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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6

#106

굴러 온 호박 (1)

“···그래서, 이제 어떡하지?”

“흐음···.”

할리가 포함된 북부 산맥 파티는 지금, 지하 토굴 속에 몸을 숨기고 위쪽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확실히, 느껴지는 기세가 무시무시할 정도군.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기사 로빈이 그 괴물의 기세를 가늠하고는 침음을 흘렸다.

내부의 모든 기척을 차단하는 결계가 없었으면 이렇게 태평하게 감상을 늘어놓고 있지도 못 했을 터.

“어휴— 횟수 제한 때문에 몇 번 사용하지도 못하는 건데. 이번 탐사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뭐, 죽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자오닉은 연신 투덜거리면서도 부지런히 토굴 내부를 다듬어 증축해 나갔다.

이렇게 순식간에 저 예민한 괴물의 감각을 속일 수 있는 결계를 펼칠 수 있는 마도구가 흔한 물건일 리 없었다.

그래도 덕분에 그가 지금까지 그가 살아있을 수 있었던 데다, 이번엔 그들 파티도 무사히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으니 이미 그 값은 톡톡히 했다고 봐도 되리라.

“···몸무게가 엄청나. 거기다 이족 보행이고. 오우거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덩치가 훨씬 큰 것 같아서 확신이 안 드는군.”

“지금은··· 위에 있는 시체들로 식사하는 중인가? 하긴, 저 덩치를 유지하려면 어지간한 먹이론 어림도 없겠어.”

“저희가 한 상 거하게 차려준 셈이로군요. 자오닉 님이 보르도를 빨리 묻어 주셔서 다행이네요.”

길잡이와 레인저들은 나란히 흙벽에 귀를 대고 놈을 분석하는 중이었다.

일단 싸움을 피하기는 했지만, 상대를 정확히 파악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할리는—.

‘저 곡괭이···.’

이미 위쪽에서 어슬렁거리는 괴물은 안중에도 없었다.

지금도 자오닉의 손에 들린 채, 소리 없이 지하 공간을 확장시키고 있는 비범한 곡괭이만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을 뿐.

일행이 드워프 자오닉과 처음 조우했던 날, 할리는 그가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그 자세한 내막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 그들이 한 것처럼 순식간에 땅을 파고 숨어들어 결계를 발동했던 것이었는데, 그 이야기 속에서 결계 마도구와 함께 활약했던 물건이 바로 저것이었다.

‘그때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었는데.’

하지만 자오닉이 자신의 아공간에서 꺼낸 그 곡괭이를 직접 본 순간, 그는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저것··· 드워프 자오닉 스틸스톤의 혼과 땀이 서린 저 연장이 바로, 「커스터마이징」의 제물이 될 수 있는 매개체라는 것을!

‘세계수의 가지처럼 뭔가 상징적인 물건만 가능할 줄 알았는데, 저런 개인 소지품으로도 되는구나. ···이렇게 되면 계획 변경이다.’

처음엔 일행을 안전한 이곳에 숨겨두고, 혼자서 위에 있는 저 괴물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저걸 손에 넣어야겠어.’

이만한 기회가 언제 다시 오겠는가?

이런 건 얻을 수 있을 때 미리미리 얻어둬야 했다.

그런데 그 탐욕 어린 눈빛이 너무 노골적이었는지, 곡괭이를 휘두르며 공간을 증축하던 자오닉이 고개를 돌려 그와 눈을 마주쳤다.

“···무슨 할 말 있는가?”

“아— 그냥 훌륭한 곡괭이인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시선이 가는군. 나도 삽질은 꽤 하는 편인데, 고작 몇 분 만에 이만한 깊이의 굴을 파낼 정도라니. 대단해서 말이야!”

할리의 그 진심이 담긴 칭찬에 살짝 경계가 어렸던 자오닉의 얼굴이 풀어졌다.

자신이 공들여 만든 작품이 칭찬받았으니 기쁜 것은 당연하겠지.

“오호, 자네 제법 보는 눈이 있구만! 외모는 누구보다 전사같이 생겼는데, 무기도 아닌 연장을 알아보고 말이야!”

그리 생각했는데, ···사실 그 정도가 아니었다.

“다들 멋진 무기에만 감탄하는 경우가 많은데, 난 장인이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마찬가지로 최고의 장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내 대장간에서는 망치와 모루도 전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지. 여기엔 이 ‘엘린느’만 데리고 왔지만···.”

할리의 칭찬이 뭔가 그의 스위치를 건드렸는지, 그렇게 한참 동안 곡괭이 ‘엘린느’에 대한 열변이 이어졌다.

온갖 귀중한 레어 메탈을 조합하고 몇 날 며칠을 두들기고 두들겨, 마침내 드워프의 비의인 ‘장인의 혼’까지 담아 마도구로 재탄생 시킨 곡괭이.

