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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US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최적화 방법을 익혀야…….”

         

       수업, 과제. 그리고 시험.

         

       대한민국의 대학생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고난과 역경의 시간. 그중에서 가장 끔찍한 교수진을 자랑하는 DB설계 수업은 역대 최상위권의 출석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무려 200 퍼센트가 넘는 출석률.

         

       본래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물론이거니와, 따로 청강을 신청한 학생들까지 포함된 탓이다.

         

       학생들은 그 이유가 자신의 뛰어난 강의 실력 때문이라고 착각하는 교수에게 집중하는 대신, 앞자리에 앉은 누군가를 힐끔거렸다.

         

       “올리비아.”

        “왜, 뭐.”

       “후후. 좋을 때다. 다 너를 쳐다보고 있구나.”

       

       아리아는 특유의 장난기가 도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키엘을 데려오지 않길 잘했구나. 그랬다면 이런 재미있는 상황은 생기지 않았겠지.”

        “……좀 닥쳐줄래?”

        “그런 외모를 가졌으면서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을거라고 예단한 네 잘못이다. 아니, 혹시 그런 시선을 즐기는 성격이었나? 이거, 생각보다 응큼한 면이 있구나. 멜리나가 이걸 보면 어찌 생각할지.”

       “아리아. 제발 좀.”

        “내가 너였다면 맨 뒷자리에 앉거나,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었을거다. 물론 그래도 시선은 끌리겠지만, 지금보다야 덜하겠지.”

         

       시도를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염색도 해봤고, 렌즈도 껴 봤지만 이 외형은 도무지 가려지지 않았다. 무슨 짓을 해도 원래 색깔로 돌아가버리니 어쩌겠나.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과제는 이번 주 목요일까지 제출하고, 이성아 학생은 잠시 남으세요.”

         

       올리비아, 아니, 이성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성아’라는 이름이 도무지 적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래 그의 이름은 ‘이성운’이었다. 락테아 속에 떨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하지만 전생의 동료들과 함께 현실로 귀환한 순간, ‘이성운’으로 살아왔던 과거가 통째로 뒤집혀버렸다.

         

       남자에서 여자로 바뀐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여자였던 것으로 말이다.

         

       이름이 바뀐 것도, 그 때문이었다.

         

       물론 어찌 보면 다행이기는 했다. 만약 전자였다면, 지금처럼 평범하게 대학을 다니지는 못했을테니까.

         

       “성아 학생. 이번에 제출한 과제가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혹시 내 밑에서 배워볼 생각-.”

       “아, 아뇨. 괜찮습니다.”

       

       미쳤다고 노예 생활을 자처하겠나. 올리비아는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노예직을 제안하는 교수의 손을 뿌리쳤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끝인가?”

        “아니. 2시에 봉사활동 가야 돼.”

        “봉사?”

       “학점 채우려고 하는거야. 1학점 받으려면 한 학기에 24시간씩 채워야 된다고.”

       

       일주일에 과제를 두 개씩 뱉어내는 이 쓰레기같은 교수의 수업이 3학점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건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개꿀 학점이었다.

         

       “흠. 열심히 사는구나.”

       “난 남들처럼 인방해서 신상 다 털리고 싶지는 않거든.”

        “음?”

        “……그런 게 있어.”

       

       돈이 부족했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조금도 고려할 이유가 없었다.

         

       대학교를 다니는 것도, 경험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지,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러면 나 먼저 돌아가야겠구나.”

       “웬일로?”

         

       평소 껌딱지처럼 붙어다녔던 그녀의 행보를 생각하면, 올리비아가 이렇게 반응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했다.

         

       “조별과제를 하기로 했느니라. 이 근처 카페에서 모이기로 했지.”

        “무슨 수업인데?”

        “정치학 개론이었던가. 교수의 정치적 성향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것만 제외한다면 괜찮느니라.”

       “조원들은 괜찮아?”

        “제국의 대신들을 보는 것 같느니라.”

       

       그게 무슨 뜻인지 해석하는 도중에, 아리아가 입을 열었다.

         

       “버러지처럼 무능하고 밥만 축내는 식충이같다는 뜻이다.”

        “…….”

       “조원 셋 중 세 명 전부가 여미새라는 건 정말로 실망스럽더군. 어떻게든 한 번 꼬셔보려고 열심히 하는 척은 하는 모양이지만, 그 정도로는 나를 속이지 못하지. 후후후…….”

       “…….”

         

       올리비아는 입을 다물었다.

         

         

       *****

         

         

       “…….”

         

       잘못 선택한 것 같다.

         

       분명 내가 생각했던 도서관 서가 정리 봉사활동은 간간히 책을 제자리에 꽂아넣다가, 어쩌다 한 번씩 남는 시간에 책을 꺼내 읽는 여유가 보장되는 개꿀 봉사였을텐데.

         

       분명 그랬을텐데, 왜 이리도 시끄러운 걸까.

         

       “끼야아아아아!”

       “공룡! 공룡! 로봇! 로봇!”

