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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2

101. 거지남매 – 문신

[ 사망하셨습니다. 3/4 ]

[ 업적 : 세 번째 사망 – 플레이어가 레오에게 동화되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

‘이건 말도 안 돼.’

레오가 죽어 사라지자 민서가 전면으로 부상했다. 둥근 구체가 된 그는 어둠 속에서 멍하니 초점을 잃었다.

핏물이 된 레오는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거의 다 성공했다. 필승이나 다름없는 상황까지 갔다. 하지만,

‘이건 정말로 말이 안 돼.’

실패했다. 처참하게.

민서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걸 대체 어떻게… 어떻게 깨라는 거야?’

갖은 고생 끝에 30레벨을 찍고 보스전에 입장했더니, 3000레벨짜리 보스가 앉아있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막막하다. 아니, 막막한 정도를 넘어서 숨이 막힌다.

이 혹독한 게임은 그를 비웃듯, 한 줄기의 희망마저 꺾어버렸다. {혈통} 이벤트를 따라가던 레오는 처참하게 죽었고, 레나는…

‘아차! 레나! 제발!’

민서는 허공에 주르륵 떠오른 엔딩을 조마조마하게 읽어나갔다.

[ 레나 키우기를 플레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레나 예리엘 ]

[ 최종직업 : 예리엘 공작 ]

[ 결혼 상대 : 비비안 드 이사도라와 약혼 ]

[ 레오 드 예리엘 ]

[ 최종직업 : 무직 ]

[ 결혼 상대 : 미혼 ]

[ 거지남매 엔딩 : 무너진 왕가 ]

– 루티나 왕성에서 태어난 레나는… (중략) …레나는 방에서 삼 일을 기다렸다. 기갈을 견디지 못하고 밖에 나왔다가 한 건달에게 붙잡혔으나, 그녀를 찾아온 앨빈의 도움으로 화를 면했다. 이후 레나는 앨빈을 포함한 몇몇 기사들의 도움을 받아 공주의 자리를 되찾으려 했다. 하지만 악신에 물든 에릭 왕자를 물리친 베르크 추기경과 돌아온 공주의 보복을 두려워한 귀족들의 반대로 왕위를 물려받지 못했다. 왕이 승하하고, 콘라드 왕국은 베르크 추기경에 의해 그라니아 신성왕국으로 재명명되었다. 레나는 예리엘 왕가의 재산 일부를 상속받아 예리엘 백작이 되었다. 그녀는 지도자를 잃어 힘이 빠진 테르탄 공작가와 영지전을 선포하고, 공작가를 병합해 예리엘 공작위에 올랐다. 레나는 왕위를 되찾기 위해 아이셀 왕국의 제1 왕자, 비비안 드 이사도라와 정략적으로 약혼했으나, 아이셀 왕국으로 가던 중 아이셀 왕국의 대마법사, ‘안젤리카 리디아 키르기스’가 보낸 암살자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

– 루티나 왕성에서 태어난 레오는 불행한 유년기를 보냈다.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레나와 넓은 들판에 숨겨졌고 눈을 떴을 때 들판은 온통 시체로 가득했다. 이후 레오는… (중략) …기사들을 이끌고 루티나 왕성을 습격한 레오는 에릭 드 예리엘 왕자를 몰아붙였으나, 그가 섬기는 아신, 오리아스의 저주에 죽었다. –

레나의 사진이 떠올랐다.

비록 왕궁은 아니지만 레나는 드넓은 저택을 배경으로 당당히 서 있었다. 고급스럽지만 거추장스럽지 않은 제복을 차려입은 그녀의 머리칼은 잘라버렸는지 짧았고, 레나의 주위에는 수많은 가신(家臣)들이 무릎 꿇은 채 그녀의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심장이 울렁거릴 지경으로 아름답고, 묵직한 위엄이 돋보이는 레나.

그녀는 사진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그녀의 눈에는 독기가, 앙다문 입술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민서는 가슴이 미어졌다.

압도적인 지배자의 풍모를 보이는 레나였음에도 그에겐 가녀린 동생이 애쓰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오빠를 보거들랑 권위와 체통을 벗어던지고 “오빠!”, 울면서 달려올 동생임을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홀로 애쓰던 레나는 암살당했다.

