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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

뒷마무리 (1)

마을을 샅샅이 뒤져 쓸 만한 것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정리했다.

물론 나는 손가락질만 하고, 일은 이백에 가까워진 내 부하들이 했다.

[흠, 화전민 마을이라도 흑마법사들이 차지한 곳이니 가진 게 많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이 정도면 나름 괜찮군.]

개인 숙소와 소지품들을 탈탈 털어 모으고 나서 촌장 집을 뒤지다, 작전 중 사용한 공금으로 보이는 화폐들과 귀금속 등을 제법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동안 꽤 오래 머무르면서 많이 사용했을 텐데, 이놈들 이거 생각보다 부자였잖아.]

이곳 화폐의 가치는 잘 알지 못하지만, 일반적으로 금화면 고액 화폐일 테니 많은 거겠지.

무엇보다 금괴도 몇 개 발견했고 말이다.

[···이거 진짜 금인가?]

평생 금을 만져 본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있나.

슬쩍 이를 벌려 금괴를 깨물어 봤다. 이빨 자국이 남은 걸 보니 진짜 금 맞겠지?

급격히 기분이 좋아진 나는 다른 물품들을 살폈다.

하수인들이 사용하던 무기나 갑옷들은 언데드들에게 그대로 입혀서 쓰기로 했다.

그보다 눈에 띄는 건 흑마법사들이 사용하던 마도구들이었다.

지팡이나 로브부터 시작해서 편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도구들도 많이 있었다.

나는 일단 깔끔해 보이는 로브를 하나 걸쳤다.

온도조절과 간단한 방어기능이 있는 로브로, 온도조절 기능이야 필요 없다지만 방어기능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지.

그리고 언제까지 뼈밖에 없는 알몸으로 다닐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아, 이건 좀.]

로브를 입은 몸을 살피다 곧바로 다시 벗었다.

몸에 뼈밖에 없어서 그런지 영 맵시가 살지 않았다.

[요걸 요렇게 해서···.]

천 옷을 입고 위에 어깨 부분이 두툼한 가죽 갑옷을 착용한 후에 다시 로브를 걸쳤다.

[음, 이 정도면 아까보단 낫네.]

역시 남자는 어깨 빨 아니겠는가.

이어서 지팡이를 둘러보다가 그중 가장 좋아 보이는 것을 골랐다.

[야, 말콤. 이리 와 봐.]

[···네.]

[자, 여기. 이거 너 가져. 지금 가진 건 나한테 주고.]

그리고 말콤과 물물교환했다.

아무래도 말콤이 쓰던 게 제일 좋은 물건이지 않겠는가.

나는 눈에 보석이 박힌 해골 지팡이를 들고 바닥을 한번 찍었다.

발밑의 대지가 검게 물들며, 온갖 장비를 걸치고 전리품을 든 언데드들이 하나씩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마지막으로 마을을 둘러보았다.

내가 처음으로 방문한 이세계의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살아있는 사람 한 명 없이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하나씩 눈에 담았다.

내가 묵었던 촌장 집의 물통과 땔감이 쌓여있는 곳을 지나고, 언데드가 되어 갇혀 있었던 마을회관으로 보이는 건물을 스쳤다.

화르르—

지나가는 곳마다 검은 불꽃이 일어나 마을을 불살랐다.

그렇게 화마를 등지고 마을 중심부에 도달했을 때, 나는 잠시 발을 멈추었다.

완전히 파괴된 언데드들을 모아놓은 곳.

그 한편에는 원래의 마을주민으로 보이는 시신들이 한데 누워 있었다.

가장 약했던 좀비들은 전투 중에 대다수가 파괴되었다.

회생이 가능한 좀비들도 제법 있었지만, 나는 되살리지 않고 그대로 마을 중앙에 모아두었다.

마을 사람들의 시신이 모여 있는 곳의 중앙에 서 있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좀비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어어···]

격전 중에 여기저기가 손상되었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와 함께 제라프를 죽이는데 일조했던 청년 좀비.

