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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8

   EP.228

     

   살아 있는 무공서라 불리는 존재.

   한 세상의 주인이며 천월문이라는 무명 문파를 무림의 한 축으로 이끌어낸 존재.

     

   김시인의 무공 스승이자 천하제일인이라 불린 화영은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기적이 있다면 이런 것일까?

     

   검의 끝자락.

   무의 끝을 목도한 것에 대한 경의.

   그녀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복잡하게 물들었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그녀의 제자가 있었다.

     

   “아……”

     

   만월은 그저 내공이 많다고 펼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공은 무공을 뒷받침해 주는 도구일 뿐.

     

   천월을 통해 느끼는 것을 온전히 검에 담을 수 있는 것은 훨씬 고차원적인 개념인 것이다.

     

   천월신공의 진정한 무武.

     

   그녀는 이매망량과 전투를 하다 말고 하늘을 바라봤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채, 온몸이 피칠갑이 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잃지 않는 괴물.

   그녀는 이 도깨비와 전투를 펼치면서도 여러모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너! 재밌어! 크큭!

     

   덕분에 그녀 또한 많은 상처를 입은 것은 덤.

   놈과의 전투는 치열했고 전투가 이어질수록 체력적인 면에서 요괴인 놈 보다 빨리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하늘에 펼쳐진 김시인의 만월을 보며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비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무공을 알고 있으냐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었다.

     

   물론 무공에 대한 이해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내공이나 체력을 기르는 것만큼 그 또한 중요한 개념이며 펼칠 수 있는 초식이 없다면 전투 자체가 단조로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중요한 것은……”

     

   싸우겠다는 투지.

   결코 상대에게 굽히지 않겠다는 임전무퇴의 정신.

   상대가 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나의 노력과 시간은 배신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그 모든 것을 담은 일격을 감히 삼라만상의 어떤 피조물이 막아 낼 수 있겠는가.

     

   “후후, 내 방법이 반드시 옳을 것이라 여겼건만……”

     

   그녀의 머릿속에 탈람바르의 얼굴이 스쳐 갔다.

   그녀는 탈람바르와의 비무에서 패배한 적은 없었지만 그와의 비무에서 온전히 승리를 한 경험 또한 없었다.

     

   항상 비무를 가질 때면 마지막 순간에 그는 칼을 거뒀다. 자신이 원하던 비무가 아니라며 다시 아래층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그는 항상 웃고 있었다. 늘 새로운 시도를 했으며 매번 그녀를 찾아와 더 강해진 검을 선보였다.

     

   그에게는 자신의 검을 신뢰하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그가 들고 있던 칼이 꺾여도 그의 눈에 비친 마음의 칼날은 단 한 번도 꺾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시인 소협… 그대가 부러운 건 처음이군요.”

     

   그녀는 너무 빠른 성공을 이룬 사람이었다.

     

   학관을 다니던 시절부터 그녀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탑을 오르는 과정에도 제대로 된 패배를 맛본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자신이 틀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아니, 인정하는 법을 몰랐다고 보는 쪽이 더 옳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시인은 달랐다.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 시작해 탑을 오르고 수많은 위기와 벽을 마주하며 무(武)의 정점을 이루었다.

     

   무공의 깊이가 부족할 때, 그녀를 만났다.

   마음의 깊이가 부족할 때, 탈람바르를 만났고.

   강해져야 할 이유가 없을 때, 동료들을 만나 자신이 가진 무의 가치를 더 했다.

     

   마치 누군가가 설계한 것처럼 끊임없이 강해지고 단단해진 존재.

   그녀는 그런 김시인이 펼친 만월을 다시금 바라봤다.

     

   -히힛? 네년도 뭔가 보여 줄 모양이로구나?

     

   그녀를 바라보던 이매망량이 운을 띄우자 화영이 그녀의 검을 납검했다.

     

   “싸움을 즐거워하는 아해야. 미안하지만 여기까지만 해야겠구나.”

   -으응? 왜? 이제 그만하려고? 재밌는데……

     

   이매망량이 칭얼거리자 그녀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놀이는 끝이다.”

     

   이미 하늘에 떠 있는 천월문의 오의를 목도한 이상 이 도깨비를 통해서 배울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검을 뽑는 대신 양손을 들어 가볍게 합장했다.

     

   현경 이상의 경지를 이룩한 자들에게 검이란 심상을 더 구체적으로 펼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 어떤 금속보다 단단한 것이 인간을 초월한 자들의 내공.

   그녀의 손에서 나온 강대한 마력이 검의 형상을 이루었고 그녀는 그것을 천천히 고쳐 잡으며 이매망량을 바라봤다.

     

   그녀의 만월.

     

   어두운 밤의 숲길, 어린 소녀의 눈앞을 밝혀준 은은한 달빛이 그녀의 검에서부터 피어올랐다.

     

   ***

     

   -크윽, 네놈 정말 인간이 맞긴 한 것인가?

     

   혼돈이 눈을 부릅뜨며 나를 바라봤다.

     

   띠링.

     

   [‘전심전력(A)’]

   [남은 시간 : 0분 31초]

     

   언제부턴가 A랭크까지 성장한 전심전력의 유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력을 너무 많이 사용한 탓인가.’