저 사진 속 레나의 미래를 알고 있었기에 더욱 안타까웠으나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었다. 민서는 떠올렸던 최악의 비극이 비껴갔음에 안도했다.

‘앨빈’이라는, 바르트 경의 친우이자 충성을 맹세하길 거부했던 제3 기사단의 기사 덕분이었다.

차마 친구를 죽이지 못하고 돌아온 바르트. 자기 대신 다른 기사를 보내 달라는 그가 안쓰러워서 앨빈을 살려두었다. 위험한 결정이라 생각하면서도 바르트를 몰아세울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우려했던 배신은 없었고, 앨빈은 레나의 비극을 막아주었다. 만약 그가 없었더라면 건달에게 붙잡힌 레나는… 떠오른 구체가 부르르 떨렸다.

민서는 정신을 다잡고 레나의 엔딩을 반복해서 읽었다. 캄캄했던 시야가 조금 밝기를 더했다.

이번 엔딩은 꽤 길었다. 알고 있었지만, 레나에겐 재능이 있었다. 시간과 여력이 있다면 그녀는 어떤 방식으로든 재능을 꽃피웠다.

옛날에 창관으로 달려갔을 때도…

당시 사진 속, 조소하는 레나의 천진난만하게 발가벗겨진 육체와 고혹적인 눈동자를 떠올리자 속이 뒤틀렸다.

시력을 잃지 않는다면…

눈살을 찌푸리며 혹시 결혼식에 오빠가 오지 않았을까 애타게 둘러보던 동생의 사진까지 떠오르자 민서는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내가 어떻게든 지켜줘야 할 아이다. 눈알에 쑤셔 넣어도 조금도 아프지 않을 내 동생이다. 혈연으로 묶였기 때문인지 유독 사랑스럽고, 욕심을 부렸던 과오 때문인지 늘 미안하기만 한 동생이었다.

더군다나 거지남매 시나리오에서는 레나를 가르칠 여력도 없고, 시간도 부족했다.

카데릭 드 예리엘, 콘라드 왕국의 왕이 죽으면 에릭 왕자가 왕위에 오를 것이었다. 그러면 어찌어찌 끌어모았던 기사들도 레오에게 등을 돌릴 터였다.

즉, 거지남매 시나리오는 시작 이후 일 년 반 이내로 혈통을 되찾아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다.

레나의 엔딩을 읽던 민서의 고민은 다른 쪽으로 옮겨갔다.

썩어 내린 레오와 차갑게 변해버린 레나를 애써 잊으며 다른 생각을 했다.

‘베르크 추기경. 역시 이 인간에게 뭔가 있었어.’

추기경이 에릭 왕자를 물리쳤다. 그러고는 왕국의 이름을 그라니아 신성왕국으로 바꿔버렸다.

‘이 인간은 에릭 왕자가 악신? 아신? 뭐가 됐건 간에 그것에 물들었다는 걸 알고 있었나? 그래서 왕의 목숨을 십 년이 넘게 붙들고 있다가, 레오가 나타나니까 싸움을 붙이려 한 건가? 본인이 왕국을 집어삼키려고?’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그라니아 신성왕국? 그라니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민서는 머리에서 정보를 쥐어짜 냈다.

기사들을 끌어모으며 혹시 도움 될 것이 있을까 이리저리 귀동냥한 수많은 이야기가 그를 헷갈리게 했지만, 스쳐 간 기억이 떠올랐다.

– “그라니아 보육원에서 내년부터는 데려가는 아이를 조금 줄이겠다는군요. 재정 악화가 원인이라는데…”

정보상을 열자 어떤 건달이 물고 온 정보였다.

‘잠깐만. 추기경도 비슷한 말을 했는데?’

왜 신력을 쏟아부으면서까지 왕의 목숨을 붙들고 있었냐는 질문과 본인이 내놓았던 [만인사제설]로 외통수에 몰린 추기경, 그는 이렇게 답했다.

– “…옛날 일입니다. 좋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치료비가 목적이었습니다. 그 돈이면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었으니까요. 내년부터는 그것도 끝이지만요.”

그라니아 보육원. 보육원은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받아들여 기르고 가르치는 곳이었다.

