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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1

101화 생도들의 사정

만신전의 기사 후보생 천소연은 한국 최고의 헌터길드 신검 길드장의 손녀딸이다.

그녀가 헌터로 각성한 순간부터 그녀는 길드장 천진수의 후계자로 낙점됐다.

천소연 자신의 재능도 그 광검자의 후계에 부족함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

[아가씨, 정말 그곳에 계속 있으실 생각이십니까?]

수화기 너머,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기에 신검 길드 내부에선 만신전 길드에 거주 중인 그녀를 대상으로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응. 한동안은.”

[아직 별다른 말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다들 수근거리고 있습니다. 사실상 내정된 자리를 박차고 나가신 셈이니까요.]

“어쩔 수 없잖아. 그만큼 매력적이었으니까.”

[그 정도입니까? 그 성법이라는 게.]

“그래. 내가 몇 번이고 봐왔어.”

신검 길드의 후계자인 천소연이, 평생 아가씨처럼 받들리며 살아왔던 그녀가 이곳까지 내려온 이유였다.

성법. 마법을 마술로 끌어내리는 기적의 힘. 천소연은 그 힘을 가지고 싶었다.

[저희 신검 길드에도 수많은 검법과 비전이 있습니다.]

“알아, 하지만 알잖아. 그걸로는 부족해. 그 남자를 죽이기 위해선.”

[아가씨…….]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침울해진다. 이제는 신검 길드에서 언급조차 금지된 이름. 그것을 오롯이 말할 수 있는 자는 광검자 천수진과 그 손녀 천소연 뿐이겠지.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확인돼?”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 베트남이었습니다. 여전히 ‘마검’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래, 아직 죽지 않았다. 그리고 누구도 죽일 수 없겠지.

세계의 뒷편에 숨어 방랑하는 마인. 당대 마검의 주인은 그 누구도 그것을 사냥하러 들지 않았다.

‘사자심왕이라면… 가능할지도.’

아니, 소연은 자신이 내뱉지 않은 생각을 도리도리 부정했다.

그것의 목숨을 취하는 건 자신이어야 했다. 결코 레온이어선 안 된다. 그래서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성법을 익힐 거야. 그 힘이라면… 그 가능해.”

천소연은 조용히 복수를 다짐하며 통화를 끊었다.

* * * *

만신전의 훈련 메뉴얼은 병사라 할지라도 가볍지 않다.

아니, 기본적인 인권 문제나 가혹행위 등으로 문제시되는 현대의 군대와 비교하면 세계가 다르다곤 하나 중세식 시스템을 가진 만신전의 훈련이 현대와 비교될 리가 없다.

“하나!”

“두울…!”

“셋! 막앗!”

우렁찬 조장의 호명에 따라 방패를 우직하게 세우는 병사들. 그 앞으로 수십 명의 기마가 들이닥친다.

-꽈앙!

-콰앙!

-꽈아앙!

방패벽에 돌진하는 기수들. 만신전의 기사 생도들과 맨앳암즈 중보병들의 합동 오전훈련이다.

“뚫어! 무조건 뚫어!”

“막아!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막으란 말이다!”

뚫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치열한 대결이 팽팽하게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막는 쪽의 숫자가 월등히 많은 덕이었다.

맨앳암즈 백 명과 기사 생도 열 명. 족히 열 배 차이다 보니 충돌의 질량이 부족하고, 겹겹이 쌓인 방진을 뚫기가 쉽지 않다.

“젠장, 말이 멈췄어!”

“앞에 좀 밀고 들어가 봐!”

촘촘한 방패벽을 뚫지 못하던 기사생도들이 볼멘소리를 내었다. 그들의 시선이 가장 선두에 있는 한수호를 향한다.

“수호야, 좀 뚫어봐!”

“으… 최선을 다하고 있… 어엇!”

목검으로 방패벽을 두들기던 수호가 검을 붙잡혔다. 그대로 당겨지는 수호는 방패벽의 한 가운데로 끌려간다.

“다구리 쳐!”

“밟아!”

맨앳암즈들은 가차 없이 수호를 밟고 찔렀다. 낙마한 기병이란 참담한 법이다.

“억! 억! 아저씨들, 잠깐…!”

