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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19

세희 연구소 소속, 오예린의 아파트.

“그럼, 나는 나갔다 올게. 집 잘 지키고 있어!”

“뀨!”

예린은 납 인형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 하얀 아귀를 향해 손을 흔들며, 연구소로 출근했다.

그렇게 그녀가 자리를 비우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아파트는 좀 더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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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우우우.

마시멜로로 만들어진 하얀 아귀들이 현관문의 틈에 몸을 욱여넣어서 하나둘 들어왔다.

황금 사신들은 어두운 방 벽에서 고개만 내밀고 히히 웃으며 두리번거렸다.

‘숨바꼭질!’

그리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는 방바닥에 착지한 뒤, 식탁 다리 같은 곳에 몸을 숨기며 ‘샤샤샥’ 소리가 날 것처럼 민첩하게 돌아다녔다.

마치 닌자처럼!

목적지는 납 인형이 앉아 있는 방이었다.

‘비밀 놀이!’

‘비밀 친구!’

황금 사신들은 왜 예린에게서 숨는지는 잘 몰랐지만, 재미있어 보여서 하얀 아귀를 따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잔뜩 모여든 황금 사신과 하얀 아귀는 납 인형이 있는 방 안에 질서정연하게 모여들었다.

그리고 마치 먹이를 기다리는 강아지들처럼 납 인형을 얌전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오느레 간식!’

‘!’

‘!’

한 황금 사신이 자신이 몰래 챙겨온 커다란 쿠키를 꺼내 들자, 황금 사신들이 폴짝폴짝 뛰면서 만세를 했다.

그리고 쿠키 주변으로 둥글게 모여 앉아서, 쿠키를 야금야금 뜯어 먹었다.

일명 원탁 쿠키!

옴뇸뇸.

조그마한 손으로 살짝 뜯어서, 입에 넣고 오물오물.

황금 사신들은 마치 자린고비처럼 쿠키 한 움큼을 뜯어 먹고, 고개를 돌려서 납 인형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하얀 아귀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을 맞으며,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그렇게 아침 햇살 속에서 시간을 보내던 하얀 아귀와 황금 사신은 거의 동시라고 할 정도로 벌떡 일어나서 줄을 서기 시작했다.

‘!’

“뀨!”

납 인형이 천천히 눈을 뜨며, 황금색 안광을 사방으로 은은하게 뿌리고 있었다.

‘엄마다!’

‘상냥한 엄마!’

하얀 아귀와 황금 사신들은 서로 번갈아 가며, 납 인형의 품에 안겼다.

‘따뜻해!’

뀨히히.

납 인형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품에 안겨든 하얀 아귀와 황금 사신들을 차례차례 부드럽게 안아주고 있었다.

하얀 아귀가 납 인형이 눈을 뜬 것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거의 움직이지 못했지만, 최근 일곱 색의 달이 떠오른 뒤로 납 인형이 아귀와 황금 사신을 스스로 안아줄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있었다.

납 인형은 황금 사신이 의지를 보내오면 들어주고 반응하긴 했지만, 대답은 불분명했다.

‘엄마도 푸딩 먹어?’

‘엄마는 엄마야?’

‘엄마!’

납 인형은 그저 웃으며 꼭 안아줄 뿐이었다.

황금 사신들은 언젠가 ‘엄마 mk.2’와 같이 뛰어노는 날을 기대하며, 납 인형을 마주 안아주었다.

***

미니 사신 정원, 마시멜로 평원.

‘앙대!’

패륜 유령 사신의 검, ‘불효’ 도를 미니 하마 발목에 묶자, 손아귀에 잡힌 유령 사신이 마구 버둥거렸다.

히히.

그렇게 패륜 유령 사신을 계속 붙잡고 놀다 보니 슬슬 지겨워져서 놓아주었다.

그러자 유령 사신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엄청 빠르네.

작은 하마, 아니 미니 하마의 발목에 억지로 묶어두었던 칼도 어느새 사라진 상태였다.

이제 뭐 하고 놀까?

그런 생각을 하며 미니 사신 정원을 뚜방뚜방 돌아다니고 있었더니, 노란 사신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 완성…!’

노란 사신 쪽을 돌아보자, 정말 산더미처럼 쌓인 티라노 인형 옷이 보였다.

