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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6

질풍단 (2)

칸.

그는 질풍단의 부단장이었던 인물이다.

아라함 영지에서 병사 중 가장 높은 레벨인 230이었다.

그는 실제로 기사와 싸워도 이길 수 있는 실력자였다.

그는 일부러 현수의 옆에 서서 길잡이를 자처하고 있었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다.

‘그 특별한 힘을 제외하고 큰 힘이 없으시다면 내가 병사들을 지켜야 해.’

병사들은 지금 두려워하고 있다.

병사들이 위험에 빠졌을 때 그들을 구해야 하는 건 다름 아닌 기사다.

그런데 그런 기사가 정작 자신의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할 정도라면 병사들이 죽는다.

그렇게 나란히 함께 걷던 때였다.

사아아아-

칸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평소와 다르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칸은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아라함 영지에 머물렀다.

아라함 영지는 푸른 잎이 있는 곳에 잠들어 있는 거인왕을 중심으로 계속 거인들을 강림시킨다.

즉, 리스폰되는 거다.

칸이 숱하게 돌아봤던 이 숲에 알 수 없는 기운이 감도는 것 같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땅의 진동이다.

“기사님,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칸이 땅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도대체 뭐지……?’

이곳 아라함 영지에 준남작 작위를 받은 유저들이 오는 것은 일종의 귀족 튜토리얼이다.

항상 정해진 구역 내에서, 정해진 양의 몬스터들을 병사들과 함께 사냥하는 거다.

‘이 발걸음 숫자는 도대체 뭐야?’

그가 소름 끼치는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더불어 이미 토벌대는 거인들만 안 만났지 중반 지점에 이른 바.

‘왜 거인들도 안 나타나는 거지?’

이상한 일이다.

토벌대는 몇 마리씩 나타나는 오우거들을 사냥하며 나아가 비로소 오우거 족장을 죽이면 되었다.

그런데 벌써 열을 사냥했어야 할 오우거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있다.

‘설마……!’

칸은 먼 곳에서 느껴지는 커다란 진동들을 느꼈다.

그 진동은 수십 개의 육중한 무게를 가진 존재들이 다 함께 밀고 들어오는 소리였다.

중간중간 사냥하지 않았던 놈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거다.

“기사님…….”

칸은 떨리는 눈으로 옆의 현수를 올려다봤고 현수가 물었다.

“이방인들은 신비의 메시지를 듣는다는 것 알고 있나, 칸?”

알림을 말하는 거였다.

칸 역시 알고 있다.

신비의 메시지이나 알림이란 그것은 간혹 이 땅에 살아가는 자신들도 듣곤 하니까.

“방금 그 메시지에 이렇게 떠올랐다.”

“그게 뭡니까?”

“거인왕이 깨어났다.”

칸의 얼굴이 처참히 일그러졌다.

***

특별유저관리팀.

김태석 팀장은 이지희 사원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현수 유저가 훌륭한 성과로 토벌도를 올려도 결국 35% 선에 그칠 거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기사 튜토리얼은 거기까지가 한계다.

그런데 한 특별한 일에 의해 김태석 팀장의 생각은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 일의 시작은 오만한 기사로부터 비롯되었다.

김태석과 이지희는 계속 그 기사 NPC를 관찰했다.

그의 이름은 바로 룩크. 다름 아닌 룩부르크 후작의 아들이었다.

룩부르크 후작의 유일한 자식인 룩크는 왕국의 뛰어난 인재 5인 중 하나다.

이 뛰어난 인재 5인은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자들을 통칭한다.

룩크는 차근차근 검술을 연마하고 오면서 최근 왕국 기사단에 속하게 되었다.

룩부르크라는 배경이 있고 이미 귀족임에도 그가 그 길을 걷는 이유는 검의 나라에 걸맞은 인재가 되기 위함이었다.

아무튼 막 작위를 받은 이들보다 뛰어난 기사 룩크는 다소 오만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 룩부르크 후작이 좌천되고 말았다.

기사 작위를 받은 룩크는 위기감을 느꼈다.

아버지의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명성에 흠집이 나진 말아야 한다.

여기서 우리 가문의 힘을 보여 주자.

무조건적으로 기사가 되면 와야 하는 아라함 영지.

그는 과연 발군의 지휘력과 뛰어난 실력으로 단숨에 맡은 몫의 토벌을 진행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발한다.

더욱더 큰 공을 세워야 한다.

더욱더 이름을 높이 알려야 한다.

또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는 푸른 잎이 있는 곳에 병사들과 발을 들였다.

병사들은 제지할 수 없었다.

그 누가 아라함 영지의 새로운 주인이 된 룩부르크 후작 아들의 말을 거역한단 말인가?

