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10

#6 복수 (2)

다음날, 80레벨이 되어 프리스트 직업으로 전직한 노을은 커다란 스태프를 휘두르며 평타 공격으로 몬스터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근력이 약한 마법사 계열의 평타 공격에 쉽게 죽어주지 않았다. 분명 공격 스킬도 있을 텐데 대체 왜 물 계열 버프와 힐 스킬들만 찍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커플] 국방부: 형 머리 색깔 뭐예요?

[커플] 바주카퐁: 미스틱 화이트였나??

[커플] 국방부: 눈은 크림슨 레드?

[커플] 바주카퐁: 몰라; 기억 안 나… 왜?

[커플] 국방부: 외관 커플로 맞추려구요ㅇㅅㅇ!

경수가 키우는 캐릭터 중 유일한 여캐인 바주카퐁은 하얀 단발머리에 동공이 세로로 찢어진 빨간 여우 눈을 가지고 있었다. 호족으로 커스텀 한 캐릭터라 머리 위에는 하얀 여우 귀가 달려있었고, 달릴 때마다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였다. 노을은 잠깐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메이크업숍을 찍고 다시 돌아왔다.

패션 아이템 하나 없이 초보자 갑옷만 주렁주렁 걸치고 있던 노을은, 금세 ‘바주카퐁’과 외관이 비슷한 남캐가 되었다. 이렇게 있으니 옷을 맞춰 입지 않아도 벌써부터 커플 같아 소름이 끼쳤다. 귀와 꼬리까지 단 노을은 ‘ㅎㅎㅎㅎ’라 웃으며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국방부 님께서 거래를 신청하셨습니다.’

노을이 거래 창에 올려 둔 것은 패션숍에서 파는 반팔 티셔츠였다.

‘거래가 완료되었습니다.’

‘하트 스포티 티셔츠 A 획득.’

노을이 먼저 흰 반바지에 티셔츠를 착용했다. 흰 티셔츠에 반쪽짜리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혹시나는 역시나가 되었다. 경수의 티셔츠에도 방향만 다른 반쪽짜리 하트가 있었다. 아마 노을이 착용한 것은 B타입일 것이다. 노을은 경수가 아이템을 착용하자마자 옆으로 달려가 하트를 완성했다. 뽀뽀하기 이모티콘은 또 언제 산 건지, 발꿈치를 들어 볼에 입을 맞추는 모션을 보이기도 했다.

[커플] 바주카퐁: 좋냐?

[커플] 국방부: 네;;; 진짜 귀여워;;

[커플] 국방부: 귀여워서 머리 아파요ㅠㅠ

뭘 이런 것 하나로 저렇게까지 좋아하나 싶어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놈이 좋다면 좋은 거겠지 하고 팔짱을 꼈다. 노을은 이후로도 한참 스크린샷을 찍고 나서야 정신없이 움직이는 것을 그만두었다.

‘국방부 님께서 파티를 탈퇴하셨습니다.’

노을은 파티를 탈퇴하고 패망의 길드원 모집 파티 매칭에 들어갔다.

[커플] 국방부: 포레스트 쉼터로 면접 보러 오래요ㅋㅋㅋ 갔다 올게요!!♡

정신 사납게 굴던 노을이 없어지고 나서 경수는 파티 매칭 창에 들어가 1페이지 목록에 있는 패망의 파티를 발견했다.

‘[Lv. 80~250] <패망>의 가족을 모집합니다>0< (4/8)’

‘참여한 파티원: 청사과청, 패왕1, 투명인간, 국방부.’

파티장이 누구인가를 봤더니 청사과청이었다. 언제 저렇게 레벨을 많이 올렸는지, 벌써 4차 전직까지 한 힐러가 되어있었다. 공성전 때문에 급하게 길드원을 모집하던 걸 봐서, 공성전 이후에 또 한 번의 대거 숙청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무사히 고비를 넘긴 것뿐만 아니라 길드원 모집에도 참여할 정도라면 간부급이 되었다는 소리였다.

[커플] 국방부: 청사과 간부예요ㅇㅅ;ㅇ….

진짜네. 저 길드는 망했군. 경수는 속으로만 조용히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 노을의 머리 위에는 <패망>이라는 길드 명이 생겨나 있었다.

[커플] 바주카퐁: 복수를 대체 어떻게 하려고? 이제 말해줄 수 있잖아

[커플] 국방부: 아 그거?

[커플] 국방부: 생각해보니까 커플 깨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더라구요ㅋㅋㅋ

[커플] 바주카퐁: 뭔데?

[커플] 국방부: 하나는 일주일 동안 기다리는 거고

[커플] 국방부: 아니면 커플인 상대가 탈퇴하면 돼요ㅇㅅㅇ!

“…….”

경수는 할 말을 완전히 잃었다. 그 말은… 꼭 청사과청을 탈퇴하게 만들 예정이고, 그 방법이 있다는 것처럼 들렸다.

[커플] 국방부: 조금만 기다려요ㅠㅠ 카페 가입도 곧 승인해준대요!

[커플] 바주카퐁: 일 너무 키우지는 말고….

[커플] 국방부: ㅎㅎ네!

워낙 시한폭탄 같은 놈이라 불안함이 가시지를 않았다. 그리고 그 불안은 딱 맞아떨어졌다. 노을이 또 일을 저지르는 데에는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

다음날, 깜빡하고 본캐로 게임에 접속한 경수는 커플 채팅이 날아오기가 무섭게 탄식을 내뱉었다. 부캐로만 접속하기로 했던 천노을과의 약속을 깜빡 잊어버린 것이었다.

[커플] 청사과청: 하잉>_< 사과가 어제부터 막 기다렸어요!!

이거 천노을이 알면 우울해하고 난리 날 텐데…. 그는 바로 접속을 종료하려다 청사과청이 건넨 말에 캐릭터 변경 탭을 누르는 것을 잠깐 보류했다.

