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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4

   EP.224

     

   -몽요.

     

   혼돈의 입이 열리자 몽요가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

     

   -분위기가 좋지 않군.

   -그렇습니까? 병력은 아직 요괴측이 월등히 앞서고 있습니다만….

     

   몽요의 말마따나 전체적인 전력은 아쉬울 것이 없었다.

   허나 중요한 것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성좌들의 기세.

     

   ‘살아 있는 무공서’와 ‘전쟁과 싸움 밖에 모르는 자’가 저렇게까지 강할 것이라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범위였다.

   이매망량과 백요가 저 둘을 압도하지 못한 순간부터 승기가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걱정이 되신다면 이것을 활용하는 건 어떻습니까?

     

   몽요가 자신의 마력으로 가둬둔 ‘한가민’의 결계를 꺼냈다.

     

   어두운 요기가 꿈틀거리며 감싸고 있는 한 명의 인간.

   지금까지 지켜봐온 김시인이라면 적의 손에 넘어간 동료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 인간을 구하기 위해 고개를 숙일지도 모를 일이었고 하다못해 전투를 하는 데에 있어 그의 집중을 방해하는 역할로 충분한 가치를 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치워라.

     

   혼돈은 단호했다.

     

   -그…… 혹시 치우라는 건 죽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왜 그런 선택을 하는 겁니까? 인간 측의 사기를 떨어뜨리기에 이만한 카드는 없을 텐데요.

     

   몽요의 설명에 혼돈의 고개가 슬며시 돌아간다.

     

   설득을 위한 관심이나 분노 따위는 머금지 않은 무미건조한 표정.

   하지만 무감정한 그의 얼굴을 바라본 몽요는 순간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도록. 그 인간은 김시인을 끌어내기 위한 방편이었을 뿐이다. 이미 놈이 나타난 이상 ‘그건’ 아무런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

   -몽요. 인간의 꿈을 탐하더니 네놈도 점점 인간처럼 되어가는군.

     

   그것은 요괴들의 본질이었다.

   인간을 증오하고 혐오하기에 항상 적대적인 위치에 놓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과 발생하는 모든 일에 타협은 없었다.

     

   -우리는 파괴하고 짓밟으며 포식(捕食)한다. 단지 그뿐. 네놈이 인간들이나 하는 협상, 협박 따위를 선택하겠다면 나는 몽요 네놈을 만신전의 성좌로 인정하지 않겠다.

   -……알겠습니다.

     

   혼돈의 말에 몽요가 작게 혀를 차며 뒤로 물러났다.

     

   요기로 뒤덮여 있던 결계가 흩어지며 흑색 기둥에 묶인 한가민이 드러났고 몽요가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아깝군.’

     

   죽이지만 않는다면 이 인간은 가치가 높은 하나의 도구로써 사용될 수 있었다.

   하지만 요괴들에게 혼돈의 말은 절대적.

     

   몽요가 하얀 천 사이로 붉은 손톱이 기다랗게 자란 손을 꺼내 들었다.

   이대로 심장을 꿰뚫으면 이 인질은 그저 아무런 가치가 없는 한 구의 시체가 되는 것이었다.

     

   -……

   -뭘 망설이는 거지?

     

   하지만 몽요가 손을 내지르지 못하자 혼돈의 목소리가 사뭇 날카로워졌다.

     

   몽요는 이 인간에 대해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았다.

   성좌 김시인을 사랑하는 화신인 동시에 성좌의 사랑을 받는 존재.

     

   몽요가 꿈을 통해 보게 된 과거와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 인간의 가치는 고작 ‘지켜야 하는’ 정도를 넘어섰다.

     

   성좌의 관심을 받는 존재는 그것만으로도 강한 힘을 지니게 된다.

   실제로 그녀는 만신전의 대표 격인 ‘혼돈’의 앞에서도 할 말을 다 하고 억지로 잡혀 온 것이 아니었는가.

     

   가만히 한가민의 얼굴을 살피던 몽요는 그녀를 자신의 화신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한 존재의 사랑을 받던 특별한 존재.

   그녀의 정신을 파괴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지금 자신이 가진 격이 지금 보다 훨씬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 것이다.

     

   그래서 몽요는 처음으로 만신전의 대표의 의견에 반대표를 던지려 했다.

     

   -혹시 괜찮다면……

     

   하지만 그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질 수가 없었다.

   그를 응시하는 혼돈의 눈빛을 읽었기 때문.

     

   몽요는 그 자리에서 굳어 버린 채, 혼돈이 한가민을 향해 걷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저 여자는 지금 이 자리에서 죽는다.

   혼돈이 그러한 선택을 내렸고 그 결과를 불복하는 다른 선택지 따위는 적어도 만신전에서는 존재해서는 안 됐다.

     

   저벅- 저벅-

     

   혼돈이 흑색 기둥에 요기로 포박된 한가민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그녀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내기 위해 조용히 손을 들었다.

     

   하지만.

     

   쐐애애액-!

     

   그들의 머리 위로 공기를 찢어발기는 파공음이 일었다.

   발아래로 보이던 조그마하던 원형의 그림자가 서서히 크기를 키워갔고 혼돈과 몽요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두 요괴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드는 한 사람의 신형이었다.

