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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6

푸른 사신의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천천히 따라가던 도중, 푸른 사신이 보내는 다급한 신호가 느껴졌다.

<수상한 오브젝트가 나타났어요!>

약간 다급해 보이고.

조금 겁먹은 것 같은 메시지.

푸른 사신의 신호를 받고 달려가자마자 발견한 것은 고통스러워하는 푸른 사신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발견하자, 다른 것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거대한 노파나 신비로운 동굴은 안중에도 없었다.

‘푸른 마녀의 거울’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은 채, 정원으로 현실을 침식했다.

그렇게 내 손 안에 들어온 푸른 사신.

눈을 꼭 감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허공에 계속 글자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아파요.’를 반복하며 고통을 호소하는 푸른 사신.

장작을 불어넣자, 뜯긴 팔이 천천히 재생되기 시작했다.

푸른 사신은 황금 사신이랑 꽤 많이 다른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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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다니면서 마법을 쓸 때부터 특이하긴 했지.

우선 황금 사신보다 재생 속도가 현격히 느려.

게다가 노파들이 물리 면역을 잡아 뜯을 정도로 강력한 오브젝트는 아닌데, 다친 걸 보면 물리 면역도 없어 보였다.

주변에 몰려든 황금 사신들의 표정도 다치기 쉽고, 세심하게 돌봐줘야 하는 동생을 보는 표정이었다.

팔이 모두 재생되자, 푸른 사신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잠이 들었다.

악몽을 꾸는 것처럼 미간을 찌푸리고 잠이 든 푸른 사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잠든 표정이 편안해질 때까지 계속.

편안한 얼굴로 잠이 든 푸른 사신을 마시멜로 위에 고이 올려두고, 정원의 침식을 되돌려서 호숫가로 되돌아왔다.

거기서 쉬고 있어, 금방 복수해 줄게.

푸른 사신의 편안한 수면을 위해서 노파들을 처단하는 장소는 호수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뭐, 저 정도 오브젝트들에게 굳이 공간 조작을 사용할 필요가 없으니까.

세상을 가득 메우던 코코아와 마시멜로 그리고 과자들은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고, 어두운 밤하늘과 커다란 호수가 다시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커다란 노파 1기와 저번에 처리한 노파와 비슷한 크기의 3기.

자매가 있다고 했었으니까, 저들이 그 ‘자매’겠지.

나를 바라보며 벌벌 떨던 노파들은 익숙한 호숫가로 돌아오자 한결 긴장이 풀린 표정이었다.

나와 시선을 마주친 거대 노파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작은 것이 당신의 권속일 줄을 몰랐습니다. 부디 용서를….]

노파와 거대 노파, 그 어디를 살펴봐도 거울이 보이지 않았다.

저 노파들이 푸른 마녀가 아닌 걸까?

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쳐다보고만 있자, 거대 노파는 약간 억양을 바꿔서 위압적인 어투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 일로 푸른 달과 맞서시겠다는 것은 아니겠지요?]

거대 노파가 양손을 활짝 펼치자, 수면에 비친 푸른색 달이 커다랗게 수면을 가득 메웠다.

호수를 푸른 달로 가득 메운 것 같았다.

마치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커다란 푸른 달.

거기서 느껴지는 격도 심상치 않았다.

[푸른 달은 불멸. 이 힘을 느끼지 못하진 않으시겠죠.]

비굴한 표정을 지우고 의기양양한 표정의 거대 노파.

푸른 달의 힘을 느꼈으니, 물러설 수밖에 없다는 표정이었다.

겨우 저 정도로 잘난 척?

설령 아귀 천 마리를 거느리고 있다고 해도, 연약한 막내를 다치게 했다면 용서할 수 없어.

너희에게는 영원한 파괴 말고는 줄 것이 없단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황금 사신을 불러냈다.

전후좌우, 어디로 시선을 돌리던 가득한 황금 사신의 모습에 노파들은 허둥지둥했다.

[바보 같은 녀석들! 당황하지 마라!]

거대 노파는 당황한 노파들에게 일갈했다.

상어 이빨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거대 노파는 이빨 소리를 내면서 으르렁거렸다.

[결국 싸우겠다는 겁니까? 푸른 달이 존재하는 한, 마녀들도 불멸. 분명 후회하게 될 겁니다. 당신과 당신이 소중히 하는 모든 것들은 밤과 그림자를 영원히 두려워해야 할 겁니다!]

거대 노파의 흉흉한 경고에도 황금 사신들은 한 걸음씩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거대 노파는 커다란 목소리로 저주를 자아냈다.

[너희들은 모두 한 줌의 핏물로 녹아내릴 것이다!]

실체화된 검은 저주의 파장에 얻어맞은 황금 사신들.

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노파의 저주는 황금 사신의 피부에 닿자마자 그 효력을 잃고 흩어져 버렸다.

[너희들은 모두 앞을 보지 못할 것이다.]

[너희들의 사지는 모두 뒤틀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할 것이다!]

노파의 울퉁불퉁한 손이 허공을 휘저으며 황금 사신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분노와 공포로 뒤틀린 노파의 얼굴은 황금 사신의 침착한 얼굴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협상을 시도하고 어떨 때는 저주를 내뱉는 노파들이었지만, 황금 사신들은 작은 발걸음으로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마침내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궁지에 몰린 노파의 모습을 보면서.

손뼉을 쳤다.

짝.

신호를 보내자, 일제히 황금 사신들이 달려들었다.

푸른 사신의 복수 때문인지 평소보다 빠르고 강렬한 돌진이었다.

[너희들은 나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할 것이다!]

[너희들은 약한 바람에도 고통스럽게 울부짖을 것이다!]