푸른 잎이 있는 곳은 숙련된 자들만 들어갈 수 있으며 매뉴얼이 있다.

하지만 룩크는 그조차도 모르고 들어갔다.

그 안일함에 오랜 시간을 잠들어 있던 보스 몬스터인 거인왕이 서서히 깨어나려 하고 있다.

“아까 한 말 취소야. 40% 이상을 올릴 수 있어졌어.”

김태석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었다.

“거인형 몬스터들의 리젠률이 2배로 증가했고 저런 상황에서 더 많은 몬스터들을 사냥하면 토벌도는 더 많이 오를 수밖에 없지.”

이지희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죠. 사냥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비롯되니까요.”

태석은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맞아, 일단은 살아남았을 때의 이야기지.”

***

[오래도록 잠들었던 거인왕이 깨어납니다.]

[몬스터 리젠률이 2배 늘어납니다.]

[거인형 몬스터들이 왕의 등장에 모여듭니다.]

[모여든 거인형 몬스터들이 흉폭해집니다.]

[명을 받은 거인형 몬스터들이 돌진을 시작합니다.]

현수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토벌대 대장으로서 말을 타고 가며 이상하단 생각은 했었다.

‘왜 몬스터가 한 마리도 없는 거지?’

몬스터가 없던 이유가 방금 전의 그 알림을 통해 드러났으며 알림은 붉게 점멸하고 있었다.

[경고.]

[경고.]

[신속히 벗어나시길 권장합니다.]

이 알림은 유저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들리는 알림이다.

보통 이런 류의 알림은 받은 퀘스트의 수준을 아득히 넘었을 때 벌어진다.

[왕국 퀘스트: 오우거 족장 사냥의 페널티는 작위 박탈입니다.]

하지만 이 알림 시스템엔 함정이 있다.

‘갑자기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 해도 페널티가 변하지 않아.’

오우거 족장 사냥 실패는 어쩌면 이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원전멸.’

자신을 못 미더워하는 이들에게 진가를 보여 주고 수월하게 토벌도를 올리려 했던 현수에겐 당혹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병사들도 멀리서 오는 거인 떼들을 발견했다.

“히, 히이이이익……!”

“뭐, 뭐야!”

“설마 거인왕이 깨어난 건가? 전설에 따르면 거인왕이 깨어나면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고 했어.”

병사들의 얼굴이 더 하얗게 질렸다.

“주, 죽을 거야.”

[병사들의 사기가 10% 저하됩니다.]

[그들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7%씩 하락합니다.]

현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병사들은 혼비백산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때 현수의 옆에 서 있던 칸이 말했다.

“후퇴하셔야 합니다. 지금 후퇴하지 않으면 전부 죽습니다. 평소에 우리는 놈들을 2~3마리씩 사냥해 왔습니다.”

칸이 멀리서 보이는 놈들을 보며 신음했다.

“지금 눈에 보이는 놈들만 스무 마리에 이르고 있습니다. 당장 퇴각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현수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 된다.”

“……지금 귀족으로서의 자존심을 챙길 때가 아닙니다.”

칸은 화를 삼켰다. 혹 자신의 작위 박탈을 걱정해서인가?

고작 그런 것으로 서른 명의 병사들이 무고한 죽음을 맞이해도 된다 생각하는가?

“후퇴해도 죽는다.”

그러나 칸은 깨달았다.

‘뭐지……? 이 사람……?’

그는 냉정하게 현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제야 칸이 거인들의 달리기 속도와 병사들의 속도를 머릿속에서 계산했다.

‘뒤를 보이면 곧 따라잡혀 죽는다.’

더 속수무책으로 죽을 확률이 높다.

도망치다 잡혀 죽는 것과 대비하다 싸우다 죽는 것의 차이는 크다.

승산은 대비하다 싸우는 것이 더 높다는 것이 현재의 수다.

사실 그마저도 매우 희박해 보였다.

즉, 진퇴양난.

이 순간 칸은 희생정신을 보였다.

“……병사들을 이끌고 도망치십시오.”

칸은 어지간한 기사들만큼의 힘을 낸다.

기사들은 혼자서 오우거 세 마리 정도는 상대한다.

물론 자신 혼자서 스무 마리와 싸우는 것이기에 약 몇 분의 가능성을 버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병사들과 현수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그리고 현수의 머릿속은 이미 빠르게 회전하고 있다.

거인 떼와 자신들의 거리 400m.

350m.

300m…….

“어서 명령을……!”

겁에 질린 병사들과 재촉하는 칸.

그리고 달려오는 거인 떼들 사이에서 현수의 주변이 고요해진다.

‘기사로서도 싸우며, 대장장이로도 싸운다.’

대장장이로 싸우는 방법.

현수는 비록 누군가를 이끌어 본 적은 없으나 무기에 대한 이해도가 월등하다.

