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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2

102화 종교관

만신전에서는 기사와 생도… 원한다면 직원들까지 아우러 공통적인 수업시간이 있다.

훈련이 아닌 수업이라고 칭한 것은 이것이 정말로 학습하는 시간인 탓이다.

만신전의 신들에 대해 알아보고 그 역사와 강령을 학습하는 신앙교육 시간. 당연하지만 목회자는 레온이다.

신앙학습이라고 하면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학을 뗄 만한 수업이지만, 만신전의 신앙교육은 확연히 다른 수업이다.

이 수업은 실재하는 신들에 대해 이해하고 그들의 힘을 빌리는, 생도들이 가장 바라고 바라던 수업이었던 탓.

신들에게서 권능을 빌어 성법을 구현하는 것은 생도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다.

“만신전의 신들과 사이비 종교들은 무엇이 다르더냐. 대답해보아라.”

“”………….””

레온의 질문에 모두가 숨을 삼켰다.

그동안 만신전 그리고 그 신성들이란 신성불가침적인 영역이었다.

레온은 그 정점에서 신성불가침을 외치는 교황이나 마찬가지인 존재.

그런 그가 시중의 사이비들과 만신전을 비교하다니?

레온이 말한 게 아니었다면, 누군가 신성모독이라 한마디 했을 발언이었다.

생도들은 한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저 종교 그 자체의 화신인 자가 질문을 허한다고 해서 정말도 대답해도 되는 것인가?

마치 군대에서 ‘여러분 군대 끌려왔습니까?’ 할 때, 그 누가 끌려왔다 대답할 것인가… 처럼.

“실재하는 것과 비실재의 차이일까요?”

그때, 손을 든 건 생도들과 약간 떨어진 거리에 앉아 있던 베아트리체였다.

생도들은 면사포 너머의 목소리를 듣곤 침을 꿀꺽 삼켰지만, 레온은 태연히 그 대답에 답변했다.

“비실재한다는 증거가 어디 있소?”

“증거… 말인가요?”

이에 고개를 기웃거리는 생도들. 사이비 종교를 논하면서 그들이 비실재한다는 증거가 어디 있냐 물었으니 그럴 수밖에.

“비단 사이비뿐 아니라 이 세계의 종교. 야훼, 붓다, 알라, 인도의 3억 3천만 신들. 그 신들이 비실재한다는 증거가 어디 있나.”

이에 한수호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 그 신들은 기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요.”

만신전의 신들은 기적을 일으킨다.

마소로 오염된 땅을 정화하고, 개념을 강제하는 성법을 일으킨다.

레온이 증명한 그 모든 기적들은 신들의 실재함에 따라 가능했던 일이라고, 수호는 그리 말하고 있는 것이다.

“기적을 일으키지 않으면 신이 아니더냐?”

“예? 어, 어음…….”

레온의 반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수호. 그야 그렇다.

지금까지 그가 알던 모든 종교가 기적을 일으켰다는 과거의 기록만 있을 뿐, 현대에서도 기적을 일으키진 않았기 때문이다.

기적의 유무로 신이 실재함을 결론 짓기엔 만신전의 신들만이 특별할 뿐이다.

“음… 만신전의 신님들은 저희가 직접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왜 지난번에 데메라 여신님이 허수아비에 빙의하시기도 하셨고…….”

이번에는 김재혁이다. 생도들은 농사짓는 농부들 앞에서 땅을 축복할 겸 나타난 데메라 여신을 목도 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한창 전쟁으로 이슈가 됐던 헤이룽 인민국에서도 데메라 여신을 믿더니 마소로 오염된 땅이 정화됐다지 않았던가.

이에 레온이 다시 반문했다.

“만신전에는 많은 신들이 계시고 그중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분들도 많다. 그렇다면 그분들은 실재하지 않는 것인가?”

“실재하시지… 않나요?”

“왜지? 너희들은 그분들을 직접 뵈지 못하지 않았느냐.”

“폐하께서는 보셨잖습니까.”

“짐이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

“…….”

본인이 그렇게 말해버리니 재혁은 말문이 막혔다.

“만신전의 신들께선 실익을 주시니까요.”

천소연의 말에 레온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실익을 준다?”

“예. 기도에 응답하시고, 기적을 일으키시고, 자신의 존재를 증거하십니다. 여타 종교들과 달리요.”

천소연이 이 길드에 남은 이유. 그 목표는 성법이다. 많은 생도들이 비슷할 것이다.

“천소연. 너는 분명 전쟁과 불꽃, 빛과 정의의 여신 두 분을 섬기고 있지. 그분들의 응답을 받았나?”

“……제가 부족해서 아직 못 받았습니다.”

“무엇이 부족했나?”

레온의 질문에 천소연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신앙… 이겠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너희들은 결정적으로 착각하고 있구나.”

레온이 생도들 모두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기적을 일으키기에 신이더냐. 너희들에게 믿음의 대가를 주기에 신이더냐.”

레온이 손을 들었다. 가벼운 손짓이었다.

-콰르릉!

그러자 구름이 요동치며 비가 내렸다. 마른하늘에 벼락이 치며 내린 비가 쏟아져 내렸다.