나는 그와 잠시 시선을 맞추다 가볍게 묵례하고 돌아섰다.

이내 검은 불꽃이 모든 것을 불태웠다.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고자 했던 그는 죽어서야 모든 복수를 마치고 가족들과 함께 영면에 들었다.

화르르륵—!

마을 전체가 불타고 있었다.

나는 이윽고 보수하는데 한 손 거들었던 목책을 지나 마을 입구로 다가갔다.

화재의 영향으로 이제는 흐릿해진 결계가 느껴졌다.

‘외부인 감지, 흑마력 은폐, 비상시 방어기능까지···. 안쪽에 있던 결계들도 그렇고, 상당히 수준이 높은데?’

특히 흑마력 은폐 기능은 지금까지 지나온 모든 결계들이 필수적으로 포함하고 있었다.

‘불사왕의 파편’을 감추기 위해서였겠지.

‘뭐, 이제는 나와 하나가 되었으니 아무 의미 없겠지만.’

그래도 쓸 만해 보여서 결계들을 보고 배운 대로 흑마력 은폐장을 구축하여 몸 주변에 둘렀다.

아무래도 흑마력은 터부시되는 모양이니, 감출 수 있으면 감추는 게 좋겠지.

나는 입구를 나서며 목책에도 불을 질렀다.

화륵— 화르륵—

이 마법으로 지핀 불꽃은 내가 원하는 곳만을 태울 것이고, 모든 것이 재가 된 후엔 자연적으로 사그라질 테니 산불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처음 방문했던 마을을 떠나 동쪽의 숲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아우테리카 차원, 대륙의 가운데에 있는 성지.

그중에서도 중심부의 로셀리아 대신전의 예배실에서는 한 소녀가 주신의 신상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 양손을 맞잡고 기도를 올리던 은발의 소녀에게 은은한 서광이 머물기 시작했다.

이윽고 빛이 사그라지고 눈을 뜬 소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경건하게 신상에 절을 올리고 조심스럽게 예배실의 문을 나섰다.

“성녀님.”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새하얀 법복을 입은 사제들이 다가와 소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마틴 주교님, 다른 분들에게 연락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예? 어떤···.”

소녀, 주신 교단의 성녀 리에스타는 굳은 표정으로 서쪽을 바라보았다.

“서쪽에서 불사왕 부활의 전조가 감지되었습니다.”

“부···불사왕 말씀이십니까? 알겠습니다, 곧바로 알려 회의를 소집하도록 하겠습니다.”

대경한 마틴 주교는 성녀에게 인사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수백 년 전 대륙 전체를 공포에 휩싸이게 하였던 불사왕의 이름은 그만큼 커다란 사안이었다.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어!’

성녀는 입술을 꼭 깨물며 주먹을 쥐고 결의를 다졌다.

한스는 흑마력만 감추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여겼었지만, 성녀의 능력은 그의 상상을 벗어나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렇게 대륙 최대의 세력 중 하나가 한스의 존재를 인식하고 추적하기 시작했다.

***

“음··· 오늘은 국밥이 땡기네.”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하인즈는 그대로 인근의 국밥집으로 향했다.

메뉴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여기 콩나물국밥이랑 순대국밥, 소머리국밥 하나씩 주시구요. 육개장이랑 설렁탕은 포장해 주세요. 아! 수육 대짜도 부탁드립니다.”

그냥 끌리는 대로 주문하면 되었으니까.

먹는 입이 늘어나고 대식하게 되면서 여러 종류를 골고루 맛보는 것에 재미가 들렸다.

그래도 평소였다면 좀 자제를 했을 테지만, 오늘은 기분이 매우 좋았기에 내키는 대로 먹고 푸짐하게 포장해 왔다.

‘음··· 요즘 금 시세가 어떻게 되더라.’

시국이 어지러워 금 시세가 제법 올랐던 것 같은데.

나는 하인즈가 포장해 온 국밥을 먹으며 인터넷을 살폈다.

