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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

9. 소꿉친구 – 초기자금

시야가 드넓은 창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저번에 봤던 인트로 영상이었다. 드디어 한 바퀴가 돌았나 보다.

영상은 평화로운 마을을 가로질러 숲속에 있는 레나를 클로즈업했다. 그녀는 낡은 가죽 자루를 어깨에 걸치고 그를 돌아보고 있었다.

레오의 몸에 들어옴과 동시에 새로운 레오의 정신은 바짝 마른 민서를 걷어차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레오는 민서의 기억 중 ‘자신의 이야기’를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레오! 내 말 듣고 있어?”

“레나!”

돌아왔다.

데모스 마을의 레나를 다시 만났다. 처음 이 게임에 들어왔을 때 그를 반겼던 레나다. 우리는 결혼과 함께 헤어졌었다.

레오는 그녀를 다시 만난 반가움에 소리쳤지만,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돌려줬다.

“갑자기 왜 그래?”

그동안의 일을 전혀 모르는 레나.

레오는 말문이 막히며 쓸쓸함을 느꼈다. 그에게는 결혼까지 했던 기억이 있었지만, 그녀에게 레오는 여전히 소꿉친구였다.

그는 침을 꿀꺽, 털어놓고 싶었던 그동안의 슬픔과 함께 삼켜버렸다. 가슴 아프지만, 차라리 잘된 일이다. 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렇게 무한히 반복하며 살 수는 없었다. 정신적으로도 견디기 힘들지만, 레나에게 못 할 짓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 결국 레나를 공주로 만들어 끝내야만 하는데, 그녀가 지난 일들을 기억했다면 영원히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었다.

레나가 이전 일을 몰라서 다행이다. 레오가 뿌득, 이를 씹었다.

“레오?”

레나가 의아해하며 다가오자 그는 애써 구겨졌던 인상을 펴며 장난이었다고 둘러댔다.

‘어떻게 해야 한담…’

레오는 고민에 잠겼다.

장난이 싱겁다며 놀려대는 레나, 그녀를 공주로 만들려면 이 마을을 벗어나 어떻게든 수도로 데려가야 했다. 하지만 전에도 고민하다 포기했듯이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도교회로 떠나는 이벤트가 떠올랐다. 그 이벤트를 이용하면 레나를 신성 왕국의 수도까지는 쉽게 보내겠지만, 사제는 어쨌거나 결혼하지 못했다.

이제 보니 외통수에 걸려 있었다.

이벤트로 레나를 떠나보내면 그녀는 공주가 될 수 없는 사제가 되어버리고, 떠나보내지 않으면 레오는 그녀와 결혼하게 된다.

어떤 방향이든 게임을 클리어할 수가 없었다.

난감함에 머리를 긁적이는데 주머니에서 묵직한 것이 느껴졌다.

뭔가 하고 꺼내 보니 은화 여덟 개와 동화 다섯 개가 나왔다. 마지막에 시나리오 보상으로 {초기 자금}이라는 것을 받은 게 기억났다.

그와 함께 동생 레나의 엔딩이 떠오르려 했지만, 재빨리 잊어버리며 돈을 주머니에 숨겼다. 다행히 레나는 산열매를 따느라 보지 못했다.

‘이 돈이면!’

레오는 흥분해서 주머니의 돈을 만지작거렸다.

이건 제법 큰 돈이었다.

이 돈으로 신성 왕국까지 가기에는 한참 부족했지만, 아껴 쓰면 오른 왕국의 수도 네비스나 콘라드 왕국의 수도 루티나까지는 갈 수 있을 듯했다.

‘그래! 이걸로 마을을 떠나자. 그러면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

수도교회로 떠나는 사제님은 가을 무렵에 도착하니까, 그 전에 네비스로 떠나버리면 된다. 그리고 수도에서 지내면서 오른 왕국의 왕자를 찾으면 될 것 같았다.

그럴싸한 계획이 생기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레오는 휘파람까지 불면서 산열매를 따기 시작했고, 레나는 울상을 지었다가 금세 희희낙락하는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 * *

레오는 아버지가 사냥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사냥을 나가자고 졸랐다. 아버지는 아들의 재촉에 일정을 앞당겼다.