“……!”

하지만 쏟아지는 비에 당황하던 생도들은 다음으로 느껴지는 현상에 더욱 경악했다.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비들이 레온과 생도들 그 누구도 젖게 하지 않았다. 마치 그들 자리에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있는 것처럼 한 방울의 비도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것이 신의 증거이냐? 실재함을 증거하는 것이냐? 범인들은 그리 생각할 수 있다. 바라는 것을, 기도하는 것을 신들께서 이뤄주시리라고.”

레온은 거기에 덧붙였다.

“허나, 짐은 비를 내려주길 기도하되, 그 비가 짐을 젖게 하지 말아달라 하지는 않았다.”

“네?”

생도들이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른하늘에 비를 내린 것도 기적이지만, 그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자신들만을 빗겨나간 것이 기도로 이루어진 기적이 아니라고?

“짐이 비에 젖지 않은 것은 짐이 기도했기 때문이 아니다. 신들께서 짐을 보우하시기 때문이지. 소낙비에도 발목이 젖지 않으시길 바라셨기 때문이다.”

레온은 이 차이를 명확히 했다.

“신이 실재하는 증거를 찾지 마라. 신과 거래하려 들지 마라. 신은 너희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소원상자가 아니다.”

어찌 보면 그것은 종교의 근간이었다.

신의 기적을 바라기에 기도한다.

바라는 것이 있기에 신을 믿는다.

천국에 가길 원하든, 다음 생엔 상위 카스트로 환생하든, 72명의 영원한 처녀성을 가진 성노예들을 받든.

어떤 추잡한 소원이라도 들어줄 것이라 믿기에 신앙이 생긴다.

“어떤 신을 믿든 그것은 너희들의 자유다. 만신전의 신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야훼, 붓다, 알라 모두 실재함을 보지 못했으나 그 가르침은 훌륭한 것이다.”

레온은 기존 지구 신들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들이 보이지 않더라도 사실은 실재하는 신임을 그가 어찌 확신하겠는가.

다만 레온이 말하는 건 신을 믿는 태도에 관해서다.

“어떤 신앙이든 그 믿음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허나, 주의해라.”

만신전과 사이비들의 차이. 레온이 명확히 구분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다.

“신을 믿음으로서 대가를 말하는 거짓 선지자들을 경계해라. 천박하고 비루한 신앙을 갖지 마라.”

그것이 진실한 신앙이니.

그저 신의로 신심을 형성하라.

레온의 목회는 알기 쉬웠으되 실행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 * * *

신앙교육이 끝난 뒤, 레온은 오늘의 피날레를 장식할 마지막 수업을 시작했다.

“오늘 너희들은 성법을 익히기 위한 첫 단계로, 먼저 신앙하는 신들과 이어지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레온의 말에 쾌재를 부르는 학생들. 제 딴에는 신앙으로 파워업이라며 다소 불경한 드립을 치는 생도들도 있었다.

“본래라면 수도원이나 기사수행을 통해 마땅한 과정을 거쳐야 하나, 신들께서 특례를 인정하신 바. 너희들은 너희가 신앙하는 신들의 덕을 쌓고 성력을 발현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

대부분의 생도들은 빛과 정의, 전쟁과 불꽃의 여신을 택했다. 그들이 기사로서 섬기기엔 가장 무난했던 탓이다.

여신 아리아나와 전신 페토스. 두 신은 기사를 꿈꾸는 생도들에게 그들이 지켜야 할 강령, 정의는 이미 몇 번이고 가르친 바다.

[반갑구나, 나의 어린 기사 후보들이여.]

“우, 우왓! 여, 여신님?!”

“지, 진짜 목소리가 들린다!”

[호들갑 떨지 마라, 애송이들아. 그래서야 이 전쟁의 기수가 될 수 있겠느냐.]

“페, 페토스님!”

“전쟁의 신님!”

생도들은 하나하나 신들과 짧지만, 그들이 서로 이어졌음을 체험했다.

본디 사제나 왕국기사 수준의 신실함이 아니라면 범접할 수 없는 것을 신들의 특례와 레온의 성력이 부담을 대신하고 있는 덕이다.

‘짐을 포함해 성배기사급이 셋. 아직 멀었다.’

적어도 게오브릭의 망치 그 주인을 찾거나 새로운 성배기사 한둘 정도는 각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두 신의 선택을 받은 한하리지만…….

‘그 셋은 어찌 됐지?’

이와 별개로 한수호와 천소연 그리고 김재혁은 레온이 눈여겨본 인재들. 그들 중에도 신들과 연결된 이가 보인다.

“누나, 나 방금 빛과 정의의 여신님이 말을 거셨어!”

한수호. 빛과 정의의 여신 아리아나. 역시, 성향이 비슷하긴 했다.

“축하해, 수호야.”

한하리야 원래부터 바다와 전쟁의 가호를 받고 있었으니 새삼스럽지도 않다. 곧 있을 기사 서임식에서 하리는 이미 왕국기사 작위는 따논 당상이었으니.