[커플] 청사과청: 냥님~ 냥님은… 썬셋이랑 친하시죵?? 거의 맨날 같이 다니셧쟈나여ㅇㅁㅇ!!

여기서 그 얘기가 갑자기 왜 나와? 경수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뭐가요?

[커플] 청사과청: 혹시 썬셋 부캐 닉 아시나요>ㅠ<?

청사과청의 말에 노을이 며칠 전 새로 생성한 캐릭터가 생각났다. 하지만 벌써 들켰을 리는 없을 것이다. 어제 막 길드에 들어갔을 텐데.

[귓속말] 냥이냥나냥: 부캐면 천노을이잖아요ㅇㅇ

[커플] 청사과청: ㅠㅠ그거 말고는 없나용?

“…….”

뭘 알고 하는 소리인가?

[귓속말] 냥이냥나냥: 없을걸요

[커플] 청사과청: 아… 진짜여?ㅜ.ㅜ….

청사과청이 제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녀가 갑자기 썬셋의 또 다른 부캐를 찾는 이유…. 경수는 본캐로 접속해 청사과와 말을 섞었음을 노을이 알아채기 전에 모든 대화를 끝내야만 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썬셋 부캐가 또 있음?ㄷㄷ

[커플] 청사과청: ㅠㅠㅠ모르시는구나ㅜㅠ

[커플] 청사과청: 휴우… 아니에용>_

그렇게 말하면 더 신경 쓰이는 걸 알 텐데. 그 말에 더 궁금해졌다. 노을이 새로 만든 캐릭터가 벌써 청사과청에게 들켰을까? 만약 들켰다면 어쩌다가 의심을 사게 된 걸까.

[귓속말] 냥이냥나냥: 뭐길래 그래요?

[커플] 청사과청: 이간질하는 것 같아서 말하기 쫌 그래여…ㅠ

[귓속말] 냥이냥나냥: 사과님ㅋㅋㅋ 저 썬셋이랑 싸우던 거 못 보셨어요?; 이간질할 사이도 못 됨ㅋㅋ

[커플] 청사과청: 그래두 썬셋은 냥님 조아하자나요ㅜ0ㅜ….

[귓속말] 냥이냥나냥: 걘 몰라도 저는 아니에요 존1나 싫음;

[귓속말] 냥이냥나냥: 썬셋이든 천노을이든 앞에 있으면 머리 깨버리는 건데ㅋㅋㅋ

[커플] 청사과청: 앗 정말요…?ㅇㅅㅇ

[귓속말] 냥이냥나냥: 네… 그니까 부캐 또 있는 것 같으면 말해주세요ㅋㅋ;ㅠ 썬셋 이거 진짜 악질이네;;; 부캐가 또 있어???

[커플] 청사과청: 근데 왜 자꾸 귓으로만 말하셔용?ㅇ_ㅇ 채팅 색이 달라서 헷갈려요…ㅜ

“…얘도 진짜 천노을같아….”

사소한 것을 지적하는 부분이 비슷했다. 귀찮아 죽겠다 진짜. 경수는 한숨을 짧게 내쉬고는 커플 탭으로 넘어가 채팅을 입력했다.

[커플] 냥이냥나냥: ㅈㅅㅈㅅ습관이 안 돼 있어서^^;

[커플] 청사과청: ㅎㅎ넷♡

청사과청은 좀처럼 그 얘기를 꺼내지를 않았다. 경수는 일부러 노을의 욕을 몇 번 더 하며 그녀를 안심시키려 애썼다. 계속 말로만 묻는 것보다 앞에 가서 말하는 게 조금이라도 나을 것이다. 경수가 청사과청이 있는 아쿠아리움 여관 1층에 들어가 그 앞에 앉자, 그제야 그녀가 문제의 주제를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다.

[커플] 청사과청: 안 지 얼마 안 돼서 사과가 고민 상담하기 쫌 그런 건 알지만요…ㅠ 달리 말할 곳이 없어서용…ㅜ0ㅜ

[커플] 냥이냥나냥: 네네 말씀하세요

[커플] 청사과청: 저희 길드에ㅠㅠ 어떤 미1친 분이 들어왔거든요…?

미친 분이면 천노을 맞네. 본성을 하루도 채 숨기지 못했단 말이야? 어찌 보면 굉장히 대단하다.

[커플] 냥이냥나냥: 누군데요?

[커플] 청사과청: 그… 닉이 병무청인가?

[커플] 청사과청: 아 아니다 국방부였어욧^.^;;

역시 천노을 맞네. 이 새끼 어쩌다 들킨 거지?

[커플] 청사과청: 혹시 냥님 아는 분은 아니겠죠…? 107레벨 프리스트예요….

[커플] 냥이냥나냥: 107짜리면 뉴비 아님? 전 그런 뉴비 몰라요 200 안 넘으면 취급 안 함

[커플] 청사과청: 휴…ㅜㅜ 아무튼 그분이 사과가 길톡에 말할 때마다 막…ㅠㅠ

[커플] 냥이냥나냥: ㅇㅇ?

청사과청이 우는 이모티콘을 사용했다. 하던 말이나 마저 할 것이지. 청사과청과 있는 걸 들키면 분명 삐질 것이다. 그러니까 빨리 로그아웃해야 하는데…. 조바심은 나지만 궁금함이 더 컸기에 듣던 얘기는 마저 듣고 나가야 했다.

[커플] 청사과청: …귓속말로…… 자꾸 괴롭혀요오…ㅜㅜㅠ

[커플] 냥이냥나냥: ??? 뭐라고 하는데여?

[커플] 청사과청: 몰라요ㅠㅠㅠㅠ큐ㅠㅠㅠ 그냥 막 …욕??을ㅠㅠㅠ 하세요ㅜㅜㅠㅠ 모르는 분인데ㅜㅜ

“…….”

