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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

10화 기사도(3)

한국 헌터협회 본부.

그곳에서 과장급 이상은 죄 모인 실무진 회의에서 펼쳐지는 주제는 하나였다.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뭔 이름이 이렇게 길어? 그러니까 흑색 등급에서 등장했고…….”

“대악마를 한큐에 목을 땄다고? 자네들 이걸 지금 믿으라고 낸 보고서인가?”

“생존자의 무력은 천차만별이니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천마(天魔)나 살성의 사례가 있지 않습니까.”

“더 알아낸 건? 신? 그거 마법으로 작물 자라게 한 거 아니었나?”

“호남 평야 게이트 공략에도 조력했다고?”

“전투계 쪽인가? 그거 다행인데.”

서울 한복판에 떴던 흑색 게이트는 정보통제로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갔다.

문제는 그 흑색 게이트에서 생존자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협회는 생존자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김진수 과장, 요 며칠 자네가 지켜봤다고 들었네. 호남 평야 공략도 함께하고.”

헌터 협회 협회장 오강혁 협회장이 김진수 과장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국장님.”

“어떤 사람이던가.”

협회장의 질문에 김진수 과장은 상급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 치곤 상당히 오랫동안 고민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가 내린 결론은 고민한 것치곤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잘 모르겠다고?”

“악인…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의로운 편입니다.”

그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치관이 저희와 많이 다릅니다. 기본은 중세 영주 느낌이긴 한데…….”

“골아프게 됐군.”

“좀 근대화된 쪽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들의 반응은 당연했다. 적지 않은 수의 생존자들이 사회에 녹아들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수가 사회에 녹아들지 못했다.

문명 수준이 낮을수록, 본래의 계급이 지배층일 경우 또는 종족의 차이에 의해.

생존자들은 사회에 녹아들지 못해 갖은 사회문제를 일으켰던 것이다.

그냥 사회의 골칫덩이라면 무시하겠지만, 생존자 중에선 각성자들만큼이나 강력한 존재들도 많았다.

요컨대 미친놈이 나오더라도 미친놈 칼이 너무 잘 든다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흠… 사상이나 예법 측면에서는 조심스럽게 최대한 맞춰주는 편이 좋겠군.”

“네, 하지만 의외로 스무스하게 넘어가는 면도 있습니다. 이쪽 문화도 나름 이해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건 레온이 본래 지구인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현재 지구인이 아닌 완전한 이계인 출신인 척하고 있었으니 적당히 넘어갈 건 넘어가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김진수 과장으로선 그가 꽤 유한 부분이 있다고 봐야겠지.

능력적인 부분에서 레온은 놀라울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신을 강림시켰다는 부분을… 자세히 말해보게.”

호남 평야 게이트에서 레온이 보여준 기적. 개인 윱튜버의 실시간 윱튜브 영상에 떴다가 혼란을 우려해 영상을 정지시켰더랬다.

“네, 풍요와 생명의 여신 데메라라는 존재를 볏짚인형에 빙의. 실제로 대화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영상으로도 찍혔다. 어째선지 볏짚인형의 목소리는 조금도 들리지 않았지만, 볏짚인형이 움직인 것은 명백했다.

“그냥 사역술 같은 걸 쓴 게 아닌가?”

“여신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릴.”

대부분의 간부들이 같은 말로 일축했다. 신이라니, 너무나 허무맹랑한 소리였으니까.

“하지만 증거가…….”

“그냥 뭔가 마법적인 효과를 부여한 거 아니겠나? 신이 축복해서 벼가 자랐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악마도 있는 와중에 신이라고 없을 건 없지 않습니까?”

협회 내 의견은 분분했으나 한가지 합의된 결론은 있었다.

“그 벼. 효능은 확실하더군.”

레온의 축복으로 인해 급속성장한 벼. 그뿐만이 아니다. 마소로 오염된 땅이 벼가 자라면서 순식간에 정화됐던 것이다.

마소가 정화됐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인데, 감정결과 벼들 하나하나가 모두 레어 등급이라는 것은 다시 한번 회의장을 소란스럽게 했다.

“암 환자를 치유하고 장시간 버프까지 주는 쌀이라니…….”

이 능력은 레온의 무력만큼이나 놀라운 것이다.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포션 장인이 만들어낸 일반 강화제도 효과는 세 시간 정도다. 그 가격도 수백 만원 수준이라 대형 길드도 아껴 쓰는 추세였다.

그런데 이 벼는 포션보다도 오래 버프를 유지하고 종류가 다르다면 세 번 정도는 중첩까지 된다.

