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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8

   EP.218

     

   콰르릉-!

   쿠우우웅-!

     

   절벽이 무너졌다.

   한 단계씩 천천히 밟아가며 스러지는 것이 아닌 완전한 붕괴.

     

   땅을 지지하던 나무도, 튼튼하게 하중을 버티던 거대한 바위들도 한꺼번에 쓸려 나가기 시작했다.

     

   -크핫! 재밌다, 아주 재밌다!!!

     

   하지만 우리를 공격해 온 성좌는 그런 산사태를 괘념치 않는 듯했다.

   전래동화 속 도깨비가 자연과 풍류를 즐기듯, 놈은 쏟아지는 흙더미와 바위를 디디며 가볍게 춤을 추듯 움직이고 있었다.

     

   “도깨비는 도깨비인가.”

     

   도깨비는 실체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저 도깨비불로 실재하는 영적 존재일 뿐.

   그렇기에 놈들에게 ‘체중’이라는 개념이 있을 리가 없었고 지금까지 행사했던 물리력은 내공이나 마력을 활용한 무언가일 가능성이 있었다.

     

   “후우……”

     

   나는 짧은 순간 심호흡 하며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살폈다.

     

   먼지, 흙, 나무, 돌, 땅속에 살던 작은 벌레들까지.

     

   밟을 수 있는 발판은 한정적이었다.

   흙먼지를 밟으며 도약하기에는 내공의 사용이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러니 내 주변으로 떨어지는 거대한 바위들을 디딤돌로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사천현무신공 四川玄武神功

   추뢰신법 追雷身法

     

   사천당문의 경신법.

   나는 마침 하늘에서 떨어지는 자갈을 향해 발을 움직였다.

   내공을 온몸에 두른 나의 신체가 가벼워지며 발이 닿은 자갈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가능하다.’

     

   츠츠츠츳!!!

     

   무릎을 굽히며 발끝에 닿은 자갈을 느꼈다.

   그저 내공을 발에 실어 도약하면 자갈은 발판의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집중한다. 나의 내공을 발끝에서 자갈로 전달한다.

   내공을 받은 자갈이 강철보다 단단해지기 시작했고 나는 그 순간 자갈을 박차며 도깨비가 있는 곳으로 도약했다.

     

   콰르릉!!

     

   자갈은 멀쩡했다.

   발끝에서부터 천둥이 울리는 소리가 나며 나의 신형이 공중으로 쏘아졌다.

     

   -오오?!

     

   놈이 감탄하며 박수를 쳤지만 나는 놈의 사각을 노리기 위해 다시 한 번 발끝에 내공을 집중했다.

     

   타아앙-!

     

   움직이던 각도에서 우측으로 떨어지는 나무껍질을 밟으며 방향을 틀었다.

   다음에는 좌측의 바위, 하단의 나무와 상단의 돌멩이를 발판 삼아 나는 놈에게로 빠르게 접근했다.

     

   도깨비의 동체시력으로도 따라잡기 힘든 속도.

   모든 내공을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만 쏟아 붓자 무너져 내리는 절벽의 모든 파편들이 나의 길이 된다.

     

   타타타타탕!!!

     

   순식간에 놈의 뒤로 돌아간 나는 놈에게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놈도 어느 정도 나의 움직임을 적응한 것인지 곁눈질로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빠르네.

     

   스걱!

     

   나의 검이 도깨비의 어깨를 스치며 깊은 상흔을 남겼다.

   하지만 당황스러운 것은 상처를 입은 놈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공격에 이토록 정확한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

     

   내가 노렸던 것은 훤히 드러났다고 생각했던 놈의 목덜미.

   어느 정도 회피를 허용하더라도 치명상을 남기겠다는 생각으로 과감한 공격을 감행했던 것이다.

     

   -잡았다!!!

     

   놈의 손이 나의 다리를 노리며 뻗어졌다.

   여기에서 잡히면 치명상을 입는 것은 내가 될 터.

