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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0

Chapter: 260

   메이스에 얻어맞은 해골은 비틀거리면서 다시 일어나려다가 피식하는 웃음과 함께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정확하게는 주저앉혀졌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그의 무릎 부근을 유지하던 뼈가 부서져 버렸으니까.

   

   “악신의 힘이 흩어져 가는 구나. 아침이 찾아오는가.”

   

   저를 움직이게 하던 것은 어둠의 악신이 불어넣었던 기운. 타리키의 시간이 끝나고 아침이 찾아오게 되면 해골의 육신은 자연스레 무너질 수밖에 없다.

   

   서서히 가루가 되어가는 자신의 몸을 살피던 해골은 피식하고 웃더니 이내 고개를 들었다.

   

   해골이. 가라드의 기억이 담긴 잔해가. 스스로를 고결한 기사가 믿고 있는 이가. 자신의 텅 빈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 곳에는 눈동자가 없다. 눈이 없다. 눈썹도 미간도 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해골의 얼굴에서 부드러움을 느꼈다.

   

   기이한 일이었다. 방금 전 상황을 생각해보면 해골에게서 느껴져야 할 감정은 분노이고 짜증이여야 했다.

   

   당연하잖아. 해골을 향해 내가 내뱉은 여러 모욕들은 그 어떤 욕지거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것들뿐이었으니까.

   

   허나 해골은 그러지 않았다.

   

   “훌륭했다. 아직 채 성인이 되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 실력이라니. 분명 그대의 이름은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 대신 그저 진심을 담아서 나를 칭찬하기만 했다.

   

   그 부드러움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누구는 해골의 것도 아닌 일 때문에 생겨난 원한을 갚겠다고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가며 발악했는데.

   

   누구는 무수한 모욕 속에서 분노할지언정 살수 한 번을 사용하지 않았으니.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친 순간 직감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이겼지만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승부에선 이겼지만 인간으로써 패배했다.

   

   아니 애초에 진짜 승부에서 이기긴 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난 주변 어른이 일부러 져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깐족거리는 건방진 꼬맹이가 될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 해골이 봐주지 않았더라면 난 진작에 죽었던 것이.

   

   …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면 할수록 비참해지는 느낌이야.

   

   <무얼 하고 있느냐 여아야!>

   

   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입술을 우물거리고 있으려니 할배가 목소리를 높였다.

   

   <마무리다! 마무리를 짓는 게다! 평소 네가 하던 것처럼 쳐발린 주제에 말이 많다고…>

   ‘자꾸 그러면 얼빠여우한테 장난감으로 던져줄 거에요.’

   

   안 그래도 메스가키 스킬의 고양감이 사라지면서 자괴감이 차오르기 시작하는데 왜 계속 옆에서 깐족거리시는 건가요.

   

   원래 무슨 말을 하건 너 개못하잖아를 외칠 생각이었다는 걸 떠올리면 진짜 자살 마렵거든요?

   

   그러니까 그만 둬요. 얼빠여우한테 핥핥 당하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그리 이야기를 했더니 할배가 다급히 입을 다물었다.

   

   “왜 아무런 말도. 아! 혹여 대련의 과정에서 한 말들이 마음에 걸리는 게냐? 신경 쓰지 말거라. 원래 싸움이라는 것은 이기기 위해 무어라도 하는 것이 옳으니까.”

   

   해골 이 새끼야! 그만 둬! 자꾸 그렇게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말라고!

   

   네가 추한 모습을 보여줘야 내 추함이 조금이라도 가려질 거 아냐!

   

   “뭣보다 이번 싸움은 내가 부족한 탓에 생겨난 일. 오히려 사과를 하려면 내 쪽이 해야 할 터.”

   

   제발 멈춰어어어.

   

   아니 멈춰 주세요.

   

   저를 이 이상 쓰레기로 만들지 말아달란 말이에요.

   

   사람 하나 살린다 생각하고 자기 명예 좀 포기하시면 안 됩니까?!

   

   “이 검을 가져가라. 과거 내가 쓰던 것에 비하면 못하다만 이 또한 명검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으니.”

   

   안 되는 거야?!

   

   “누구에게 주건. 팔아넘기건. 어떤 식으로 쓰더라도 유용할 것이다.”

   

   으으. 이런 사람을 상대로 ‘좆도 없고♡ 실력도 없고♡ 인성도 없는데♡ 변태성은 가득한 해골 영애라니♡ 너무 멋지네!♡’ 같은 말을 내뱉었다니.

   

   자괴감하고 죄책감이 뒤섞여서 머릿 속이 엉망진창이야.

   

   더 절망스러운 것은 방금 전 내가 했던 모든 발언은 메스가키 스킬과 관련 없이 내가 상대를 도발하기 위해 내뱉은 말이란 거다.