다양한 색상의 공룡 인형 옷.

모두 손가락이 두 개인 티라노 인형 옷!

‘잘했어!’

나는 노란 사신을 손아귀에 쥐고, 머리를 마구마구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게 부들부들, 말랑말랑한 노란 사신을 쥐고 쓰다듬어 주다 보니, 조금 호기심이 생겼다.

콕.

통통한 노란 사신의 뱃살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간지러운 것처럼 움찔하는 노란 사신.

히히.

나는 갑자기 재미있어져서, 노란 사신을 마구 간지럽혔다.

‘나도!’

산더미처럼 쌓인 인형 옷을 보고 슬금슬금 다가오던 미니 사신들이 그 모습을 보더니, 자기도 해달라고 주장하며 내 몸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히히.’

‘간지러워!’

그렇게 계속 미니 사신들을 간질이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에 미니 사신들이 잔뜩 모여들어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의지를 뿜어내었다.

‘자, 모두 인형 옷을 입자!’

그러자 미니 티라노 수백 마리가 미니 사신 정원에 나타나 버렸다.

‘공룡 물기!’

‘으앙, 누가 물었어!’

‘공룡 박치기!’

그렇게 미니 사신들이 공룡 옷을 입자, 서로 깨물기도 하고 박치기도 하면서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의지를 뿜어내서, 미니 하얀 아귀들을 호출했다.

“뀨?!”

“뀨!!”

비상사태라는 신호를 받고 도착한 하얀 아귀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금세 상황을 깨닫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얀 아귀들이 도망가기 시작하자, 미니 사신들은 오늘 놀이의 본질을 깨닫고는 도망가는 하얀 아귀를 향해 달려들었다.

불을 뿜는 티라노, 시간 가속을 사용하는 티라노 등등.

다양한 티라노가 하얀 아귀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뀨힝힝.

미니 사신 정원은 하얀 아귀의 구슬픈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히히.

그야말로 공룡 시대의 재현을 바라보며 흐뭇하고 웃고 있었는데, 검은 사신들이 뚜방뚜방 몰려와서 의지를 마구 던지기 시작했다.

‘엄마!’

‘큰일!’

‘강철탑!’

그 의지를 듣자마자, 엉망진창으로 호들갑을 떠는 검은 사신들을 데리고 서울숲으로 순간 이동했다.

그러자 세희 연구소에서 볼 수 없었던 심상치 않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 하늘을 양분하는 검은색 빛의 기둥.

그 빛의 기둥 끝에서 불길한 기운을 풍기는 검은 별.

강철탑에 이변이 발생했다.

***

늦은 오후, 예린의 아파트.

“다녀왔어.”

뀨!

예린이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돌아오자, 하얀 아귀가 ‘뀨’하고 울며 반겨주었다.

예린은 그 하얀 아귀를 품에 안으며, 오늘 있었던 일을 즐거운 얼굴로 떠들기 시작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사신이가 자리에 없었어.”

“대신 귀여운 공룡 옷을 입은 미니 사신이들이 안뜰에서 마구 뛰어다니던데, 이런 때에 어디로 간 걸까?”

예린은 능숙한 동작으로 가방을 정리하고 TV를 켠 뒤, 평온한 얼굴로 앉아 있는 납 인형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다녀왔어.”

그리고 예린은 예쁜 드레스를 입은 납 인형을 흐뭇한 미소와 함께 내려다보았다.

오예린이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오자, TV에서는 어제 했던 뉴스의 후속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방금 미국 오브젝트 협회에서 건물이나 폐허가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오브젝트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이는 잠재적으로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따라서 협회는 가능한 한 이러한 현상에 접근하지 않을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건물이나 폐허와 같은 구조물이 갑자기 출현하는 사례들로 미루어 볼 때, 이는 공간의 치환이나 겹침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현재로서는 ….]

예린은 머리를 대충 말리면서, 하얀 아귀를 품에 안았다.

“흠, 사신이가 저 사건을 해결하러 간 걸까?”

예린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소파를 향해 걸어가는 도중, 발바닥에 닿는 이상한 감촉을 느꼈다.

부드득.

뭔가가 부스러지는 소리.