천노을이 무작정 욕을 한다고? 아무리 화가 났어도 그럴 애로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면 내 앞이라서 욕을 줄인 건가? 둘 중 누구를 믿어야 좋을지 점차 헷갈리기 시작했다.

[커플] 냥이냥나냥: 미쳤대요? 갑자기 욕을 왜 함ㅋㅋㅋㅋ 그럼 길마한테 말해요 캡처해가지고;

[커플] 청사과청: 그건 좀ㅠㅠ 길마 오빠도 바쁘신데 8ㅁ8 사과가 쫌 참아볼라구 그래써요….

얼씨구, 패왕1 그 병신 새끼가 바쁘면 얼마나 바쁘다고…. 하지만 정말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제게는 둘도 없는 쌍놈이었지만 청사과청에게는 처음 속해본 길드의 길드장일 테니 말이다.

[커플] 냥이냥나냥: ㅠㅠ글쿠나… 그게 썬셋 부캐예요?

[커플] 청사과청: 그건 몰라여 그냥 사과의 심증ㅠ.ㅠ 글고 그분한테 귓속말 올 때마다 ㅅㅂ 와 소름이…;

[커플] 냥이냥나냥: ㅇㅇ?

[커플] 청사과청: 암것도 아니에요ㅠㅠ

[커플] 냥이냥나냥: 썬셋도 그렇게 개인적으로 귓말 보내서 욕하고 그랬어요? 개실망ㅋㅋㅋ 정말 알수록 상종도 못 할 놈이네요;;

[커플] 청사과청: 아니이… 그건 아닌데… 저한테 이 시기에 앙금 품을 사람이 썬셋밖에 업써서ㅠㅅㅠ… 제가 먼저 냥님한테 고백해버려가지구ㅜㅜ 그래서 썬셋이 사과 싫어하지 아늘까요??8ㅁ8

[커플] 냥이냥나냥: 에이 설마요ㅋㅋㅋㅋ 근데 타이밍 진짜 대박이었는뎈ㅋㅋㅋ 미리 알고 있었어요? 고백할 거? 전 몰랐는데….

[커플] 청사과청: 그냥 새벽에 지나가다 들었어여~! 내일 냥이한테 고백해야지! 하는 거요. 전챗으로 말하고 있더라고요ㅇ.ㅇ!!

[커플] 냥이냥나냥: 아….

이건 다 천노을 잘못이다. 누가 그걸 전체 채팅으로 떠벌리래? 그러니 중간에 고백을 가로채 선수 칠 생각을 하지. 다 자업자득이었다.

[커플] 청사과청: ㅋㅋㅋㅋ그래도 그때 진짜 재밌었는데 그쵸~?>_<

“…….”

기분이 이상했다. 지금 다시 그 상황을 떠올려보아도, 통쾌하고 즐겁기보다는 노을이 충격 받았던 그 옆모습이 먼저 생각났다. 청사과에게 달려오기 전에 우편함이 보이길래 지난 우편들을 대충 훑어보았다.

‘제목: 멘탈 ㄱㅊ하냐?’

‘제목: 님 혹시 저희랑’

‘제목: 안녕하세요? 당신의 불타는 복수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목: 냥님 저 기억하세요?>_<’

‘제목: 복수 연합입니다 답이 없으셔서 한 번 더 보냅니다.’

복수 연합이라며 우편을 보내온 사람들이야 물론 즐거웠을 것이다. 예전이었더라면 어떻게 이런 계획을 생각해내지, 하며 함께 즐거워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지금은 왜인지 노을의 기분이 더 중요했다.

형, 형 하며 사람을 잘 따르는 데다 어려서 그런가. 아니면 그새 너무 정이 들어버린 건가. 그래서인지 빈말로도 ‘그러게요, 진짜 웃겼어요.’라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괜히 싱숭생숭해진 기분을 끌어안은 채, 괜히 스킬을 사용해 평화로운 여관에 쇠사슬 비를 내렸다. 그때, 노란 글씨로 귓속말이 도착했다.

[귓속말] 국방부: ?

“헉!”

[귓속말] 국방부: 뭐야… 혹시나 해서 귓말 보내봤는데 여기서 뭐 해요?ㅋㅋ

[귓속말] 국방부: ㅠㅠ형 지금 어디예요?ㅠ

‘국방부 님께서 파티에 초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파티 초대를 거절하셨습니다.’

수락하면 바로 위치가 드러날 테니 파티 초대에 응할 수는 없었다. 당연히 거절을 누른 경수는 빠르게 뛰는 가슴을 꾹 눌렀다.

[귓속말] 국방부: 형ㅋㅋㅋㅋㅋ

[귓속말] 국방부: ㅋㅋㅋ제가 또 서버 마이크를 날려야겠어요?ㅠㅠ 오랜만이다

그것만은 안 된다. 경수는 급하게 노을의 이름을 눌러 귓속말을 건넸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하지ㅏㅁ

[귓속말] 국방부: 잡기 놀이하고 싶으셨음 말을 하시지

[귓속말] 국방부: 요즘 저희 사이에 긴장감이 쫌 부족하긴 했어요ㅇㅅㅇ 돈 좀 뽑아올게요!

[귓속말] 냥이냥나냥: 하ㅣㅈ마 5분 안에 갈게!

[귓속말] 냥이냥나냥: 천노을

[귓속말] 냥이냥나냥: 노을아?

[귓속말] 냥이냥나냥: 야;;;

노을은 답이 없었다. 그렇다고 현상금을 건 수배 서버 마이크도 날아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삐진 것 같은데 어쩌지…. 섭섭하다고 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

[커플] 청사과청: 냥님ㅜㅜㅜ 그분이 또ㅠㅠ 휴ㅠㅠ

[커플] 냥이냥나냥: ?? 이번엔 뭐래요?