   그것을 알았던 나는 급하게 몸을 회전시키며 뻗어지는 놈의 두꺼운 손을 발로 차냈다.

     

   퍼어억!

     

   -아, 아깝다. 놓쳤네.

     

   놈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신다.

   분명 타격이 있었던 듯한데, 신음 한 번 흘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맷집도 상당한 편인 모양.

     

   하지만 나는 놈의 여유로움을 무시한 채, 다시 공중에서 떨어지는 자갈을 박찼다.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세 번 도전한다.

     

   이것은 장기전으로 가져갈 싸움이 아니었다.

   놈들이 이곳까지 찾아왔다는 건 다른 요괴들도 북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의미였으니까.

     

   하지만 고개를 들어 바라본 놈은 언제부턴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응?”

     

   등골이 오싹해졌다.

   도깨비의 표정 때문만이 아니었다.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 지금까지 수많은 싸움을 통해 얻게 된 위험을 감지하는 본능이었다.

     

   -캬하핫!!!

     

   나는 머리 위에서 터져 나온 웃음에 몸을 급하게 틀며 검을 휘둘렀다.

     

   카아아앙!!!

     

   급하게 휘두른 검이 공중에서 막히며 또 다른 도깨비의 비릿한 미소가 보였다.

   어깨를 베어 넘긴 도깨비가 아닌, 마력으로 짧게나마 제압에 성공했던 그놈.

     

   3미터는 될 법한 붉은 검이 나의 검에 닿아 있었다.

   하지만 떨어지는 공격을 온전히 막아 내기에는 힘이 충분하지 못했다.

     

   “쿨럭!”

     

   몸속에 있던 마력이 장기와 함께 뒤틀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본능대로 움직인 덕에 목을 노리며 떨어진 공격을 어느 정도 흘릴 수 있었다는 것.

     

   푸화아악!!!

     

   거대한 대검에서 만들어진 풍압이 나의 전신을 휘감았다.

   흙먼지가 휘날리며 순식간에 시야가 가려졌고 나는 이어질 공격에 대비하며 놈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개개인의 무위는 나보다 한 단계 떨어지는 것 같았지만 그 연계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또한 마찬가지.

     

   흐릿하게 보이는 놈의 실루엣이 공중에서 회전하며 주먹을 내지른다.

     

   푸확!!

     

   흙먼지를 돌파하며 코앞으로 날아오는 거대한 주먹.

   놈의 공격은 매섭고 빨랐다.

     

   나는 검을 잡지 않은 왼손을 뻗어 금나수를 펼쳤다.

   날아드는 주먹에 손바닥을 올려 놈의 공격을 흘렸고 그 반발력에 몸을 맡기며 무명검을 역수로 고쳐 잡았다.

     

   휘리릭! 푸욱!

     

   공중에서 반 바퀴 회전한 다음 검을 놈의 팔에 찔러 넣었다.

     

   정확하게 들어간 공격. 하지만 내가 놈에게 피해를 입힌 만큼 나 또한 놈들의 공격에 무방비해질 수밖에 없었다.

     

   ‘젠장!’

     

   서걱!

     

   옆구리에서 시큰한 고통이 느껴졌다.

     

   또 다른 도깨비의 기습.

   나에게 어깨를 베였던 놈이 어느 순간 접근해 나에게 검을 휘두른 것이다.

     

   -와! 이걸 피했어!!!

   -아니야! 네 공격이 얕았어!

     

   절단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옆구리에서 뿜어지는 피의 양을 보니 검이 꽤 깊었던 모양이었다.

   몸이 둔해진다. 많은 양의 피를 한 번에 흘린 탓인지 현기증이 일었다.

     

   “끄으읍!!!”

     

   나는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이가 부러지도록 깨물었다.

   그리고는 놈의 팔에 찔러 넣은 무명검을 양손으로 움켜쥐며 마력을 주입했다.