그는 항상 레오에게 신성한 사냥을 가르치고 싶어 했다. 아들의 의욕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짐을 다시 꾸리고 다음 날 출발했다.

레오네 집이 사냥터로 삼은 곳은 조금 멀었다. 산을 두 개나 넘어야 해서 산장에 도착하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사냥꾼의 산장은 산속의 작은 요새였다.

산장 주변에는 덫이 빽빽하게 깔리고,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 팻말도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사냥꾼이 자리를 비운 사이 산적들이 산장을 털지 못하게 경고하는 것이었다.

사냥꾼에게 산적은 그렇게 위협적인 상대가 아니었다. 부재 시에 산장이 털리는 것만 주의하면 됐고, 오히려 산적들이 사냥꾼을 피했다.

산적은 덫을 사방에 깔아둔 사냥꾼을 쫓아봐야 위험하기만 했다. 괜히 건드렸다가 화를 돋우면 신고를 할지도 몰라서, 멀찍이서 사냥꾼이 나타나 경고를 하면 산적들은 그냥 물러나거나 타협을 했다.

다음날, 사냥을 나온 레오와 아버지는 덫을 확인하고 새로 깔았다.

레오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사냥} 능력을 활용해 사냥감의 흔적을 찾고 활동 반경을 추측해 그 사냥감에 어울리는 덫을 만들어 설치했다.

미가스(숲에서 무리를 지어 다니는 오리와 돼지를 닮은 작은 잡식동물의 일종, 암수 구분이 없다.)떼 몰래 함정을 설치하고 반대쪽에서 놀라게 하는 몰이 사냥도 성공했다.

아버지는 적극적인 레오를 조용히 따라다녔다.

날이 저물자 둘은 사냥을 끝내고 산장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늘 그렇듯 바르바토스(Barbatos)님께 제물을 바치고 내장을 꺼내 요리를 시작했다.

미가스의 작은 허파들이 자글자글 익었다.

“레오. 많이 늘었구나.”

요리하시던 아버지가 불쑥 말했다. 레오의 실력에 감탄했는지 무거운 입을 여셨다.

레오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아빠.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그는 레나를 데리고 마을을 떠나겠다고 말하며 {초기 자금}을 꺼내 보였다. 옛날부터 몰래 사냥하면서 모아온 돈이라고 거짓말했다.

“저번에 운 좋게 덫에 곰이 걸려서…”

사냥이 돈이 되는 일은 맞지만 십 대 중반의 청년이 가지고 있기엔 조금 큰돈이어서 거짓말을 보탰다.

덫에 걸려 상처 입은 곰을 추격하고 다시 덫으로 유인해 잡았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자 오늘 사냥을 인상 깊게 봤던 아버지는 말없이 수긍하셨다.

레오는 하던 말을 이었다.

“레나가 수도교회에 가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요. 걔네 집 형편으로는 평생 출발도 못 할 거예요. 이 돈으로 네비스까지 간 다음에 거기서 루테티아로 갈 여비만 모으면 돼요. 레나를 혼자 보낼 수는 없고… 같이 가면 안 될까요?”

그의 명분이 섞인 거짓말에 아버지는 까끌한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잠시 뻣뻣한 자세로 불을 지켜보시던 아버지는 몸을 일으켜 산장으로 들어가셨다.

레오는 따라가지 않고 허파를 마저 익혔다.

아버지는 금방 산장에서 나와 작은 주머니를 불쑥 내밀었다. 잘그락, 돈이 담긴 주머니가 레오의 손에 들렸다. 열어보니 은화들이 가득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아버지는 다 익어가는 허파에 피를 끼얹었다.

“아빠. 고마워요.”

그는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허락의 뜻이었다. 레오는 이 침묵이 옛날처럼 어색하지만은 않았다.

두 부자(父子)는 조용히 허파를 씹었다.

* * *

“레오~”

“어! 잠깐만. 밥 거의 다 먹었어!”

