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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7

   EP.217

     

   하늘 높이 뛰어오른 두 성좌가 옆구리에 끼워져 있던 방망이를 꺼내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태양빛의 역광 때문에 실루엣만 보였지만 그들의 손에 쥐어진 무기만큼은 흉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크하하핫! 커져라아아!!!

   -한 번에 죽지는 말아줘!

     

   놈들의 외침에 평범한 방망이로 보였던 놈들의 무기가 서서히 부풀기 시작했다.

   나무처럼 거칠어 보이는 표면. 하지만 나의 본능이 저것이 평범한 나무로 만들어진 무기가 아님을 소리치고 있었다.

     

   “피해요!”

     

   나는 한철검과 무명검을 동시에 뽑으며 우리를 향해 떨어지는 두 개의 방망이를 응시했다.

     

   대부분의 공간이 가려진 하늘.

   처음에는 나를 향해 휘두른 일격이 맞았지만 저런 무식한 공격이 이곳에 떨어진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 분명했다.

     

   “흐으읍!!!”

     

   흘려서도 안 된다.

   피해서도 안 된다.

     

   애초에 하나를 흘려 내는데 성공하더라도 그 뒤를 따라온 공격이 우리가 있는 절벽의 정상에 직격할 것이다.

     

   놈들의 공격을 정면으로 맞서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공격을 응시하며 검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서서히 끓어오르는 마력.

     

   언제든 폭발할 수 있을 것 같은 불안정한 마력을 검으로 가져갔고 두 자루의 검이 마력으로 인해 발광하기 시작했을 때, 하늘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월광검법 제사식 月光劍法 第四式

   반월참 半月斬

     

   두 자루의 검이 하늘을 그었다.

   교차된 두 갈래의 섬광이 번뜩이며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흑색 하늘을 향해 날아든다.

     

   쿠우우우-!!!

     

   방망이와 마력의 충돌로 돌풍이 일며 거대한 파공음을 발생 시켰다.

     

   놈들의 공격을 막기에는 다소 부족한 위력.

   하지만 나도 여기에서 반격을 끝낼 생각은 없었다.

     

   허리를 비틀며 이어질 충격에 대비해 발끝에 힘을 더했다.

   검을 뒤로 가져갔고 급하게 펼쳤던 두 번의 반월참보다 큰 마력을 끌어내 하늘을 향해 쏘아냈다.

     

   월광검법 제일식 月光劍法 第一式

   신월 新月

     

   둥근 구 형태의 무거운 마력이 떨어지는 공격에 맞서는 반월참의 뒤를 올려 쳤다.

     

   마치 박히지 않던 못에 무거운 망치를 휘두르듯.

   뒤이어 펼쳐진 나의 초식이 앞선 초식을 보완하며 놈들의 공격을 막아 냈다.

     

   쩌저적-

     

   -우히! 이히히힛!!! 내 방망이!!!

   -우와…! 우와아아!!!

     

   도깨비들의 웃음인지 신음인지 모를 외침과 함께 무언가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추측조차 불가능한 놈들의 무기 하나가 파괴되는 소리.

     

   하지만 그것을 막아 냈다고 마냥 기뻐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 버릴게?!

     

   두 놈 중 먼저 방망이를 휘둘렀던 놈이 알 수 없는 소리를 외치며 방망이에서 손을 뗐다.

     

   그 순간, 이를 악물고 초식을 펼치던 손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고 그렇게나 단단하던 방망이에 수백 수천 갈래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저적-!!!

     

   “설마…”

     

   놈들의 무기가 특별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 무기에 주입되어 있던 놈들의 마력이 특별했던 것.

     

   지금까지 내가 상대했던 요괴들과는 달리 놈들은 인간이 사용하는 형식의 독특한 내공을 활용하고 있었다.

     

   하늘을 가리고 있던 방망이가 완전히 파괴되며 크고 작은 잔해들이 바닥으로 쏟아진다.

   나의 공격과 충돌하며 어느 정도 힘을 잃었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파괴력을 지닌 파편들.

     

   일반적인 화신의 가벼운 공격이 아닌 성좌의 일격이었기에 깨진 파편의 잔여 위력도 결코 무시할 수가 없었다.

     

   ‘다 막을 수는 없어!’

     

   아직 위에서 떨어지는 공격이 있었다.

   저것을 무시하고 파편들을 쳐내다 보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파편을 무시하기에는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는……

     

   “시인 씨!!!!”

   “……!”

     

   갑작스러운 서세영의 외침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그녀의 얼굴에 두려움이나 절망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은 조금도 담겨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쿠콰콰콰!!!

   「믿어요.」

   콰콰콰쾅!!!

     

   파편들이 부딪치며 내는 굉음으로 인해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입모양을 통해 나는 내가 착각하고 있던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믿어라.

     

   화신들이 당신을 믿고 의지하듯 성좌인 당신도 화신들을 믿고 의지해라.

     

   “……”

     

   끄덕.

     

   나는 짧게 고개를 끄덕인 뒤, 하늘에서 떨어지는 나머지 방망이를 바라봤다.

     

   저것을 쳐낸다. 그것 외에 다른 생각은 필요치 않다.

   나의 동료들 또한 나와 같이 탑을 오르던 플레이어들.

   내가 그들을 잃지 않겠다며 모든 것을 짊어지려 했던 행위는 단순한 보호가 아닌 편견이자 나에 대한 오만이었다.

     

   타아아앙!!!!

     

   나는 땅을 박차고 올라 떨어지는 방망이를 향해 한철검을 휘둘렀다.

   놈이 요기가 아닌 내공을 주입해 무기를 휘두르고 있다면 똑같은 방법으로 응수하는 것이 최선의 수.