[커플] 청사과청: 모르겠어요ㅠㅠ 자꾸 우편이 도착했다는데 아마 그분 같아요오…8ㅁ8

[커플] 청사과청: 어제도 그랬는데 씨1발이ㅠ

[커플] 청사과청: 앗… 저도 모르게…! 죄송해요ㅜ.ㅜ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천노을…. 어젠 대체 무슨 우편을 보냈길래 청사과청이 저렇게 싫어하는지 궁금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위에 사람도 없고 서버 마이크로 현상금을 건 것도 아닌데 여관 포탈을 통해 노을이 나타났다.

“…헉.”

[커플] 청사과청: ㅜㅜㅜㅜㅠ

청사과청은 경수의 뒤로 통통 튀어서 여관 구석진 곳으로 대피했다.

[전체] 국방부: 아 형 여깄었어요?ㅋㅋㅋ 한참 찾았잖아~♡ 근데 옆엔 누구예요?

[전체] 국방부: ㅎㅎㅎ왜 둘이 있어요? 나 도는 꼴 보고 시퍼?ㅋㅋㅋ

“얘가 이제 아주 돌았나 보구나….”

둘만 있을 때 하는 말을 이제 다른 사람 앞에서까지 하다니. 분명 게임에서는 과도하게 친한 척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경수는 한숨을 탁 내쉬었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야 너 여긴 누가 알려줬어?

[귓속말] 국방부: 지구별 님이 그건 말하지 말래요ㅇㅅㅇ

길드원한테 물어봤구나. 그러고 보니 길드 내비게이션이 있었지….

[길드] 냥이냥나냥: 지구별 나와

[길드] ㅈi9별: ㅅㅂ벌써 들킴ㅋㅋㅋㅋㅋㅋ

‘ㅈi9별 님께서 로그아웃하셨습니다.’

‘ㅈi9달 님께서 게임에 접속하셨습니다.’

[길드] neutaaaa: 뭐임?

[길드] ㅈi9달: 목숨에 위협을 느껴서 그만ㅠ

[길드] 박휘벌래: ㅠㅠ아 냥님;;;

[길드] 할로윈가지: ㅠㅠ 지구님 ㅌㄷㅌㄷ… 냥님 너무하시네;;

[길드] ㅈi9달: 냥아치…ㅜㅜ

[길드] 냥이냥나냥: 맨날 나한태만 머라 그래ㅠ 지구별 저놈이 제 위치 팔아넘겼다고요 ㅅㅂ

[길드] ㅈi9달: ㅠㅠ억울해ㅠㅜㅜㅠㅠ 민첩한 제가 1등으로 답장했을 뿐… 다들 한발 늦게나마 알려주셨음;;

[길드] 냥이냥나냥: ?

[길드] neutaaaa: ㅋㅋㅋㅋㅋㅋ저기요 그걸 말하면 어떠캐;;

[길드] 박휘벌래: 기억이 안 나는데요?

[길드] 할로윈가지: ㅎㅎ은하수 가실 분?

“할 말 없으면 은하수래….”

그래도 전체 서버가 다 볼 수 있는 현상금 걸기보다는 나았다. 그때, 노을이 전체 채팅으로 다시 한번 말을 걸었다.

[전체] 국방부: 혀엉ㅜㅜ 왜 자꾸 저 피해요~ 나 섭섭해 정말ㅇㅅㅠ!

‘피한 적 없어. 근데 너 은근히 말 깐다?’를 채팅 입력창에다 써넣은 경수는 다음으로 도착한 청사과청의 말에 멍해져 그 말들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커플] 청사과청: ㅠㅠㅠㅠ냥님ㅠㅠㅠ 도와주세요

[커플] 냥이냥나냥: ?

[커플] 청사과청: 저 미친놈이 저렇게 자꾸 괴롭혀요오ㅠㅠㅜㅜ 사과 보구 막 형이나 아저씨라고 하구 우편으론 입영통지서 보내고ㅠㅠ 막 저렇게 따라다니구ㅜ0ㅜ!!!!

“…뭐?”

그녀의 말대로, 노을은 경수를 그대로 지나쳐 청사과청 앞에 섰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따라다니다니, 누가 누구를? 잠시 머리가 혼란스러워, 경수는 청사과청과 노을의 캐릭터를 번갈아 보았다.

[커플] 청사과청: 아 그리고 우편에 자꾸 직접 만들었다면서 건빵 첨부해서 보내요;;

제조 레벨 3 이상이 되어야만 음식 아이템을 제조할 수 있었다. 어제저녁 내내 함께 다녔으면서 새벽에 제조 레벨을 급하게 올린 건가? 아니, 그런데 제조한 걸 왜 쟤를 줘? 경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전체] 국방부: 오… 삼촌 오늘 면도하셨나? 얼굴에서 막 빛이 나는데…?

[전체] 국방부: 형 왜 말이 없어요… 아저씨 같은 목소리 들킬까 봐 그런가~?ㅇㅅㅇ

[전체] 국방부: 목소리가 걸걸해도 좋아요… 우편도 보냈는데 그것도 안 보시구 딴 놈을 만나?ㅠ 형.

[커플] 청사과청: ㅅㅂ 뭘 자꾸 형이래 저 ㄱㅐ새가

“…….”

그때 노을이 청사과청에게 ‘애교 부리기’ 이모티콘을 사용했다. 제 부캐릭터와 똑 닮은 하얀 호족 커스텀을 한 노을이 청사과청에게 고개를 부비적거렸다. 귀가 쫑긋거릴 때마다 기분이 묘했다.

나랑 커플룩 맞춘 거면서…. 내 부캐랑 비슷하게 맞춘 외관으로 저런 행동을 해서 그런지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때 노을이 윙크를 하며 보낸 하트가 청사과청에게 부딪혔다.

