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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0

110화 전국 일본헌터연합

벤타시스가 마지막 검에 제 신력으로 축복하려는 순간, 레온이 그 검을 붙잡았다.

[뭐하는 짓이냐, 위대한 복수자여.]

벤타시스의 시선이 레온을 향한다. 레온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저. 종자의 미래를 걱정하는 스승의 마음이오.”

그 순간, 레온에게서 찬란한 황금빛이 발해진다. 빛과 정의의 여신 아리아나가 레온의 후광으로 나타났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되리니. 길 잃은 어린 양이여, 이것이 너의 출구가 될 것이다.]

아리아나는 벤타시스가 축복할 마지막 검에 자신의 축복을 내렸다. 끝없는 어둠이 황금빛에도 물러서지 않고 사납게 일렁거린다.

[뭐 하는 짓이냐, 빛.]

[내 기사의 바람을 이루어줬을 뿐이다, 어둠.]

상극의 성질을 가진 두 신이 대립했다. 하지만 먼저 물러선 건 어둠이다.

[인간에 대해서는 한없이 무르고 역겨운 위선을 베푸는군, 위대한 복수자여.]

“짐은 인간의 왕이니까.”

[‘네 딸’을 잃었을 때처럼?]

“…….”

어둠의 발언에 빛이 반발했다.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입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너는 사자심왕의 후계이되 드라고니아의 후손이다. 네 시조가 어둠 속에서 영광을 쟁취했음을 잊지 마라.]

“명심하고 있네. 시조의 수호신이시여.”

벤타시스는 더 분노할 수 있었다. 신의 축복을 가로막은 것에 대한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었다.

그의 시조도, 레온 그 자신도 자신에게 빚을 졌으니.

하지만 이 차가운 어둠의 신조차 만신의 대리인 앞에서는 관대해질 수밖에 없다. 만신이란, 곧 그 신들의 집합 안에 자신 또한 포함된다는 것이니까.

[한 줄기 광명에 의지해 이룩해야 할 숙원을 잊지 마라. 오직 차가운 어둠 속에서 복수가 쟁취 되리라.]

천소연에게 내리는 벤타시스의 마지막 충고를 끝으로 무구 수여식은 계속되었다.

앞선 네 사람과 달리 그들의 별철 무구에는 축복이 내려지지 않았는데, 이는 그들의 힘과 믿음이 미약한 탓이다.

본디 왕국에서도 축복받은 별철 무구들은 왕국기사들만이 하사받았으니까.

“비체, 그대가 따로 준비한 것이 있다 들었네.”

“네.”

마지막으로 베아트리체가 단상에 섰다. 패물함을 엉기적엉기적 들고 온 야피가 따라왔고.

“이것들은 여러분들을 위해 제가 준비한 아티팩트랍니다. 부디 이번 싸움에 도움이 됐으면 하네요.”

베아트리체가 생도들에게 선물한 것은 목걸이, 반지, 귀걸이 따위의 아티팩트들이었다.

“저, 전부 유니크… 이만한 유니크 아이템들을 이렇게나 잔뜩 만들어내다니…….”

박진수 과장이 아연실색했지만, 그것을 마지막으로 보급품 수여식은 끝이 났다.

* * * *

방랑의 마검이 일본을 향하고 있다.

일본 정부 고관들이 긴급히 한자리에 모였다.

회의장 내부는 참담한 분위기였다. 협회장이 입을 열었다.

“전일련(전국일본헌터연합)은?”

“곧 온답니다.”

“쯧… 다른 사안부터 먼저 처리하지.”

후지사와 총리는 고지된 회의시간에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 헌터들에 혀를 찼다.

“한국에 떨어진 혜성은 어떻게 됐지?”

“예, 지름 6km의 거대 혜성으로 내부 대부분은 가스와 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만, 기존 지구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금속이 대량으로 채굴되고 있답니다.”

