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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33

1033화

위대한 예술가는 학파 막내의 발언에 진지하게 우려를 보냈다.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까지 상대한 적들을 생각해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이 광기로 오염됐을지도…

“진짜 만난 적 있습니다.”

물론 이한은 매우 억울해했다.

정말로 <카이로스의 셉터>를 사용해서 과거 차원의 젊은 해골 교장을 만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한이 자신이 만난 적 있던, 인간 시절의 젊은 해골 교장 이야기를 해주자 위대한 예술가는 구역질을 했다.

“그엑. 그에엑.”

“…아, 아니. 진짜 구역질을 하시는 겁니까?”

“그러면 이게 가짜 구역질로 보이냐? 내 귀와 영혼이 모욕당하고 오염되는 기분이었다.”

위대한 예술가는 진저리를 치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방금 위산이 역류하면서 자극된 점막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후.”

한숨을 내쉰 뒤 위대한 예술가는 처소 안을 한 바퀴 걸었다.

그리고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후.”

위대한 예술가는 처소 안을 두 바퀴…

“…저 나가도 됩니까?”

“잠깐, 잠깐만 기다려다오.”

위대한 예술가는 나가려는 막내를 말리며 부탁했다.

원래 예술가의 계획은 해골 교장을 묘사한 수백 개의 작품을 모으는 것이었다.

예술적 영감을 바탕으로 한 원시 마법과 고유세계의 힘을 빌린다 하더라도 무생물에게 영혼을 불어넣는 건 쉽지 않은 일.

그 가능성과 정확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작품 한 개로는 부족했다. 어쩌면 수천, 수만 개의 작품이 필요할지도 몰랐다.

“그런 계획이라면 제 도움이 필요합니까?”

“나 혼자서 만들면 한계가 더욱 명확해지니까.”

그리고 그 작품들에는 예술가 말고 다른 이들의 시각도 들어가야 했다.

예술가가 생각하는 해골 교장의 측면은 아무래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묵은 증오를 생각해보면 더 편향적일 수도 있었다.

기껏 완성한 존재가 기묘하게 뒤틀린, 한쪽 면모만 가진 존재라면 안하느니만 못한 일이었다.

“최대한 다양하고 세심하게. 그래야 완성도가 높아지겠지.”

“과연… 앗. 그런 거면 교수님들 불러올까요?”

이한은 밖에 있을 교수들이 신경 쓰여서 슬쩍 말을 꺼냈다.

다들 같이 해골 교장 밑에서 배운 적 있는 만큼 세심한 관찰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면모를 꺼낼 수 있을 터였다.

“예전에 이미 다 수집해놨으니 굳이 부를 필요 없다.”

‘이런.’

상대는 괜히 대마법사가 아니었다.

적의 앞잡이가 된 배신자들에게 필요한 게 있다면 연락을 끊기 전에 미리 다 받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네가 생각하는 그 미치광이의 모습을 들어보려고 했었는데… 도저히 안 믿기는구나.”

먼 미래 차원에서 날아온 제자들을 따뜻하게 환대해주며 공손하게 챙겨주는 해골 교장이라니.

예술가는 너무나도 끔찍한 가능성에 온몸이 뒤틀리고 뇌가 파괴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을 몇 번 말하시는 거야?’

“…그 면모가 사실이라면, 내 작업에는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건 선량하고 정의로운 고대의 대마법사니까.”

마침내 충격에서 회복한 예술가는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며 각오를 다졌다.

만약 이한의 말이 사실이라면 예술가의 작업에는 커다란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해골 교장을 이루는 수백 가지의 측면을 구성한 뒤 그걸 선량하고 정의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해야 하는데,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존재가 있다면…

…믿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있다면 거부해서는 안 됐다.

“그렇다면 시작하도록 하자꾸나. 자… 그 젊은 해골 교장을 만났을 때 마법학교 이야기를 했다고 했었지?”

“예.”

“본인은 어떤 마법학교를 생각했나? 엄한 규율로 다스려지는, 정의로운 마법사들의 학교?”

위대한 예술가는 최대한의 노력으로 추측해보았다.

“어. 아뇨. 따뜻하고 사랑 넘치는 곳을 생각하시던데요.”

“……그렇군. 다음…”

“괜찮으십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예술가는 휘청거렸다. 이한은 살짝 걱정이 됐다.

“젊은 해골 교장은 거기서 뭘 하고 있었지? 왕국의 영토를 늘리기 위해서 전쟁이라도 벌이고 있었나?”

