자. 성좌 맞으시죠?”

   “……”

     

   나의 정체를 정확히 꿰뚫어 본 보랏빛 눈동자를 가진 남자.

     

   “저는 엔리코입니다.”

     

   자신을 거둬준 성좌를 보기 좋게 담가 버린 화신의 대표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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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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