[전체] 청사과청: 국방부님 이러지 마세요ㅠ0ㅠ 저 이미 냥냥 님이랑 사귀고 있어용!>_<

청사과청이 제 옆구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노을의 캐릭터에게 달린 하얀 꼬리가 살랑 흔들렸다. …천노을이 왜 말을 안 하지? 우는 거 아니겠지…. 경수는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전체] 국방부: ㅋㅋㅋ

그래. 화가 나겠지. 그렇지? 화낼 거지?

[전체] 국방부: 상관업서요ㅇㅅㅇㅋㅋ

“……?”

[전체] 국방부: 오히려 더 짜릿…ㅋㅋ

[커플] 청사과청: ㅅㅂ

[커플] 청사과청: 아ㅜㅠ 어쩌지 쟤 진짜 변탠가 봐용ㅠㅜㅜㅜㅠ 사과 어떡해요ㅠ0ㅠ….

[커플] 청사과청: 근데 지금 보니까 냥님은 아는 척도 안 하네요ㅜ….

“…….”

[커플] 청사과청: 그럼 썬셋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힝 그럼 누구지ㅜㅠㅠㅠㅠㅠㅠ

[커플] 청사과청: 아… 아…… 썬셋 같긴 한데 하는 꼬라지가 개비슷;ㅠㅠ

[커플] 청사과청: 냥님??ㅠㅠ

“……아 씨발.”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기분이 더러워졌다. 이게 뭐지, 배신감인가. 애지중지 기르던 강아지가 초면인 사람에게 좋다고 꼬리를 흔드는 걸 눈앞에서 보는 느낌이었다.

[전체] 국방부: 사과 형 이리 와요

[전체] 청사과청: 뭔 형? ㅆㅂ

“…….”

지금 누구더러 오라 가라야. 뭐가 이렇게 짜증 나지?

[전체] 냥이냥나냥: 사과님 일단 진정하세요

[전체] 청사과청: 네에ㅠ_ㅠ

[귓속말] 국방부: 형은 왜 쟤 편들어요?ㅠㅠㅠㅠㅠ

[귓속말] 냥이냥나냥: 편든 거 아니야. 까불지 말고 가만히 좀 있어 봐.

[귓속말] 국방부: ㅠㅠ….

경수는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멍청아, 아무것도 모르는 게 울긴 왜 울어? 지금 너 의심받고 있다고. 널 썬셋으로 생각하는 이유를 전부 듣고 조심하라 알려주려 했단 말이야. 복수고 뭐고, 청사과청이 이미 눈치를 챘다면 계획은 이미 물 건너간 셈일 테니까.

[귓속말] 냥이냥나냥: 아 맞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너 쟤한테 귓속말로 쌍욕 했다며. 그거 신고 넣으면 또 정지당할지도 모르는데 왜 그랬어?

[귓속말] 국방부: ?? 욕은 한 적 없는데요

[귓속말] 국방부: 쟤가 그래요?

[귓속말] 냥이냥나냥: ㅇㅇ

[귓속말] 국방부: 아닌데…ㅠㅠ

청사과청이 본인 이야기를 할 때 조금 과장해 말하는 편인가. 하긴, 천노을이 사람은 곧잘 괴롭혀도 쌍욕을 할 성격은 아니다.

그런데 아까부터 뭐가 이렇게 보기 싫을까…. 이유를 찾지 못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한참 눈살을 찌푸린 채 거슬리는 부분을 찾던 경수의 눈에, 천노을 머리 위의 길드 명이 문득 들어왔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야

그래, 저거구나! 새하얀 캐릭터의 커스텀과 패망의 길드 엠블럼이 지지리도 어울리지 않았다. 어쩌면 저토록 끔찍한 조합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귓속말] 국방부: 넴?

[귓속말] 냥이냥나냥: 너 그 길드 탈퇴해

[귓속말] 국방부: ??싫어요

[귓속말] 냥이냥나냥: 왜 싫은데?

[귓속말] 국방부: 왜 탈퇴해야 하는데요ㅠㅠ?

[귓속말] 냥이냥나냥: ㅅㅂ 너랑 안 어울린다고

청사과청은 왜 하필 그 하고많은 길드 중에 패망을 골라 들어간 거야? 길드장부터 구성원까지 하나하나가 다 싫은 길드에 노을이 들어있다는 자체만으로 짜증이 나는 것 같았다. ‘탈퇴해.-싫어요.-탈퇴하라고.-싫어요!’의 과정을 몇 번 거친 경수는 다른 인물을 공략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커플] 냥이냥나냥: 사과님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패망 길드의 간부라고 했으니 길드원 초대와 탈퇴 권한이 있을 것이다.

[커플] 청사과청: 네에~!

[커플] 냥이냥나냥: 쟤 탈퇴시켜버려요

[커플] 청사과청: 넴?

[커플] 냥이냥나냥: 짜증 난다면서요? 쟤가 한 말 그대로 길드장한테 보내보세요ㅋㅋ 백퍼 강탈시킬 겁니다.

[커플] 청사과청: 아… 괜히 다른 사람들까지 사과 이상하게 볼까 봐 8_8….

이도 저도 하지 않을 거면 말은 왜 꺼낸 건지 알 수 없었다. 답답함과 짜증이 쌓이고 쌓여 그녀를 설득할 힘조차 나지 않았다.

[커플] 냥이냥나냥: 그럼 그냥;; 말한다고 겁만 줘 봐요

[커플] 청사과청: ㅜㅜ넹 일단 말해 볼게여>_<

[전체] 청사과청: 자꾸 사과한테 이러시면 길마 님한테 말해서 겜생 힘들게 만드는 수가 있어요!ㅜ0ㅜ)9

[전체] 국방부: ??형이? 저를?

[전체] 국방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국방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해바ㅇㅅㅇ!!

천노을이 고작 저런 협박쯤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은 알고 있었다. 청사과청이 하지 않는다면 직접 나서야 했다. 경수는 지금부터 노을이 하는 말을 캡처해 패왕1에게 전달할 작정이었다.

