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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

전설 클래스 제안 (1)

기자회견장 대기실.

생태계 교란종이 사냥 훈련소로 간다는 말에 개발팀 팀장이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너무 비상식적인 유저이긴 합니다.”

질문의 요지를 이세진 대표는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긴? 냅둬야지. 본인 실력인데.”

㈜푸름의 이세진은 신념이 확고한 사람이었다.

대기실에서 특별유저관리팀의 김태석 팀장을 통해 그간 있던 일에 대해 들었다.

비상식적인 일에 대한 보상.

최초의 레어 아티팩트 제작.

광물 제작.

마침내 에픽 아티팩트 제작.

그 후 25억 인구가 실패한 목각인형 부수기까지.

그러나 저 유저가 해낸 일이다.

단지 한 가지 우려가 있다면.

“……전설 클래스인 블랙 스미스를 달성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가 에픽 이상의 직업군을 1회 거절하는 거였던가?”

전설 클래스. 오로지 선택받은 유저들의 전유물.

유저들의 클래스 종류는 일반, 히든, 에픽, 전설 순으로 존재한다.

25억 플레이어 중 그 클래스를 얻은 유저는 많지 않으며 모두 이름을 날리는 랭커가 되었다.

이 전설 클래스를 얻기 위해선 여러 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다.

대장장이의 경우엔 ‘에픽 직업 제안’ 거절이다.

㈜푸름은 확인하고 싶었다.

그가 대장장이에 얼마나 절실한가.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가.

전설이 될 자격이 있는가를 보기 위해서였다.

“에픽 직업 제안이라…….”

특별유저관리팀의 김태석이 쓰게 웃음 지었다.

“아, 그러고 보면 현수 유저가 갈 사냥 훈련소에 그런 제안을 받을만한 게 있긴 하군요. 지금 현수 유저의 상태창이나 무기를 보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에픽 클래스 광기사 말인가?”

“맞습니다.”

광기사.

에픽 클래스로 굉장히 좋은 직업이었지만 전설 클래스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 광기사란 직업도 말도 안 되는 업적을 달성해야 하는 건데…….”

히든, 에픽, 전설이란 클래스를 얻기 위한 조건이 그랬다.

그러나 이세진은 대수롭진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세진이 보았을 때 현수가 전설 직업이 된다고 해도 부정은 못 할 것 같았다.

그 자격이 충분한 유저였으니까.

단지 김태석 팀장이나, 개발팀에게 말하지 못한 단 하나의 우려가 있을 뿐.

‘설마 신 클래스까지 오르진 않겠지……?’

아직 단 한 명도 오르지 못한 경지.

신 클래스.

그러나 곧 이세진은 고개를 저었다.

‘신 클래스를 달성하기 위한 조건은 너무 어렵고 까다로워.’

아직 이세진은 그 정도까지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

목각인형 훈련소를 벗어난 현수는 곧바로 로그아웃했다.

캡슐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훈이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현수를 보고 있었다.

“좀 있으면 집에서 VVIP캡슐로 겜 하겠네? 나도 시켜 줄 거지?”

“너 하는 거 봐서.”

“오냐,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

걸으면서 지훈이 말했다.

“근데 너 게임 시작한 초보존이 바르딘 영지라고 했던가?”

“응, 왜?”

“쯧쯧, 안타까운 놈. 바르딘 초보존이 어떤 곳인지는 아냐?”

“?”

현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사냥 지점까진 아직 조사하지 않았다.

일단 목각인형 부수기가 최우선 목표였으니까.

그렇게 말했던 지훈은 곧 얼굴을 굳혔다.

‘아닌가……? 이제 얘한테는 껌인가?’

문득 녀석이 가진 에픽 검과 스텟이 생각났다.

“어떤 곳인데?”

막 그에 답해 주려다가 갈림길에 들어섰다.

“집 가서 직접 검색해 봐, 다음에 봐.”

지훈과 헤어진 현수는 곧 집에 들어갔다.

집에 돌아온 현수는 아레스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그리고 바르딘 초보존에 대해 검색해 봤다.

[님들, 저 바르딘 초보존에서 겜 시작했는데 망한 거임?]

[ㅇㅇ, 개 망한듯ㅋㅋㅋㅋ.]

[ㄹㅇ, 바르딘 초보존에서 시작하는 놈들은 고생해라 ㅋㅋㅋㅋ.]

[바르딘 초보존에서 시작하셨다구요? 눈 감아 봐요. 뭐가 보여요?]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요……?]

[그게 님 미래임 ㅅ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바르딘 사냥소 난이도 개헬인데. 하필이면 수백 개의 초보존 중 거기서 시작했으면 레알 운 개 없는 거 아니냐.]

[초보존이 난이도 높아 봤자 그게 그거 아니냐.]

[바르딘은 다르다…… 바르딘 초보 사냥소는 교관들이 1:1로 강습해 줘……]

[1:1로?]

[왜냐면 난이도 개 빡세섴ㅋㅋㅋㅋㅋ.]