“과학자들이 눈에 불을 키더군. 이번 기회에 교류하면서 좀 얻어오라고 성화야.”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할 겁니다. 무엇보다 대부분은 그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고요.”

“혜성을 소환한 게 그라는 주장이 있던데.”

레온이 한빛궁을 벌하면서 혜성을 소환한 것은 전 세계에서도 빅이슈였다.

오죽하면 방랑의 마검이 일본 열도에 상륙하는 것조차 후순위일 정도로.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는 중대한 안보위협입니다! 어떻게 혜성을 소환했는지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서야 합니다!”

그래, 당연히 그래야 했다. 비단 일본만의 입장이 아니다. 미국도, 유럽연합과 러시아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혜성이 떨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본격적인 움직임이 없을 뿐이지, 혜성의 존재는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정말로 혜성을 일개 개인이 소환할 수 있다면? 그것도 6km짜리 혜성을 아무런 손실 없이, 단 한 명의 죽음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떨굴 수 있다면?

그 반대도 충분히 가능한 게 아니던가.

“한국에서도 워낙 떠들썩한 모양입니다. 그에 대한 지지도가 하늘을 뚫을 지경이에요.”

“그런 위험한 자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다니…….”

그것과는 별개로 협회 간부들도 레온이라는 생존자에 대해 부러움과 질시 가득한 시선을 숨기지 못했다.

본디 생존자란 이계 너머의 존재다. 그들은 종족 단위로 넘어올 때도 많았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오크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꼭 국가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당장 오크들만 해도 끔찍하리만치 높은 범죄율과 번식력으로 국가를 집어삼키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최근 전쟁이 벌어졌던 길림 공화국만 해도 오크 군대의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긴 것이었으니.

하지만 레온의 경우 여타 생존자들과 비교하면 그 유용함을 충분히 증명했다.

당장 축복받은 작물부터가 사기템이다. 먹기만 해도 버프가 들어갈 뿐만 아니라 영구적인 건강증진과 장시간 버프… 무엇보다 암조차 낫게 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던가.

“총리. 마검 공략전 전에 축복받은 작물의 대량 확보가 필요합니다. 그것만 확보해도 버퍼의 추가 확보를 염두에 둘 필요가 없습니다.”

한 고관이 강력하게 주장하자 후지사와 총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축복받은 작물은 작금에는 대량생산되어 한국 정부의 강력한 수출품으로 우뚝 섰지만, 문제는 대량으로 수확되었음에도 원하는 국가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헤이룽 인민 공화국이나 우크라이나 등지에서도 축복받은 작물이 경작되고 있지만, 그걸로도 공급이 충분치 못했다.

“고작 쌀 따위로 고개를 숙일 필요가 있겠나.”

방위대신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로서는 한국에 빚을 진다는 형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우익인사였으니까.

“그러고 보면 그 쌀도 사자심왕 그자의 만신전이라는 신전의 힘이라지.”

여기서도 레온, 저기서도 레온이 관여되어 있다.

그가 등장하고 나서부터 한국에는 계속해서 낭보가 전해지고 있었다.

“사자심왕을 일본으로 회유할 수는 없겠소?”

“……가능하겠습니까? 이미 한국에 기반을 세워둔 상태인데.”

“정부 예산을 지원한다면… 가능하지 않겠나?”

“한국 정부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타국의 고위 헌터를 스카웃해 가거나 귀화시키는 일은 세계적으로도 종종 있었던 일이긴 하다. 뒷감당할 수 있느냐가 문제였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네. 그 남자 한 명만 포섭해도 그 뒤에 따라올 것이 엄청날 테니.”

만신전에는 레온만 있는 게 아니다.

레온 본인도 이미 S급 헌터의 규격을 벗어난 세계 탑랭커 취급이지만, 그 밑의 생존자들도 하나같이 괴물들이다.

적색 등급 청주 게이트의 악몽 야크트 스피너.

