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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0

109. 소꿉친구 – 가이단 후작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네비스에 도착한 레브는 즉시 가이단 후작가를 찾아갔다.

‘베다진 대로’에 위치한 후작가는 오른 왕국의 명망있는 대귀족의 저택치고는 작은 편이었으나, 사문암(蛇紋巖)이라는 초록색 암석으로 지어져 평화로운 운치가 있었다.

“후작님을 뵙고자 합니다.”

말에서 내린 레브는 보스포의 총관에게 받은 편지봉투를 건네주었다.

봉투에는 총관의 직인이 찍혀있어서 경비병은 지체하지 않고 그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타고 온 반테는 경비병이 데려가고, 레브는 집사를 만났다.

“검은 잠시 저희가 보관해드리겠습니다.”

집사는 레브를 안내하기에 앞서 검을 빼앗았다.

성문을 통과했던 것처럼 집사에게 매혹을 걸어도 좋을 것이었으나 레브는 순순히 검을 맡겼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후작님께서는 지금 다른 손님을 만나고 계십니다. 아마 오래 걸리지 않으실 겁니다.”

그의 확신에 레브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후작이 손님을 만나고 있으면 그게 얼마나 걸릴지를 아랫사람이 추측하기란 쉽지 않은데…

하지만 집사의 확신은 들어맞았다.

응접실에서 차를 홀짝이며 기다리는데, 어디서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이 답답한 양반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군!”

후작이 만나고 있다는 손님인 모양이었다. 그는 화가 났는지 밖으로 나와서도 소리를 쳤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네. 테르탄 공작가와 연줄을 마련하더라도 그런 미적지근한 태도라면 가이단 가문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야!”

목소리와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생각해보겠네. 그리고 아직 혼약이 맺어진 것도 아닐세. 지레짐작하지 말게.”

“뭐? 이보게. 자네의 딸이 공작가의 후계자를 만나러 갔다는 걸 곧 모두가 알게 될 거야. 혼약이 성사되든 안 되든 자네는 이미…”

응접실을 지나치던 귀족이 힐끔, 옆에 집사가 대기하고 있는(외부인이 분명한) 레브를 보고 정색했다.

작은 체구임에도 강단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귀족. 그는 제 실수를 깨닫고 뭐라 말하려 했으나, 레브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전 하리에 가이단 영애가 팔라스 테르탄을 보스포에서 만나고 있음을 이미 압니다. 혀를 가볍게 놀릴 생각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귀족이 무안하게 헛기침했다.

“커허험. 이것 보게. 벌써 아는 사람이 찾아오지 않았는가. 자네, 어디서 보낸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이단 가문과 척을 질 거라면 이 몸도 생각해야 할 거야. 똑똑히 전하시… 음? 아, 거참. 알았네. 알았어.”

하르베이 변경백이 그만하라는 듯이 그의 어깨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허세를 부리던 귀족은 투덜거리면서도 밖으로 나갔다.

놀라운 일이었다.

귀족이 다른 귀족의 몸에 손을 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영애에게 춤을 청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덕분에 레브는 저자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에브니 드라진 후작’이다. 그는 오른 왕국의 북부 변경백이자 가이단 후작의 친우였다. 예전에 오른 왕국을 여행하면서 그들의 허물없는 친분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들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친해 보이는데…?’

레브는 다시 자리에 앉아 기다렸고, 하르베이 가이단 후작이 친우를 짧게 배웅하고 돌아왔다.

조금 전에도 느꼈지만, 키가 크다. 드라진 후작의 키가 워낙 작아서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후작은 그의 마른 체형만큼이나 키가 큰 사람이었다. 마치 허수아비를 연상시킬 정도로.

하지만 바짝 말랐음에도 날카로와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짧게 돋아난 눈썹과 긴 귓불 때문에 쉽게 호인으로 평가받을 사람이었다.

가이단 후작이 총관의 편지를 읽고는 심심한 사과를 건넸다.

“미안하군요. 제 친우의 말이 지나쳤으니 대신 사죄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시라고요? 윌터 총관의?”

그의 우울해 보이는 초록색 눈동자에 의문이 담겼다.

의심하는 게 당연한 상황이었다.

총관은 나이 지긋한 노인인데, 편지를 들고 온 ‘선생님’은 새파랗게 젊은 청년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레브는 태연했다.