     

   검기劍氣와 곤기棍氣의 충돌.

     

   무공을 익히는 자들이라면 알고 있었다.

   몸에서 끌어낸 내공들이 충돌하면 성취가 낮은 자가 큰 내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만약 내가 가진 내공의 양과 질이 놈의 내공보다 얕다면 피해를 입는 것은 내가 될 것이다.

     

   “하아압!!!”

     

   하지만 나는 의심을 거뒀다.

   나는 강하다. 자만이나 무지로부터 오는 객기 따위가 아니었다.

     

   전쟁과 싸움밖에 모르는 한 성좌가 나를 인정했고 나의 스승이자 중원의 천하제일인이 나를 인정했다.

     

   그런데도 내가 나를 의심하고 깎아내리는 것은 겸손이 아닌 무식이었다.

     

   콰아아앙!!!

     

   -끼에에엑!!!

     

   나의 검이 놈의 방망이와 닿는 순간 마력 간의 충돌이 일어났다.

   내공이 가공할 속도로 빠져나가며 온몸의 장기가 꿈틀거렸지만 놈이 느낄 고통에 비하면 나의 통증은 새 발의 피였다.

     

   -아, 아파아아!!! 쿨럭! 이게, 이게 대체……! 우웩!!!

     

   놈이 방망이를 손에서 놓으려 했지만 나는 나와 엮인 놈의 마력을 놓아주지 않았다.

   서로 뒤엉켜 싸우고 있는 나와 놈의 마력.

     

   그리고 한참 피를 토하던 놈의 눈가에 피가 고이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방망이를 강하게 밀어내고 난리가 진행 중인 아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우우웅-

     

   한 자리에 모인 화신들이 마법으로 결계를 펼쳐 떨어지는 나무 파편들을 막아 내고 있었다.

     

   삼각형의 결계가 떨어지는 잔해들을 좌우로 흘리며 견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대로라면 파편에 맞아 사망할 만한 사람은 없을 것 같은 상황.

     

   하지만 문제는 우리를 공격해 온 성좌가 한 놈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크히히힛!!!

     

   먼저 땅에 착지한 또 다른 놈이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거대한 창을 역수로 쥔 채, 팔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사냥감을 노리는 포식자의 기세.

   놈의 입꼬리가 하늘을 찌를 듯 올라가 있다.

     

   하지만 나의 심기를 거슬렀던 가장 큰 요소는 다름 아닌 눈빛이었다.

     

   「재밌다.」

     

   놈은 나와의 싸움을 즐거워하고 있었다.

     

   마치 바둑을 둘 때, 상대를 가늠하기 위한 수를 던지듯.

   자신이 창을 던지면 내가 어떻게 반응을 하게 될지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이었다.

     

   놈의 손에 들린 창이 흉악한 기파를 뿜어낸다.

   몸을 뒤로 젖혔던 놈이 서서히 팔을 당기며 앞으로 몸을 기울인다.

     

   덜컥.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다.

   만약 저 창이 결계로 쏘아지면 저곳에 있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무사하지 못하리라.

     

   “천호 씨!!! 술법을!!!”

     

   나의 외침에 남궁천호가 빠르게 수인을 맺은 뒤, 바닥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내리친다.

     

   타앙!!

   쐐애애애액!!!

     

   그의 손바닥이 바닥과 접촉함과 동시에 도깨비가 내던진 창이 가공할 속도로 결계 안의 인원들에게 쏘아졌다.

     

   창끝에서 충격파가 발생하며 주변의 공기가 일그러진다.

   그 어떤 장애물도 창이 투사된 길을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착각.

     

   “여러분 미안합니다! 지금 이 술법밖에 생각이 안 나요!!!”

     

   하지만 남궁천호 또한 같은 감정을 느꼈던 것인지 현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나쁘지 않은 판단을 내렸다.

     

   “붕괴(崩壞)!!!”

     

   남궁천호의 술법이 발동되며 결계 아래의 지면이 빠른 속도로 가라앉았다.

     

   투콰아앙!!

     

   아슬아슬하게 결계를 빗겨 간 창이 바위와 나무들을 모조리 박살내며 뒤에 있던 벽에 때려 박힌다.

   도깨비가 아깝다는 듯 박수를 쳤고 드디어 땅에 착지한 나는 놈에게 공격을 가하기 위해 땅을 박찼다.

     

   하지만.

     

   쿠구구구궁-

     

   “어?”

     

   다리를 움직이는 순간 땅이 푹 꺼지며 몸의 균형이 흔들렸다.

     

   지금까지 땅에 가해진 충격이 너무 컸다.

   도깨비의 방망이가 파괴되며 바닥을 내리친 것도 있었고 하필이면 놈의 창이 벽에 박히며 2차 피해를 일으켰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남궁천호가 창을 피하기 위해 펼친 술법.

   결계의 바닥부터 시작된 거대한 균열이 사방으로 퍼지며 위태위태하던 땅을 완전히 박살 내 버렸다.

     

   “따, 땅이 꺼진다!”

   “다들 꽉 잡아요!!!”

   “결계부터 강화해야 합니다!”

     

   박조철의 외침에 결계를 펼쳤던 인원들이 얼굴이 사색이 된 채, 그들의 마력을 결계에 쏟아부었다.

     

   순식간에 완파된 절벽.

   까마득한 상공에서부터 추락.

     

   떨어지는 와중에도 기분 나쁜 미소를 잃지 않은 도깨비가 보인다.

   나는 아직도 여유만만한 놈의 모습을 보며 검을 뽑아 들었다.

     

   “덤벼.”

   -인간! 마음에 든다!!!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게 비록 세상의 한 축을 담당하던 절벽이 무너지는 재해 속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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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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