잘만 활용하면 게이트를 공략하는 모든 헌터들이 한두 번의 복용만으로 버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된다.

“그 부분에 대해서 레온 드라고… 니아 라이온하트에게 의견을 타진해보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생존자에 대한 지원금 말입니다만…….”

“상한 최대로. 원하는 건 전부 들어주게. 무조건 우리 사람으로 끌어들여야 해.”

오강혁 협회장은 스스로 말하면서도 자신이 없었다.

이미 불새 길드와 접촉한 이상 이 정보가 자신들만 아는 정보가 아니다. 최소한 불새 길드는 레온의 능력을 안다.

10대 길드가 생존자 레온에 대해 파악하는 것도 시간문제.

과연, 협회가 그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 오강혁은 올해 남은 예산을 살피며 한숨을 쉬었다.

“저… 그런데 협회장님. 생존자 레온이 요구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뭔가? 뭐라고 한들 어지간해선 들어주게.”

“그게…….”

김진수는 차마 말하기 어렵다는 듯 망설이다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대통령 각하를 만나야겠답니다.”

“응? 대체 왜?”

“한동안 신세 질 테니 왕이 왕에게 인사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

* * * *

레온이 지구에 귀환한 지도 어느덧 나흘이 지났다.

그간 레온은 서울의 5성급 스위트룸에서 지냈다. 처음에는 헌터협회가 운영하는 투숙시설을 안내했지만, 바로 레온이 역정을 낸 탓이다.

“전장도 아니거늘 왕의 잠자리에 예술품 한점 없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

요컨대 격이 떨어진다.

최고급 침대는 물론이고 상시 대기하는 하인들, 언제나 감상할 수 있는 예술품이 있는 방을 내놓으란다.

결국 오밤중에 하리가 5성 호텔들을 돌아다니며 스위트룸을 빌리고 그 안에 호텔이 장식 중인 그림이나 도자기를 올려놓는 선에서 타협을 요청했다.

“폐하아아… 제발 주무시어 주시옵소서!”

새벽 두 시. 하리는 사극에서 본 석고대죄를 따라하며 레온에게 주무시기를 청하였다.

“흠…….”

레온은 여기서 적당히 물러나줬다. 관료를 너무 괴롭히는 것도 격 떨어지는 일이기에.

다음날 아침, 하리는 직접 룸 서비스까지 맡았다.

“폐하, 한하리 대리이옵나이다!”

-들어오라.

하리는 룸 카드로 문을 열곤 아침식사가 담긴 트레이를 밀며 그에게 인사했다.

“기체후 일향 만강하셨사옵니까.”

“오냐.”

하리는 직접 음식들을 셋팅했다.

“수랏상이옵니다, 폐에하아아아…….”

준비된 식사는 10만원이 넘는 갈비반상이었다. 오첩반찬과 최고급 한우를 양념에 재워 구운 갈비는 침을 꼴깍이게 했다.

“아침식사는 하였느냐.”

“아, 아직입니다.”

“끼니는 챙길 수 있을 때 챙기는 것이다. 굶고 다니지 마라.”

“아, 예….”

레온이 식사를 끝내고 나면 1층 카페에서 샌드위치라도 사먹어야겠다 싶었을 때였다.

“앉거라.”

레온이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폐, 폐하…!”

식사를 챙겼는지 물어보고, 자리에 앉기를 권하다니. 아무래도 그는 자신을 배려해 식사를 나눠주려는 모양이다.

하리가 감동의 시선으로 젓가락을 찾던 그때.

“무엇 하느냐?”

“예?”

“이 갈비를 먹기 좋게 손질하지 않고 무엇 하느냐고 물었다.”

“나, 나눠주시려던 게 아니었사옵니까?”

“세상 어느 나라에 왕이 평민과 겸상하더냐.”

“으엑…….”

그럼 그렇지. 하리는 고개를 푹 숙이며 양념갈비의 뼈와 살을 구분해야 했다.

……

체크아웃 뒤, 하리는 헌터 협회의 의전차량에 레온을 탑승시키고 어딘가로 향했다. 목적지로 향하는 와중 그녀는 이것저것을 설명하기 시작했고.

“헌터 협회에서는 폐하께 보조금과 정착 지원금을 지원키로 했습니다. 비록 왕궁만큼은 아니어도 계시기에 부족하지 않은 곳으로 모실 겁니다.”

“그것 참 배려 깊은 일이다. 대한민국 대통령께서는 언제쯤 시간이 될 것 같으냐.”

“아, 그, 그건… 아무래도 저희 경호 문제도 있고──”

“짐이 명예도 모르고 왕을 암살이라도 할 것 같으냐! 왕은 왕을 죽이지 않는 법이다!”