노을은 남성을 칭하는 명사를 모조리 가져와 별 의미 없이 나열했다. 어디서 찾아온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단어가 튀어나오는 속도가 빨랐다. 그에 따라 화면을 캡처하는 경수의 손가락도 바빠졌다.

[전체] 청사과청: ㅋㅋ자꾸 그따위로 부르지 마 ㅆ발아;

[전체] 국방부: ㅇㅅㅇ?

[전체] 국방부: 형 지금 나 협박하는 거?ㅋㅋ

[전체] 청사과청: 그래 이 ***야ㅋㅋㅋ

[전체] 국방부: 님 제가 아까 우편으로 뭐 보냈는지 알면 이딴 말 못 할 텐데….

[전체] 청사과청: 건빵이면 너나 처먹어ㅆㅂ

[전체] 국방부: 그것도 있고~

[전체] 국방부: 제가 어제~ 실수로 형 삼수하기 전에 다른 카페에 쓴 글 몇 개를 찾았는데….

[전체] 청사과청: ?

[전체] 국방부: 이건 다 같이 보면 더 재밌겠다…싶더라구요ㅋㅅㅋ!

[전체] 청사과청: 뭐임

[전체] 국방부: 그건 님이 더 잘 아시겠죠?

[전체] 국방부: ㅎㅎ제가 실수로 길드 전체 쪽지 돌려버리기 전에 우편함부터 확인하시는 게 좋을 듯?

그렇게 말하면 나가겠어? 하지만 경수의 예상과는 다르게 청사과청은 말도 하지 않고 포탈을 통해 여관을 헐레벌떡 빠져나갔다. 대체 우편으로 뭘 보냈길래…. 그리고 몇 분 뒤, 노을의 머리 위에서 길드 표시가 갑자기 사라졌다.

[전체] 국방부: ㅋㅋ

[전체] 냥이냥나냥: 뭐야?

[전체] 국방부: 강제 탈퇴요ㅠ

[전체] 냥이냥나냥: 그래?ㅎㅎ

잘 됐다. 차라리 아무 길드에도 들지 않고 이대로 있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처음부터 패망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어야 했는데….

[전체] 국방부: 형 그런데 부캐로 오면 안 돼요…?

‘청사과청 님께서 접속을 종료하셨습니다.’

[전체] 냥이냥나냥: 어? 사과 나갔네?

노을을 탈퇴시키고 바로 게임을 나가다니, 무슨 일 있는 건가? 분명 우편을 확인하고 행동한 것이다. 경수는 의심의 화살을 노을에게로 돌렸다.

[전체] 냥이냥나냥: 너 또 뭐 했지?

[전체] 국방부: 네?

[전체] 냥이냥나냥: 했네; 이번엔 무슨 짓 했어?

[전체] 국방부: 별거 안 했어요…. 왜 말 돌려요ㅠ?

[전체] 냥이냥나냥: 말 돌린 거 아냐. 우편으로 이상한 거 백 개 보냈냐?

[전체] 국방부: 그냥 템 몇 개 첨부해서 링크 하나 보냈어요…ㅠㅠ

[전체] 냥이냥나냥: 뭔 링크

[전체] 국방부: 그냥 블로그 글이었는데… 부캐로 오시면 나중에 보내드릴게요

경수는 어쩔 수 없이 캐릭터를 변경해 들어왔다.

‘냥이냥나냥 님께서 접속을 종료하셨습니다.’

‘바주카퐁 님께서 게임에 접속하셨습니다.’

다시 노을이 있는 아쿠아리움의 여관으로 돌아가자, 두 캐릭터의 머리 위에 커플이 가까운 거리에 들어왔음을 표시하는 하트 표시가 떠올랐다. 커플 창에는 당당히 2일째라는 글자가 박혀있었다.

[전체] 국방부: ㅎㅎㅎ

벌써 노을의 숨죽인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경수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피식 웃고 말았다.

[커플] 국방부: 그런데요 형… 제가 아까 얼마나 죽고 싶었는지 알아요?ㅠㅠ 그 아저씨랑 같이 있지 않기로 저랑 약속했잖아요….

실수로 본캐로 들어간 거라 해도 약속을 어긴 것은 맞았다. 댈 핑계야 많았지만 그냥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노을과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나은 방법이었다.

[커플] 바주카퐁: ㅇㅇㅈㅅ

[커플] 국방부: 그리고 그놈이 옆에 달라붙으면 도망쳐야죠ㅜ 왜 가만히 있었어요?

[커플] 바주카퐁: ㅇㅇㅈㅅㅈㅅ

[커플] 국방부: 앞으로 다른 사람 편들지 마세요ㅠㅠ

[커플] 바주카퐁: ㅇㅇ

[커플] 국방부: 그리고 본캐로도 저랑 커플템 맞춰요!

[커플] 바주카퐁: ㅅㄹ

[커플] 국방부: 저도 사랑♡

사랑은 얼어 죽을 사랑. 경수는 오랜만에 서버 마이크 아이템을 꺼내어 들었다.

[서버] 바주카퐁: 시러 ㅅㅂ

[길드] ㅈi9별: 엥 냥님 뭐가 싫어여?

[길드] 박휘벌래: 서마까지 쓸 정도면 어마어마하게 싫었나 본데?

[길드] neutaaaa: 실수로 썼나 보지… 냥님 저러는 게 하루 이틀인가요ㅉㅉ

[커플] 국방부: ㅠㅠ

어느새 아까의 초조함과 불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 좆같은 길드가 놈의 머리 위에서 사라진 것만으로 사람 기분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아무래도 난 패망을 생각보다도 더 많이 싫어했나 봐. 경수는 속으로 조용히 읊조렸다.

그리고 얼마 뒤 노을의 2차 전직을 위해 레벨업을 도우러 가던 중,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길드] ㅈi9별: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님들 빨리 자게로ㅋㅋㅋㅋㅋㅋ 패망 정모 열렷음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할로윈가지: 뭐임? 또 시비 걸고 있어요?