[왜 빡센 거임?]

[설정상 바르딘 영지 벗어나면 프라임 왕국에서 시작하는데, 프라임 왕국이 삼면이 몬스터로 둘러싸인 국가임, 그래서 개 빡세게 가르침. 다른 초보존은 노루 잡지?]

[ㅇㅇㅇ, 노루 잡지. 노루 공격도 안 해서 개 쉬운디.]

[바르딘은 고블린부터 잡는다, 캬캬캬캬. 아, 근데 왜 눈물이 나냐.ㅠㅠ.]

[ㅋㅋㅋㅋ 저쉑, 바르딘 유저였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님아, 후기 좀.]

[고블린 너무 쎄서, 세 번 죽고 겨우 탈출함. 고블린 사냥 성공할 때까지 안 보내 줌……]

[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인간병기 키우기. 1렙인디 ㅋ.]

현수는 고개를 주억였다. 왜 바르딘 초보존이 빡세다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생겼다.

‘사냥보단 뭐 만드는 게 더 잼나는데…… 뭐 만들 만한 건 없나?’

하지만 초보존을 벗어나기 위해선 꼭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긴 했다.

아쉬움을 뒤로한 현수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

다음 날.

현수가 아레스에 접속했다.

걸음을 조금 더 옮기자 반투명하게 쳐진 푸른 장벽이 보였다.

이 장벽을 넘으면 사냥 훈련소의 튜토리얼이 시작된다고 알고 있다.

그가 거침없이 푸른 장벽을 넘었다.

[사냥 훈련소에 입장하셨습니다.]

어제 아레스 커뮤니티 유저들의 말처럼이었다.

사냥 훈련소에 입장하자 1:1 교습을 받고 있는 무수히 많은 유저들이 눈에 들어왔다.

곧 교관 한 명이 현수에게 다가왔다.

“이봐, 애송이. 이 검을 받아라.”

렐슨이라는 이름의 교관이었다.

무수히 많은 교관들에게 날 갈기를 해 준 현수였다.

하지만 렐슨이란 교관은 처음 보는 이였다.

[녹슨 철검을 획득합니다.]

현수는 군데군데 녹이 슨 철검을 보았다.

‘공격력이 17이라…….’

현재 광명의 공격력은 143이었다. 현수가 무기를 인벤토리 속에 집어넣었다.

“저는 제 검을 사용하겠습니다.”

“……대장장이인가?”

교관 렐슨이 허리춤의 검을 보며 한 말이다.

현수가 천천히 고개를 주억이자 렐슨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런 보잘것없는 직업을 가지다니, 안타까운 자로군.”

“……?”

현수의 얼굴이 처참히 구겨졌다.

NPC들의 성격은 정말이지 다양한 편이었다.

좋은 성격을 가진 이도.

나쁜 성격을 가진 이도.

무조건 자신이 하는 일이 최고라 믿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현수가 이를 이해할 필요는 없었다.

어린 시절.

현수는 학교를 다니며 아빠가 대장장이라는 것에 많은 놀림을 받았다.

‘너희 아버지한테 나 템 좀 만들어 달라고 하면 안 되냐?’

‘현수야, 너도 템 제작 가능하냐?’

물론 그들은 현수에게 호되게 혼났지만.

아버지의 대장간에 어떤 것을 구매하러 온 이들은 물건 값을 깎아 주지 않는다며 이런 말도 하곤 했다.

‘쯧쯧, 그러니까 2040년에 대장간이나 운영하고 있지.’

아버지는 엘리트셨다.

한때 대기업에서 근무하셨고 처음 대장장이가 된 이유가 너무 멋졌다.

‘우리나라에 모든 대장장이들이 사라졌다고 들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대장장이들을 동경했단다, 그래서 내가 마지막 대장장이가 되기 위해서 그만두었지.’

우리 대장장이들은 무시받아야 할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는 가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당장 증명할 방법은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선 달랐다.

이 검이 어떤 검인지 증명할 수 있고.

우리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일 수 있으며.

우리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 보여 줄 수 있다.

“교관님.”

현수의 목소리가 사나워졌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참지 마라, 왜 우리가 참아야 하느냐.’

우리는 유일하게 조선의 정신을 이은 대장장이.

이것이 하찮아 보이는가?

차가워진 현수의 목소리와 시선에 렐슨 교관이 흠칫 놀랐다.

‘뭐지, 이 눈빛은……?’

한낱 이방인들이 보이던 눈빛이 아니다.

교관 렐슨은 이런 눈을 가진 자들을 알았다.

최소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에 이른 자들.

최고에 이르렀기에 이런 눈빛을 보일 수 있나?

아니다. 그만큼 그 경지에 오르기 위해 독한 마음을 품는 독종들!

“교관님은 이제까지 많은 천재들을 봐 왔겠군요.”

“그랬지? 많은 이들이 나를 거쳤지, 한울이란 이방인이었던가.”

“……?”