   

   어디를 둘러봐도 핑계를 댈 곳이 없어! 어떡하지?!

   

   바닥을 모르고 점점 더 나란 인간이 추해지고만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해?!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으려니 이미 쓰레기가 된 김에 원래 계획 했던 거 다 하고 진정한 쓰레기가 되잔 생각이 떠올랐지만 난 그 악마의 속삭임을 애써 지워버렸다.

   

   그랬다가는 진짜로 돌이킬 수 없어 질 것 같았으니까.

   

   “대신이라기는 뭐 하다만 하나만 물어보자꾸나.”

   

   최소한의 예의를 담아 무엇이라도 대답해줄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해골이 자그마하게 물음을 던졌다.

   

   “그대는 루엘의 가르침을 받고 있는가?”

   

   …아. 눈치 챘구나. 내가 할배의 도움을 받고 있단 걸 말야.

   

   하긴 중간부터 할배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말들로 잔뜩 도발을 걸었으니까. 모를 수가 없겠지.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더니 해골이 키득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 웃음소리를 따라 해골의 골반이 흩어지는 게 보였다.

   

   “과연. 그랬군. 여자에게 별 관심도 보이지 않기에 신실하다 생각했었는데 사실 이런 여자아이가 취향이었던 것인가.”

   <…이 새끼가 무슨 미친 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추하다. 루엘. 자기가 가르치는 이의 뒤에 숨어 친우를 놀리는 데 주력하다니. 그러니 네가 방패를 얻지 못한 것이다.”

   <몇 번이나 말을 하는가! 그 때 천사께서 내게 방패를 건네주지 않은 것은 이미 나에게 축복이 서린 방패가 있어서였다! 고결과는 전혀 관계가 없단 말이다!>

   

   게임 속 여러 에피소드를 아는 나는 할배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정정을 하진 않았다.

   

   <아니. 아니지. 이럴 때가 아니다. 여아야! 빨리 저 헛소리만 내뱉는 입을 틀어막아라!>

   

   해골의 갈비뼈가 무너져 가는 것이 보였기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일 테지.

   

   방금 전까지 해골에게 폐만을 끼쳤던 나다. 이런 식으로라도 보답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여아야?! 내 말이 안 들리는 게냐?!>

   

   그 후로도 한참 동안 할배를 모욕하던 해골은 중간에 무언가가 떠올랐다는 듯 박수를 치려다 자신의 팔이 없어진 걸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루엘. 그대는 모르고 있을 듯하니 내 한 가지 재밌는 것을 알려주마. 카론 그 미치광이가 만들어낸 것이 이 곳뿐일 것 같으냐?”

   <뭐?>

   

   해골의 한 마디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일까. 할배가 입을 다뭄에 따라 고요가 찾아왔고 그 너머로 해골이 말이 이어지는 게 들려왔다.

   

   “시간이 없으니 놀리는 건 그만하자꾸나. 신의 사랑을 받는 아이야. 앞으로 많은 고난을 넘어서야 할 아이야. 내 안 좋은 말을 여럿 했다만 그 성격 더러운 성기사는 믿음직한 녀석이다. 까탈스럽기는 하다만 믿고 따른다면 분명 크나 큰 도움이 되겠지.”

   

   그러시지 않아도 어차피 그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움을 알고 있습니다. 저의 괴로움을 알아주는 하나 뿐인 사람을 믿지 않으면 제가 누굴 믿겠습니까.

   

   “부디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다오. 부족하고 부족하여 짐을 지워버린 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염치가 없구나.”

   

   ‘걱정마세요.’

   “뭘 걱정하는 거야? 처발리고 땅바닥에서 숙성 중인 쓰레기들한테 내가 질 것 같아? 이래서 눈도 뇌도 뭣도 없는 해골은.”

   

   “크흐. 이것 참. 이래 뵈도 생전엔 안목이 좋단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말이야.”

   

   한참 웃음소리를 내던 해골은 자신의 어깨가 무너져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느릿하게 날 올려다봤다.

   

   “힘내거라.”

   

   그 한 마디를 끝으로 해골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다급히 달려가 그를 주워보려고 했지만 그 때엔 이미 해골의 머리마저 가루가 되어 바닥에 흩어져버린 뒤였다.

   

   하아. 젠장. 이래서 좋은 사람을 상대하는 건 싫어. 끝이 찝찝하잖아. 상대가 쓰레기여야 머리를 깨부순 후에도 기분이 상쾌한데.

   

   떠나는 길에 욕지거리라도 한 번 내뱉어 주지.

   

   혹시 이걸 노린 건가?! 내게 찝찝함을 줌과 동시에 자신의 평판을 올리는 전략인가?!

   

   …하아. 그럴 리가 없지.

   

   <여아야.>

   ‘네.’

