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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7

106. 소꿉친구 – 업적

레브는 숨을 몰아쉬며 생각을 가다듬었다.

‘방금 내가…’

본능적으로 매혹을 사용했다. 스킬이라던가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러웠다. 사도의 힘은 이런 식으로 발현되는 모양이다.

‘엄청나다…’

그는 입을 벌린 채 감탄했다.

비록 사소하게 육포값을 올려받는 데 쓰였지만, 이 ‘매혹의 눈’이면 수없이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이거면… 클리어가 어렵지 않았다. 아니, 끝이나 다름없었다.

왕을 매혹하기만 하면 된다.

심지어 그 과정도 간단해 보였다. 사람은 지인의 지인을 소개받는 과정을 대여섯 번만 반복해도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당장 레브는 데모스 마을의 촌장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촌장은 영주성의 관료를 알 테고, 그 관료는 총관을, 총관은 가이단 후작을, 가이단 후작은 왕을 알 터였다.

고작 다섯 단계만 거쳐도 왕을 만날 수 있었고, 매혹에 걸린 이들은 자신의 지인을 추천하기를 마다치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왕에게 매혹을 걸 수만 있다면… 레나는 ‘입양’되어 공주가 된다.

‘이렇게 간단한 길을 두고 내가 지금껏 그 고생을 해왔단 말인가?’

레브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약혼관계 시나리오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거기는 더 짧았다.

은퇴한 기사인 아버지, 노엘 덱스터는 왕에게 성(姓)을 하사받았다. 은퇴했으므로 아들을 왕께 알현시킬 능력은 없겠지만, 그에겐 대단한 인맥이 있었다.

레나 아이나르의 말에 따르면 노엘 덱스터는 아스틴 왕국의 소드마스터인 아르펜 알바세테 남작의 후배였다.

기사들이 선배 또는 후배를 논한다면 그건 기사단에 입단한 시기로 가르는 호칭이기도 했으나, 같은 팀으로 묶인 사수, 부사수 관계를 뜻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노엘 덱스터가 자신이 그분의 후배였다고 은근히 자랑할 정도라면 후자가 맞다.

그러니 약혼관계 시나리오는 딱 두 번의 소개면 충분했다. 노엘 덱스터를 통해 알바세테 남작을 소개받고, 왕을 알현하면 끝이다.

입양된 레나 아이나르는 공주가 되고, 나는 그녀와 결혼하리라…

“레브,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조금 피곤해서요.”

수레를 지키던 청년이 땅바닥에 드러누운 레브를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레브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손을 젓고는 몸을 일으켜 수레에 등을 기대었다. 몇 시간을 전력 질주한 듯한 피로감에 머리가 어질했으나 흥분이 피로를 몰아내었다.

‘거지남매 시나리오도 클리어할 방안이 많아. 매혹으로 남들의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거지로 시작하는 게 큰 페널티는 아니지.’

물론, {혈통} 이벤트는 여전히 어렵겠지만 그것을 꼭 따라가야 할 이유도 없었다. 동생을 공주로 만들기만 하면 되는 것을… 베나르 타티안 후작이든 누구든간의 소개를 통해 왕을 알현하고, 레나를 공주로 입양해 달라 하던가, 벨리타 왕국의 그 성품 좋은 왕자와 만나게 하면 그만이었다.

만약 동생이 왕자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거나, {혈통} 이벤트를 필히 따라가야 한다 해도 그럴싸한 계획이 있었다.

게스타브 페테르 백작을 매혹해 도움을 받으면 된다. 그를 통해 추기경의 도움을 받아내면 길이 있을 터였다.

물론, 그곳에도 아직 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겠지만, 매혹이라는 이능이 있는 이상 상황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작았다. 아무리 못해도 동생의 삶만큼은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으리라…

문제는 이 바르바토스의 힘을 다른 시나리오에서도 사용이 가능할 지인데, ‘바르바토스의 사도’라는 이름으로 업적이 들어왔으니 가능성이 매우 커 보였다. 그렇다면…

‘바보 같으니.’

흥분이 가라앉자 레브는 질끈, 눈을 감았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자책했다.

그동안 겪어온 온갖 고난들이 떠올랐다.