“아뇨. 오히려 왕족인 건 부끄러워서 숨기시고 다니시던데요. 대륙에서 고통을 없애시겠다고 비밀결사를 만들어서 불행한 자들을 돕고 다니…”

“그만! 그만!”

예술가는 고통이 가득한 새된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그 미치광이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니. 그렇다면 나는 대체 왜 포악한 미치광이를 만난 것이냐? 나도 운이 따랐다면 선량한 미치광이 밑에서 배울 수 있었을 텐데!”

“…저도 동감합니다!”

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

위대한 예술가는 감정이 북받쳤는지 이한을 끌어안고 통곡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과거가… 이런 말도 안 되는 과거가 있었다니…! 그럼 다른 제자들은 왜 그렇게 고생을 해야 했단 말이냐!”

“…힘내십시오! 선배님께서는 지금 아무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하고 계신 겁니다. 모든 제자 분들의 한을 풀어주시는 거란 말입니다!”

상대 선배의 고통스럽고 절절한 심정은 이한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었다.

학파 막내의 진심 어린 응원을 들은 예술가는 마음 속 깊이 감동을 받았다.

이 위로는 같은 지옥을 공유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위로였던 것이다.

“…고맙다. 이 위로는 잊지 않으마. 설령 네가 교수가 되더라도 배신자 취급은 하지 않도록 하지.”

“……”

그럼 원래는 하려고 했단 소리였나?

이한이 어이없어하는 사이 예술가는 정신을 차리고 이야기를 마저 캐물었다.

확실히 막내의 경험담을 들으니 수많은 영감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그리고…

‘신기하군.’

예술가는 새삼스럽게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해골 교장 밑에서 마법을 배운 제자들은 여럿 있었고 그 중에는 야심을 드러낸 자들도 있었지만, 이렇게 해골 교장의 젊은 시절과 직접 대면한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야심 하나 없이 과업을 계승하려는 운명으로 걸어가는 마법사기에 가능한 일일까?

“왜 그러십니까?”

“아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 너라면 정말 진정한 후계자이자 계승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제가 뭘 잘못했길래 이러시는 겁니까?”

참다 참다 폭발한 후배가 노려보자 예술가는 당황했다.

이번에는 정말 아무 의도 없이 한 말이었던 것이다.

*         *         *

“수고했다. 오늘 들은 걸 갈무리하면 페트로가드와도 작별이겠구나.”

위대한 예술가는 작품들을 한 곳에 다시 수납하며 말했다.

오늘 들은 걸로 몇 개의 작품이 나올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동안 막힌 작업에 많은 진전을 불러올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럼 마법이 완성된 겁니까?”

“그렇게 쉽지는 않지. 언제 완성될지는 모르겠구나.”

예술가는 가면 속에서 쓰게 웃었다.

오늘 이렇게 진전이 있음에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게 마법의 어려운 점이었다.

“언젠가 완성된다면 편지를 보내주마. 자. 이렇게 도와줬는데 선배로서 보답을 안 할 순 없겠지?”

“!”

선배의 말에 이한은 크게 감동받았다.

역시 같은 학파 사이에는 끈끈한 정이 있기 마련이었다.

물론 에인로가드 부여 마법 학파 같은 예외도 있긴 했지만 그건 정말 예외였고…

“마법을 도와주마.”

“……”

이한은 살짝 시무룩해졌다.

비싼 작품을 선물로 줄 줄 알았던 것이다.

“음악 마법에 재능이 있다고 했지?”

“예. 그런데 재능이라기보다는 마력의 힘으로…”

“그것도 같은 말이야.”

예술가는 굳이 그걸 구분해서 겸손하게 행동하는 막내 후배의 모습에 그러지 말라는 듯이 손짓했다.

“너도 아마 짐작하고 있겠지만, 음악 마법은 언령 마법으로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미치광이는 하나하나 나눠서 세심하게 가르쳐주지 않았겠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이한은 깜짝 놀랐다.

해골 교장은 본인이나 분신이나 바로 언령 마법부터 배우라고 징징댈 만큼 그 목표가 높았던 것이다.

예술가는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놀랍지도 않지. 절벽 밑으로 던져놓고 죽기 싫으면 스스로 깨달으라고 하는 작자니… 하지만 나는 선배로서 내가 먼저 배운 걸 네게 알려주고 싶다. 음악 마법을 배웠다면 그걸 주문에 활용하기 시작해라. 그러면 언령 마법으로의 길도 자연스럽게 열리게 되어 있으니까.”