“어차피 성배 덕에 금방 회복될 거란다!”

“확실하게 조져! 우리하곤 기본 베이스가 달라!”

“어억!”

수호가 끌려나가 몰매를 맞는 와중에도 후열의 기사 생도들은 뾰족한 수를 내지 못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레온이 일어섰다.

“정지! 방패조 승! 다음 조 진행해라!”

다음은 하리가 속한 두 번째 조. 그녀는 피멍이 든 채 성배 앞으로 질질 끌려가는 수호를 보며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

“으, 수호야… 누나가 복수해줄게.”

하리는 랜스를 들었다. 생도들은 기본적으로 라이온하트식 표준장비를 갖췄다. 검, 창 그리고 승마.

의외로 갑옷은 채택되지 않았는데, 레온이 평가하기로 어중간한 수준의 갑옷은 사용하느니만 못하다는 논리다.

맨앳암즈들은 거액을 들여 철저한 중무장을 한 것과는 꽤 비교되었다.

“가자!”

“한 선배님을 따르라!”

“수호의 복수를 하자!”

지면을 달리는 열기의 기사 생도들. 그 선두에서 하리가 랜스를 들었다.

그것은 정석적인 돌격과는 거리가 멀다. 말의 가속력을 얻은 시점에서 모든 행동에는 공기저항이 강요된다.

그렇기에 정면에서의 충격을 상정한 랜스는 공기저항을 최대한 덜 받는 구조인 것이다. 그것을 들어 올려서야 마상창의 기본을 어겼다고 봐야 한다.

“제가 다 생각이 있거든요!”

성법 <파도 치기>

하리의 랜스에 물이 흐른다. 나선의 형태로 창을 감싸는 바닷물을 하리는 그대로 휘두르듯 방진으로 향했다.

-콰아아아!

“우와아악!”

작은 파도가 방벽을 두드렸다. 인간이 아무리 굳건히 버티고 있는들 들이치는 파도를 어찌 버텨낼까.

방진이 무너지고 하리가 단숨에 그들을 뛰어넘는다.

“생도조 승!”

-오웃샤!

-이거지!

하리의 성법 덕에 단숨에 돌파한 생도 2조가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에게 볼멘소리를 내는 방패조.

“으, 성법 사용은 반칙 아닙니까?”

방패조장 김도한이 억울하다는 듯 이의를 제기했지만, 하리는 키득키득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대답했다.

“반칙이란 룰은 없었잖아요!”

“끄응…….”

하필 생도 중에 유일한 성법 사용자를 상대해서 이 고생이라며 머리를 긁적이는 김도한 조장. 그는 팀원들과 함께 성배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은 천소연의 3조. 김재혁의 4조.

두 사람은 편력기사 등급이었고 둘 다 방패벽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조를 바꿔가며 공격과 방어를 반복. 합동훈련이 끝난 뒤에는 서로의 공격과 방어를 복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호군은 방어력은 좋은데, 공격이 약하긴 하군.”

“그래도 돌파 실패 후 손실률은 제일 낮아요.”

“한하리 양은 그냥 규격 외야. 저건 아무 조도 못 막았어.”

“성법이 사기긴 사기구만.”

“천소연 저 아가씨는 매섭구만.”

“돌파력이 장난 아니오. 창 쓰고 나서 바로 버리고 검으로 바꾸니까 아주 그냥 파팍! 하는 사이에 쓰러지던데?”

“김재혁군은 창 쓰는데 익숙한 모양이더구먼. 랜스 말고 본인 창을 쓰던데.”

“심플하게 강한데, 의외로 신중한 편이네요. 평소 성격하고는 정반대입니다.”

반대로 기사 생도들도 훈련복기를 했다.

“김도한 조장님 조는 1기 출신이라 그런지 확실히 베테랑이야.”

“의외로 4기 훈련병들도 만만치 않아. 역시 숫자가 장땡인가?”

“3, 4기부터는 C급이나 B급 헌터들도 꽤 들어왔다고 들었어.”

“분명 기마돌격의 충격력이 있을 텐데, 어떻게 저리 잘 버티는 거지?”

“충격 이후에 돌파에 실패한 뒤가 문제야. 조금만 말려도 물량에 먹힌다고.”