어차피 이 가이단 후작은 바르바토스의 신력을 쏟아붓는 한이 있더라도 매혹할 생각이었다. 그를 통해 왕을 만나야 하니까.

그런데 유쾌하게도 후작에겐 축성 받은 소지품이 단 하나도 없었다.

여러 개의 반지를 착용하고, 옷에 화려한 브로치가 달렸지만, 모두 축성 받지 않은 장신구였다.

방금 지나간 에브니 드라진 후작이 축성 받은 물품을 주렁주렁 달고 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불신자인 모양인데… 신기하군.’

이 세계에서 주신을 믿지 않는 자는 정말 드물었다.

사제의 치유가 보란 듯이 효력을 발휘하고, 창공이 열리며 성녀가 지목되는 세계이다 보니 신에 대한 믿음에는 일단 ‘존재 여부’에 관한 의심이란 게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이렇게 축성 받은 물품마저 거부하는 적극적인 불신자의 존재란 참으로 신기한 것이었다.

어쨌거나 레브에겐 좋은 일이어서 그는 거짓말을 했다.

“아니요. 저는 선생님을 대신해 찾아왔습니다.”

“…그러시군요. 워낙 젊으셔서 놀랐습니다. 앉아서 이야기하실까요?”

그는 짐짓 예의를 차리며 건너편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아, 잠시 자리를 비켜주겠나?”

후작은 눈앞의 청년이 슬쩍 깍지끼는 것을 보더니 집사를 내보냈다.

왼손 검지와 중지가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사이로 들어간 그 어긋난 깍지는 은밀히 전할 말이 있다는 신호였다.

아카이아 제국의 예법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오래된 것이어서 호기심이 동했는데, 그건 실수였다.

집사가 밖으로 나가기가 무섭게 청년이 명령했다.

“제게 충성을 맹세하십시오.”

“그게 무슨……?”

검붉은 눈을 마주한 후작이 저항했다. 비록 왕가에 대한 충성심이 옅어져 가고 있다고는 하나, 오른 왕국의 대귀족인 그가 초면의 청년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저항은 레브의 눈이 새빨갛게 달아오르자 점차 사그라들었다.

후작이 무릎 꿇었다.

“저 하르베이 가이단은 당신께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 업적 : 주종 관계 – ‘1’, 충성심이 흔들리지 않는 한, 충성을 맹세한 자들은 레오를 믿고 따릅니다. ]

‘성공인가?’

주종 관계 업적과 [매혹의 눈]은 궁합이 좋아 보였다.

매혹에 걸린 이들은 레브에게 호의를 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르지는 않았다.

그들은 자기들이 생각하는 방식대로 앞뒤를 끼워 맞출 뿐이었고, 의문이 들거든 빠르게 매혹에서 벗어나 버렸다.

신력을 과하게 투자한다면야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겠으나 그건 지나친 낭비였다.

그래서 레브는 업적을 활용할 생각을 했다.

매혹을 이용해 단 한 번이라도 충성을 받아낸다면, 매혹에 의한 ‘호의’가 업적을 거쳐 ‘믿음’이 되리라 기대한 것이다.

그렇게 한번 믿기 시작하면 의심이 덜어져 매혹의 효과가 길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리라 추측했는데…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가이단 후작은 공손히 무릎 꿇은 채 자기가 왜 이러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레브는 자세를 편하게 고쳐앉으며 물었다. 손해가 될 것이 분명한 질문을 던졌다.

“편히 앉으셔도 좋습니다. 그러면 제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질문의 요지를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훌륭한 주군이시라 생각합니다. 비록 처음 만났..지만 말입니다. 생각해보니 이상하군요. 저는 당신의 이름도 모르는데…”

“제 이름은 레브입니다.”

후작의 짧은 눈썹이 일그러지자 레브가 재차 매혹을 걸며 이름을 알려주었다. 마음이 편해졌는지 후작은 무의식중에 들였던 힘을 풀었다.

‘이런 상태라면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미안한데…’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고 싶지 않다. 이놈의 시스템이 자꾸 인간의 마음을 조정하는 식이다 보니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나는 내 목적만 달성하고 빠져주겠다.

후작에게도 손해가 되지 않도록.

