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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8

   EP.198

     

   검술 시연은 가주의 첫째 아들 남궁진천을 마지막으로 그 막을 내렸다.

     

   그가 보여 준 검술 또한 다른 자제들과 같은 창궁대연검법의 묘리.

   그나마 다른 자제들보다 뛰어난 감은 있었지만 역시나 내가 배울 만한 무언가는 보이지 않았었다.

     

   그렇게 우리가 남궁의 가주전을 벗어났을 때.

     

   “도대체 뭐냐 너?”

     

   둘째인 남궁진아를 시작으로 남궁명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

     

   “뭘 말씀이십니까.”

   “도대체 무슨 속임수를 썼기에 아버지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거냐고.”

     

   함께 있었던 이들 중 남궁명이 선보인 검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는 형제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존경해 마지않는 남궁의 가주가 뱉은 말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 남궁명을 깔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진천 형님, 형님께서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저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아버지께서 왜 녀석을 감싸주셨는지도 모르겠고 이놈은 왜 또 갑자기 의기양양해졌는지 모르겠단 말입니다.”

     

   남궁진아의 말에 첫째는 묵묵히 상황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지금의 상황에 불만은 있었으나 그걸 동생 놈이 터트려주니 묵인하기로 한 것 같았다.

     

   ‘이쯤 되면 무식한 건지 용감한 건지 모르겠네.’

     

   물론 안목이 부족해 방금 본 검의 경지를 이해하지 못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걸 대놓고 표현하는 놈이라면…… 썩 똑똑한 놈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남궁진아는 지금 가주의 칭찬을 들은 남궁명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내공 덕분에 무인들의 외모가 평균적으로 동안인 걸 생각하면 놈도 거의 마흔에 가까운 나이일 텐데 참 유치한 경우가 아닐 수 없다.

     

   “그쯤하시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남궁명이 현재 나를 다음 층으로 보내줄 핵심적인 인재라는 사실.

   남궁명이 계속해서 공격을 받는 것도 썩 보기 좋은 그림이 아니었고 이렇게 말이 길어지다 보면 수련할 시간을 빼앗길 뿐 아무 영양가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인 것인지 남궁진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썩어들어갔다.

     

   “오호라… 당신이 이 서자 놈한테 검을 가르친 당사자신가? 그 천월문인가 뭔가 하는 문파의 제자?”

   “그렇습니다만.”

     

   놈의 언행이 점점 더 과격해진다.

     

   뒤에 남궁이라는 이름 때문에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그보다 나이가 어려 보여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아니면 인간 자체가 오만함이 기본 베이스로 깔린 등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고.

     

   “반응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군. 무공은 어느 정도로 할 줄 아시나?”

   “누군가 가르침이 필요하다면 도와줄 정도는 됩니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 문 너머에 있는 당신들의 가주를 암살할 수도 있지요.

     

   “솔직하게 말하게. 남궁이라는 이름을 한 번 업어보고 싶어서 모자란 막내 놈을 꼬드긴 게 아닌가?”

   “……”

     

   “말이 없는 것을 보니 정곡을 찔렸나보군.”

   “……당신, 원래 좀 자아도취적인 성향이 강하십니까?”

     

   어처구니가 없었다. 남궁이라는 단어를 뱉으며 호기롭게 어깨를 으쓱하는 모습이나 자신의 말이 맞았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기고만장해진 모습을 보니 더욱 그랬다.

     

   “후우…… 이만하고 가시죠. 이복형제라도 제자의 형제를 패는 건 좀 껄끄러우니까.”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굳이 이놈과 실랑이를 벌일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내 기준으로 보면 벌레랑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놈.

   고작 이런 자에게 빼앗기기에는 나의 시간이 아까워도 너무 아까웠다.

     

   “……내가 뭘 잘못 들었나? 나이도 어려 보이는 새끼가 말이 좀 짧은 것 같은데?”

   “당신은 혓바닥이 쓸데없이 기네요. 조심해. 그러다가 잘려.”