[길드] ㅈi9별: ㄴㄴ

[길드] ㅈi9별: [속보] 뉴냥첩(사과 어쩌고) XY로 밝혀져!

“…….”

그렇게 놀랍지 않아서 어이가 없었다. 이게 다 천노을 덕분이었다. 옆에서 깔짝거리며 버프를 주는 노을을 바라보며 경수는 떨떠름하게 눈을 깜빡였다.

[길드] al0ha: XY가 머지?

[길드] ㅈi9별: ?님 상식 무슨 일ㅋㅋ 남자라구요. 남자 염색체 XY

[길드] al0ha: 알아요ㅋㅋ 님 테스트해보려고 그런 거ㅇㅇ

[길드] ㅈi9별: ? 그럼 여자는 뭐게? 검색 금지 5

[길드] ㅈi9별: 4

[길드] al0ha: YY잖아요

[길드] ㅈi9별: 3

[길드] ㅈi9별: 오… 대박; 좀 하는데?

[길드] al0ha: 안다니까 그러네ㅋㅋ

[길드] 포세이돈대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굿굿^^!

[길드] 할로윈가지: 님 짱이네요ㅋㅋ

[길드] al0ha: ㅎㅎ

보통 저렇게 놀림당하는 위치에는 제가 있었기에 갑자기 측은함이 느껴졌다.

[길드] 바주카퐁: 그만 하세요ㅠㅠ 알로하님 본인이 놀림당하는 줄도 모르잖아요….

[길드] 할로윈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neutaaaa: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al0ha: 엥 왜요? 왜 웃음?

[길드] 박휘벌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al0ha: ㅋㅋㅋㅋㅋ??

[길드] ㅈi9별: 이러지 말고 자게 보러 가라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al0ha: 아… XX였군….

[길드] 허니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렇게 말할 정도면 이미 한바탕 난리가 난 다음일 것이었다. 경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노을을 불러 세웠다.

[커플] 바주카퐁: 잠깐만 기다려

[커플] 국방부: ?

[커플] 바주카퐁: 자게 좀 보고 올게

[커플] 국방부: 아 그거? 별거 아닌데….

[커플] 바주카퐁: 뭐야 벌써 봤어?

경수는 홈페이지를 켜 자유게시판을 클릭해 들어갔다. 가장 상단의 ‘지금 핫한 글’을 클릭하자 새 창이 떠올랐다.

‘작성자: 썬셋/문페어리’

“…….”

글을 본 게 아니라 네가 썼구나….

[커플] 바주카퐁: 노을아

[커플] 국방부: 아니 형ㅜ 걔가 빡치게 굴자나요ㅠㅠ 이제 일주일 동안 다른 길드도 못 들어가고ㅠㅠ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제 발을 저린 노을이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니, 내가 말하려던 건 그게 아니라….

[커플] 바주카퐁: 수고했어

[커플] 국방부: ??

[커플] 바주카퐁: 이걸 언제 다 찾았대;

[커플] 국방부: 어제요ㅠㅠ

“…….”

무서운 새끼…. 이걸 하루 만에 다 알아냈다니. 경수는 평생 노을과 척을 지지 않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

제목: (지금 핫한 글!) 남자한테 오빠 소리 들으면서 게임하고 싶냐

작성자: 썬셋/문페어리

내용: (BGM 자동 재생 중….)

하이 어제 실수로 어떤 블로그를 발견했는데 패망에 청사과청이란 분과 아이디가 똑같더라고… 신기ㅇㅅㅇ!

그래서 다 같이 보고 싶어서 가지고 왔음

www.aablogtype.com/rlacjftns2

김철수 ㅎㅇ

(사진)

다른 게임(리틀 포레스트 2) 일상 블로그였던 것 같음. 길드 얘기 올리고 템 터진 거 자랑하고 뭐 그런…ㅇㅅㅇ! 블로그 일기 보면 길드원들이 김철수(블로그 주인)를 오빠나 형이라고 부르는 걸 볼 수 있음… 패망에선 사과쨩이나 누나라고 부르던데… 신기…ㅇㅅㅇ

겜 망하면서 같이 버려진 블로그답게 마지막 글은 몇 년 전에 멈춰있고, 본문 보면 삼수도 실패하면 군대 가야 한다는 말이 있음.

(사진)

그리고 이건 저번 달에 카페에 자기라고 올린 사진들이고(출처 패망 길드캎)

(사진)

180도 회전해서 이미지 검색하면

(사진)

짜잔~ 홋카이도에 사는 일본인 일상 블로그가 나옴ㅇㅅㅇ! 올라온 사진들은 전부 저 블로그에 있던 거라 더 안 찾아봐도 돼서 편했음. 한국말 열심히 배웠나 봐… 신기….

(사진)

(사진)

(사진)

너무 많아서 무슨 사진을 올려야 할지 모르겠음. 아이디만 검색해도 별 이상한 게임 다 나오는데 진짜 겜 좋아하나 바… 어디선 남자고 어디서는 여잔데 말투 너무 역겨워서 여기서 관둔다. 직접 찾아보면 더 재밌음ㅎㅎ

(사진)

우편 보낸 거 읽고 씹는 거 보니까 본인 맞는 듯?

요약

1 청사과청이 패망 길드 카페에서 쓰던 아이디로 예전에 블로그 함

2 올린 사진이 본인 거라면 본명이 김철수인 일본인임

3 ㅋㅋ억울하면 톡 줘 형~!

(179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헐 저 저분이랑 어제도 던전 같이 돌았는데 미친;;; 암흑 템 주지 말 걸 개빡치네

-별게 다 신기하냐ㅋㅋㅋㅋㅋㅋ 신기하다고 하면서 존나 멕이네ㄷㄷ

-길드 카페 비공개인데 어떻게 사진 찾았냐? 님 해커임?