지금은 그 랭크가 크게 다운됐다곤 해도, 청주 게이트에서의 추정등급은 S+. 확정되지 않은 첩보지만 길림 공화국 오크 고위층을 몰살한 게 야크트 스피너란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만신전의 2인자인 스페로 왕국의 마술사 여왕 베아트리체.

제주도 게이트에서 입증된 그녀의 마법실력은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다.

레전더리 등급 지팡이조차 없이 손짓만으로 대마법을 행하는 괴이 중의 괴이. 마찬가지로 S+ 등급에 야크트 스피너처럼 랭크 다운조차 없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평범한 헌터들을 순식간에 정예로 양성하는 육성능력이네. 이미 C급 헌터 숫자만 천 명이 넘는다던데, 고작 4개월 만에 이룬 성과라는 게 경악스럽기 짝이 없군.”

레온이다. 레온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어떤 국가든 게이트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총리가 레온을 귀화하고 싶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정부예산을 편성할 테니 이번 기회에──”

“저는 반대입니다, 총리.”

회의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사내는 중년의 중후한 멋이 가득한 사내였다. 그는 빈공석에 앉더니 고개를 숙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교통이 막히더군요.”

“아니오, 막 시작한 참이었네. 카미야 회장.”

전국일본헌터협회의 회장. 사실상의 일본 헌터들의 정점에 선 인물. 그가 피식 웃었다.

“일본은 일본인들의 나라입니다. 외지인을 끌어들이다니 언어도단. 그만한 자원이 있다면 차라리 민생을 돌보는 게 현명하겠지요.”

“…….”

“…….”

고관들은 카미야 회장의 말에 반박하길 피했다. 레온을 끌어들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국익에 대해서도 논하지 않았다.

일본 전국 37명의 S급 헌터를 규합했으며 일본 최강의 헌터라 불리는 그는, 일본의 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왕국에 이물이 들어오는 걸 용납할 리가 없는 것이다.

총리도 그것을 알기에 레온이라는 변수를 끌어들여 전일협을 견제해보려던 것이었다. 한국의 오강혁 협회장이 10대 길드의 견제세력으로 만신전을 지원하고 있는 것처럼.

‘이미… 늦은 것인가.’

후지사와 총리는 헌터들을 독점하고 일본을 일개 길드로만 운영하는 전일협 앞에서 감히 적대하거나 그 지위를 깎아낼 수 없었다.

전 총리 그 얼간이가 헌터협회의 민영화만 하지 않았어도 이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카미야 회장은 총리의 귀여운 반항을 한껏 비웃으며 회의의 주최자인 양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 * * *

“회장님, 이번 공략에 참여할 공략대 목록입니다.”

비서가 건넨 패드를 받아 읽는 카미야. 그는 패드 안에서 차출할 S급 헌터들을 고르면서 좀 전의 회의를 떠올렸다.

“총리님이 안달이 난 모양이야. 외국의 생존자까지 끌어들이려 들다니.”

“최근 정부의 입지가 많이 좁아졌으니까요.”

전 총리에 의해 헌터협회의 민영화가 진행되고 전일협이 결성된 이후 일본의 헌터들은 카미야 회장의 깃발 아래 결집했다.

카미야 회장을 포함한 전국 38명의 S급 헌터들과 칠백 명이 넘는 A급 헌터들. 그 외에도 일본에서 헌터로 먹고 살려면 전일협 외에는 선택지가 없어졌다.

오강혁 협회장이 10대 길드를 견제할 조커로 만신전을 지원하는 것처럼, 총리 또한 만신전을 끌어들여 전일협의 아성을 좁혀보려는 거겠지.

“실제로 그게 가능한 집단이라는 게 무섭군.”

“만신전의 전력은 무서울 정도입니다. 물론 전일협에 비할 바는 못 됩니다만.”