대충 계산해 보자 속이 따뜻해지면서 배가 부른 느낌이 들었다.

‘이 집 국밥 맛있네.’

지금 한스는 숲을 헤치며 동쪽으로 이동하는 중이라 당장 금괴를 가져올 수는 없었지만, 이미 손안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지금이라면 모든 일에 너그러워질 것 같았다.

팀 게임에서 트롤러를 만나도 허허 웃으며 넘어갈 수 있으리라.

“아니 저 새끼 저기서 뭐 하는 거야?! 일로 오라고 좀!”

음··· 역시 그건 무리였나.

포장해 온 수육을 같이 집어 먹고, 소화도 시킬 겸 게임을 하는 하인즈를 보며 「마인드 허브」를 이용해 마음을 가라앉혔다.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정신 수양에도 도움이 되겠는데?’

다 먹은 그릇들을 정리하며 한스 쪽의 상황을 살폈다.

한스는 데미리치가 되고 나서 자연스럽게 주변에 공포 효과를 발산하게 되었다.

지금은 흑마력을 은폐해서 효과가 반감되어 직접 마주했을 경우만 공포를 느끼게 되었지만, 그거로도 충분했는지 마수들의 습격이 많지는 않았다.

간간이 덤벼드는 마수들은 내 지루함을 덜어줄 뿐이었고.

‘그놈들을 이용해 언데드들도 늘리고 말이지.’

한스가 마을을 떠나온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진짜 동쪽에 도시가 있기는 한 건지, 역시 말콤의 말을 믿는 게 아니었다며 불신이 싹틀 무렵 불현듯 한 사실이 떠올랐다.

‘나쁜 놈들 꽤 많이 처리했는데, 이 정도면 카르마도 제법 차지 않았을까?’

나름 암약하면서 음모를 꾸미던 놈들 아닌가. 수준도 제법 높았고.

쏠쏠한 소득을 기대하며 카르마 상점을 열었다.

『카르마 상점』

『고유스킬 강화 (600,000)』

『스테이터스 강화 –상세 보기』

『보유 카르마 – 792,208』

어느 정도 기대하기는 했지만 이상할 정도로 후했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40만 좀 넘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대단한 놈들이었나? 아니면 내가 뭔가 다른 걸 했나?’

잠시 고민했지만 역시 다른 이유가 없었다.

‘뭐, 그만큼 나쁜 놈들이었나 보지. 그보다 고유스킬을 강화해 볼까?’

애초에 내가 한 것이라고는 불사왕의 심장을 빼앗고 흑마법사 놈들을 족친 것밖에 더 있는가.

《정신력이 기준치를 넘어섰습니다. 스킬「명경지수」를 획득합니다.》

고유스킬을 강화하자 잠시간의 두통과 함께 새로운 스킬을 획득했다는 문구가 떠올랐다.

외부의 자극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해주고, 정신 공격을 방어하는 스킬이었다.

‘나한테는 「마인드 허브」가 있지만 이건 아바타에게만 적용되니까. 본체에도 적용이 가능한 스킬이 있으면 더 좋지.’

그리고 때마침 아바타를 하나 더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침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아무래도 한스는 사람들 사이에서 활동하기 힘드니까. 하인즈를 보내고 새 아바타는 바깥 활동하는 데 쓰면 되겠다.’

한스가 사람이 지나다닌 듯한 흔적을 발견했다.

***

한스는 해골로 이루어진 거대한 샤벨 타이거를 타고 숲길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마수들이 득실거리는 숲을 말콤을 비롯한 언데드 몇 기와 헤쳐오길 한참, 도중에 덤벼든 마수들을 언데드로 만들어서 탈것으로 이용했다.

‘타고 다니는 게 더 빠르기도 하고, 무엇보다 폼 나니까!’

해골 마수를 타고 다니는 언데드 마법사라니, 게이머의 로망이 아닌가!

아예 대량으로 사냥해서 언데드 기승 병과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가 아예 없지는 않았으니···.