레나가 수도교회에서 쫓겨나고, 헤르만 포르테 백작에게 죽고, 정체를 들켜 동생과 생이별하고, 바르트에게 죽고, 파혼하려다가 관계가 끝장이 나고, 오리아스의 저주에 썩어내렸다.

이토록 쉬운 길이 있었음에도…

그리고 이 비극들에 대한 책임은 레브, 자신에게 있었다.

민서가 아니라.

일곱 번째, 그러니까 세 번째로 소꿉친구 시나리오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큰 잘못을 저질렀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바르바토스 님을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어봤을 때,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문신 때문에 레나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사소한 이유로, 그녀를 떠나보내겠다고 작심하고도 내가 미련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러지 않았더라면… 이 쉬운 길을 더 빨리 알아차렸을 게 틀림없었다. 그동안 겪었던 고난들이 없었을 터였다.

레브는 고개를 떨구었다. 죄책감은 계속 커져만 갔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의 잘못이 막중했다.

소꿉친구 시나리오가 어째서 첫 번째 시나리오인지 알 것 같았다. 왜 {사냥} 능력이 가장 먼저 주어졌는지도 알 것 같았다.

이 게임은 그의 팔에 큼지막이 새겨진 문신만큼이나 대놓고 편안한 루트를 제시하고 있었다.

바르바토스의 힘을 이용하라고 악을 지르고 있었는데… 이렇게 피해가기도 어려웠겠다.

‘멍청이.’

내가 모두를 괴롭게 만들었다.

나 때문에 우리는 말도 안 되는 난도에 몸을 부닥쳐왔다.

비극을 담보로, 쥐꼬리만 한 힘도 정보도 없이 어두컴컴한 미래에 손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처참히 잘려나간 팔에 대한 책임은… 그의 것이었다.

‘미안하다. 미안해. 모두들…’

레브는 자신의 잘못을 곱씹으며 다른 레오들에게 사과했다.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던 레나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 되뇌었다.

그는 우울하게 주저앉아 남몰래 눈물을 훔쳤고, 그 사이 물건을 다 털어버린 청년들이 하나둘씩 도착해 왁자지껄 잡담을 나누었다.

“한스 걔 지금 제정신이 아니던데?”

“아, 나도 봤어. 상인들한테 막 혼나고 있던데… 뭣 때문에 그러는지 물어봐도 안 알려주데.”

다음 날, 마을 청년들은 수레에 장터에서 산 물건을 싣고 마을로 돌아갔다.

수레는 올 때보다 한층 가벼워져서 덜컹거렸으나, 레브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한스는 동행하지 않았다.

* * *

레브는 산장에 올라 아버지께 육포를 판 돈을 보여주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육포를 제값에 팔 줄 안다는 것을 확인하자 기쁘게 웃고는(“잘 살아야 한다.”) 떠났다.

그는 끝내 어디로 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간단하게 장비를 챙기고, 그동안 모아온 돈 일부만을 가지고 서쪽 산으로 사라졌다.

레브는 며칠간 산장에 머물렀다.

그도 이제 떠날 생각이었으므로 가장 비싸게 팔릴 가죽들을 챙겼다. 산장 주위에 덫을 빽빽이 깔아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냥하기 위함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돌아오실 것을 대비해 산적들이 산장을 털어먹지 못하게 방비함이었다.

아버지는 덫을 아무리 많이 깔아도 위험하지 않았다. 그는 레브가 본 사냥꾼 중에서도 최고였다.

충분한 대비를 마치고, 레브도 산장을 떠났다.

가죽들을 묵직하게 짊어지고 마을로 내려와 다시 한번 큰 마을을 향했다.

데모스 마을은 큰 마을에서 격주로 열리는 장터에 수레를 보냈는데, 그걸 기다릴 이유는 없었으므로 레브는 홀로 마을을 떠났다.

떠나기 전에 레슬리 수도사님께 레나에 대해 여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레나가 사제가 되기까지 적어도 3년은 걸릴 것이라는 답변을 재확인했다.

못해도 4~5년은 필요하지만, 레나가 워낙 똑똑해서 기간이 많이 단축되리라는 사심이 섞인 추측이었다.

‘3년도 충분하지. 아니, 넉넉하다 못해 과해.’

이제는 시간이 빠듯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바르바토스의 이능을 얻은 이상, 일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중요할 따름이었다.