대지 속성이 가득 깃든 이 연장은 그 어떤 단단한 지반도 두부처럼 뚫고 들어갈 수 있으며.

작업 속도 증가, 진동 및 소음 감소, 체력 보조 등 사용자를 위한 보조 기능도 충실히 갖추고 있었으니—.

가히 곡괭이계의 신병이기(神兵利器)라고 할 수 있었다.

“난 최선을 다한 작품을 만들 때에는 철광석 하나조차 직접 캐서 사용하거든! 광석도 어떻게 캐느냐에 따라 질이 달라지고, 장인의 숨결을 더 잘 받아들일 수···.”

그렇게 마치 애인이라도 자랑하듯 한창 엘린느의 대단함을 강조하던 자오닉은 이어서 그 탄생 비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넘어갔다.

북부 산맥의 풍부한 희귀 광물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아오니아 백작령에 정착한 것과, 위험한 장소에서 안정적인 채취를 하기 위한 곡괭이의 필요성까지.

“전대 영주 때 만들어서 지금까지 쓰고 있으니, 우리가 함께한 지 벌써 20년은 넘었구만! 그동안 이 아이와 같이 산맥을 탐험하며 무수히 많은 난관을 헤쳐 왔지. 이번 일처럼 규모가 큰 일은 처음이지만···.”

하지만 이번에도 자신과 엘린느는 함께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자오닉이 굳은 의지로 곡괭이를 움켜쥐었다.

‘과연··· 그랬군.’

저 곡괭이는 단순히 그가 열정을 가지고 만든 물건이 아니었다.

그의 손에 탄생한 후로도 오랜 세월을 함께하며 업을 쌓아온, 자오닉의 20년간의 역사나 다름없는 물건이었다.

가만히 그의 열변을 경청하던 할리가 그의 뿌듯한 눈길을 따라 엘린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다만 그 눈빛은 애정 어린 자오닉과 달리 음습하기 그지없었는데···.

츄릅—

‘아, 자꾸 입술이 마르네.’

벌거벗은 몸에 문신이 가득한 근육질 거한이 음흉한 눈으로 입술을 핥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범죄 미수로 잡혀가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지만, 다행히 다들 자기 할 일에 바빴던지라 그것을 알아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저마다의 긴장 속에서 숨을 죽이며 휴식을 취하던 것도 잠시.

“어?”

“괴물이···.”

위쪽에서 식사를 마친 괴물에게 변화가 생겼다.

만족할 만큼 배를 채웠는지 놈이 그대로 드러누워 버린 것이다.

“어떡하지? 놈이 방심하고 있을 때 그대로 기습해?”

“이대로 땅굴을 파고 자리를 벗어나는 건 어때요?”

어느 쪽이든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결계는 이동식이 아니었을뿐더러, 놈은 그들이 이곳을 벗어나는 순간 곧바로 간파하고 공격해 올 테니까.

“언제까지 여기에 죽치고 있지는 않을 거야. 놈이 다른 곳으로 떠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저 위쪽에 널린 몬스터 사체가 몇 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놈이 왜 여기 눌러앉았겠어?”

물론 놈의 덩치를 생각해 봤을 때, 그 정도 양으로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시간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으니···.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저놈보다 더 강한 놈들도 나타나게 될 거다.”

기다린다고 상황이 마냥 좋아진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이 더 크겠지.

하지만 그렇게 모두가 고뇌에 빠져있을 때, 할리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기회다!’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할 능력을 갖춘 것은 자신밖에 없었다.

어쩌면 머리를 맞대면 좋은 방법이 나올지도 몰랐지만, 적어도 당장은 아니었다.

그렇다는 것은···.

“으흠흠! 나에게 좋은 생각이 있다.”

상황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끌고 갈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결국 저 위에 있는 놈이 여기 눌러앉은 게 문제니, 어디 먼 곳으로 유인할 수만 있다면 해결되지 않겠나?”

“그렇기야 한데. 어떻게 그렇게 하냐가 문제지.”

“내가 직접 나서지.”

할리가 당당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활짝 펴고 앞으로 나섰다.

“놈의 이동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아. 내가 놈을 도발한 후, 우리가 가야 할 곳의 반대 방향으로 끌고 가 숨어버리면 간단하지!”

“···할리 네가 직접? 저 괴물의 감지 범위가 범상치 않은 것 같던데, 따돌릴 수 있겠어?”

“파하핫! 걱정하지 마라. 나 혼자라면 얼마든지 놈의 이목을 속일 수 있으니까!”

그간 함께하며 그의 비범함을 지켜본 일행은 그 말에 별다른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할리라면···.”

“그래도 괜찮을까? 차라리 다 같이 싸우는 편이···.”

한 명에게만 위험을 떠넘긴다는 생각과 그것이 가능할 지에 대한 여부로 일행의 의견이 분분해졌을 때.