     

   처음에는 5분 이상이 유지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떠올랐었지만 웬걸, 만월로 인해 기운을 너무 많이 쏟은 탓인지 마력과 함께 남은 시간마저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전심전력이 끝나면 나에게 남는 것은 가늠이 안 되는 양의 고통 뿐.

   그랬기에 이 시간이 끝나기 전에 놈을 해치워야 했다.

     

   “후우…… 나만큼 너도 정상은 아니구나.”

     

   혼돈의 상태는 이미 만신창이에 가까웠다.

   아슬아슬하게 피한 탓에 정통으로 맞지는 않았지만 나의 만월이 놈의 오른쪽 상반신을 뭉개 버린 상황.

     

   -크하…!

     

   놈이 거친 숨을 뱉으며 고개를 떨군다.

   입에서 흘러나온 침이 바닥에 떨어지니 땅이 부패하듯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마지막 싸움을 준비했다.

     

   척.

     

   내가 자세를 잡으니 놈이 곧장 반응한다.

     

   더 이상 시간을 주어서는 안 된다. 지금 전심전력을 통해 나에게 충당된 것은 힘이나 속도가 아닌 마력.

   이미 마력의 대부분을 쏟아 낸 나는 놈 보다 그렇게 압도적이라고 말할 만한 부분이 많지 않았다.

     

   -크워어어!!!

   “하아압!!”

     

   동시에 터져 나온 나의 기합과 놈의 포효.

   놈이 고개를 들었고 나는 날카롭게 변화한 놈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위협적이다. 하지만 힘은 충분히 빠진 상태.

     

   타아앙!!!

     

   내가 검을 휘둘렀다.

   마력은 이미 모두 쏟아서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순수한 무武를 통한 인간의 기술일 뿐.

     

   나의 검이 놈의 목을 치기 직전 놈이 손을 들어 나의 검을 막는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에 나는 다시금 검을 움직였고 놈은 정신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나의 검을 막아 냈다.

     

   카카카캉-!!!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합이 오갔다.

   나는 지쳐 있었고 나의 검을 막아 내는 놈의 손 또한 처음에 있었던 것과는 비교하기 힘든 힘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크하아악!

     

   놈의 눈동자가 완전히 빛을 잃어버리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강대한 마력이 놈의 몸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크윽…!”

     

   갑작스런 마력의 폭풍에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몸에 남아 있던 마력이 온전치 않았던 탓에 머리가 띵해지며 속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온다.

     

   각혈.

     

   입에서 흘러나온 피가 바닥을 적신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안위보다 이어질 적의 공격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당황스러웠던 점은 놈의 공격이 멈췄다는 점.

     

   나의 시야에 변해가는 놈의 신체가 들어왔다.

   길어지는 팔과 다리, 머리카락에서부터 시작된 검은 털이 온몸을 덮기 시작했고 그저 꿈틀거리던 놈의 신형이 점차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젠장……”

     

   놈들이 말하던 본체였다.

   이성은 잃게 되지만 힘만큼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다는 그 상태.

     

   하지만 문제는 ‘전심전력’을 사용한 반동이 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남은 시간 : 0분 2초]

     

   몸에 한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마력이 역류한 나의 몸이 단전에 모여 있던 냉기를 버티지 못 하는 것 같았다.

     

   “으극…!”

     

   눈에서 피가 흐르는 것인지 시야가 붉게 흐려진다.

     

   그렇게 시작된 반동. 하지만 아직 쓰러질 수는 없었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마지막을 한 알 남은 ‘망각의 단’을 꺼내 들었다.

   최후의 보루. 죽음의 위기가 닥치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알약을 입안에 털어 넣은 것이다.

     

   띠링!

     

   [‘망각의 단’을 복용합니다.]

   [탑의 위대한 존재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일부 페널티를 무시합니다.]

     

   [기억을 보존합니다.]

   [당신의 지나간 1시간을 삭제합니다.]

     

   탑의 위대한 존재라는 단어.

   얼핏 생각해 보니 이매망량과 싸우다 치명상을 입었을 당시에 같은 메시지를 봤던 것 같았다.

     

   ‘운이 좋았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떤가.

   내가 살아남았고 페널티가 없었기에 다시 한 번 싸울 수 있는 것을.

     

   “후우……”

     

   몸이 빠르게 회복이 되었다.

   정신이 맑아지고 암전되고 있던 시야가 서서히 밝아진다.

     

   하지만 지금 나의 상태로 본체가 된 놈을 잡을 수 있을까?

   전심전력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고작 몇 초 사이에 죽음을 직감했던 그 고통을 완전히 버텨 낼 수 있을지 감이 오질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

   나의 귓가를 스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있었다.

     

   “…저씨…!”

     

   익숙한 음성인 동시에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지는 목소리.

   나는 고개를 돌렸다. 흙먼지와 피 때문에 시야가 반쯤 가려진 느낌이었지만 나의 눈에 똑똑히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하.”

     

   나의 동료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박조철, 남궁천호, 서세영, 그리고 한가민.

     

   튜토리얼에서부터 생사를 함께 했던 그들과 그의 옆으로 요괴들을 처단하며 몸을 움직이는 성좌들이 보인다.

     

   -크워어어어어!!!!!

     

   혼돈의 포효가 전장을 휘몰아쳤다.

   하지만 그뿐.

     

   나는 승리를 확신하며 천천히 나의 흑색 검을 뽑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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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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