토리토에 도착한 레오는 일전에 육포를 넘겼던 상인에게 가죽을 팔았다. 장터는 닫혔지만, 출발 준비를 서두르던 그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추적술}이 이래서 좋다.

이번에도 비싼 값을 받긴 했는데… 전처럼 상인이 손해를 간신히 면할 만큼은 아니었다.

매혹이 그새 약해져 있었다.

하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돈은 이만하면 됐다. 전처럼 탈진해가면서까지 비싼 값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할까…’

가죽을 털어버리고 홀가분해진 레브가 고민했다.

서쪽이냐, 북쪽이냐.

네비스로 가서 왕을 만날 것이냐, 아니면 거지남매를 찾아가느냐의 선택이었는데, 그의 마음은 서쪽으로 기울었다.

아직 시간에 여유가 있고, 왕을 매혹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터였다.

‘기왕이면 바르바토스의 힘을 모은 뒤에 남매를 찾아가는 게 좋겠지. 그때 상황을 봐서 결정하자. 경고를 해줘서 비극을 피하는 정도로 끝낼지, 아니면 오리아스를 물리치는 걸 도와줄지.’

레오가 빈 장터를 서성이며 고민을 끝마치는데,

“여어, 레브. 혼자 왔어?”

한스가 다가왔다.

이놈은 여기에 계속 머무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장터도 끝났는데, 얘는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걸까?

그는 능글능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야. 저번에는 미안했어. 그땐 기분이 영 안 좋았거든. 지금은 괜찮은데… 잠깐 이리로 와봐.”

레브는 잔뜩 불쾌해졌다.

왜 따라오라는 건지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이놈은 또 창관에 가자고 꼬드기려 함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모든 일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기분이 좋지 않던 레브는 퉁명스럽게 답했다.

“됐어. 난 안 가.”

“어? 아아~ 너도 가 봤구나? 그럼 그렇지.”

한스가 이죽거렸다.

“야, 넌 언제 가봤냐? 난 그저께 처음으로 가봤는데 글쎄…”

레브는 놈이 떠들거나 말거나 지나치려 했다. 그런데 한스는 눈치도 없이 나란히 따라오면서 지껄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딱 레나만 한 애가 있더라구. 키도 요만한 게, 가슴도 한 손에 들어올 만큼 작아서…”

쓸데없는 디테일, 무언가를 움켜쥐는 듯한 손놀림에 레브의 속에서 무언가가 욱! 치밀어올랐다.

– 죽여라.

그는 녀석의 턱주가리를 후려쳐주려다가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 가자.”

“해서 옷을 벗기는데 속곳이… 엉? 가자고? 흐흐흐, 잘 생각했어.”

놈은 가면서도 내내 음담패설을 늘어놓았지만, 레브는 듣고 있지 않았다.

“걷는 품새를 보니 진짜 여기 와봤나 보네. 새끼, 안 그런 척하더니만 너도…”

– 퍽!

창관의 표식이 새겨진 문 앞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레브의 주먹이 한스의 턱을 갈겼다.

“뭐, 뭐야? 갑자기 왜 때… 악!”

레브는 검을 뽑을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 목젖을 치고, 명치에 무릎을 꽂았다. 쓰러진 놈의 옆구리를 차고, 뒷덜미를 강타했다. 마지막에는 뒤통수를 밟아 놈의 상판을 땅에 뭉갰다.

“뭐야? 이게 무슨 소란이야? 앗!”

그리고 창관을 지키는 건달이 소란을 느끼고 밖으로 나오자 우드득, 목뼈를 발꿈치로 짓이겼다.

이제 저 건달에게 매혹을 걸어 한스를 죽인 것으로 만들면 된……

레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황한 건달 앞에서, 그도 당황해버렸다.

[ 업적 : 민간인 살해 – 민간인 ‘5’명을 살해했습니다. 미약하게 불행해집니다. ]

민간인 살해 업적이 떠오르자 기묘한 감각이 그를 감싸 안았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가… ‘사용 가능한’ 것으로 느껴졌다.

‘아…!’

무언가를 깨달은 레브가 “…바치나이다.” 작게 중얼거리자 바르바토스의 신력이 내렸다. 검붉은 기운이 그의 심장을 단단히 휘감았다.