오늘은 주말이었다. 지난 시나리오에서 레나가 사제가 되지 않겠다고 고백한 날, 그녀는 정확하게 같은 시간에 찾아왔다.

레오는 일부러 오늘을 기다렸다. 도저히 게임 같아 보이지 않는 세상이지만, 큰 분기점이 되는 시점에 이야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였다.

식기를 치우며 아버지께 찡긋 눈짓했지만, 아버지는 본 척도 안 하셨다.

밖으로 나오니 레나는 큼직한 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레나!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교회 가기 전에 들린 거야?”

‘산버섯 따러 가자고?’라고 말해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레오. 오늘 뭐 해?”

“오늘은 한가하네! 어디 같이 갈까?”

“응! 오늘 산버섯 따러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자.”

“그래. 잠깐만 기다려.”

그 이후로는 정확하게 똑같이 진행됐다.

두 사람은 산기슭에 도착해서 한창 떠들며 버섯을 따다가 휴식을 취하려고 자리를 잡았고, 레나는 레오의 입에 육포를 넣어줬다.

“우물우물…”

“우물우물…”

잠깐 정적이 흘렀다. 이대로 있으면 레나가 사제 공부를 그만두겠다고 할 터였다.

레오는 선수를 쳤다.

“레나야. 나랑 같이 네비스로 안 갈래?”

“어? 네비스? 거기는 왜?”

레오는 그녀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거짓말을 해야 해서 그냥 얼굴을 피하며 부끄러운 척을 했다.

“그냥 뭐… 우리 왕국의 수도인데 한 번은 가보고 싶었어. 거기는 사람도 엄청 많고 먹을 것도 많고 일할 곳도 많다더라.”

“너는 사냥꾼이 되고 싶던 거 아니었어?”

“사냥은 언제든지 할 수 있어. 그리고…”

“그리고?”

“신성 왕국이랑 더 가깝기도 하고… 수도니까 루테티아로 가는 상인이 많지 않을까? 수도교회가 루테티아에 있는 거 맞지?”

이 세계에 공인된 교회는 단 하나, 십자교회밖에 없었다.

십자교회는 이종족들을 대륙에서 몰아내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해서, 아카이아 제국 이래 모든 7개 왕국이 국교로 지정하고 있었다.

십자교회 본단은 신성 왕국의 수도 루테티아에 있었는데, 본단이 되는 그 교회만 콕 집어서 ‘수도교회’라고 불렀다.

반례로 오른 왕국의 수도에도 당연히 교회가 있었지만 그걸 ‘수도교회’라고 부르진 않았다. 그건 그냥 네비스 교회였다.

레나는 벙찐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네비스까지 어떻게 가? 걸어서 두 달은 걸리지 않아? 너무 위험해.”

그녀의 우려 섞인 반문에 레오는 주머니에서 은화 열 개를 꺼내 보여줬다.

사실 더 있었다. 아버지께 받은 것까지 모두 합치면 수도교회까지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레오는 네비스에서 지내면서 레나를 공주로 만들 계획이어서 전부 보여주진 않았다.

그는 거지 남매 시나리오에서 수도의 물가를 봐서 알고 있었다.

이런 촌 동네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거기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봤자 돈이 모이진 않을 테니,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살아야 할 터였다.

그렇게 레나를 잠시 고생시키면서, 그는 사냥한답시고 나가 왕자를 만날 단서를 찾을 계획이었다. 이게 클리어 가능한 게임이 맞다면 왕자를 만날 방법이 분명히 있을 거다.

‘한 번씩 가진 돈을 조금씩 내놓으면 사냥을 했다는 변명도 되고 레나가 희망을 잃지도 않겠지…’

한창 못된 생각을 하는데 레나가 생전 처음 보는 큰돈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어떻게 이런 돈을…? 너희 아버지께 받은 거야?”

“아빠한테 조금 빌리기도 했고 내가 모은 것도 있어. 혼자 가기는 조금 쓸쓸해서 그런데 같이 가줄래?”

되려 부탁하는 듯한 제안이었으나, 이건 레나가 결코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이었다.

레오와 함께, 교회를 향하는,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 그녀가 좋아하는 건 다 들어있었다.