수상한 냄새가 난다.

만약 그라니아 보육원이 베르크 추기경이 세운 것이라면? 그가 왕실에서 받은 치료비로 뭔가를 꾸미고 있었다면?

‘역시 게스타브 페테르 백작이 열쇠였어. 두 사람은 부자관계인 게 거의 확실하니까…’

민서의 머리가 희망차게 굴렀으나, 곧 난관에 부닥쳤다.

두 사람은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추기경의 태도를 봐서는 레오를 도와줄 것 같지도 않았고, 페테르 백작도 레오를 알아보자마자 타티안 후작에게 일러바쳤다.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만, 답답해 죽겠다.

이 게임은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 것인지 조금도 알려주지 않았다. 오로지 추론에 추론을 통해 무언가를 알아내야만 했고, 실패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난이도에 인정도 사정도 없었다. 민서는 아신(兒神)이란 것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소름 끼치는 존재였다.

하늘에 떠오른 태양을 상대로 싸우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처럼, 그 오리아스라는 존재는 경외의 대상이지 투쟁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신력이 있고, 신이 존재하는 세상이긴 하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한탄하던 민서는 가까스로 정신줄을 부여잡았다.

포기하면 정말로 끝이다. 이 게임은 날 진짜로 죽일 생각이다.

[ 12/21 ]

카시아. 그녀 덕분에 한 시름을 놓긴 했다.

카시아의 굴레 퀘스트를 클리어하면서 트라이 횟수 제한이 하나 늘었다. 그리고 좀 전에 알았지만, 사망 카운트도 늘어나 있었다.

[ 사망하셨습니다. 3/4 ]

당장 낭떠러지에 몰리는 것은 피했다. 하지만 제한이 늘어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저 카운트가 다 차거나 넘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의문에 간접적인 대답이 되어주었다.

저 제약을 지키지 못하면 난… 죽을 거다. 자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게임은 나를 절대로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안 돼.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나는, 나는 아직 해본 게 없단 말이야……’

돌아가고 싶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정말 열심히 살겠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매일 안부 전화를 드리고, 채하에게 저지른 못된 짓들을 사과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겠다.

고시원에 틀어박혀 게임이나 하던 나날을 청산하고, 내 삶을 살아가겠다. 그러니 제발…

간절히 빌었으나, 주위는 어둠에 잠겨 고요할 뿐이었다.

민서는 엔딩 텍스트가 서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 것을 보고 다급해졌다. 그에게는 한탄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닥치고 다음을 준비하라는 듯한 무심함에 민서는 급히 머리를 굴렸다. 레오가 에릭 왕자를 몰아세운 순간을 떠올렸다.

‘말도 안 되는 난이도긴 하지만… 허점이 없지는 않아.’

오리아스를 조우하고 경악해 벌벌 떨었던 레오와 달리 민서는 한 발짝 뒤에서 객관적인 분석이 가능했다.

에릭 드 예리엘, 그는 처음에는 아신을 불러내지 않았다. 먼저 달아나려 했고, 궁지에 몰려서야 힘을 드러내었다.

뭔가 큰 제약이 걸려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 강력한 존재, 오리아스가 좁은 구멍 뒤에서 눈만 끔벅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소환된 소머리 괴물들도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어. 처음에는 고작 열 마리밖에 나타나지 않았고. 에릭 왕자놈이 괴물들을 치료하고 추가로 소환하긴 했지만…’

에릭 왕자는 기사들을 튕겨내는 주문도 연달아 쓰지 못했다. 레오가 재차 달려들자 꼼짝없이 칼에 맞을 위기에 처했다. 갑자기 나타난 보호막이 문제였지만.

이건 민서가 잘 아는 게임으로 해석한다면, 에릭 왕자는 괴물을 소환하는 소환술사이자 소환물을 치유하는 힐러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는 시체를 공양해 얻은 힘으로 괴물을 추가 소환하거나 치료했다.

그런 포지션을 맡은 역할군이 근접한 적을 밀어내거나, 보호막을 두르는 것은 게임에서는 흔한 시스템이었다.

‘애당초 그런 힘을 펑펑 사용할 수 있으면 진작 왕위에 올랐겠지. 뭣 하러 십 년이 넘게 왕자로 만족하고 있었겠어? 모르긴 몰라도 힘을 비축하고 있었을… 잠깐만!’