[ 업적 : 민간인 살해 – 민간인 ‘4’명을 살해했습니다. 미약하게 불행해집니다. ]

사냥의 신인 바르바토스에겐 사냥감이 꼭 동물이나 마수일 필요가 없었다. ‘인간’도 그에겐 좋은 사냥감이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바르바토스가 인간을 공양받는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시스템 때문이었다.

방금 올린 공양은 의식이라 할 수 없었다. 땅을 파서 머리와 심장을 묻지도, 에릭 왕자처럼 사체를 가르지도 않았는데 공양에 성공했다.

그에겐 그깟 제례를 까마득히 초월한 ‘카운터’라는 시스템이 있었다. 누군가를 살해하거든 ‘1’명의 목숨이 고스란히 들어오도록 설계되어 있었고, 그건 언제든지 공양할 수 있는 제물이었다.

“너, 너 이 새끼가! 무슨 짓이야!”

레브의 눈이 반짝였다. 막 들어온 힘을 일부 사용해 매혹을 걸었다.

그러자 건달이 조용해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다른 건달들을 부르려 하던 녀석이 근심에 휩싸인 표정을 지었다.

“야, 어쩌려고 이랬어. 마을 안에서 사람을 죽이면 경비병한테 쫓기는 거 몰라? 어휴, 무슨 일이었는지는 몰라도 좀 참지…”

그러더니 비장하게 말했다.

“가라.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볼게. 너는 빨리 도망쳐. 며칠 동안은 돌아오면 안 돼. 알겠지?”

건달은 동료에 대한 의리를 지키려는 듯이 행동했고, 레브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골목길을 빠져나왔다.

빠르게 걸어가는 그의 몸이 싸늘하게 식었다. 오한이 등줄기를 날름 핥았다.

‘이, 이래도 되는 건가?’

[ 업적 : 첫 살인 – 레오가 살인의 죄책감을 덜 받습니다. ]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바르바토스의 편리한 능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 두 번째 소꿉친구 시나리오에서 레나가 납치될 때, 깡패를 죽이고 얻은 ‘첫 살인’ 업적.

그리고…

[ 업적 : 뒷골목 청소 – 어두운 골목길에서 더 강해집니다. ]

[ 업적 : 산적 열 명 – 산적을 상대할 때 더 강해집니다. ]

[ 업적 : 깡패 열 명 – 깡패를 상대할 때 더 강해집니다. ]

[ 업적 : 용병 열 명 – 용병을 상대할 때 더 강해집니다. ]

[ 업적 : 병사 열 명 – 병사를 상대할 때 더 강해집니다. ]

[ 업적 : 기사 한 명 – 기사를 상대할 때 더 강해집니다. ]

[ 업적 : 귀족 살해 – 모든 귀족들이 당신에게 미약한 두려움을 느낍니다. ]

살해 업적들.

이것들 모두가 카운터였다.

건달, 산적, 깡패, 용병, 병사, 기사, 귀족… 그동안 죽여온 모든 이들이 차곡차곡 계산되어 있었고, 그는 이것들 모두가 사용 가능함을 느꼈다.

레브는 시험 삼아 깡패 한 명의 목숨을 사용했다. 마음속으로 바르바토스님께 공양을 올리겠다고 읊었다.

그러자,

[ ‘깡패 열 명’ 업적이 변형됩니다. ]

[ 업적 : 깡패 ‘35’명 – 깡패를 상대할 때 더 강해집니다. min(10) ]

아니나 다를까 바르바토스의 검붉은 힘이 내렸다. 달콤한 신력이 그의 심장을 더욱 단단히 옥죄였고, 레브의 몸이 떨렸다.

정말이지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정말이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업적들 중에서 살해 업적들의 이름만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그건 살해한 사람들의 목숨이 쌓여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에 걸맞게도, 변형되어 드러난 업적의 이름이 바르게 섰다.

레브는 시스템의 냉혹함에 압도되어 자신이 어디로 걸어가고 있는지를 잊어버렸다.

이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했던 생각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무한히 반복해 계속 강해진다면 언젠가는 무쌍을 찍고, 다 때려잡으면서 엔딩을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었었다.

몰살 루트.

포기했었던, 인정도 자비도 없는, 피로 얼룩진 지름길이 달콤하게 속삭였다.

– 이게 네가 원하던 거지?

어디선가 피 냄새가 났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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