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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35

1035화

“어, 이래도 됩니까??”

화살처럼 빠르게 날아가는 와중에도 이한은 의문을 품는 걸 잊지 않았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미친 기사가 찾아온 상황에서 선배만 두고 이렇게 빠져도 되나?

“강력한 전투 마법사가 두 명이나 빠지면 선배님도…”

“이한 학생! 스스로를 높게 평가하는 건 좋지만! 이건! 이한 학생이! 낄 필요가 없는! 일이에요!”

팟!

가르시아 교수가 공간 도약으로 뒤를 따라오며 말했다.

현재 볼라디 교수는 근력 강화를 비롯해 시간 가속, 공간 단축 등 상당히 고난이도의 복합 강화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눈 한 번 깜박하면 사라져 있을 수준의 속도.

그걸 따라가기 위해서는 가르시아 교수도 이를 악물고 공간 도약을 시전해야 했다.

‘나 원 참. 자신감을 좀 가질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지만 본인을 배그렉 교수님하고 같이 놓다니.’

“아뇨. 강력한 전투 마법사는 교수님들을 말한 건데요.”

“…나 전투 마법사 아니에요, 이한 학생!”

가르시아 교수가 황당함이 가득한 비명을 질렀다.

그 탓에 공간 도약이 한 차례 늦어지고 가르시아 교수가 비틀거리자 볼라디 교수도 움직임을 멈췄다.

“이 정도면 되겠군.”

“감, 감사합니다. 교수님.”

“저도 감사합니다?”

이한도 가르시아 교수와 같이 감사인사를 했다.

끝에 물음표가 붙은 이유는 아직 정말 감사한 일이 맞는지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미친 기사가 찾아왔는데 두고 가는 건 좀…”

“걱정 안 해도 정말 괜찮아요. 선배님은 혼자서도 충분히 따돌릴 분이시니까.”

가르시아 교수는 정말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현재 제국, 정확히는 에인로가드 바깥에서 보이는 해골 교장의 옛 제자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몸 하나 챙기는 실력을 확실히 갖고 있었다.

그런 능력이 없는 제자들은 이미 예전에 징벌방에 잡혀 들어간 것이다.

위대한 예술가의 실력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강한 기사라 하더라도 순식간에 농락하고 빠져나오리라.

“아무리 그래도 좀 걱정되는…”

“크윽!! 이 주문쟁이!!! 또 사라지다니!!! 나오란 말이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 멀리서 아까 기사의 분통 터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르시아 교수는 그것 보라는 듯이 말했다.

“봤죠?”

“그, 그렇군요.”

이한은 실망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애쓰며 말했다.

“그런데 교수님. 저는 선배님이 이렇게 버… 아니, 다른 흔한 부여 마법사들처럼 약속을 지키지 못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선배님이 버… 아니, 다른 부여 마법사들처럼 약속을 못 지키시는 분은 아닌데요.”

가르시아 교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놓고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는 버두스 교수와 달리 예술가는 비교적 약속을 잘 지키는 편이었다.

그런 사람이 저렇게 지키지 못하고 도망치다니.

“혹시 선배님이… 아니. 아니에요. 이건 너무 과한 생각일지도.”

“!”

가르시아 교수가 말끝을 흐리자 이한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혹시 제가 생각하고 있는 그게 맞습니까?”

“…맞을 거예요. 이한 학생. 바로…”

“저 기사가 교장 선생님의 첩자고, 선배님은 그걸 알아차리신 거군요.”

“완전히 틀렸어요!!”

제자의 풍부한 상상력에 가르시아 교수는 경악했다. 심지어 볼라디 교수도 희미하게 놀란 것 같았다.

“아닙니까? 이거 말고는 안 떠오르는데요.”

“선배님의 작업이 막히신 거죠. 마법이 막히지 않았다면 저렇게 도망치실 이유가 딱히 없거든요.”

큰소리치고 의뢰를 받았지만 예상치 못한 일로 작업이 막힌 부여 마법사는 두 경우로 나뉘었다.

하나는 버두스 교수처럼 당당하게 ‘막혔어! 내 잘못 아니야! 난 최선을 다했어!’하고 외치는 것.

다른 하나는 도망쳐서 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것.

예술가는 전형적인 후자였다.

“예? 그냥 상황을 설명하고 시간을 더 달라고 하면 안 됩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이한 학생. 그런 부끄러운 짓을 어떻게 하겠어요?”

자존심을 갖다 버리는 수치스러운 행위에 가르시아 교수는 생각만 해도 싫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심지어 볼라디 교수도 그건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한은 괜히 억울했다.

‘내가 이상한 건가?’

“일단 가서 좀 말려보죠. 페트로가드 학생들이 피해를 보겠어요.”

예술가를 놓친 가리히 가문의 기사는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페트로가드 학생들을 사방으로 도망가게 만들고 있었다.