        “엄마! 만화책 새책 나왔어!”

       

       어린이 도서관이라는 사실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 이렇게 크나큰 실책이었을 줄이야.

         

       “누나! 누나! 저 이 책 좀 찾아주세요!”

        “내가 먼저야! 저도! 저도 찾아주세요!”

        “이 책도요!”

       “뿌에에에에엥!”

         

       이 빌어먹을 친구들아. 읽지도 않을 책을 대체 왜 찾아달라고 하는거니.

       

       그렇게 소악마들에게 몇 시간동안 착취당했을까.

         

       “봉사하러 오신거에요?”

       

       어린아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한 발성이 들려왔다.

         

       목소리만 들었을 땐 도서관 사서 분인 줄 알았지만, 그 정체는 방금 지나갔던 아이들과 비슷한 키의 소녀였다.

         

       앙증맞은 갈색 머리카락. 어린아이 특유의 밝은 기운이 가득 담긴 눈동자.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였다.

         

       “언니는 이름이 뭐에요?”

         

       예의 바른 말투도 그렇고, 전-현생 도합 수천 년 이상을 살아온 나의 마음에 꼭 들었다.

         

       “나는 올리, 아니. 성아라고 해.”

        “성아 언니는 나이는 어떻게 되세요?”

       “몇 살 같아 보이니?”

        “으음……고등학생?”

         

       왜 ‘귀여워 죽겠다’라는 표현이 존재하는지 깨달았다. 귀여운 아이가 예의 바른건 그 자체로 살인적인 무기구나.

         

       “대학생이야. 스물 세살이지.”

        “으음, 스물 셋. 스물 셋이면……열이 두 개하고 세 개 더 있는 거니까아…….”

         

       손가락을 꼼지락대는 저 모습까지 귀엽다.

         

       “우리 꼬마 숙녀님은 몇 살이에요?”

       “다섯 살이에요.”

         

       당당히 손가락 다섯 개를 내미는 모습이 참으로 폭력적이었다. 무의식중에 심장을 움켜잡을 정도로.

         

       올리비아는 얼마간 소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 꽂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쫄래쫄래 따라다니기를 몇 분, 어느새 도서관 문 닫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름표 반납하시고, QR코드 찍어서 봉사활동 종료시간 등록해주시면 됩니다.”

       “저기, 근데요.”

        “말씀하세요.”

        “2층에 아직 꼬마애가 있는데, 부모님이 안 보이는 것 같아서요. 혹시 보셨나요?”

        “……아, 혹시 갈색 머리 여자애 말씀하시는 거세요?”

       

       유명한 애였나?

         

       “네.”

        “근처 사는 앤데, 원래 자주 혼자 와요.”

       “아아.”

         

       그렇다면야.

         

       올리비아가 안도하는 것도 잠시, 계단 위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1시간 동안 정신을 치유해줬던 소녀가 짧다막한 다리를 움직여가며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이제 가는거니?”

       “네에.”

         

       몇 번 더 얘기해보고 싶었지만 어쩌겠나. 이번 학기 봉사 할당량은 다 채웠는데. 다음에 다시 봉사를 신청한다고 해도 만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말이다.

         

       “안녕히 계세요.”

       “너도 잘 가렴.”

         

       90도에 가까운 배꼽인사. 참 마지막까지 웃음을 주는 아이였다.

         

       라고 생각하고 함께 정문을 나서려던 순간.

         

       문득, 묘한 기시감이 덮쳐왔다.

       

       익숙한,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느껴져서는 안되는.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니?”

        “제 이름이요?”

       “응.”

         

       갈색 눈동자가, 이쪽을 보며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언제쯤 물어보시나 했어요.”

       

       순간 온 몸이 움찔거렸다.

         

       소녀답지 않은 당돌함에, 올리비아는 홀린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일 것 같으세요?”

        “…….”

         

       올리비아가 대답을 망설이자, 그녀는 뒷짐을 진 채로 성큼 다가왔다.

         

       그녀는 한참동안 올리비아의 눈동자를 응시하다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언니.”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언니라고 불러도, 되는거죠?”

       “너…….”

       “뭐라고 할 사람 아무도 없잖아요. 제가 뭐 성녀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면서, 활짝 웃는다.

         

       처음 봤던 그 날처럼.

       

       그리고는 품에 다가와 안긴다.

       

       따뜻한 바람이 그들을 스쳐지나갔다.

         

       오랜 재회를 축하하듯.

         

       잔잔하고 따스하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세요 Ilham Senjaya님. 작가 마이뉴엘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글을 올려보네요.

    귀환 후의 일상과, 리브가의 이야기를 후일담을 통해 이렇게나마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독자분들이 아쉬워하셨던 감정이 이걸로 조금이나마 충족되었으면 좋겠네요.

    신작은 열심히 비축을 모으고 있습니다.

    올리게 된다면 아마 다음 공모전 때 올리게 될 것 같네요.

    그때 다시 뵙겠습니다!

    이상, 마이뉴엘이었습니다.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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