공교롭게도 최근 검도 금메달리스트 한울이 이 교관을 통해 사냥 훈련소를 수료한 듯싶었다.

“아주 대단했지, 자네 같은 대장장이들은 꿈에도 못 꿀 정도로 아주 강했어, 자네도 그 친구처럼 차라리 검을 잡지 그랬나. 그랬다면 참 훌륭한 검사가 되었을 것 같은데.”

현수는 조금씩 아레스 게임을 이해해 가고 있었다.

추측해 본다.

한울급의 유저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는 대단하게 고블린을 잡았겠군요?”

“맞네, 그뿐인가? 추가적으로 내가 제시한 몬스터들도 바로 앞에서 많이 사냥했다네, 그거 아는가? 그는 자네와 같은 레벨에 15레벨의 미치광이 고블린마저 사냥할 뻔했다네.”

현수는 아침에도 접속 전에 바르딘 마을에 대해서 더 알아봤다.

간혹 대단한 유저들에게 교관들이 더 강한 몬스터 사냥을 권유한다고.

물론 이는 모든 초보존 공통이다.

다른 곳에선 노루를, 이곳에선 고블린을 대단하게 사냥한다면 말이다.

신나서 한울에 대해 늘어놓는 교관을 보며 현수가 씨익 웃었다.

“그럼 제가 이 자리에서 그 한울보다 더 많은 몬스터를 사냥해 보겠습니다.”

그에 교관 렐슨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교관 렐슨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한울? 그 검술천재 한울보다 더 많은 몬스터들을 사냥하겠다?

교관 렐슨은 살면서 그런 천재는 처음 봤다.

일반 유저들은 다섯 대는 때려야 할 고블린을 두 대만 가격해 죽인 자다.

또 그 신들린 움직임과 뛰어난 검술이란?

더불어 교관들은 뛰어난 유저들에게 추가 시련을 제시할 수 있다.

그 추가 시련 제시는 4단계까지 가능하며 이 약화된 고블린을 죽이는 건 1단계에 속한다.

놀랍게도 한울은 4단계까지 성공할 뻔했던 유저이다.

더불어 교관이었기에 렐슨은 전 세계적으로도 4단계를 클리어한 이가 없다는 걸 안다.

그런데 이 무슨 개뼈다귀 같은 말인가?

“자네, 화났나? 하하하하, 근데 현실은 직시해야지!”

아무리 객기를 부려도 유분수지.

“한낱 대장장이로 보이는 자가 한울보다 더 많이 사냥해 보이겠다니? 아주 어이가 없구만.”

렐슨이 자신의 배를 부여잡았다.

“아하하, 내가 미안하네, 그러니 화 풀게. 뭐, 일단 소환은 해 주겠네.”

따악-

교관 렐슨이 손가락을 퉁기자 앞으로 고블린이 나타났다.

[약화된 고블린 Lv.3]

“이 녀석을 공격해 죽이면 되네, 단 주의점은 녀석은 일반 이방인들이 5대는 때려야 죽는다는 것. 또 단검이나 독침을 주의해야 할 걸세.”

나타난 고블린은 키가 120cm 정도로 작았고 초록색 피부를 가졌다.

“뭐, 자네가 위험할 때는 내가 도와줄 테니 안심하게! 뭐, 자네가 검 만드는 것 말고 휘둘러나 봤겠는가?”

렐슨은 신났다.

이 유저를 놀리는 게 재밌던 노릇이다.

더불어 렐슨은 검이 최고다! 라고 강력히 밀어붙이는 자이기도 했다.

“우선 선몹으로 만드는 법부터 배우지.”

현수가 검을 뽑았다.

스르릉-

검 광명이 청아한 소리를 내며 뽑혔다.

“자, 가볍게 툭 휘둘러 보시게.”

현수는 말 그대로 툭- 가볍게 고블린을 위에서 아래로 베었다.

툭-

“키헤에에에엑!”

그저 가뿐히 휘둘렀을 뿐인데 고블린의 몸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초록 피가 솟구쳐 올랐다.

고블린이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겪은지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깨끗하게 절단되어 양쪽으로 나눠지더니 잿빛으로 산화했다.

[약화된 고블린을 사냥하셨습니다.]

“……!?”

교관 렐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울도 두 번 만에 사냥했던 게 약화된 고블린이었던 바.

현수가 초록 피를 촤악, 하고 털어 내며 흐뭇하게 웃었다.

어서 와, 대장장이 천재는 처음이지?


           


Genius Blacksmith’s Game

Genius Blacksmith’s Game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Score 3.7
Status: Ongoing Native Language: Korean

The last blacksmith and master artisan left in the world. His hands are crippled in a forge fire, rendering him unable to craft any longer. But then, a virtual reality game, Ares, comes knocking on Hyun-soo’s door.

[Unrepairable Artifact.] [Cannot be crafted due to level restrictions.]

“Huh? I consider myself a manual blacksmith, though.”

For him, no system restrictions apply. The tumultuous game of the genius blacksmith beg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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