같은 마법학교의 교수로서 저걸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알겠소.”

“잠깐!”

볼라디 교수가 나서려고 하자 가르시아 교수는 재빨리 말렸다.

“?”

“…제가 할게요!”

“아니. 교수님 전투 마법사 아니시잖아요.”

이한은 방금 배운 걸 잘 써먹었다. 가르시아 교수는 지나치게 똑똑한 제자를 노려보았다.

‘사람 속도 모르고!’

볼라디 교수를 보냈다가는 저 기사한테 필요 이상의 부상을 입힐 수 있었다.

저 기사가 난동을 피우는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선배의 탓도 있는 만큼, 상대에게 너무 가혹하게 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가르시아 교수는 제자가 그 사이 많이 성장했다는 걸 놓치고 있었다.

당연히 이한은 가르시아 교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했다.

“제가 배그렉 교수님하고 같이 가겠습니다. 상대가 다칠 것 같으면 말리고요.”

“…이한 학생. 내가 이한 학생의 실력을 무시하는 건 아닌데, 괜찮겠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교수님도 말하면 들어주실 거고요.”

이한의 말에 볼라디 교수는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시아 교수는 든든하면서도 좀 다른 의미로 걱정이 됐다.

‘제자 말을 너무 잘 들어주시는 거 아니야?’

에인로가드의 교수들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을 어느 정도 의심하는 습관이 있어야 했다.

‘교수에 대한 학생의 투쟁’이 바로 에인로가드를 상징하는 비공식 표어 중 하나였던 것이다.

물론 자신도 남 말 할 처지가 아니긴 했지만…

“그럼 가보겠습… …교수님! 같이 움직이셔야죠!!”

이한은 벌써 저 멀리 사라진 볼라디 교수를 허겁지겁 쫓아갔다.

*         *         *

가리히 가문의 람은 뛰어난 기사였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방심이었다.

현재 여기에는 기껏해봤자 페트로가드와 발드로가드의 마법사들만 있다는 방심!

그 방심이 기사의 발목을 잡았다.

“…어억?”

볼라디 교수는 그림자를 투영해서 만든 저주의 단검을 상대의 팔다리에 하나씩 꽂아 넣은 뒤 빠르게 간격에서 빠져나왔다.

기습을 당하자마자 반격한 람은 상대가 사라졌다는 사실과 팔다리가 쇳덩어리를 묶은 것마냥 무거워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강하다!’

예술가 내놓으라며 화를 내던 람은 분노가 사라지고 머리가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

그만큼 방금 당한 일격은 치명적이었다. 여러 마법이 연계된 저주였는지 불타는 마력을 퍼부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적의 정체도 확인하지 못했는데 이런 저주를 당하고 시작하다니. 믿지 못할 실수였다.

쿵!

“크윽!”

동시에 강한 염력이 기사를 억눌렀다. <워다나즈의 염력>이었다.

“페트로가드에서의 난동으로 제압하겠습니다.”

“감, 감히…! 으윽!”

기사가 온몸의 마력을 순환시키며 염력의 족쇄를 이겨내려고 하자 이한은 바로 <까마귀의 사안>을 추가로 시전했다.

그러자 거기에 맞서 기사는 온몸을 불태웠다.

불타는 마력이란 비유가 아닌, 실제로 몸이 불타고 있었다.

“흐으으읍!”

‘마력 폭발!’

이한은 보기 드문 기사의 기술에 놀라워했다.

마법사만큼은 아니지만 기사도 마력에 속성을 담을 수 있었다.

지금 눈앞의 기사는 몸 안의 마력에 화염 원소 속성을 극대화시킨 뒤 폭발시킨 게 분명했다. 마법이라고 하기에는 단순했지만 그 위력은 확실히 대단했다.

<까마귀의 사안>은 물론이고 몸을 짓누르던 염력도 일순간 몰아낸 것이다.

“마법사 주제에 기사 앞에 안일하게 나타나다니!”

아직 저주의 단검은 풀리지 않았지만, 람은 남은 마력으로 팔다리의 힘을 보완하며 이한을 붙잡으려고 했다.

마법이 튕겨나간 이상 마법사에게도 어느 정도 충격이 있으리라.

그리고 그 순간 다시 염력과 사안이 시전됐다.

“커허헉…! 어, 어떻게?!”

설마 상대가 마법을 튕겨내든 말든 계속 마력을 퍼부어 마법을 시전할 수 있다고는 상상하지 못한 기사는 풀썩 쓰러졌다.

이한은 살짝 미안해져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일단 진정하시고…”

“발… 발드로가드 마법사가 왜 이리 강… 커헉!”

‘아차.’

순간적으로 염력의 출력을 높인 이한은 재빨리 멈췄다. 그러나 상대는 이미 기절해버렸다.

