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왕 사냥 (2)
현수도 영웅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
헤라클레스라는 영웅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특히 몽둥이 하나로 올림푸스를 위협하던 거인족을 쓸어버렸던 헤라클레스는 너무도 멋져 보였다.
그랬기에 한 달이란 시간 동안 여러 나무를 깎아 봤었다.
몽둥이를 만드는 방법은 이미 익숙했기 때문에 그저 헤라클레스의 몽둥이와 가장 근접한 것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현수는 자신한다.
적어도 백 개 정도는 만들었을 거라고.
물론 헤라클레스의 힘의 원천은 몽둥이가 아니다.
단지 현수에게 영감을 주었다.
‘잠시나마 힘의 신 헤라클레스만큼의 힘을 낼 수 있는 몽둥이.’
거인왕은 날카로운 무기류에 대한 재생력이 300% 상승한다.
그러나 몽둥이는 둔기류에 속했고 그와 무관하다.
때문에 병사가 말했던 그 재생력 부분을 커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에 긴급제작을 이용해 빚어냈다.
비록 헤라클레스가 몽둥이에 의해 강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 몽둥이가 잠시나마 헤라클레스처럼 자신을 만들어 줄 수 있게.
맞춤제작, 긴급제작의 효과 적용률.
그는 결국 아티팩트에 대한 가장 높은 이해도와 제작 방식에 의해 달라지는 바.
현수는 확신한다.
이 세상에서 헤라클레스가 쥐었던 몽둥이와 가장 유사한 몽둥이를 만들 수 있는 이는 자신밖에 없다고.
그로 인해 완성되었다.
(헤라클레스의 몽둥이)
등급: 유니크
내구도: 무한
공격력: 604
제한: 제작자는 제한 없음, 150~300레벨.
특수능력:
·힘 76.
·거인형 몬스터에 대한 공격력 16% 상승.
·액티브 스킬 헤라클레스의 힘.
설명: 긴급제작에 의해 탄생한 몽둥이로 제작자의 경험과 지식, 독창적인 힘이 담긴 전설과 가장 가까운 몽둥이다.
(헤라클레스의 힘)
액티브 스킬
레벨: 없음.
효과:
·보유하고 있는 스텟들의 힘을 몽둥이에 집약시킬 수 있습니다.
·집약된 스텟들만큼 스텟이 하락하나 그만큼 힘이 몽둥이에 집중됩니다.
[보유하고 있는 스텟들을 몽둥이에 집약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헤라클레스의 힘이란 스킬은 명확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다른 스텟을 태워 힘을 일시적으로 올리는 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난 달라.’
그리고 현수는 애초에 이 모든 걸 계획하고 몽둥이를 제작했다.
아레스에 쓸모없는 스텟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단, 그 사람에게 현재 필요하지 않는 스텟은 존재할 수 있다.
현수는 결국 대장장이다.
전투직 직업군들은 절대 가지지 못할 스텟 하나를 기학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손재주를 올인한다.’
[힘이 증폭됩니다.]
[힘이 증폭됩니다.]
지금 이 전투에서 손재주는 전혀 필요치 않으며 현수의 손재주 스텟은 엄청나게 높은 편.
‘카리스마를 올인한다.’
카리스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두 개의 스텟을 전부 태우자 그 개수만 1,400개에 이르렀다.
그러면서도 캐릭터가 약해지거나 하는 부작용도 갖지 않았다.
[힘 510%가 상승합니다.]
그래, 현수는 그 짧은 순간에 자신에게 최적화된 최강의 무기를 만들어 낸 바.
거인왕을 군주의 명으로 멈추게 한 후 웃었다. 놈은 룩크를 이곳까지 날려 보냈다.
‘너도 한번 날아가 봐.’
콰아아아아앙-
날아가는 놈을 쫓으려던 때 룩크가 질문했다.
그 신이 누구냐고.
“힘의 신 헤라클레스.”
현수가 놈을 쫓아 하늘로 힘껏 날아올랐다.
펄러억-
[늑대도약]
[최대 30m까지 단숨에 날아올라 착지합니다.]
펜리르의 부츠에 깃들어 있는 액티브 스킬.
‘시간이 없다.’
병사의 말을 들어 현수는 여러 가지를 예측했다.
놈에겐 일말의 여유도 줘선 안 된다.
현수가 들은 거인왕은 이제까지의 보스 몬스터 중에서 가장 지능적인 놈이었다.