“그런 집단이 옆 나라에 있다는 것부터가 문제야. 국내에도 벌써 만신전의 신도들이 생겨나고 있다던데?”

“……홍보능력이 무서울 정도입니다. 게다가 반대여론도 이상할 정도로 없어요.”

그건 그것대로 이상했다. 일본의 영웅을 자처하는 전일협도 인터넷 세상에서 보면 안티들이 가득했다.

“그런 게 가능한 건가?”

“모종의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라는 건 추측 가능하지만, 물리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인터넷에 관련 비판이 올라오는 순간 몇 초도 되지 않아 계정까지 삭제됐다고 하니까요.”

“그런 인텔리 집단으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카미야 회장도 레온에 대해선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다.

그가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정의로운 기사도의 화신이라는 것과 현대와는 괴리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

특히 만신전이라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이계의 신들을 대동하고 있다는 것까지.

신들의 기적이란 건 인터넷 여론까지 조작할 수 있는 건가 싶었지만, 그건 또 아닐 텐데…….

“어쨌든 이번 마검 공략전. 신검 길드뿐 아니라 만신전도 참전해온답니다. 총리도 돈을 좀 썼군요. 한국 10대 길드 중 4개 길드가 추가로 들어올 겁니다. 청성과 불새 그리고 황금사자, 한빛이 온다고 합니다.”

일본은 한 번 울산의 마검 참사 때, 눈을 돌린 전적이 있다. 그 대가를 이번에 비싸게 치렀을 뿐이다.

물론 이건 카미야 회장의 농간이었다. 그는 본토 방어라는 명목으로 S급 헌터 절반 이상을 대기시켰다.

당장 대도시 하나쯤은 날아갈 판국인 일본 정부로서는 한국의 헌터들이라도 비싸게 사올 수밖에.

충분한 S급 인재풀이 있는 일본이 이런 손해를 감수할 필요까진 없었지만, S급 헌터의 숫자가 곧 자신의 권력인 카미야 회장은 손해를 정부에 떠넘겼을 뿐이다.

“1차 작전. 만신전을 선두로 보내지.”

“……!”

그 말에 비서는 두려운 눈으로 카미야 회장을 힐끗거렸다.

궁지에 몰린 총리가 안건을 내놓았다는 이유만으로 만신전을 저승에 공양할 생각이다.

“……한국의 반발이 클 겁니다.”

“물론 우리 쪽에서도 성의를 보여야지. S급으로 구성된 3개 공략대를 포함시킨다고 전해.”

‘무서운 사람.’

자신의 권력을 위해 거리낌 없이 타인을 희생시킬 수 있는 냉혈한. 그 3개 공략대조차 전일협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는 경쟁자들일 것이다.

“제안을 전하겠습니다.”

“좋아, 한국 헌터들이 곧 입국한다고 했던가?”

“네, 3일 뒤, 아침 하네다 공항으로 오강혁 협회장과 함께 입국합니다. 총리와의 접견도 약속되어 있습… 천황폐하도 오시는군요?”

“그건 의외군. 국빈이라도 신경을 좀 쓴 건가?”

“협회 측의 요청이었다는 모양입니다.”

“그쪽도 나름 상징성을 원하는 건가? 그럼 저녁에 환영회를 열어주자고. 최대한 화려하게. 좀 잘난 양반이지만 그래 봤자 중세 야만인. 적당히 띄워 주면 공적 세운답시고 기꺼이 선두에 서지 않겠나?”

물론 카미야 회장도 그렇게 쉽게 만신전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원하는 건 반드시 손에 넣었고, 진행한 일은 무조건 성사시켰다.

필요하다면 여론을 움직여서라도 만신전을 기어이 사지로 몰아넣으리라.

하지만 그는 몰랐다.

이세계에서 온, 일명 판타지 세계의 국왕폐하란 분이, 정말 판타지한 인간이었다는 걸.

“자네가 일왕인가?”

일본 열도가 뒤집어졌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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