“그런데 아까 찾아오신 분은 에브니 드라진 후작님이시지요? 무슨 일이시길래 그렇게 언성을 높이고 계셨습니까?”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알고 계시지만, 저는 제 딸을 테르탄 공작가의 후계자와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잠시 하리에 가이단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엊그저께 딸에게서 팔라스 테르탄과 사랑을 약속했다는 연락이 왔단다.

한데 팔라스의 말에 따르면 테르탄 공작이 그들의 혼약을 거절할 것이라 해서, 공작가에 허락을 구하러 다녀와도 되겠느냐고 물어봤다는 것이었다.

“허락하셨겠군요.”

“네. 그렇지 않으면 저는 제 딸을 왕자들에게 시집보내야 할 처지입니다. 대체 왕국이 어찌 되려는지…”

그는 조금 푸념하며 속내를 털어놓았고, 레브는 귀를 기울였다.

일전에 여행하면서 오른 왕국의 정계 상황을 대강 파악해 놓았지만, 평민이 길바닥에서 주워들은 정보가 대귀족이 아는 것만 하겠는가?

그는 틈틈이 모르는 내용까지 물어가며 정황을 파악했다.

이곳 오른 왕국은 두 왕자들이 정계를 잠식해나가고 있었다.

이는 레브도 아는 내용이라 그리 흥미로울 것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그 과정이 놀라웠다.

후작이 추측하길, 쌍둥이로 태어난 쓰레기 왕자들, 애톤 드 로그넘과 앨제어 드 로그넘은 단순한 호색한들이 아니었다.

얄궂게도 그들은 자신들의 못된 성품에 꿀리지 않는 기발한 정치 수완을 보였다.

그 시작은 친하게 지내던 두 왕자가 심하게 다투고 갈라진 것이었다.

어린 왕자들은 몸싸움을 벌여 유혈사태를 일으켰고, 그 이후로 만날 때마다 서로에게 욕설을 쏟아내며 바닥에 침을 뱉었다. 악감정을 드러내면서 일찍부터 후계자 싸움의 전조를 올렸다.

그러다가 성년이 된 제1 왕자, 애톤 드 로그넘이 몇몇 영애들을 도가 지나치게 희롱했다.

당연히 해당 귀족가는 분노했으나, 왕자를 해코지할 방법이 없었으므로 동생의 편에 붙어 복수를 꿈꾸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제2 왕자인 앨제어 드 로그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놈도 몇몇 영애들을 건드렸고, 그 귀족가는 애톤 드 로그넘의 편에 붙었다.

그렇게 파벌이 갈라지면서 후계자 다툼이 본격화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어느 날, 두 왕자가 나란히 악수하며 선언했다.

“우리는 화해했으며, 우리의 형제애는 영원히 변치 않을 겁니다!”

더 나아가, 둘 중 누가 왕위에 오르더라도 두 사람의 관계에는 어떤 문제도 없으리라고 단정 지었는데…

레브가 알고 있었던, 그들이 이따금씩 성노예를 사다가 사이좋게 돌려먹는 짓거리는 자신들의 깊은 관계를 정치적으로 과시하는 쇼였던 것이었다. ─ 적어도 하르베이 가이단 후작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자 양 진영 파벌에 속한 귀족들의 입장이 곤란해졌다. 이미 한쪽에 붙겠노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데다가, 각 왕자가 차지한 파벌이 너무 커져서 발을 빼기도 어려웠다.

결국, 많은 귀족이 정계를 장악한 왕자들에게 알랑거리게 되었고, 왕자들은 각자의 파벌을 더욱 키워나갔다.

물론, 영애를 희롱하는 것도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둘이서 나란히 장난을 치러 다니는 것을 보면, 그건 비단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천성임이 틀림없었다.

레브가 물었다.

“왕께서는 이에 대해 아무 말씀이 없으십니까?”

“네. 늦둥이 왕자들한테 푹 빠지셔서… 왕이 될 재목이 둘이나 있어 기쁘다고 하시더군요.”

‘개판이구나.’ ─ 라고 생각하는데, 가이단 후작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다 최근에 왕자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저희 가문과 관계가 소원한 게 사실이니 혼약을 맺어 손을 잡지 않겠느냐고요. 둘 다 하리에가 마음에 들었으니 둘 중 누구를 택해도 좋다더군요.”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딸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는 쉽사리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하리에가 애원하더군요. 다른 왕국의 귀족에게 시집가면 안 되겠느냐고요.”