당장 인간 사냥을 하였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더불어 시간이 지날 때마다 놈은 잃었던 자신의 힘을 되찾고 있었다.
[10분이 경과합니다.]
[거인왕이 잃었던 힘을 되찾습니다.]
[거인왕 Lv.291]
[거인왕의 최종레벨은 383입니다.]
살이 떨리는 수치다.
일전의 재앙 잭보다 더 높은 최종 레벨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엔 리셀과 바크도 없다.
놈이 모든 힘을 되찾으면 아라함 영지마저 함락될 가능성이 높다.
‘오직 지금만이.’
놈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때였다.
영리함을 역으로 이용해야 한다.
몽둥이에 맞고 나뒹굴었던 거인왕이 고개를 흔들어 대더니 정신을 차리려 한다.
놈이 몸을 일으키며 현수에게 포효했다.
“크하아아아악!”
그 순간 현수가 또 한 번 몽둥이를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앙-
“크헤엑!”
[거인왕의 HP가 9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현수는 또 하나의 문제에 봉착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런 힘을 가진 몽둥이에도 HP가 저 정도밖에 안 깎여?’
앞으로 최소 열여덟 번의 딜을 넣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시간이 없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아앙-
보스 몬스터의 가장 큰 무서움은 그들의 특성에 있다.
물론 재생 역시 놈의 특성일 수 있으나 다른 힘이 있을 수 있다.
더불어 현수보다 놈의 HP양 자체가 6배 높은 바.
콰아아앙-
현수가 또 한번 휘두르자 놈이 땅에 처박혔다.
발버둥치는 놈의 주먹이 곧 현수를 강타했다.
콰아아아아앙-
현수가 뒤로 날아갔다.
[HP가 77%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그저 눈먼 팔에 맞았음에도 자그마치 20%가 넘는 HP가 하락했다.
현수는 알게 되었다.
자신의 몽둥이는 한 번에 5%를 깎고 놈의 주먹은 한 번에 20% 이상을 깎는다.
자신은 네 번을 허용하면 죽으나 놈은 앞으로 열 번을 허용할 수 있다.
더불어 헤라클레스의 몽둥이는 결국 긴급제작에 의해 탄생한 바.
‘앞으로 열두 번.’
콰아앙-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여덟 번.’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여섯 번.’
그때.
“크하아아아악!”
[거인의 분노.]
[상태이상 공포에 빠집니다.]
[3초 동안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현수의 얼굴이 처참히 구겨졌다. 온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눈꼬리가 올라간 거인왕이 천천히 주먹을 땅에 내리찍었다.
콰자자자자작-
거대한 충격파가 일어나며 말 그대로 현수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HP가 6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HP가 4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HP가 10% 미만으로……]
[HP가 0%……]
현수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고작 한 방의 힘.
물론 거인왕의 강력한 힘 중 하나였을 터다.
그리고 거인왕은 벌레처럼 짓이겨졌을 현수를 생각하며 웃었다.
생각보다 하찮은 놈이었다.
저 몽둥이만 아니었다면.
그런데 그 순간, 현수의 몸이 환한 빛에 휩싸였다.
그 빛은 잠시나마 거인왕의 시야를 앗아 갈 정도로 아름다웠다.
파아아앗-
[아스늄을 보유 중이십니다.]
[HP가 10% 미만으로 하락하였습니다.]
[HP가 15%까지 회복됩니다.]
현수가 아스늄으로 아직 좋은 아티팩트를 만들지 않은 이유 중 하나.
그는 바로 아스늄이 보유하고 있기만 해도 자체적으로 치유를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하는 놀라운 광물이었기 때문이다.
빛에 잃었던 시야를 다시 되찾았을 때 거인왕은 현수의 주변에서 솟구치는 세 개의 광물을 바라봤다.
[반(反)이 발동됩니다.)
[세개의 아티팩트 제작이 가능합니다.]
거인왕은 눈치챘다.
자신의 공격 한 번에 죽을 뻔한 사내가 보잘것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가 손에 쥔 몽둥이를 보면서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는 무언가를 만들면 기이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자신이 지금 그와 싸울 필요가 있는가?
스르르르-
그의 손아귀에서 흩어지는 몽둥이를 보며 알게 되었다.
결국 저 힘들은 일시적인 힘에 불과하다.