옆을 보니 볼라디 교수가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변명했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         *         *

정신을 차린 람은 솔직하게 사과했다.

꼭 제압당해서는 아니었다. 원래 제국의 기사로서 다른 마법학교의 영지에서 행패를 부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었던 것이다.

“…다들 미안하게 됐네. 부끄럽군.”

“예술가한테 무슨 의뢰를 하셨길래 그렇게 분노하신 겁니까?”

“음. 이야기가 긴데.”

람은 썩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볼라디 교수가 뒤에서 천천히 움직일 준비를 했다. 누가 봐도 고문 준비였다.

이한은 기겁해서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부디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저희가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게… 알겠네. 말해주도록 하지.”

고민하던 기사는 결국 포기하고 입을 열었다.

이렇게 붙잡힌 이상 앞의 마법사들이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제국 불의 기사단 소속 기사인, 가리히 가문의 람은 어렸을 때부터 미래를 약속한 연인이자 소꿉친구가 있었다.

그러나 이 연인은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고 결국 마법 역병을 이기지 못하고 요절해버렸다.

슬픔을 깊숙이 가슴 속에 간직한 기사는 위대한 예술가를 찾아갔다.

생전의 연인을 추억할 수 있는 작품을 얻기 위해서.

“……”

“……”

사정을 들은 이한과 가르시아 교수는 진땀을 뻘뻘 흘렸다.

죄책감 때문에 땀이 멈추질 않았다.

“…교수님!!”

“나, 나도 몰랐어요. 이한 학생. 이 정도 사연일 줄은 몰랐죠!”

가르시아 교수와 별개로 직접 마법으로 제압에 참가까지 한 이한은 죄책감이 두 배였다.

“안 되겠습니다. 사정 설명이라도 해줘야겠어요.”

“그러도록 해요. 이한 학생!”

둘은 이야기를 끝낸 다음 접근했다. 기사는 쭈뼛거리는 두 마법사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무슨?

“실은 그게 말입니다…”

30분 후.

설명을 다 들은 붉은 머리칼의 기사는 인상을 찌푸렸다.

“과연. 그런 거였소?”

“저희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죄송합니다!”

같은 학파의 후배로서 가르시아 교수와 이한은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그러나 람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네. 아예 포기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니 차라리 낫군. 그런데 대체 왜 이유를 설명하는 걸 피하는 거지?”

“…그러게 말입니다!”

이한은 매우 공감했다.

그냥 설명해주면 될 것을, 자꾸 도망치니 이 원래는 선량한 기사가 폭발한 것 아닌가.

툭툭툭-

포박에서 풀려난 람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먼지를 털어냈다.

“너무 미안해할 것 없네. 나도 부끄러운 짓을 했으니 서로 잊도록 하지.”

“크흑. 기사님의 넓은 아량은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지 말라니까… 페트로가드의 마법사들에게도 사과 전해주게. 직접 하지 못해서 미안하군. 이렇게 뛰어난 마법사들한테 너무 행패를 부렸어.”

기사는 자신이 봤던 페트로가드 마법사들의 작품을 하나하나 칭찬하며 미안해했다.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역동적인 와이번 조각상(날개가 좀 틀리게 생겼지만)과 밤의 연못에서 헤엄치는 아름다운 달의 정령 그림.

예술가가 머물던 방에 걸려 있던, 살아 움직이는 왕자 그림…

“확실히 페트로가드 마법사들은 뛰어난 구석이 있습니다.”

이한은 솔직히 인정했다.

위대한 예술가와의 대화로 생각이 바뀐 것이다.

발드로가드와 달리 페트로가드는 확실히 뛰어난 구석이 있었다.

“…잠깐만요.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무슨 그림이요?”

“밤의 연못에서 헤엄치는 아름다운 달의 정령 그림 말인가? 생각해보니 독늪에서 걸어나오는 언데드였던 것 같…”

뒷말이 신경 쓰였지만 이한은 넘어갔다. 더 중요한 게 있었던 것이다.

“처소 안에 왕자 그림이 있었다고 하셨습니까? 살아 움직이는???”

“맞네. 아주 친절하던걸. 혹시 어떤 왕자인지 아나?”

“……”


           


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Becoming a magic school mage(official), Guide de survie à l'école de magie, How to Live as a Magic School Wizard, Life of a Magic Academy Mage, Magic Academy Survival Guide, 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厌学魔法师想毕业, 魔法学校で魔法使いとして生きる方法, 魔法學校 魔法師로 살아가는 法,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Graduate student Yi-han finds himself reborn in another world as the youngest child of a mage family. – I’m never attending school, ever again! ‘What do you wish to achieve in life?’ ‘I wish to play around and live comforta-‘ ‘You must be aware of your talent. Now go attend Einroguard!’ ‘Patriarch!’ My future would be guaranteed once I graduate. For my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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