“과자 부스러기?”

예린이 발바닥을 확인하자, 그것은 최근 먹은 적도 없는 쿠키의 부스러기였다.

“?”

원인을 알 수 없는 흔적에 예린이 고개를 갸웃하며 하얀 아귀 쪽을 바라보자, 하얀 아귀는 뭔가를 숨기는 강아지처럼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

서울숲 중앙, 강철탑이 있었던 자리.

어느새 태양은 이미 사라지고, 형형색색의 달빛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강철탑이 무너진 자리를 조사하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어버렸다.

힝.

처음 서울숲에 도착했을 때는 정말 난장판이었다.

분명 강철탑 근처로 순간 이동을 하려고 했는데, 도착한 곳은 서울숲 외곽.

강철탑이 있던 자리에서는 검은빛의 기둥.

하늘에는 불길한 검은 별.

게다가 숲속에서는 황금 사신과 검은 사신이 마구잡이로 뛰어다니고 있었다.

‘큰일이야!’

‘엄마!’

앞에서 뛰어가던 황금 사신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하늘에서 떨어지던 황금 사신이 땅속에서 튀어나오기도 했다.

‘?’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내가 직접 숲속에서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고작 한 걸음 걸었을 뿐인데, 전혀 다른 곳에서 튀어나와 버렸으니까.

이거 공간이 뒤죽박죽이네.

순간 이동도 제대로 동작하지 않고, 미니 사신 정원도 제대로 펼쳐지지 않는 환경.

그래서 발로 뛰어서 서울숲을 돌아다녀야 했는데,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알 수 없으니 그야말로 미로였다.

게다가 실시간으로 공간이 이리저리 일그러지기까지 하니, 실시간으로 길이 변하는 미로라고 할 수 있겠지.

그래서 한가지 미스터리가 더 해결되었다.

검은 사신들은 분명 ‘늦은 밤’에 강철탑이 무너졌다고 했는데, 검은 사신들은 내게 아침에 도착했단 말이지.

검은 사신은 공간 왜곡 때문에 미니 사신 정원으로 귀환할 수가 없어서, 직접 미로를 돌파하느라 오래 걸린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보면 강철탑이 이상하다고 알려준 검은 사신들은 이 미치광이 미로를 통과했다는 거네.

‘대단해. 잘했어.’

삐-!

나는 검은 사신들을 그렇게 쓰다듬어 주었다.

‘아무리 봐도 모르겠네.’

검은 사신들이 열심히 나에게 강철탑의 이변을 알려주었지만, 정작 조사해서 알아낸 것은 별로 없었다.

알아낸 것은 하나.

강철탑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리고 공간이 뒤죽박죽인 것을 제외하면, 생각보다 서울숲은 위험하지 않아 보였다.

‘흠,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검은 사신 하나를 들고 콕콕 찌르며, 고민을 거듭했다.

***

늦은 밤, 서울숲 인근.

한 푸른 사신이 서울 숲 주변을 빙글빙글 날아다니고 있었다.

미니 사신들은 ‘인간이 위험할지도 몰라!’라는 단순한 이유로 서울숲 주변을 봉쇄하는 중이었다.

물론 미니 사신들의 ‘엄마’는 그런 세심한 생각 따위 하지 않았다.

그저 ‘아, 모르겠다! 내일 생각해야지!’ 하고 세희 연구소로 돌아가 버렸을 뿐이었다.

그렇게 공중에서 순찰하는 푸른 사신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의 조그마한 말소리.

너무 멀어서, 제대로 들리지 않는 말소리.

‘인간이 위험해?’

푸른 사신은 인간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소리를 쫓아서 서울숲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쫓아서 들어간 순간, 푸른 사신은 전혀 다른 곳에 도착해 있었다.

하늘을 가리고 있는 거대한 천장.

지면이 느껴지지 않는 가짜 바닥.

빛이 거의 없는, 어두운 공간.

공간을 가득 채운 기분 나쁜 석유 냄새.

하늘에 닿은 것처럼 높이 만들어진 거대한 기둥들.

그리고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

그녀는 푸른 사신의 감각에 잡히는 유일한 인간이었다.

‘여기는 어디?’

푸른 사신은 그 소녀를 멀뚱히 올려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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