“창을 든 기사들은 내가 지정하는 포지션에 따라 서라.”

칼은 일순 돌변한 그의 카리스마에 놀랐다.

“활을 든 자들은 앉아쏴 자세로 명중률을 높여라.”

그리고 수십 그루의 나무 위를 가리켰다.

“검을 든 자들은 나무 위에 올라가 대기하라.”

시간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훨씬 강압적이고 그들이 저항할 틈도 주지 않기로 한다.

“명령이다.”

현수는 이끄는 법은 잘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고 있다.

“나는 너희들을 이끌고 왔고 개죽음당하지 않게 하마. 아무도 죽지 않겠단 확언은 하지 못한다.”

현수가 두려움에 질린 병사들을 보며 쓴웃음 지었다.

“그래도 도망치다 죽는 것보다는 훨씬 값진 도전이 될 터.”

칸은 그 말에서 알 수 없는 자부심을 느꼈고 병사들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앞장서 말했다.

“명 받듭니다!”

그에 따라 겁에 질렸던 병사들도 살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칸은 현수의 바로 옆에 섰다.

어느새 150m.

칸이 물었다.

“어쩌실 겁니까?”

130m.

“크훠어어어어어!”

“크하아아아아아!”

“크르으으으!”

[오우거 Lv.275]

110m.

“지금 몰려오는 놈들을 쓸어 버릴 거다.”

그렇게 말하면서 현수는 천근활을 꺼냈다.

그것을 본 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 봤자 고작 두 발밖에 쏘지 못합니다.”

현재 거인 떼들의 속도와 활시위를 퉁기는 속도를 감안했을 때 고작 두 발.

한두 발로 가능성을 만들 수 있는가?

칸은 부정했다.

방금 현수의 그 모습에서 강한 지휘관의 면모를 보았다.

하지만 알게 되었다.

그것은 오만이었으며 빗나간 예상이었다.

고작 두 발의 화살로 저놈들을 어찌할 수 없다.

그때 현수의 머리 위에서 아주 작은 광물과 나무의 줄기 같은 것들이 떠올랐다.

줄기가 빠르게 깎이며 단단하고 기다란 화살대를 형성했다.

그리고 날카로운 화살촉이 화살대와 결합된다.

철컥-

현수도 알고 있다.

고작 한 발의 화살로 저들을 막을 수 없다.

[천근의 시간.]

[천근의 무게가 적용됩니다.]

40m.

“흐, 흐이이이익……!”

“히이이이익!”

“미쳤어!”

“지휘관님, 화살 한 발로 오우거들을 어찌 막겠단 겁니까!”

어느새 오우거들이 지척에 이른다.

4m 체고를 가진 오우거 한 놈이 거대한 도끼를 뒤로 젖히며 현수에게 달려오고 있다.

30m.

현수가 활시위를 당긴 팔에 힘이 들어간다.

“으, 으아아아!”

“살려 줘!”

“주, 죽을 거야!”

쫘아아아악-

“대기!”

병사들의 절규에도 현수는 말했다.

“기다려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20m.

현수의 얼굴에 땀이 맺힌다.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거나 가족의 이름을 부르짖는다.

칸의 입에서 ‘젠장…….’이란 소리가 흩어진다.

15m.

타아앗-

마침내 한 발의 화살이 발사되었다.

긴급제작의 묘리로 발사된 화살은 가장 앞의 오우거에게 날아갔다.

그 화살을 보며 불신하던 병사들의 눈이 곧 커다래졌다.

현수가 긴급제작으로 넣은 힘.

이는 베트남 전설의 활에서 영감을 얻었다.

영광금귀신기노.

한 발의 화살이 천 명의 적을 맞힌다는 활.

화살 하나가 곧 스무 개의 화살로 복사된다.

이윽고 그 화살들 하나씩이 오우거들과 맞닿은 순간.

티이잉-

팅팅

하나도 관통하지 못하고 퉁겨 나갔다.

병사들이 그 허무한 스무 발의 화살에 탄식할 때.

쿠우웅-!

스무 마리의 오우거들을 동시에 땅에 처박았다.

그 순간 현수가 팔을 들어 명령했다.

“토벌을 시작한다.”


           


Genius Blacksmith’s Game

Genius Blacksmith’s Game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Score 3.7
Status: Ongoing Native Language: Korean

The last blacksmith and master artisan left in the world. His hands are crippled in a forge fire, rendering him unable to craft any longer. But then, a virtual reality game, Ares, comes knocking on Hyun-soo’s door.

[Unrepairable Artifact.] [Cannot be crafted due to level restrictions.]

“Huh? I consider myself a manual blacksmith, though.”

For him, no system restrictions apply. The tumultuous game of the genius blacksmith beg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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