제대로 된 기사와 병사를 양성하기 위해선 최소 몇 년의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게이트와 아카데미에서 실전적인 훈련을 받은 질 좋은 훈련병들이었고, 금방금방 성장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는 가장 모범적인 기사가 눈앞에 있었으니.

“빠져나와라! 돌파에 실패했다면, 후열을 선두로 삼아 빠지는 것이다! 보병은 너희들보다 느릴 수밖에 없으니 기동력을 살려 거리를 벌리고 재돌격을 준비해라!”

“방패를 굳건히 쥐어라! 말을 위협해 충격의 순간을 줄여라! 기사는 무적이 아니다! 선두의 전우를 후열이 지탱하라!”

레온은 기사의 모범적인 돌파전술도, 기사의 돌파전술을 막는 방진전술도 마스터한 군략가였다.

군단을 이끌고 전쟁을 한 역사가 백여년에 이르는 베테랑은 큰 도움이 됐다.

이러한 훈련도 어느덧 마무리되어 가는 가운데, 레온은 기사 생도들 한 명 한 명을 분석해 그들에 맞춤 교육을 시행했다.

당연하지만, 훈련병들만큼이나 생도들의 실력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고.

-폐하.

“스피너 경. 무슨 일인가.”

-이번 분기 기사 생도 신청서류 정리함. B급 헌터 다수. A급 헌터도 여럿 확보 가능.

“그래, 다음 기사 생도들을 받을 때가 오긴 했지.”

아직 기사단 결성도 못 했지만, 인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레온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건 게이트를 공략해는 길드 공략대가 아니라 악마들을 파괴할 군대였으니까.

“슬슬 서임식을 준비해야겠군.”

다가올 서임식에 앞서 레온은 서류뭉치를 살폈다.

한수호, 한하리, 김재혁, 천소연, 구대성.

그 외에도 40여명의 아카데미 출신 생도들.

이들 중 몇 명이나 첫 번째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

* * * *

“애들아~ 간식 왔어.”

기사 생도들의 기숙시설. 하리가 광주리에 가득 담아온 감자와 고구마에 생도들이 벌떡 일어났다.

“선배선배, 김치는?”

“최 영감님이 좀 챙겨줬어.”

“오오!”

김재혁은 하리가 가져온 김치통에 흥분하며 냉큼 받아들었다.

그간 만신전 근처에는 많은 프랜차이즈 가게들이나 식당이 입점했다.

게오브릭의 한 손 망치가 가져온 경제 순환구조는 시골 마을을 부흥시키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축복받은 작물의 원 생산지인 이곳의 경제력은 날로 발전하고 있었으니 시간문제였지만.

문제는 그러한 자본의 혜택이 만신전 생도들과 훈련병들에게는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으… 우린 언제까지 설탕소금물만 먹어야 하나?”

“차라리 게이트 출정할 때가 나았어. 밥은 잘 먹었잖어.”

“하긴 그래.”

김재혁을 비롯한 생도들이 볼멘소리를 내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다.

훈련병들이야 수료식만 종료하면 제대로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생도들은 여전히 설탕소금물을 반복해서 먹고 있다.

이렇게 야참이나 간식이라는 명목으로 굶주림을 해소하곤 있지만, 만신전 사옥 건너에서 바로 볼 수 있는 패스트푸드들이 아른거릴 수밖에.

-짝!

하리가 박수를 치며 생도들의 불만을 잠재웠다.

“자자, 이제 곧 있으면 서임식이니까 그때부터는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선배, 서임식 전에 신앙 교육부터 마무리한다고 하지 않았슴까?”

“그렇지? 아무래도 왕국기사가 되려면 성법 정도는 사용해야 한다는 모양이니까.”

“신님들하고 이어주신다고 하셨지? 그게 뭐임까?”

모두의 시선이 하리를 향했다. 기사 생도 중에서는 유일하게 신과 연결된 그녀다. 무려 두 신의 총애를 받는 생도 아닌가?

하리의 기사 서임은 이미 확정사실이라고.

“으음~ 나 같은 경우는 포마 님하고 페토스 님이 직접 선택하신 경우라서 잘… 너희들은 각자 주로 믿는 분들을 선택하지 않았니?”