“응! 갈래! 꼭 갈래!”

레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너무 기뻐서 활짝 웃으면서도 뺨으로 실선을 흘렸다.

“레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레오는 그 폭발하는 환희에 양심이 찔렸다. 레나를 수도교회로 보내지 않으려고 수작을 부린 것이었는데 그녀는 울면서 그를 끌어안았다.

레오는 불편한 표정을 숨기며 그녀의 작은 등을 토닥여줬지만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머리 위, 나무에 매달려있던 코코렌은 시끄럽다는 듯 나무에서 팔을 뽑고 멀리 사라져버렸다.

* * *

며칠 뒤, “레오! 허락받았어!”

레나가 신이 나서 달려왔다. 어떻게 부모님을 설득했는지 모르겠다.

‘내 딸이었으면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혹시 내가 레나랑 사고치고 돌아올 거라고 예상하는 걸까? 아니면 순수하게 레나의 꿈을 응원하는 걸까?

아무래도 상관은 없었다.

레오도 기쁘게 그 소식을 반기며 물었다.

“다행이다. 교회에도 말하러 갈 거지?”

“당연히 가야지! 같이 갈래?”

둘은 교회에 가서 사제님과 수도사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사제님은 기뻐하시며 그들에게 축복을 내렸다.

덕담 몇 마디가 아니라 진짜 성력을 이용한 축복이었다.

그가 손을 휘젓자 따스한 기운이 레나와 레오를 휘감았다. 레나는 감격했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제님! 이렇게까지…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레나가 드디어 수도교회를 향한다니 제가 더 기쁘네요. 힘내세요.”

사제님이 레나를 많이 아끼는 게 보였다.

축복은 비쌌다. 사제들의 신력이란 건 소모되는 것이어서 사용하는 만큼 사라졌다.

외상을 치유하는 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치유에 신력이 적게 들기도 했지만, 눈에 보이는 만큼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병을 치료하거나 축복을 내리는 건 신력이 많이 들어갔다. 병을 치료하려면 한 번에 끝내야 해서 신력을 왕창 쏟아부어야 했고, 한번 부여하면 오래 지속되어야 하는 축복도 마찬가지였다.

사제님은 그런 축복을 두 사람에게 아끼지 않고 내린 것이었다.

레나와 레오가 인사와 감사를 전한 뒤 교회를 떠나려는데, 인사하던 중에 슬그머니 사라졌던 레슬리 수도사님이 헐레벌떡 뛰어오셨다.

“레나야. 이거 받아라.”

그는 레나에게 동화만 잔뜩 들어있는 돈주머니를 건넸다. 레나는 팔짝 뛰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는 막무가내였다.

“수도사님! 안 주셔도 돼요. 괜찮은데…”

“받아주렴. 어차피 널 수도교회로 보내려고 모으고 있던 거란다. 교회 사람들 모두 조금씩 보탰으니까 내 것도 아니다. 누가 볼라! 얼른 넣어라.”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그래. 가는 길에 조심해야 한다.“

레나는 눈물을 흘렸고 수도사는 난처하게 웃었다. 훈훈한 분위기였으나 레오는 바짝 긴장했다.

혹시라도 수도교회까지 갈 만한 액수일까 봐 걱정했던 것인데 기우로 그쳤다. 그녀가 부모님께 받은 돈까지 합쳐도 수도교회로 가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녀는 {초기 자금}이나 {사제} 이벤트가 없었다면 평생 이 마을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날 저녁, 마을 공터에서 작은 송별회가 열렸다.

촌장님께서는 공터에 모닥불을 피워주셨고 마을 사람들은 자잘한 먹거리와 술을 꺼냈다. 레나의 꿈을 응원하는 덕담이 이어지다 술이 들어가자 송별회는 흥겨운 잔치로 변했다.

그 와중에 한스가 눈치도 없이 ‘쟤네 사랑의 도피라도 가는 거 아니야?’라고 했다가 한스 아주머니께 혼쭐이 났다.

모닥불은 온 마을을 빨갛게 비추며 밤을 밝혔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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