     

   ***

     

   요괴들은 본능적으로 강한 힘에 더 큰 반응을 보였다.

   검술 실력이나 무공, 무위가 아닌, 단순히 마력이나 내공의 양이 많을수록 그 관심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던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

     

   “놈들이 나보다는 사부에게 관심이 많은 듯하오!”

   “나도 보면 알아!!!”

     

   적진의 한복판에 떨어지기도 전인데 주변에서 전투를 벌이던 모든 요괴들이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캬하아악! 고농도의 마력이다!

   -꿀꺽! 저, 저것만 있으면 나도 성좌가 될 수 있어…!

     

   그나마 이성이 남아 있던 요괴들도 괴성을 지르며 우리 두 사람에게 덤벼들었다.

   그리고 둘 중, 조금 더 높은 격을 지닌 나를 향해 달려드는 요괴의 수가 남궁명을 향해 달려드는 수보다 월등히 많았다.

     

   “젠장!”

     

   나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만신전의 대표가 있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16층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한가민.

   적진에 납치당했다는 소문이 거짓이기를 바랐건만 아쉽게도 사실인 모양이었다.

     

   “사부!!!”

     

   그리고 함께 길을 뚫고 있던 남궁명의 외침이 터져 나온 것은 그 순간이었다.

     

   앞에서 달려드는 요괴를 반 토막 내버린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린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끝도 없이 달려드는 요괴들을 상대하다 보니 어지간히 지치는 모양.

     

   남궁명은 강했다.

   하지만 다양한 괴물을 상대해 본 탈람바르와는 달리 대인 전에만 특화된 ‘무인’이었고 모든 무공에 통달한 화영과는 달리 다양한 약점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는 나의 제자로서 나의 강함을 알고 있었고 나를 지켜본 성좌로서 나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먼저 가시오!”

     

   그의 말에 나는 검을 휘두르며 주변을 둘러봤다.

   수백 수천에 달하는 요괴들. 내가 빠르게 전장을 이탈한다면 이곳에 남은 모든 화력이 그에게 집중될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무슨 말이야?”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지 않소! 잔말 말고 빨리 가시오!”

     

   녀석의 말을 듣자 잡고 있던 검에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갔다.

   괴수 형태의 존재들과의 전투가 익숙하지 않은 남궁명에게 이 많은 괴물들을 맡길 수는 없다.

     

   하지만-

     

   “사부! 나를 믿으시오. 저 화신을 죽게 내버려둘 생각이오?!”

     

   녀석의 말대로 한가민을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끄덕.

     

   나는 몸에 남아 있던 공력의 반절을 쏟아 보법과 신법을 운용했다.

     

   「월광신보 月光神步」

   「추뢰신법 追雷身法」

     

   나의 몸이 마치 공중에 떠오른 것처럼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걸음을 뗄 때마다 세상이 접힌 듯이 놈들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줄어들었고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졌을 때쯤, 나는 놈들을 향해 도약했다.

     

   타아앙!!

     

   “흐으읍!”

     

   검은 기운이 물씬 풍기는 성좌가 한가민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그녀의 숨통을 끊으려는 듯 거친 기운을 발산하는 놈.

     

   월광검법 제삼식 月光劍法 第三式

   일섬 一殲

     

   나는 초식을 펼치며 놈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단숨에 놈의 목을 쳐낸다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완벽한 일격이 될 상황.

     

   -오래 기다렸다! 멸망한 세계의 정복자여!!!

     

   놈이 내게 고개를 돌리며 포악한 웃음을 터트린다.

   지금까지 만났던 그 어떤 적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격.

     

   내가 나타나는 순간부터 놈의 관심사는 오로지 나에게로 집중됐다.

   한가민의 생사 따위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이 완전히 몸을 돌린 상태였고 나는 그런 놈을 향해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벤다!’

     

   나는 주문을 외우듯 놈을 응시하며 보법에 집중했던 내공을 초식에 집중시켰다.

   하지만 급하게 초식을 펼친 만큼 검에 실린 위력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카아아앙!!!

     

   놈의 손을 스치고 지나간 나의 검이 날카로운 소음을 만들며 강하게 진동했다.

     

   마치 강철을 내려친 듯한 충격이 손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놈의 신체가 나의 어설픈 공격 정도는 가볍게 막아 낼 내구성을 지녔다는 사실과, 일섬一殲을 펼친 나의 움직임을 어렵지 않게 따라잡았다는 사실이었다.

     

   -강하군. 이렇게까지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은 오랜만이야.

     

   놈이 나를 돌아보며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서늘함.

   하지만 지금 놈의 기세에 눌려 물러서기에는 물러서지 않아야 할 이유가 너무나도 많았다.

     

   파팟!

     

   나는 잡고 있던 무명검을 착검하는 동시에 아공간 주머니에 있던 한철검과 푸른 구슬을 꺼내 들었다.

     

   장검을 휘두르기에는 최적의 거리.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놈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닌 한가민의 안위를 위해 놈들을 물러서게 만드는 것이었다.

     

   월광검법 제이식 月光劍法 第二式

   황홀경 怳惚境

     

   -으음?

     

   푸른 구슬에서부터 시작된 냉기가 나의 마력을 차갑게 물들였고 검에서부터 흘러나온 마력이 사방으로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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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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