“…최후통첩을 꺼내셨군요.”

국경을 맞댄 두 변경백의 혼약. 이건 단순한 친선의 문제가 아니었다. 여차하면 한 가문이 다른 왕국으로 넘어갈 여지가 마련되는 셈이라 왕실의 경계를 사기 마련이었다.

“네. 넘어갈 생각은 없습니다만, 이렇게 해두면 앞으로 십수 년간은 저희 가문을 건드리지 못하겠지요. 박쥐 취급은 받겠지만요.”

목이 마르다.

레브는 슬쩍 찻잔을 들었다.

아까 후작을 기다리면서 홀짝였던 찻잔에는 단 한 방울의 물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레브는 집주인이 아닌지라 먼저 말하기가 뭣했고, ‘신하’인 가이단 변경백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가 길어질 것이었으면 차를 더 내어달라 할 걸 그랬다.

레브가 혀로 마른 입술을 축이며 꼬집었다.

“그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닐 텐데요? 왕자들은 젊습니다.”

“…네. 그래서 드라진 후작이 다녀간 겁니다. 그런 식으로 혼자 살겠다고 내빼면 더 혹독한 결과를 맞이할 거라며 경고하더군요.”

“그분은 해결책이 있으시던가요?”

“우리도 파벌을 만들어 버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가겠습니까? 왕자들 중 누구라도 왕위에 오르면 마찬가지로 몰리게 될 것인데…”

가이단 후작도 목이 타는지 몰래 입술을 핥았다. 기묘한 관계의 두 남자는 텁텁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렇다면 오히려 후작께서 하신 행동이 옳지 않습니까? 외세를 빌어 버티면서 동시에 파벌을 만드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드라진 후작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리하면 왕가와 완전히 척을 지는 꼴이라더군요. 언제고 역적으로 몰려 공격당할 것이니 외국의 도움 없이 저희끼리 똘똘 뭉쳐 자생하되, 미래의 성군을 기다림이 옳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습니다.”

“…한 성질 하시는 분 같던데, 생각보다 인내심이 있는 분이셨군요.”

하르베이 변경백이 마르게 웃었다.

“맞습니다. 그 친우를 평한다면 풍림화산(風林火山)이라는 격언이 어울립니다. 움직일 때는 몰아치되, 기다려야 할 때는 바짝 엎드려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지요.”

“그렇군요…”

레브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런데 따님이 공작가로 가는 것은 막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어째서지요?”

가봤자 좋은 꼴을 못 보니까.

하지만 바르트가 팔라스 테르탄을 습격하리란 것은 몇 주일 뒤의 미래여서 그는 선의의 거짓말을 건넸다.

“제가 아는 정보가 있는데, 테르탄 공작은 절대로 이 혼인을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그 정보가 무엇입니까? 사실 딸에게 연락을 받고 저도 의문이었습니다. 거절할 것이었으면 그냥 거절할 것이지 왜 공자를 보냈는지도 모르겠고… 더군다나 저쪽은 혼약해서 손해 볼 것이 없지 않습니까.”

그의 말대로 테르탄 공작가는 가이단 가문과 달리 타국의 가문과 맺어진다 해도 손해될 것이 없었다.

라퍼트 테르탄 공작이 곧 왕위에 오를 에릭 드 예리엘 왕자의 외할아버지였기 때문이었다.

공작가가 지나치게 비대해진다는 우려는 있을지언정 왕국을 떠나려 한다는 의심은 받지 않을 터였다.

레브가 단호하게 말했다.

“알려드리기 어려운 정보입니다. 하지만 이건 절 믿으셔도 좋습니다. 따님을 돌아오라 하시지요.”

“…알겠습니다. 그리하지요.”

가이단 후작이 한탄했다.

“그러면 제 딸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에브니의 말마따나 이미 딸을 보낸지라 의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테르탄 공작이 손주를 보내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인데… 이제는 정말로 왕자들에게 딸을 시집보내야만 할 처지가 되었으니…”

그는 사랑하는 딸이 예법마저 잊어버리고 울며불며 사정하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주군’ 앞에서 메마른 한숨을 뱉어버리고야 만 후작이 실수를 깨닫고 사과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처리해야 할 집안 사정인 것을…”

“아닙니다.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레브는 잠시 침묵하다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제게 왕을 알현할 기회를 마련해주시지요. 어쩌면 해결책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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