   <방금 이 녀석이 한 말이 진짜더냐?! 정말 카론 녀석이 만들어 낸 던전이 남아있는 게야?!>

     

   속으로 한숨을 내쉬다 다급히 소리치는 할배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니. 할배. 이런 상황에선 오히려 나보다 할배가 여운을 느껴야 하는 거 아니야?!

   

   당신 왜 해골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기 보신만 걱정하고 있는 건데! 당신이 그러고도 성기사야?!

   

   ‘사실이에요. 언젠가 찾아갈 곳이기도 하고요.’

   

   굳이 찾아갈 생각은 없다.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고. 그 고생을 해가면서까지 얻어야 할 물건이 있는 곳도 아닌지라.

   

   하지만 그걸 할배한테 사실대로 말할 필요는 없지.

   

   <…여아야? 그게 무슨 소리더냐? 찾아간다니? 여아야? 여아야?!>

   

   하하. 자기 흑역사가 언제 찾아올지 모른단 사실을 두려워해라. 할배!

   

   할배의 다급한 목소리를 무시하며 고개를 들자 칼의 모습이 보였다.

   

   험하게 얻어맞은 듯 얼굴이고 몸이고 멀쩡한 곳이 없는 루카를 어깨에 맨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칼 쟤 진짜 더럽게 강하구나. 아무리 루카가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지만 그래도 저 녀석은 나름 강자의 반열에 속해 있다.

   

   그런 놈을 상처 하나 없이 제압하다니.

   

   얼빠여우가 조금씩 도와줘서 그런 걸까?

   

   “바로 돌아가실 겁니까?”

   

   ‘아뇨. 잠시만요.’

   “허접. 기사란 녀석이 기다려도 못 하고 주인을 재촉하는 거야? 정말 강아지 이하네.”

   

   “정말 죄송합니다! 아가씨!”

   

   마대자루마냥 루카의 몸을 집어 던져버린 후 땅에 머리를 박는 칼을 내버려 둔 채 퀘스트 창을 열었다.

   

   방금 전에 받은 보상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어라? 왜 내가 모르는 퀘스트가 하나 더 있지?

   

   기사의 시련을 통과하라.

   

   아. 맞다. 처음에 이 시련을 통과한 보상도 준다고 그랬었지. 참.

   

   악신이 억까하는 바람에 잠시 깜빡했었어.

   

   으음. 일단은 아는 보상부터 확인할까? 원래 재밌는 건 뒤로 미뤄야하는 법이잖아.

   

   

   [보상 ‘신성영역’이 지급됩니다!]

   

   신성 영역. 자신의 주위 일정반경을 신성으로 뒤덮어 그 공간을 아군에게 유리하고 적에게 불리한 공간으로 만드는 스킬.

   

   애매하네.

   

   이거 극후반에 가면 좋은 스킬이기는 한데 극후반에 가야지만 좋은 스킬이거든.

   

   사용하는 데 어마어마한 양의 신성이 소모되는데다가 신성의 격이 낮으면 신성만 날아가고 발동이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하고, 심지어 유지하는 데에도 신성의 소모가 커서 써먹기가 너무 힘들었어.

   

   솔직히 컨셉잡고 고점딸치는 거 아니면 거의 쓰지 않는 기술이었지.

   

   어둠의 악신을 깔끔하게 물리쳤는데 주는 보상이 이딴 스킬이냐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난 억지로 그를 짓눌렀다.

   

   허접 주신이 준 보상은 언젠가 제 쓸모를 증명했으니까.

   

   욕하는 건 나중에 해도 괜찮아.

   

   혹시 알아? 허접 주신의 신성을 품고 있는 나라면 다를지?

   

   일단 이건 나중에 몸 상태를 회복한 후에 확인해보기로 하고 다른 보상을 살펴보자.

   

   뭘까. 뭘 주려나.

   

   방금 전에 준 쓰잘데기 없는 스킬 탓에 기분이 식어서 그리 기대는 안 되지만 그래도 보상이니까 확인은 해봐야지.

   

   [시련의 수호자에게 인정을 받는데 성공했습니다.]

   [시련의 제작자조차 생각하지 못한 업적]

   

   어라? 이거 이런 식으로 설명이 되어있었나? 다른 설명이었던 거 같은데?

   

   내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건가?

   […]

   [과거의 영웅 가라드는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흐름을 빼앗는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그가 지녔던 능력의 일부가 당신의 메이스에 부여됩니다.]

   [약점 파악]

   [당신은 이제부터 약점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소울 아카데미에 이런 스킬이 있었나?

   

   이렇게 좋은 효과를 지닌 스킬이 있었다면 내가 기억 못 할 리가 없는데?

   

   팔짱을 낀 채 곰곰이 생각하던 나는 이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이거 게임에 없어.

   

   …

   

   미친.

   

   그러니까 지금 게임에 존재하지 않았던 스킬이 지급된 거야?!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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