“아, 아니옵니다! 그럴 리가요!”

하리도 레온이 대통령을 냅다 벨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럴 것 같은데’라는 것으로 대통령의 안전을 도외시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는 S급 헌터조차 막기 어려운 무력을 지닌 존재고 그가 회까닥 돌아버리면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최악의 참사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그, 그보다 폐하께서 지내실 곳 말입니다! 미리 말씀드렸지만은, 수도권이 워낙 땅값이 비싼지라 왕궁에서 지내셨을 때보단 많이 비좁으실 겁니다. 괜찮으실런지요?”

처음에는 서울 내의 괜찮은 아파트를 구해볼까 했었다. 고등급 평가를 받은 생존자에 대한 월세 지원은 1년 동안 총 천오백만원.

물론 다달이 월세 130만원이라고 생각하면 현대인에겐 궁궐 같은 집에서 살 수 있겠지만, 레온은 왕이었다.

자신의 왕궁이 있었고, 수백 개의 방 중에서 침소 한 곳만 해도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그런 그의 심미안을 맞추려면 청와대나 경복궁이라도 내놔야 할 터. 당연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식객의 신분으로 어찌 사치를 부리겠느냐.”

하리는 레온이 요구한 예술품을 들이기 위해 헌터 협회가 로비 끝에 박물관의 예술품들을 꺼냈다는 걸 입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 예술품들의 가격이 수억원을 호가한다는 것도 말하지 않았다.

지금 레온에게 배당된 숙소가 헌터 협회 협회장 오강혁의 개인적인 별장을 내놓은 것이란 것도.

그만큼 헌터 협회는 레온의 까다로운 비위를 맞추기 위해 노력 중이었고, 이 결실이 맺기를 바라는 것도 굳이 말하지 않았다.

티 내면 격 없다고 호통칠 것 같아서.

“폐하, 그러고 보니 전리품의 유통 말입니다만.”

“그 부분은 알아서 처리하라 명하였다. 다만 망토는 마음에 드니 내버려 두어라.”

“예이…….”

결국 호남 평야 게이트의 전리품은 특별사례로 세금을 면세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정확히는 ‘우린 호남 평야에서 얻은 획득품이 하나도 없어요!’라고 가라를 친 거지만.

불새 길드를 비롯한 10대 길드보다도 더한 혜택이었지만, 일단 레온이 협회 직원 따위의 말을 듣지를 않았던 것이다.

그는 이 나라의 왕인 대통령을 만나 이야기한다면 능히 제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라며 고집을 부렸고, 결국 협회는 비밀리에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하기로 약속했다.

그때까지는 레온에게 부과되는 모든 것에 면책과 면세특권이 적용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레온에게 배당된 전리품은 듀라한의 대검과 듀라한의 망토. 그리고 던전 클로징으로 급하게 일부만 채굴한 천만원 어치의 마정석 중 오백만원 상당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전리품을 레온에게 넘긴 것이지만, 실제로 일기토로 레온 혼자 클로징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불만이 있는 직원은 없었다.

“도착입니다. 폐하.”

어느새 도착한 분당의 한 오피스텔. 헌터 협회와도 가까우며 옥상에는 헬기가 있어 유사시 헬기 이동이 가능한 고급 오피스텔로 헌터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고급 오피스텔인만큼 로비도 화려하다. 정교하게 깎여 프린팅 된 액자나 현대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이 그럴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저 물감으로 점만 찍은 것들은 당최 무엇인고.’

레온의 심미안으로는 몇몇 미술품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 헌터 협회의 한하리 대리님?”

그때였다. 로비로 이동하는 두 사람에게 말을 걸어오는 반듯한 정장의 사내.

“누구시죠?”

하리는 자신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오는 남자를 경계했다. 두 사람이 이 오피스텔로 온다는 건 기밀이었던 탓이다.

“하하, 이거 우연이군요. 저는 두정그룹 두정 미래식품의 박종찬 이사라고 합니다.”

“두, 두정 그룹이요?”

두정그룹은 국내에서도 삼강으로 손꼽히는 거대재벌이었다. 그런 재벌그룹의 이사가 왜 우연을 가장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아… 이분이 요즘 유명한 ‘생존자’시군요. 반갑습니다.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님.”

이미 모든 걸 파악하고 왔다. 하리는 박종찬 이사를 보며 가슴이 철렁거렸다.

반면 레온은 제게 악수를 건네는 박 이사의 손을 물끄러미 응시하다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장사치가… 악수를?”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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