└ㅋㅋㅂㅅ해커겠냐? 해커였으면 정지 먹었을 때 이미 겜 터졌음

└설마 패망에도 부캐 또 있는 거 아님?

-이건 딴 말인데 이 새끼 브금 존나 좋아하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래 좋아서 다운도 받음ㅋㅋㅋㅋ

-건빵 미친 새끼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가 건빵임?

└마지막 사진 우편에 건빵 첨부해서 보냄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넷카마 죽어

-작성자 썬셋 때문에 신뢰성이 제로임….

└ㅇㅈ

-청사과청 불쌍…;;;;;

└ㅋㅋ님 청사과 본인?

└뭐가 본인이야 ㅅㅂ 딱 봐도 복수잖아;; 냥 어쩌고가 썬셋이랑 뜨고 나서 커플 된 애가 청사과청임ㅇㅇ

└아 헐?

└그러게 누가 냥 건드리래… 썬발롬 아무 말 안 할 때부터 좀 싸하긴 했는데ㅋㅋㅋ 남자인 걸 찾아와버리냐…;;; 솔직히 지가 자초한 거임ㅇㅇ

제목: 패망입니다. 청사과청 사건 해명

작성자: 투명인간/히어로

내용: 안녕하세요. 패망 부마스터 투명인간입니다.

썬셋 님이 작성한 글에 관해 저희의 해명 글을 올려봅니다. 현재 청사과청 님은 조부상을 당해 강원도로 올라가는 중이라 하셔서 직접 해명 글을 작성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저희는 길드 톡방이 없는 대신에 길드원 관리를 위해서 간부 톡방은 운영하고 있습니다.

[패왕1] 사과야 너 이거 뭐야?

[패왕1] (사진)

[패왕1] 자게에 올라온 글인데 너 아니지…?

정확히 10분 뒤 청사과청 님이 글을 읽으시고 답을 주셨습니다.

[청사과청] 응? 나 아냐…8ㅁ8

[투명인간] 그치?????

[청사과청] 나 아이디 오빠랑 같이 써서 그래ㅜ;;

[ohmyboy] 근데 누나 성 김씨 아니자나??

[청사과청] ㅠㅠ웅 근데 그건 좀 그렇다… 가정사라서….

[ohmyboy] 아 미안;;ㅠㅠ

[청사과청] 그리고 저분은 그냥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거쟈나…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저 사람은 내 말 안 믿을 걸…??

[패왕1] 하긴… 그런데 사과 너 일본인이니?

[청사과청] 아니??ㅇㅁㅇ

[패왕1] 그런데 사진은 왜 퍼왔어?

그 후 청사과청 님께서는 고속도로 이동 중 배터리가 없다는 이유로 답을 주시지 않고 계십니다… 배터리가 충전되는 대로 사과 님의 답이 돌아오면 글에 추가하겠습니다.

해명 글이 뜨기 전에 근거 없는 말은 더 이상 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80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또라이냐 일본인이냐고는 왜 물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팀킬이냐곸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아이디 같이 쓴다고?ㅋㅋㅋㅋㅋ 가정사는 뭔데요 혹시 이복형제인가요?ㅠㅠ

-저 리틀포레 할 때 알던 분이 맞으면 그분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 다 어릴 때 돌아가신 거로 알고 있는데?? <스페셜> 길드였고 아직 집 컴퓨터에 길원들 다 모여서 스샷 찍었던 거 남아 있어요….

└진짜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확실하게 기억하는 게 그때 제가 할머니한테 세뱃돈 얼마 받았다고 자랑하니까 ‘아…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둘 다 없는데 부럽다…ㅋㅋㅋ’이래서 갑자기 저만 못된 년 된 기분 들었었거든요ㅠㅠ 맨날 이딴 식으로 분위기 조져서 뒤에서 싫어하던 사람만 오백 명; 개새끼 여기서 또 만나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목: ㅋㅋ그래 나 남자 맞아

작성자: 청사과청/힐러

내용: 존나 어이없게 들켰냐; 그렇다고 부캐 새로 파서 길드 들어오는 니도 또라이야 씨발 기껏 렙제 걸어놨더니;

꽃토끼도 나다. 휴학하고 군대 가기 전에 생각나서 복수하려 했는데 눈치도 빠른 새끼; 사람 참 안 변한다. 어떻게 그때나 지금이나 이렇게 재수 없냐? 진짜 넌 오래 살 거다 내가 평생 기억할 거임

형 군대 간다.

(사진)

(100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ㅅㅂ입대 엔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입영 통지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철수야….

-해명문 꼬라지보소

-이 새끼 탈퇴함ㅋㅋㅋㅋㅋㅋㅋ

-아슬렌: ??시발아

└anamato: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꽃토끼 전남친이다~~!!!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평생 기억한다는 거 존나 프러포즈 같당ㅇㅁㅇ!

└헐 소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투명인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누가 이글 퍼갔냨ㅋㅋㅋㅋㅋ

-헐 기사 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일루전+넷카마로 검색해봐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자 새끼 할 일 드럽게 없나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미쳤냨ㅋㅋㅋㅋㅋㅋㅋ


           


The Dark Mage’s Return to Enlistment

The Dark Mage’s Return to Enlistment

gwihwanhaessneunde ibdae jeonnal-ida I returned, but it was the day before enlistment.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
Score 3.3
Status: Ongoing Native Language: Korean

Kim Minjun, who was a normal high school senior in South Korea, was suddenly summoned to another world and became a dark magician.

Minjun, who persevered through all sorts of hardships with the single-minded goal of returning home, saved this other world with his dark magic.

Casting aside a life as a hero and guaranteed riches, he returned to Earth.

Just when he was about to fully enjoy his life, a problem arose. A dungeon break occurred, and monsters began pouring out. Not only did this threaten the peaceful Earth life that Minjun had just returned to… But on his very first day back, he was also ordered to enlist in the military!?!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