     

   설레는 반존대에 충격을 받은 놈이 와락 인상을 구기며 한탄을 터트린다.

   그것은 주변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형제들 또한 마찬가지. 하지만 그들의 인상이 구겨진들 직접 나의 말을 받아낸 이 망나니만 할 수는 없었다.

     

   “감히 남궁세가의 둘째인 나에게 그딴 망발을 해?”

     

   그가 검을 뽑으려 했다. 하지만 나는 굳이 놈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않았다.

   놈이 검을 뽑든, 초식을 펼치든, 갑자기 차원문을 열어서 총이라도 꺼내는 게 아닌 이상 내가 다칠 일은 없었으니까.

     

   아니… 솔직히 총을 꺼내도 그렇게 위험할 것 같지는 않네.

     

   “진아! 거기까지만 해라!”

     

   상황이 극에 치달았다 생각한 것인지 남궁진천이 나서며 그의 앞을 막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만약 이놈이 칼을 뽑았다면 상황이 복잡해졌을 것이다. 남궁의 자제를 불구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꽤 큰 세력과 싸움을 벌이게 됐을지도 모르니까.

     

   아, 그럼 천하오대검수를 내가 꺾는 거니까 화영은 다음 층으로 갔을지도 모르겠다.

     

   “형님! 왜 말리십니까!”

   “지금 네가 너무 흥분했구나.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잊은 것이냐?”

     

   남궁진천의 말에 남궁진아가 급격히 표정을 굳힌다.

     

   이곳은 남궁의 본가. 그리고 천하오대검수이자 남궁의 가주가 머물고 있는 가주전의 입구였다.

   다시 말해 남궁의 이름을 앞에 달고 소란을 피우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장소라는 의미였다.

     

   ‘이미 다 들었겠구만.’

     

   화경이니 현경이니 하는 경지까지 갈 필요도 없이 이 정도의 소란이라면 이미 남궁세가의 식솔들은 이 대화를 다 들었다.

     

   그리고 무지렁이가 아닌 이상 남궁의 둘째가 서자인 막내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추측이 가능했을 것이다.

     

   “젠장…!”

   “네가 참거라. 문제가 커져 봐야 좋을 것은 없으니.”

     

   그나마 남궁진천은 생각이라는 것이 있는 놈인 것 같았다.

   남궁명을 빼고도 다섯이나 되는 동생들이 있다 보니 이런 상황이 은근히 익숙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검. 한 번 뽑아 보시죠.”

   “……뭐?”

     

   나도 이렇게 넘어가기에는 저 남궁진아라는 놈이 묘하게 거슬렸다.

     

   “대신 이렇게 합시다. 저도 그렇게 큰 소란을 만들고 싶은 건 아니니 ‘비무’를 하는 겁니다.”

   “……비무를 하자? 당장? 여기에서?”

     

   “네. 그래도 제가 남궁진아 공자보다 한 수 정도는 강한 것 같으니 조금 살살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당신의 무시를 받지 않아도 좋고 당신은 나를 인정하게 될 것이니 일석이조이지요.”

   “뭐?”

     

   “아, 그리고 삼초 정도는 양보해 드릴 테니, 편안하게 필살기든 궁극의 오의든 다 펼쳐 보시지요.”

     

   솔직히 말해서 헛소리에 개소리였다.

   그냥 내가 너를 좀 패고 싶기는 한데 그만한 구실을 좀 만들어 달라는 것.

     

   보통 이런 경우라면 ‘끝까지 인정할 수 없다면 나의 제자와 싸워 보시게.’ 따위의 전개가 되는 게 마땅했지만 굳이 시간을 끌고 싶진 않았다.

     

   “이 시건방진 새끼가…! 오냐 좋다. 검을 뽑아라. 그 비무! 받아주마!”

   “하아아-”

     

   놈이 검을 뽑으며 순식간에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손을 들어 주먹에 입김을 불었고 말이다.