그 틈을 노리고 할리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크흠, 하지만 아무리 나라도 놈에게서 완전히 도망가기엔 불안한 것도 사실이지. 그래서 약간의 도움을 좀 받고 싶은데···.”

그리고 그의 은근한 시선이 자오닉에게 항했다.

정확히는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곡괭이, ‘엘린느’에게였지만.

꿀꺽—

입 안에 고이는 군침을 조심스레 삼키며, 그는 내색하지 않고 자오닉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자오닉, 네가 만든 그 비범한 곡괭이의 굴착 능력이 있다면, 안전하게 일을 마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군!”

“으···으응?! 엘린느를···?”

주변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쏠리자, 무언가 불안을 감지한 자오닉이 화들짝 놀라며 자기 품에 곡괭이를 끌어안았다.

누가 봐도 주기 싫어하는 모습에 할리는 더욱더 강하게 어필했다.

그것의 도움만 있다면 자신은 무사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테고, 그럼 모두가 무사히 이 산맥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그러니까 그거 줘!’

강한 의지가 담긴 그의 눈빛에 자오닉이 식은땀을 흘리며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사···사이즈가 안 맞을 텐데?”

확실히 드워프인 그의 신장은 할리의 허리춤에도 미치지 못하니, 그 신장에 맞춘 곡괭이는 할리에게 호미에 불과할 터.

하지만 할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 대륙 최강의 곡괭이 엘린느라면 그런 문제쯤이야 아무것도 아닐 거다. 그리 생각하지 않나?”

“아, 그거야 물론이지! 하, 하지만···.”

하지만, 자오닉도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모두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서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할리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간 애지중지해 왔던 연장이기는 하나 장비는 장비일 뿐이었다.

온갖 귀중한 재료를 때려 박고, 꾸준히 관리해 왔다고 해도 장비란 원래 소모품.

거기다 가장 소중한 보물인 대장간 망치도 아니니···.

‘아니, 이건 아니지! 미안하다 엘린느···. 차별할 생각은 없었단다. 나에겐 모두가 소중해.’

잠시 혼란에 빠졌던 자오닉은 결국 눈을 질끈 감은 채, 떨리는 손으로 할리에게 곡괭이를 내밀 수밖에 없었다.

“그··· 좀 망가져도 좋으니, 다시 돌려주기만 하면 내가 돌아가서 더 좋은 무기로 보답하지.”

“음! 최대한 노력해 보겠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확답은 줄 수 없겠군!”

일반적으로 볼 때, 그는 사지나 다름없는 곳으로 향하는 것이었으니···.

당연히 전투 중에 파손될 수도, 분실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아니다. 괜한 말을 했군. 아무리 귀한 장비라고 해도, 자네 목숨이 더 소중하니까. 여차할 땐 무리하지 말고 포기해도 괜···괜찮···. 크흡!”

할리가 곡괭이를 받아 들었지만, 자오닉은 애틋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며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그도 직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마지막 만남이 될 것이며,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영원한 이별뿐이라고.

할리도 처음엔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그 시간이 점차 길어지자 곡괭이를 쥔 팔에 힘을 주고 슬그머니 들어 올렸다.

대롱대롱 매달려서 떠오르는 자오닉.

좌우로 흔들자 이리저리 시계추처럼 흔들린다.

털썩—

하지만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이내 포기한 그가 손에 힘을 빼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멍하니 할리의 손에 넘어간 곡괭이를 바라보는 얼굴이 마치 애인을 빼앗긴 듯한 표정이라 기분이 찝찝해졌다.

나쁜 놈이 된 기분이라고나 할까.

‘아니, 나쁜 놈이 맞긴 하군. 난 이걸 돌려줄 생각이 없으니까.’

저렇게 상심한 모습을 보니 다시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지만, 애써 모른 척하며 곡괭이를 옆구리의 벨트에 걸었다.

‘미안, 대신 목숨을 구해주잖아? 어차피 내가 없었으면 다 죽었을 테니까, 우리 그걸로 퉁치자.’

애처로운 자오닉의 모습을 보자 잠들었던 광증이 갑자기 들불처럼 솟구쳤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아무리 그래도 저 앞에서 곡괭이를 핥고 비웃으면서 내려다보는 건 좀 아니지!’

‘광기’의 영향 탓인지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미친 충동이었지만, 그렇게까지 선 넘은 짓을 하면 지금까지 보였던 영웅적인 모습도 확 쓸려나가 버릴 것이다.

그래, 그런 건 보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해야겠지.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이런저런 사건이 빵빵 터지며 카르마 포인트가 이미 새로운 아바타를 만들기에 충분할 만큼 차올랐다는 것이었으며.

‘아주 좋군. 그럼 이름은 뭘로 하지?’

결국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엘린느가··· 아니.

드워프가.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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