그리고 온전한 힘을 되찾았을 시의 자신은 저자를 가볍게 찢어발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것이 완성되기 전까지 도망쳤다가 돌아오자.
“쿠케케케케케!”
거인왕이 짙은 웃음을 터뜨렸다.
쿠화아앙-!
그리고 하늘을 뚫을 듯 약 70m까지 대각선으로 날아올랐다.
거인왕은 승리를 확신했다. 고작 30분이면 족하다.
그 시간 동안 모든 힘을 깨우치리라.
결국 자신의 승리…….
“걸렸다.”
거인왕의 기감은 특별하다.
특히 청각이 고도로 발달한 거인왕은 그 정체 모를 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 순간.
푸화아아악-!
등 뒤에서 정체 모를 무언가 자신을 관통하고 지나쳤다.
“쿠헤에에엑!”
자신의 등 뒤를 관통한 것은 빛에 휩싸인 정체 모를 창이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거인왕이 추락한다.
반대로.
“늑대도약.”
사내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거인왕은 날아오른 놈을 단숨에 두들겨 패 줄 생각이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
하늘 위.
자신은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하늘에서 균형이 무너진 존재가 적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반대로 공격을 준비한 자세로 뛰어오른 자는 다르다.
거꾸로 추락하는 자신과 반듯하게 날아오른 사내.
사내의 주변에 두 자루의 검이 만들어져 있다.
오싹-
거인왕의 등 뒤로 소름이 돋았다. 그러다 곧 깨달았다.
꾸물꾸물
사내는 영리했고 대단했으나 자신의 재생 능력이 더 월등했음을.
등을 관통하고 지나간 것은 결국 병장기.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그의 몸이 회복된다.
그로 인해 거인왕은 확신했다.
저 두 자루의 검을 휘둘러도 자신이 승리함을.
***
날아오른 현수가 추락하는 거인왕과 눈이 마주쳤다.
놈의 눈이 자신을 비웃는다.
그 비웃음의 의미를 현수 역시 알게 되었다.
‘용광검과 다섯 번째 맞춤제작 검을 차례대로 휘둘러도…….’
거인왕을 죽일 수 없었다.
순차적으로 휘둘러도 놈은 이미 회복하고 있을 테니.
그리고 함께 땅에 내려선 순간 자신은 거인왕에게 죽게 될 거다.
하지만 현수의 눈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그렇다 해도…….’
어떻게든 악착같이 죽이기 위해 노력할 거다.
그는 포기를 몰랐다.
이 두 자루의 검이 놈을 죽일 수 없는 걸 알아도 마지막까지 좌절하지 않는다.
놈을 죽이면 얻을 명성, 퀘스트 보상, 다양한 것들.
특히 놈을 죽여야만 얻을 수 있는 질풍단 전원.
아니, 어쩌면 놈을 여기서 죽이지 못하면 질풍단의 칸조차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놈은 곧 아라함 영지를 쑥대밭으로 만들 테니까.
현수가 손을 뻗어 한 자루의 검을 쥐려 했다.
그때.
[위기의 순간입니다.]
[대장장이의 신 칭호가 빛을 발합니다.]
현수의 눈이 번뜩 뜨였다.
대장장이의 신 칭호.
현수조차 알지 못하는 힘을 개방시켜 주는 힘.
[신의 비기 반(反)에 숨겨진 기능을 알게 됩니다.]
그 알림을 들으며 현수가 희열했다.
“쿠게게게게.”
비웃는 거인왕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현수의 입술이 비틀린다.
“……넌 죽는다.”
그 확신 어린 말에 거인왕은 그를 의심했다.
사내의 주변에 떠 있던 두 자루의 검.
그가 두 자루 검 모두를 쥐었다.
꽈아아악-
[숨겨진 기능은 1% 확률로 두 개의 무기를 동시에 휘두르는 것입니다.]
두 자루 검을 동시에 내리쳤다.
거인왕의 사고가 마비된다.
무슨 일인지 자신의 몸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쩌저저저저적-
하늘에서 내리치는 한 마리의 용이 자신을 땅으로 강하게 처박는다.
키헤에에에엑-!
콰아아아아아앙
얼어붙은 상태로 용에게 내리 찍힌 거인왕은 곧 자신이 스르르 흩어지는 걸 알 수 있었다.
쿠웅-!
뒤늦게 땅에 처박힌 현수에게로 짜릿한 알림이 들려왔다.
[거인왕을 사냥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