황금 사신에게 처참하게 갈려 나가면서도 노파들은 포기하지 않고 저주를 읊었다.

[으아아악!]

[살려줘!]

하지만 점점 저주의 빈도가 줄어들고, 비명의 빈도가 늘어나더니 결국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게 되어버렸다.

남은 것은 처참한 상태의 핏덩어리뿐.

[너희들은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 핏덩어리에서 마지막 저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

검은 요원은 고요한 침묵 속에서 서서히 감각을 되찾았다.

하늘을 향해 뚫린 천장에서 내리쬐는 달빛, 은은하게 빛을 내는 수정들.

검은 요원이 정신을 잃어버렸던 동굴이 맞았지만, 그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던 푸른 여인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아가씨는?

검은 요원은 달빛 아래 고요하게 누워있는 금발 소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푸른 달빛에 비친 소녀의 모습은 지극히 평온해 보였다.

마치 잠든 것처럼 차분한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검은 요원은 희망과 두려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소녀의 곁으로 달려 나갔다.

그는 소녀 옆에 무릎을 꿇고 소녀를 안아 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소녀는 멀쩡해 보였다.

상처도 없고, 평온하게 숨도 쉬고 있었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남자의 목소리가 동굴 속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지며, 동굴을 잠식한 무거운 침묵을 깨뜨렸다.

“아, 아저씨. 오셨네요.”

힘없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눈을 뜨는 소녀.

푸르게 빛나는 두 눈동자가 검은 요원의 모습을 가득 담았다.

소녀의 표정에서 뭔가를 느낀 검은 요원은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소녀의 힘없는 목소리가 그 자리를 대신해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저씨의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실패했어요.”

소녀가 말을 시작함과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도 뭔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상처가 없던 소녀의 심장 부분에서 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소원을 이뤄주는 오브젝트들은 소원을 들어주기는 하니까요. 조건을 정말 잔뜩. 잔뜩 걸고 계약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소녀의 가슴팍에는 날카로운 칼로 찌른 것 같은 상처가 갑자기 생겨나고, 그 자리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검은 요원이 막으려고 해도, 상처가 너무 깊었다.

“가문도, 할아버지도, 오브젝트도 상관없이. 같이 놀러 가고 싶었는데….”

금발 소녀는 초점이 맞지 않는 푸른 눈동자로 어딘가를 바라보며 숨을 멈췄다.

그런 소녀의 눈을 감겨주며 검은 요원은 소녀를 품에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 여인에게 다시 소원을 비는 한이 있더라도.

***

양천구 동굴 근처, 호수 기슭.

노파들의 핏덩어리들을 모아서 뒤처리하고 있었다.

어느새 정신을 차린 푸른 사신도 노파들의 뒤처리를 도와주었다.

<모두 불타서 재가 되어 주세요!>

<전부 불타서 재가 되어 주세요!>

<확실히 불타서 재가 되어 주세요!>

푸른 사신의 문자열이 노파들의 시체를 까맣게 태우고, 황금 사신들이 열심히 땅을 팠다.

노파들의 파괴 조건 충족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노파들의 파괴 조건은 전부 똑같이 <재로 만들어서 땅에 묻기.>였다.

이상한 게 있네?

거대 노파의 시체 속에서 재가 되지 않는 기묘한 오브젝트를 발견했다.

화염을 끊임없이 토해내는 붉은 색의 심장.

꽤 격이 높은 오브젝트인지 파괴 조건도 이상했다.

<심장을 뛰지 못하게 만들고 물속에 수장한다.>

콩콩. 작게 뛰는 심장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어느새 황금 사신들이 노파들의 작업을 마쳤다.

흙으로 덮어서 확실하게 재를 묻기 무섭게 능력이 변화하는 게 느껴졌다.

푸른 사신이 증식했다.

10마리.

꽤 급격한 숫자의 증식.

그래도 황금 사신만큼 늘리려면 노파를 얼마나 더 잡아야 하는 거지?

이 호수에 노파가 더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황금 사신들은 푸른 사신이 늘어나서 즐거운지, 활짝 웃으면서 푸른 사신들을 둘러싸고 껴안고 난리를 피웠다.

푸른 사신이 압사당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환영이었다.

활기찬 황금 사신이 뿜어내는 무한한 호의가 부담스러운지, 푸른 사신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결국 견디다 못한 푸른 사신들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하늘로 도망쳤다.

아기자기한 미니 사신들의 모습을 구경하던 도중, 갑자기 호수에서 이변이 느껴졌다.

오브젝트의 기척이 느껴지는 것과 동시에, 거울처럼 고요한 호수 표면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푸른 마녀가 이제야 나타나는 건가?

***

양천구 호수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아서 쉬고 있던 도중 땅의 진동을 느꼈다.

땅이 울리고 있었다.

그리 큰 진동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느껴지는 진동이었다.

문신투성이의 여자는 깜짝 놀라서, 숙소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설마 호수의 괴물이 벌써 나타나는 건가?

호수 표면에서 솟구친 거대한, 아주 거대한 괴물.

호수의 뱀이라고 불렸던 호수의 수호자.

아마, 지구에서는 유명한 전설을 따라서 이렇게 이름 붙이겠지.

히드라.

양천구만큼 넓은 호수를 뿌리로 해서 튀어나온 괴물 뱀은 높이만 해도 그 어떤 건물보다 높아 보였다.

하늘을 꿰뚫을 것처럼 거대하고, 물로 만들어진 괴물이었다.

“하하, 왜 벌써 호수의 뱀이….”

여자는 허탈한 마음을 담아서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직 저 뱀을 막을 수정이 완성되지 않았어.

필요한 시간은 대략 하루.

하루면 저주에 잠식된 히드라가 서울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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