민서의 뇌리에 번쩍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루티나 왕성의 비밀통로. 통로 입구에 깔린 ‘둡’. 왕자가 공양한 시체들. 힘을 비축한 왕자…

공양한 시체들은 순식간에 썩어 사라졌지만, 만약, 그 통로에서 수없이 많은 인간이 죽었다면? 에릭 왕자가 힘을 축적하는 방법이 그것이었다면?

뭔가 퍼즐이 맞춰진 느낌이었다. 민서의 생각에 가속이 붙었다.

‘게다가 그놈은 결국 베르크 추기경한테 잡혔어. 추기경이 숨긴 뭔가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에릭 왕자가 보인 힘도 그게 전부였을 수도 있어. 만약 그렇다면…!’

잠시 행복회로가 돌아갔으나, 민서는 다시 침울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강하다.

괴물은 기사들도 잡을 수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그 눈! 그 눈깔이랑 에릭 왕자에게 씌워진 보호막을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 디버프 : 오리아스의 발자국 – 도발, 달아날 수 없습니다. 16년 11개월 29일 22시 40분 22초. ]

저 ‘도발’이라는 것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레오밖에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는 도발에 걸리지 않았다. 기사들은 광역 디버프에 걸려서 괴물들에게만 달려들었다.

그러니 에릭 왕자는 레오가 처리해야 하는데… 여기서 보호막이 문제가 됐다.

그걸 무슨 수로 깨뜨려야 할지…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시도에 신중을 기해야만 했다. 무작정 달려들었다가 실패하면 큰일이다.

에릭 왕자에게 몰래 다가가 죽여버리면 어떨까 싶지만, 놈에겐 말 한마디로 접근한 이들을 튕겨내는 힘이 있었다. 오리아스를 소환하는 것도 순식간이어서 실수하는 순간 똑같은 결말을 맞이할 터였다.

결국, 민서의 생각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베르크 추기경이 어떤 힘을 숨기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아무래도 그게 정상적인 루트로 보였다.

그때, 문자가 떠올랐다.

어느새 레나와 레오의 엔딩은 사라지고 없었고, 메시지는 평소와 같이 그를 다음 회차로 밀어 넣었다.

[ 레나 키우기를 클리어하지 못하셨습니다. ]

[ 레오, 당신은 아신(兒神)을 조우했습니다. 그 업적으로 {아신의 역사} 정보를 드립니다. ]

[ 다시 시작됩니다. ]

창공에서 떨어지는 영상.

정말 오랜만이다.

‘이 영상을 보는 것도 벌써 다섯 번째인가?’

[ 업적 : ‘13’번째 레오 – 플레이어가 레오에게 동화되는 속도가 미약하게 빨라집니다. ]

지긋지긋하다고 투덜거렸지만, 레오가 된 그의 눈앞에는 절대로 지겨울 수 없는 사람이 서 있었다.

평화롭게 산열매를 따는 레나.

그녀는 손을 재빠르게 놀리면서도 재잘재잘, “레슬리 수도사님께 들은 건데~”하며 즐겁게 떠들었다.

반갑다.

몇 년 만에 만난 친구가 눈물이 나게 반가워 그는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었다.

‘다시 돌아왔구나…’

데모스 마을의 레오는 허리춤에 무언가가 걸리는 것을 느끼며(산열매를 담는 가죽 주머니일 것이다.) 크게 심호흡했다.

지난번에는 이 친구를 신성왕국의 왕자랑 만나게 하겠다고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바르트에게 죽었다.

이번에는 절대 그러지 않겠……

손을 들어 앞머리를 넘기려던 레오가 멈칫 얼어붙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의 오른손바닥에 소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그것은 마치 여기에 죄인이 있음을 알리는 낙인과도 같았다. 그리고 {아신의 역사} 정보가 머리에 쏟아지며,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가끔 깡패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게 했던 문신.

레오의 왼팔에 새겨진, 여러 개의 나팔이 교차하는 문신이 새삼 달리 보였다.

바르바토스(Barbatos).

그건 사냥꾼인 레오의 아버지가 섬기는 아신의 문양이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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