     

   얼핏 보면 도깨비들을 완전히 똑같은 놈들이라 착각하기 쉬웠지만 두 놈의 능력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우선 이 빨간 놈.’

     

   붉은 대검을 들고 있는 붉은 뿔을 가진 놈은 힘과 맷집이 강했다.

   나와의 내공 충돌에서 각혈을 했던 것만 봐도 놈의 마력 양이 그렇게 많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어, 어어?

     

   팔 끝으로 흘러들어오는 마력을 느낀 놈이 당황한 얼굴을 하며 나를 때어내려 했다.

     

   “…늦었어.”

     

   -우왁! 우와악!!

     

   빨간 도깨비의 비명에 파란 놈이 움직이는 게 보였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피이이잉-!

     

   나의 손을 떠나간 마력이 놈의 팔에 주입되며 폭발을 일으킨다.

     

   마력과 마력이 뒤엉키며 터져 나온 빛이 주변에 자욱하게 깔려 있던 모든 흙먼지를 몰아냈고 충격파로 인해 달려들던 푸른 도깨비는 뒤로 튕겨지며 그대로 추락했다.

     

   ***

     

   고오오-

     

   절벽이 완전히 무너진 북벽은 이제 더 이상 북벽이라 불릴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완전히 황폐해진 만신전의 북방. 웅장함을 자랑하던 절벽이 무너져 내리며 주변에 있던 모든 생명체들을 집어삼켰다.

     

   그 아래로 펼쳐져 있던 숲도 예외는 아니었다.

   산사태와 함께 땅이 꺼지고 솟아오르기를 반복하며 땅이 뒤집어졌기 때문이었다.

     

   위대한 자연이 만든 재앙.

   하지만 그런 난리 속에서도 항상 인간은 살아남을 길을 찾아내고 있었다.

     

   덜그럭-

     

   무너진 흙더미의 끝자락 땅이 움찔거리더니 이윽고 사람의 손이 땅을 헤치며 튀어나왔다.

     

   “푸하아아!!!”

   “느어어억!!”

     

   남궁천호와 박조철을 필두로 하나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나타난 그들이 땅에서 기어 나오는 인원들을 구출한다.

   하나 같이 꼬질꼬질한 상태의 사람들. 많이 지쳐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살아남았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표정이 아주 최악은 아니었다.

     

   “천호 씨 덕분에 살았습니다.”

   “저는 결계 덕분에 살았고요.”

     

   결계를 강화하며 추락한 그들은 남궁천호의 술법을 통해 낙하의 속도를 줄일 수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잔해 따위가 목숨을 위협하기도 했지만 그들 또한 10층을 넘게 클리어한 화신들.

     

   그들 또한 이런 상황에서 사망하기에는 그들이 겪어 왔던 위기가 너무나도 많았다.

     

   “그나저나……”

     

   하지만 그들만 살았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었다.

   결국 그들이 이곳에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김시인이 있었기 때문이니까.

     

   “혹시 시인 씨 보신 분, 계십니까?”

     

   남궁천호의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젓는다.

   애초에 죽기 직전 상황까지 몰렸던 상황이라 남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탓이었다.

     

   “조철 씨, 혹시 초감각에 걸리는 소리 같은 건 없으십니까?”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남궁천호의 말에 박조철이 바닥에 앉으며 눈을 감았다.

   오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이라면 김시인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하지만 박조철의 탐색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덜그럭-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온 작은 소음.

   박조철이 눈을 부릅뜨며 그곳을 바라보자 사람들의 시선이 동시에 움직였다.

     

   땅이 들썩인다.

   허나 김시인이라 생각하기에는 그 규모가 과하게 넓었다.

     

   콰아아앙-!!!

     

   폭탄이 터지듯 땅이 솟아오르며 몸집이 거대한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좌우로 푸른 뿔과 붉은 뿔을 가진 도깨비.

     

   모든 개체가 사망하고 완전체가 되어 버린 성좌 이매망량의 본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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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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