‘불편해! 위에 올라타 있는 거 겁나 불편해!’

애초에 뼈밖에 없는 언데드 아닌가.

달릴 때마다 덜그럭거리며 흔들리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또 안장도 없이 매달려 있자니 정신이 없을 노릇이었다.

‘발을 갈비뼈 사이에 끼워서 떨어질 일은 없겠지만···. 이건 생각해 볼 만한 문제군. 탑승용 언데드는 다른 종류로 만들어 봐야 하나?’

딴생각하면서 숲길을 이동하자, 점점 나무가 듬성듬성해지더니 이내 숲의 끝에 도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곳에.]

해골늑대를 탄 말콤이 다가와 한곳을 손가락뼈로 가리켰다.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저 멀리 성벽이 올라와 있는 것이 보였다.

[오오··· 진짜 도시가 있긴 했잖아? 말콤 그 노인네가 거짓말한 건 아니었네.]

중얼거리며 옆에서 해골늑대를 타고 있는 말콤을 슬쩍 쳐다보자, 녀석은 몸을 움찔거리더니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며칠을 동쪽으로 이동해도 숲밖에 보이는 것이 없자, 그동안 틈만 날 때마다 말콤을 갈궈댔기 때문이다.

말콤에겐 생전의 기억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잘못한 게 사라지진 않는 법.

이런저런 핑계를 대가며 괴롭혀 주었다.

‘뭐, 고통도 없고 감정도 희박한 언데드이니 큰 의미가 있지는 않았겠지만.’

말콤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멀리 보이는 성벽을 바라보았다.

[좋아. 그럼 이동하자. 너흰 들어가 있어.]

숲의 외곽부에서 한꺼번에 몰려다닐 이유도 없으니, 이제부턴 나 혼자 이동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언데드인 몸으로 숲 밖으로 나갔다 들키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숲을 벗어나지 않고 가장자리를 따라가며 최대한 성벽 쪽으로 가깝게 이동했다.

한스는 성에 들어갈 순 없겠지만 일단 인근까지 이동한 후에 하인즈와 교대할 생각이었다.

아직 이계전송진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시간까지는 하루가 더 남아있었으니까.

***

<개체 정보>

-개체명 : 하인즈

-공통 특성 : 「마인드 허브」, 「초회복」, 「명경지수」

-개체 특성 : 「튼튼함」

-특이 사항 : 한성현의 두 번째 아바타. 「튼튼함」의 영향으로 체력과 육체의 강도가 증가했다.

하인즈는 전송을 마치고 눈을 떴다.

한스가 발견한 성벽이 눈앞에 보였다.

제법 거리는 있지만 한 시간 정도만 걸어가면 충분한 거리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한스를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오우야, 흉악한 거 보소···.’

한스가 언데드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다른 아바타와 마주 보는 것이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파괴력이 굉장했다.

고위 언데드 데미리치의 기본 능력인 공포의 아우라와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불길함.

손에는 해골 지팡이를 쥔 채 위압적인 샤벨 타이거의 골격 위에 앉아, 파랗게 빛나는 안광으로 내려다보는 해골 마법사.

그야말로 환상의 시너지였다.

‘한밤중에 마주치면 진짜 오줌 지리겠네.’

사실 「마인드 허브」와 「명경지수」가 없었다면 지금 자신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 자신도 이런데 남들에겐 어떻게 보이겠는가?

진짜 마주치기만 해도 트라우마를 안겨줄 수 있었다.

‘한스는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걸로.’

생각을 정리하고 각자의 위치로 헤어지기 위해 정리를 시작했다.

하인즈는 한스가 챙겨둔 이세계의 옷과 가죽 갑옷으로 갈아입고, 무기와 두둑한 여행경비를 챙겼다.

한스는 금괴와 귀금속을 비롯한 쓸 만한 마도구를 몇 개 챙겨 손에 들었다.

지구에서 물건들을 소환할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으니 안전하게 직접 가져가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하인즈는 홀로 성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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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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