문제는 따로 있었다. 대부분의 생도들이 신들의 음성을 들으며 기꺼워하는 가운데, 그조차도 받지 못하는 이가 있었다.

“…….”

“…….”

내색하지 않지만, 당황스러운 듯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자신들을 제외한 동기들이 저마다 신과 연결되어 신기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게 보였던 탓이다.

김재혁 그리고 천소연.

레온이 눈여겨봤던 그 둘은 어떤 신과도 연결되지 않았다. 정확히는──

“위험하군.”

하필이면 그 두 신인가.

만신전의 숱한 신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신과 가장 위험한 신.

그들이 관심을 가졌다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 * * *

20세기 말, 소련의 붕괴와 걸프전 발발. 영국의 홍콩 반환과 김일성 사망 등 굵직한 사건사고들이 있었지만, 그 모든 이슈가 대격변으로 묻혔다.

대격변은 현대 지구에 많은 가져왔지만, 그중에서도 종교계 또한 크나큰 파동이 일어났다.

신은 어디에 있는가.

물론 여기에 대한 대답은 모든 성서, 불경, 쿠란 베다 등의 경전에 적혀있다.

이 또한 시험이다.

이 또한 전생에 쌓은 업이다.

이 또한 인간의 죄에 대한 심판이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이 또한 선별의 과정일 뿐이다.

이 세상 모든 불합리에는 적절한 변명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종교를 믿으며 목회자들의 이야기를 신봉했다.

결국 대격변이라는 사태를 겪고도 기존의 종교들은 별다른 타격 없이 유야무야 넘어갔다.

다만.

새로운 종교들이 난립하는 건 피하지 못했다.

“궁주님.”

“말씀하세요.”

“이번 드래프트의 최종 입단자 명단입니다.”

깔끔하게 정돈된 올백 머리.

새삼 인자한 시선과 웃는 낯.

깔끔한 정장과 차분한 분위기까지 더해져 사람 좋아 보이는 이 중년사내는 부하의 보고서를 받으며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다 이내 담담한 물음을 건넸다.

“생각보다 적군요.”

“그것이…….”

드래프트란 길드 입단을 100% 확정하는 보증수표가 아니라지만, 이번 분기의 드래프트 수용률이 작년에 비해 훨씬 부족했다.

“무엇이 원인이죠?”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만신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혹자는 어째서 드래프트의 수용률이 낮은 걸 만신전 탓이냐 물을지 모른다.

분명 이번 드래프트에서 만신전이 전례없이 많은 생도들을 데려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용률’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미 받아들인 이들 중에서 입단을 거부한 자들이 늘어났단 소리였으니까.

그리고 그 원인은 만신전과 ‘한빛’의 컨셉이 겹친다는 것에 있었다.

20년 전 S급 헌터 박용신을 필두로 성장한 한국 10대 길드이자 신흥종교단체인 한빛궁은 여러모로 만신전과 비슷한 길을 걸은 선배격이다.

길드장인 박용신이 교단의 교주이며 가르침을 설파하고 종교적 교리를 세운다. 길드장이 곧 교주이자 신의 말씀을 설파하는 신흥종교단체.

그렇기에 비슷한 길드로 보이는 두 길드 사이를 저울질 하다 만신전 쪽으로 흘러 들어간 이들이 결코 적지 않았던 거겠지.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라고 했던가요?”

“네, 이계의 생존자입니다.”

일명 판타지 세계의 사자심왕.

만신전의 대리인이자 사상 최강의 기사왕.

대악마의 목을 한큐에 따버리고, 악마대공과도 일대일로 겨루었다던가.

하지만 그런 것과 별개로 그가 대한민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했다.

나주 평야를 중심으로 외국의 마소로 오염된 땅을 속속 사들이더니 정화해 축복받은 작물이란 것을 팔아치우고.

10대 길드 대부분이 연합해 밀어붙이고 있는 세금 문제를 협회장 주도로 홀로 유야무야 넘기고 있다.

대통령이나 업계의 대기업 회장들조차 만신전과 레온에 한해서는 지나치게 관대… 또는 두려워해서 거슬릴 정도다.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라…….”

사내는 그 이름을 되새겼다.

이제 겨우 오개월. 성장세가 지나치게 빠르다.

A급 헌터의 인재풀만 부족할 뿐이지, 규모만 놓고 보자면 어지간한 10대 길드 이상.

“그러고 보니 우리 교단원 한 명이 그쪽에 있다죠?”

“예, 이번 드래프트에서 천소연 다음으로 1순위로 손꼽히던 학생이었죠.”

“그런데 그쪽에 가 있고요.”

“……죄송합니다.”

사내, 박용신은 별달리 유감을 표하지 않았다. 그저 침묵함으로서 지시를 달리했을 뿐.

“조치하겠습니다.”

별달리 지시를 할 필요도 없었다.

10대 길드의 하나 한빛. 20년에 걸친 교세 확장으로 전국 160만 명의 교인을 보유한 대형 종교의 궁주가 불편하면 어떤 방법을 쓰든 해소되기 마련이다.

그것이 설령 최근 뜨고 있는 라이벌을 짓밟는 것이 될지라도.

그에겐 별것 아닌 일이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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