이한은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만큼 예술가의 말이 난해하고, 또 그 다루는 마법의 분야가 희한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원시 마법에 속하는 음악 마법은 관심 있는 마법사가 그리 많지도 않았으니…

“이런 거다. 빛을 탐내서, 물에 담으니, 그 물 사라져, 후회만 남네.”

예술가는 그리고 나서 어떤 추가 동작도 하지 않았다.

별다른 시약 투입도, 마법에 있어서는 기본적인 마력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허공에서는 물로 된 분신들이 여럿 나타났다. 매우 완성도 높은 분신이었다.

‘어떻게?!’

주문의 역할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다른 요소들을 전부 빼버린 채 주문만으로 마법을 구현하다니.

“언령 마법입니까?!”

“역시 영특하구나. 하지만 언령 마법은 아니다. 언령 마법은 훨씬 더 완성도 높게 압축되어 있지… 이건 그 사이의 마법이라고 보면 된다.”

방금 위대한 예술가의 주문에는 음률이 담겨 있었다.

음악을 사용한 원시 마법의 수법을 주문에 부과해 그 위력을 증폭시킨 것이다.

언령까지는 아니더라도 실로 놀라운 위력이었다.

“미리 말해두겠지만 언령처럼 편리하지는 않다. 음악 마법을 써봤다면 알겠지만 주문의 길이가 짧으면 증폭이 힘들어. 어느 정도 주문이 긴 마법에 적합하지.”

이건 부여 마법을 다루는 아티팩트 장인에게 특히 어울리는 수법이었다.

이런 마법사들은 몇 개의 마법을 연속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니 주문의 길이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선배님. 저는 음악 마법도 시전할 수 있는 게 몇 개 안 됩니다만.”

이한은 걱정스러운 부분을 지적했다.

이런 원시 마법이 대개 그렇듯 시전자의 적성을 크게 타는 것이다.

이한도 감성이 맞지 않는 곡은 잘 쓰지 못했는데, 이렇게 폭넓게 주문에 다 적용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예술가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는 비전의 마법이 걸려 있다. 너나 나 같은 음악 마법사를 위한 마법이지.”

음률을 주문에 고착시켜 강제로 성공시키는, 일종의 소세계에 가까운 비전.

그 말을 들은 이한은 크게 놀랐다.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마법이 있습니까?”

“그래. 그것도 차차 알려줄 테니 일단 주문부터 외워보려무나.”

고민하던 이한은 신중하게 마법을 선택했다.

주문이 길고, 난이도가 높아서 별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마법이라면…

“버두스의 이름으로 지팡이를 휘두르니…”

“왜 하필? 아, 아니. 계속해라.”

이한은 몇 번 연습한 적 있지만 실패했던 5서클 복합 부여 마법, <비블레의 날아다니는 검>을 꺼내들었다.

교수의 공방에서 가끔 호기심에 연습하다가 실패하면 버두스 교수가 ‘그게 어려워?’하면서 속을 박박 긁었기 때문에 연습도 남몰래 해야 했던 마법이었다.

‘<비블레의 비행 부여>, <비블레의 관통 부여>, <비블레의 적의 감지>…’

필요한 마법들을 제한 시간 내에 빠르게 연속으로 시전하면서 서로의 균형을 깨뜨려서는 안 됐다.

이한은 주문에 음률을 담았다. 반드시 완성하겠다는 의지가 주문을 더욱 격렬하게 만들었다.

쉭!

바닥에 놓인 검이 마치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듯 솟구쳤다.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성공이었다.

“성, 성공한 겁니까?!”

“그래.”

“대체 무슨 비전 마법입니까?”

이한은 놀라워하는 와중에도 질문을 던졌다.

대체 어떤 마법이길래 음악 마법의 힘을 이렇게 증폭시켜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혹시 위대한 예술가가 직접 만든 소세계인가?

‘그렇다면 배우고 싶다.’

“사실 아무것도 안 걸려 있다.”

“네?”

“아무것도 안 걸려 있다고. 너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거짓말 좀 해봤다.”

“……”

이한은 왜 가르시아 교수가 선배들을 별로 안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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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Graduate student Yi-han finds himself reborn in another world as the youngest child of a mage family. – I’m never attending school, ever again! ‘What do you wish to achieve in life?’ ‘I wish to play around and live comforta-‘ ‘You must be aware of your talent. Now go attend Einroguard!’ ‘Patriarch!’ My future would be guaranteed once I graduate. For my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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