“뭐, 기본적으로 다들 같죠. 빛과 정의의 아리아나 님하고 전쟁과 불꽃의 페토스 님.”

“폐하도 기사들은 대개 그 두 분을 섬긴다고 하셨으니까요.”

“요즘 바다와 파도의 포마 님이 핫하지 않냐? 끼끼룩족들이 목포 앞바다에 새로운 동상을 세웠다던데.”

자연스럽게 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생도들은 비교적 마이너한 신의 이야기도 시작했다.

“야피 경이 철과 대장장이의 헤토 님 성배기사지? 그 능력이 뭐래더라?”

“대장장이 능력인 것 같긴 하던데.”

“자기 기지에서 틀어박혀서 뭘 만들긴 하더라. 지난번엔 하전입자의 아광속 발사실험? 뭐 그런 거 하고 있던데.”

“……그 양반은 왜 혼자 SF 찍고 있냐?”

그때였다. 기숙사 내 방송 스피커에서 익숙한 기계음이 들렸다.

[끼룩!]

“호랑이도 말하면 온다더니…….]

[본기는 호랑이가 아님.]

생도들의 혼잣말을 귀신 같이 포착해 대답하는 야피. 생도들이 기겁했다.

“야피 경! 여기에도 녹음기 설치해놨어요!?”

[부정. 본기의 음파 탐지기능은 유기체와 비교할 수 없음.]

“프라이버시 존중! 프라이버시!”

[고려하겠음.]

야피는 시니컬한 기계음으로 대답한 뒤, 본래 용건을 고했다.

[김재혁 생도. 김재혁 생도. 보호자의 방문이 있음. 신속히 환복한 후 사옥 입구로 향하길 바람.]

“…….”

그 소식을 들은 재혁은 순식간에 표정이 굳었다.

“나 가볼게.”

“그, 그래.”

갑작스레 굳어버린 그의 표정을 본 생도는 재혁이 기숙사를 나서자 멋쩍은 표정을 했다.

“재 왜 저래?”

“……슬슬 이야기가 나올 것 같긴 했어.”

재혁의 친한 친구인 수호가 짐작했다는 듯한 표정이다.

“뭔데?”

“으음… 이건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그냥… 그러려니 해.”

수호가 입을 꾹 다물자 누구도 거기서 더 물어볼 수 없었다.

* * * *

재혁은 만신전 사옥의 입구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헌터 아카데미는 전교생 기숙사 생활이다. 졸업까지 6년. 사실상 졸업준비 실습 기간인 지금에도 만신전에서 기숙생활 중이라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대부분의 생도들은 이에 그리움과 반가움을 느끼겠지만, 재혁은 달랐다.

만신전 사옥의 입구. 재혁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년 여성을 발견하고 퉁명스럽게 물었다.

“왜 왔어?”

“재혁아!”

중년 여성. 재혁의 어머니인 신진수는 다급하게 그를 향해 달려왔다.

“너 그게 엄마한테 할 소리니?”

“됐고. 용건이나 말해.”

재혁의 태도에 신진수는 슬픈 표정을 하며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아들 보러 오는 데 이유가 필요해?”

“이유가 있으니까 왔겠지.”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나 바빠. 그러니까 빨리 할 말만 하고 가.”

“김재혁!”

아들의 불량스러운 태도에 신진수는 몹시 화가 난 듯 보였다.

“너… 우리 길드에서 드래프트를 요청했잖니. 왜 하필이면 이곳이니?”

“그건 내가 알아서 해. 신경 쓰지 마.”

“왜 신경을 안 써! 나는 네 엄마야!”

“엄마가 뭐래도 난 엄마 쪽은 안 가.”

“대체 뭐가 문제니? 한국 10대 길드야. 넌 창창한 미래가 약속되었는데, 왜 이런…….”

누군가 보았다면 그저 불량스러운 아들과 어머니의 갈등으로 치부했을 것이다. 미래설계를 두고 갈등하는 흔한 광경.

하지만 그녀가 다음으로 내뱉은 말은 결코 평범한 모자관계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다.

“이런 이단들의 소굴에 들어온 거니? 이건 그분을 배신하는 거야!”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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