     

   ‘살살 때려야지.’

     

   많이 때릴 수 있게.

     

   ***

     

   “좀 너무하셨어요.”

     

   남궁의 터를 벗어나고 한참 후.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남궁명이 운을 띄웠다.

     

   “원래 남의 노력을 무시하는 놈들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야.”

     

   비무는 순식간에 끝났다.

     

   남궁진아는 창궁대연검법이니 뭐니 초필살기마냥 검을 휘두르다가 볼 장을 다 봤고 나는 정확히 초식 세 개가 끝나는 시점에 놈의 인중에 딱밤을 먹였다.

     

   그렇게 허무한 엔딩.

   조금 더 집요하게 손목이나 발목을 톡톡 건드려서 터널 증후군이라도 만들어줬어야 더 정신을 차렸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었다.

     

   “앞니 날아간 건 좀 미안하네.”

   “스승님은 도대체 얼마나 강하신 거예요?”

     

   “음…… 얼마나 강한 거 같은데?”

   “처음에는 몰랐는데 지금은 왠지 아버지랑 비슷한 느낌이……”

     

   생각보다 예민한 놈이다. 아니면 나랑 같이 있으면서 격이 오른 탓에 감각이 좋아졌든가.

     

   자세히 보니 남궁명의 몸에 변화가 있는 것 같기는 했다.

   몸의 골격이 잡힌 것도 그렇고 조금 전에 제왕검형을 비스무리하게 따라한 것도 그렇고.

     

   처음 만났을 때도 나름 재능이 있는 놈이라고 여겼는데 지금 보니 또 색다른 재능이 우후죽순 발견되고 있었다.

     

   “노력하는 천재라……”“예? 뭐라고 하셨나요?”

     

   “아니, 중요한 건 아니야. 그나저나 슬슬 너도 실전을 좀 경험해야 할 것 같은데.”

     

   무공이 강한 것과 실제로 싸움을 잘하는 것은 비슷한 것 같지만 확실히 다른 결을 지니고 있었다.

     

   아무리 초식을 잘 펼치고 내공을 잘 다스린다고 해도 상대의 수를 읽지 못한다면 눈먼 칼에도 맞아 죽을 수 있는 게 무인들의 싸움이다.

     

   목숨을 걸고 탑을 오르며 수백 수천 번의 생사결을 해 본 나는 그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 충분히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혹시 이 주변에 관청이나 관아 같은 게 있어?”

   “관이요? 일단 있기는 한데…… 그건 무슨 일로……”

     

   “이제부터는 실전이다. 제대로 굴려줄 테니까 한 번 경험해 보라고.”

   “……혹시 관에 무슨 문제를 일으키려는 건 아니죠? 관무불가침이라고요!”

     

   “……너는 내가 그렇게까지 미친놈으로 보이니? 일단 안내하기나 해. 가서 설명해 줄 테니까.”

     

   남궁명은 걱정 어린 눈빛을 한 채, 나를 중원의 공무원들이 일하고 있는 관까지 안내했다.

     

   관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이리저리 뛰며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노닥거리는 인원이 있었고 나는 그런 사람들 중 하나를 찾아 당장 필요한 정보를 캐물었다.

     

   “여기 수배지 같은 건 어디 있습니까?”

   “수배지 말이요? 현상금 있는 걸로?”

     

   “뭐, 현상금도 있으면 더 좋죠.”

   “가만 있어 보자……”

     

   그 공무원은 구석에서 주섬주섬 낡은 종이 쪼가리를 몇 장 꺼내더니 마침내 찾았다는 얼굴로 나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여기 있소. 장강은 거리가 좀 멀어서 산적들 명단이긴 한데…… 뭐 어디 단체에서 오셨소?”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든든하구먼.”

     

   지금부터 이 도시의 치안을 관리할 남자.

     

   내가 고개를 돌려 남궁명을 봤을 때, 녀석의 얼굴에는 이미 핏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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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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